십오분째 컴터 앞에 앉아 있다.
똑딱~똑딱~똑딱
시간은 흐르고...
아자님이 올리신 ‘아홉봉’이라는 후기 글을 읽고 필 받아 후기 쓰려 컴터 앞에 앉았는데..
지난 주 회원님들과 특히 대장님께 큰 혼란과 충격을 드린
이상 멜랑 꼴랑 판타지 패러디 후기 ‘스트레스의 제왕’ 을 올리고 난 후
나 스스로도 혼란에 싸인 것 같다.
후기의 방향을 잃었다.
“앞으로는 그런 이상한 글 올리지 말아야겠다!” 라는 각오를 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정기산행은 참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첫 장거리 산행이라는 기쁨..
회원님들 사정으로 많이 참여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 느낀 고통..
구름 위에서 본 경치에 신선이 된 것 같은 감동..
동지님의 나무 타는 몸놀림에 대한 놀라움..
보슬비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던 고마움..
여러 사람이 부러워하던 라면을 우리 끼리 먹으며 느낀 뿌듯함..
이런 다양한 느낌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서술해 보아야 갰다.
2007년 10월 6일 토요일
산행 전 시장보기는 이제 연례행사이다.
이번 주 미션은 떡 주문해서 아침 일찍 찾아
이른 새벽 집을 나와 출출하신 회원님들의 배 달래기.
진시장이 코앞이라 지하에 가면 떡집이 있으리라 믿고 갔다.
그러나 폐백 음식만 있고 떡집은 없다고 한다.
지상으로 올라와 현대백화점 쪽으로 가다 보면 떡집이 있다 하여 내려갔다.
허거덩 이집은 일요일 아침에는 영업을 안 한다 고한다.
원래 백설기를 사려고 했는데..
하는 수 없이 8시가 넘은 시간 마트로 발길을 돌린다.
마트나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는 8시가 넘으면 더욱 분주해진다.
오늘이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들이 많이 있다 보니
점원들은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분주하고.
할인행사 때를 맞추어 장을 보는 사람들은
적정한 가격에 구매하기위해 분주하다.
이때의 포인트 절대 붙어 있는 라벨의 가격을 믿지 마라.
흥정하면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있다 보니 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남성회원들 또는 동지님 같이 총각은 모르는 기술일 수 있으니 그냥 넘어간다.
백설기를 하나하나 비닐봉지에 담아 개별적으로 나누어 드리려고 했으나
그런 상품은 없다.
여러 종류의 떡 중 비싸고 맛난 거로만 골랐다.
8팩이다.
판매가 2만원에 육박한다.
점원과 농담도 하며 한참을 이야기 했다.
만원에 쇼부 보고 구매했다.
아무래도 난 장가보다는 시집을 가는 게 좋으리라 잠시생각도 한다.
음료는 뭘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두유로 샀다.
이른 시간 출발 하여야 하기에 잠자리에 든다.
10월 7일
5시 반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근래 피곤하다 보니 6시에 기상했다.
조금 바쁘다.
이것저것 준비한다.
오늘은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어
점심때 라면 국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냄비와 버너를 챙기고 잠시 고민한다.
몇 개를 가지고 가야할까?
이전에 산수님이 다른 음식이 있기 때문에
적당히 가져 오면 된다고 하신 기억이 났다.
그래서 스낵면 3개만 챙긴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다 다시 올라오고
또 내려가다 다시 올라오고를 두 번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늦었다.
부~~르~~~릉
애마 ‘렉스’가 먼 길 떠날 차비를 힘차게 시작한다.
요 며칠 정신이 없긴 없었다.
장거리 차 여행에 필요한 음악도 준비 못했다.
그냥 평소 듣던 시디만 가지고 간다.
일요일 아침거리는 역시 한산하다.
그래도 과속은 금물 적당한 속도로 도착하니
2-3분 지각했다.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는데
이상한 커플이 동래역 주변을 열심히 달리고 있다.
뭐지??
동지님 왈 술 취해서 한참을 저러고 있다고 한다.
잼있다. ㅋㅋ
오늘은 나와 감독님, 아자님, 새벽이슬님, 동지님 5명이 출발을 한다.
참여하기로 했던 회원님들이 사정이 있어 못 오시다 보니
떡이 조금 남는다.
그래도 어제 많이 할인을 받아 다행이다.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며 이동한다.
감독님은 톨게이트에서 떡 좀 먹으라면 잠시 운전대를 잡으신다.
승합차의 특성상 전방이 훤히 보여 그런지 즐겁게 운전하신다.
도착지 톨게이트를 나와 조금 이동하다.
운전대를 다시 받아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간혹 아자님은 언어 유희적 농으로 즐거움을 주신다.
배워야 갰다!!
허걱 그런데 저 멋진 산을 뭘까?
신기한 모양의 산이 있다.
감독님 왈 저산이 ‘마이산’이라고 오늘 시간을 보고 저기도 한번 가본다고 하신다.
조금 더 이동하다 보니 눈앞에 ‘구봉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딱 보니 지금 까지 다녀본 산하고 조금 다르다.
왠지 조금 쉬워 보이기도 한다.
“오늘 구봉산은 조금 쉬워 보이네요!!”
정말 왠지 만만해 보였다.
그러나 역시 오랜 시간 그 자리에 터 잡고 있던 산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초반 등산길에 뼈저리게 느꼈다.
10시경 윗양명주차장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한쪽에서는 곡물을 말리고 있고.
관광버스 몇 대가 이미 도착해 있다.
부산에서 제법 거리가 있다 보니
안산(안양)의 산악회 모습도 보인다.
넓은 주차장이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
구봉산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았다.
오늘도 안전 산행을 위하여 우리는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한다.
산행 초반 조금 이상하다.
왜 이리 종아리가 땡땡해지고 아프지?
조금 경사가 급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많이 오르지 못했다.
감독님의 산행보고서를 보니 처음 휴식한 곳이
‘안부’라고 적혀있다.
그런가 보다 여기는 ‘안부’다
우리는 ‘안부’에 도착하였다.
잠시만 쉬려고 했는데
동지님 가방이 오늘 왠지 무거워 보인다.
가방의 짐을 조금 줄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
막걸리 한 병 두부 한 개를 안주삼아.
잠시 술판(?)을 벌린다.
지나가는 가족이 있다.
아빠, 엄마, 두 아들.
아 저 두 아이는 미래의 열린산악회 일원이구나!
포섭 작정에 돌입한다.
동지님이 작은 아이를
내가 큰 아이를 상대로
사진 한방씩을 박는다.
잠시 휴식을 하고
계속 오른다.
또 조금 오르다 보니 벤치가 있다.
잠시 앉아 물도 먹고 휴식도 취하고
일봉을 향해 다시 이동한다.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일봉이요 왼쪽은 이봉이라 한다.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밧줄을 잡고 잠시 오르니 경치가 멋지다.
강과 산이 어울러져 있다.
초가을 풍경을 마음대로 느끼라고 하는 것 같다.
산에 와서 처음이다.
소리를 질러보고 싶다.
“야~~~~~~~~~~~호~~~~~~~~~~”
확 트인 곳이다 보니 메아리는 없다.
한치 앞이 절벽이고 낭떠러지다 보니 사람들이 접근하기를 꺼려한다.
용감무쌍 동지님 산삼이야기를 하며 농도 던지고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는다.
감독님은 저 앞에 보이는 것이 ‘용담호’와 ‘덕유산’이라며 지식을 전수 해 주신다.
다시 이동한다.
밧줄을 잡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코스다 보니 ‘새벽이슬’님이 내심 걱정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새벽이슬’님은 이러 어려운 코스 전문인가 보다.
오르락내리락 이동하다보면 이런 농담이 절로 나온다.
“아 여기가 접시야!”
오봉에 이르러서 하는 농담이다.
6봉을 지나 7봉에 이르러 우리는 점심식사를 한다.
오늘의 미션 수행
라면 끊이기에 돌입한다.
산세가 험하다 보니 평지를 찾기는 힘들고
조금 비탈진 곳에 자리를 잡다 보니 버너 자리가 적당하지 못하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자리를 잡으니 굿이다.
역~~쉬~~
물은 잠시 후 뽀글뽀글 소리를 낸다.
이때 스프를 먼저 넣고 이슬님이 주신 땡초와 볶음김치,
감독님이 주신 김치를 모두 넣고 계속 끊인다.
그 냄새가 구봉산을 휘감고
허기가 찾아오는 시간이다 보니 지나가는 산악인들은 군침을 아니 흘릴 수 없어 보인다.
지나가는 여성 산악인 한분이 한마디 건네자.
친절한 동지님은 일명 전투식량이라며 초코바를 건넨다.
오늘은 이슬님이 준비해주신 계란말이가 일품이다.
거기에 동지님이 준비한 스페셜 사각 소주는 멋진 반찬과 안주에 금상첨화다.
너무나 맛있는 점심을 다 먹을 정도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왠지 모르겠지만
도심지에서 만나는 비는 싫어라 한다.
그러나 산에서 만나는 비는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것 같다.
우의들을 챙겨 입는다.
아자님은 나와는 다른 생각에 비를 반갑게 반기는 것 같다.
한참을 지르셔서 구입한 우의 상, 하의 세트를
오늘 드디어 시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역시 멋지기는 멋지다.
난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아르바이트 삼아 판매하다 남은 일회용 우의를 입었다.
동지님은 마음에 안 들어 한다.
(그날 새벽 동지님은 멋진 군용우의 하나 주셨다. 쌩~~~유)
부슬부슬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다 보니
우의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길은 정말 쉽지 않았다.
80도에 이르는 경사를 밧줄에 의지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에 의지하며 오른다.
어느 중년의 부부는 오르기를 포기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이슬님이 참 대단해 보인다.
밧줄에 의지하여 재미있는 산행을 하다 보니 정상에 이른다.
정상석이 보인다.
1200미터 “와 기록이다.”
허걱
아니다 1002미터다
360도 회전하는 정상석이 참 특이하다.
부슬비에 온산은 이미 신비주의 모드다.
구름아래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아래 세상은 미지의 세계이다.
신선의 땅에 있으니 근심 과 걱정도 없다.
사진도 찍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안전한 하산을 위하여 감독님이 갈 길을 재촉하신다.
조금 내려오다 보니
멋진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동지님의 권유로 쇼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아자님과 이슬님의 ‘가을동안’이라 작품이 나온 장소이다.
다음에 또 간다면 푯말 만들어 가야겠다.
“이 나무는 ‘가을동안’을 촬영했던 장소입니다.” 라고...
계속 하산을 하며 우리는 여유를 부린다.
“와 이 길을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하신길이니까 가지 올라오라면 못 와요!”
밧줄이 있어 군대 시절 유격하는 마음으로 밧줄에 의지해 달리기도 한다.
허허 재미있다.
뒤에서 동지님은 이런다.
“어느 동네 방위 출신이야!!”ㅋ
구름과 안개를 동행삼아 하산하는 길 이슬님은 음이온이 가득한 것 같다.
이게 건강을 챙기는 일이라면 행복해 하고.
동지님은 틈틈이 장난을 건다.
이슬님이 지나는 때를 맞춰 나무에 매달린 빗방울 열매를 떨어뜨린다.
꼭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나무에서 빗방울이 우뚜뚜뚝 떨어진다.
처음에는 “아이 차가워!!” 하시더니
나중에는 시원하다며 직접 나물을 흔들어 빗방울을 반기신다.
가을산은 먹꺼리도 있다.
난 처음 보지만 코리아바나나라는 ‘으름’도 맛보고
나무에 열린 ‘으름’ 따는 재미도 만끽한다.
또 감나무에는 감도 주렁주렁 열려있다.
일반인들이야 그림의 떡이겠지만.
날쌘 동지님은 나무에 올라 ‘감’을 따 준다.
말랑말랑한 연시 하나가 나에게 돌아온다.
후루룩 맛있다.
아자님은 어그적 어그적 맛나게 씹어 드신다.
평지가 보인다.
오늘은 왜 이리 하산한 것이 후회스러울까?
뒤로 보이는 구름을 허리띠 삼아 자리 잡고 있는 ‘구봉산’을
떠나기 싫었다.
조금 걸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트렁크 문을 우산 삼아 기본적인 옷을 갈아입고 부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늘은 라면 때문에 물이 조금 부족했다.
슈퍼에 들려 음료를 사고 못다 갈아입은 옷들도 갈아입었다.
저녁 식사에 대해 잠시 의논 후
‘6시 내 고향’이란 프로에 나온 안의면의 순대 집을 찾아 가기로 했다.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맛 집을 찾아 간다는 것!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다 여행의 맛을 높이기 위해 육십령재 길을 택했다.
안개가 가득하여 서행으로 운전했다.
국도다 보니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도착하여 순대와 국밥의 맛을 보았다.
“오 이 맛이야!!”
감독님은 함께 하지 못한 회원님들께 이 맛을 보여주고 싶으신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다.
자 이제 부산을 향해 출발이다.
피곤한 산행에 막걸리 한잔 하신 감독님
독도법 강의를 끝내시고 곤히 주무신다.
비도 제법 오고 인원도 적어 오늘은 집 앞 모셔다 드리기 서비스를 실천한다.
동지님과는 오늘 산행이 너무나 기분 좋아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 와 새벽 3시 까지 맥주 6캔을 비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즐거운 구봉산 산행을 이러했다.
첫댓글 ㅋㅋ 즐감하고 갑니다. 우리 총무님은 아마도 소설가로 나서야 될 듯.. 다시 한번 그날이 그립습니다. ^^
이번에는 산행갤러리에 글 많이 올려서 패스하려다 그날이 그리워서 후기 올렸습니다. 참 좋은 추억입니다. ^^
읽는시간도 많이 걸리는데...언제 이렇게 글을 쓰셨는지?? 참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이슬님 말씀대로 소설가로 등단해보시길 강추합니다....ㅎㅎㅎㅎㅎㅎ
너무 장문이죠 앞으로 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
요로코롬 바쁘게 움직이시는 설님 ~무게좀 나아진 것 있나요?ㅎㅎㅎ 2만원 어치 떡을 주워 담고는 1만원이라? 허 내참, 그럼 떡장수 우리아들은 뭐먹고 살라꼬~~~ㅎㅎㅎㅎㅎㅎㅎ 설님! 수고하셨고요, 재미있는 시간 만들어주어 고맙심더!
제 걱정입니다. 왜이리 다이어트가 불가능한지 ^^ 아무래도 근원은 술인것 같습니다. 늘 좋은 댓글 달아주시는 해월정 큰행님 감사합니다.
장문의 후기글 즐감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 우리는 있는 그대로가 제일 행복 하지요, 다음 산행때 뵙지요.
술이라...고민이구먼...술 끊는 날이 산행 끊나는 날이구만도..^^
늘 깊이 있는 말씀 감사합니다.
대장님 댓댓글을 어찌 달아야 할찌요 ^^;; 술이 없어도 우리 회원님들이 있어 산행은 쭉~~~ 물론 술도 조금씩 쭉~~~ ㅋㅋ 내일 만나 뵙겠습니다.
산행 후기글 잘 읽고 또 한번 구봉산을 즐산 했다는 느낌을 받네요? 우리 설님 못 하는게 없는 분이야................사랑함더^^
공개적으로 사랑함더 하시니 어찌 처신을 해야 할찌 .. ㅋㅋ ^^
더뎌 한자리 차지하셨네~! 추카!~ 추카~ (해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