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인수합병(M&A)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부회장은 14일 '두산인프라코어 상반기 기업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국내기업 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시점이 올 하반기 이후로 잠정 결정된 가운데, 이날 박 부회장의 공식 발언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사실상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유력 후보군은 두산그룹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포스코, 한진중공업, STX그룹 등이다.
◇박 부회장 인수 관심 발언 배경은 = 박 부회장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공식 발언한 배경은 잇단 M&A 성공에 따른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 달 30일 49억 달러에 세계 최대 소형 건설중장비업체인 봅캣을 인수했다.
두산의 봅캣 인수는 국내기업 사상 최대 규모 해외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산은 그동안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모두 10건의 M&A를 성공했다.
식품·음료 등 주로 소비재 기업이었던 두산이 10년도 안돼 글로벌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한 것은 바로 M&A 때문이다. 한국중공업 인수에 이어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와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등 굵직굵직한 M&A를 성공시켰다. 실패한 것은 단 한 차례, 대우건설 뿐이다.
이처럼 두산이 M&A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신속한 결정'과 '과감한 베팅'이었다. 지난 2005년 대우종합기계를 1조6880억원에 인수했을 때 업계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도 무리한 투자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수 2년 만에 주가를 3배나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그룹 차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M&A 전략을 세워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 부회장은 "인수 능력도 되지 않는데 관심이 있겠느냐.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M&A의 관건은 '베팅' = 15일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5만200원으로 '52주' 최고 주가였던 6만4000원과 비교하면 1만원 이상 내렸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낮은 주가가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회복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타이밍 적정 주가는 최대 6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 9조6000억대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5조∼6조원 가량의 '실탄'이 필요하다. 현재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5983만주(31.3%), 한국자산관리공사 3657만주(19.1%)를 보유하고 있어 50.4%에 해당하는 정부 지분만 사들이면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49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M&A를 추진해온 두산그룹이 이만한 자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박 부회장이 "인수 능력도 되지 않는데 관심이 있겠느냐"고 말했다지만, 실제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 하지만 M&A를 통해 그룹의 가치와 외형을 바꿔놓은 두산그룹의 저력을 믿고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특유의 전법인 '과감한 베팅'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