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의 위치
수련할 때 혀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두 갈래다.
하나는 혀끝을 입천장에 밀착시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숨을 뱉을 때는 혀끝을 아랫
니 쪽에 붙이고 들이쉴 때는 입천장에 붙이라는 것이다.
두 가지 가운데 어떤 쪽을 택하느냐 하는 것은 수련방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가령 토납법에선 호흡에 따라 혀끝을 위아래로 움직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이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호흡 관련 교과서에선 혀끝을 입천장에 붙이라고 가르치
고 있다.
혀의 위치에 대한 이런 지침은 혀가 수련에서 차지하는 세 가지 기능과 연관된다.
첫째의 기능은 잡념을 배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수련할 때 잡념을 없애기 위해
서는 여러 방도가 강구된다. 의식을 호흡에 맞춘다던가 신체의 어떤 부분에 의식을 집중시
키는 것 등은 그 한 가닥이다.
여기에 혀끝을 호흡에 맞추어 위아래로 움직인다던가 혀끝을 고착시키는 데 의식을 집중
하면 잡념을 배제할 수 있다. 혀끝에 대한 의식의 집중은 이른바 입정에 더욱 쉽게 들어갈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둘째는 침의 분비가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혀끝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경우 또는 혀끝을
입천장에 붙이는 경우 침이 풍부하게 샘솟는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선도에
선 이런 침의 분비를 매우 중요시한다. 침을 일컬어 금진옥액이라고 할 정도다. 이때의 침은
달콤한 맛이 날수록 건강과 수련의 진도가 보장되는 법이다.
셋째는 이른바 소주천과 혀의 작용이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이다. 소주천이란 기의
흐름이 몸의 등줄기인 독맥과 앞줄기인 임맥을 순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임맥과 독맥
의 연결고리를 이루는 것이 다름 아닌 혀, 다시 말해서 혀끝을 입천장에 붙임으로써 입천장
쪽에서 끝나는 독맥이 임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옛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천교 또는 작교라고 했다. 천교란 하늘 기운을 잇는 다리라는
뜻이고, 작교란 칠석의 오작교 고사를 인용한 말이다.
혀로 하늘 기운을 연결하는 비전의 방법은 혀끝으로 입천장을 위아래로 살짝 자극하여 생
기는 민감한 반응점에 혀끝을 밀착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화후
수련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른바 '화후'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화후의 사전적인 의미엔
세 가지 풀이가 있다.
첫째는 불의 심지를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약을 제련하는 것이고, 셋째
는 학문과 수양을 쌓는 것이 그것이다.
화후의 세 가지 뜻은 넓은 의미로 수련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 말한다면 화후의 참뜻은 단약을 제련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선인들은 단약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외단과 내단이 그것이다. 외단이란 이른바
불로장생의 약을 몸밖에서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내단이란 그것을 몸 안에
서 찾는 것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내단술에서 말하는 단약은 몸 안의 내기를 지칭하는 것이다. 단약을 제련
하기 위해선 불과 바람이 중요하다고 강조된다.
수련할 때의 '불'은 의식 또는 의념을 말하는 것이고, 바람은 호흡을 뜻한다. 불과 바람
의 관계는 외단술에서 단약 제련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렇기 때문에 옛 선
인들은 단약을 만드는 용광로의 풀무질을 비법 중의 비법으로 숨겼다.
이 점은 내단술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다. 내단술에선 사람 몸을 용광로로 보고, 거기에
의식(불)과 호흡(바람)으로 풀무질을 하여 단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불을 얼마나 강하게 또는 약하게 지피고, 바람을 그에 맞추어 어떻게 불어넣느냐를
가름하는 것이 다름아닌 화후의 방법이다.
이것은 의식 또는 의념과 호흡을 어떻게 배합하고 조종하느냐에 따라 선도수련의 진경이
판가름난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도 남는다.
옛 글에 보면, "성인전약불전화"라고 했다. 풀이하면, 성인같이 훌륭한 도인도 '약'은 전할
지언정 '화'는 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약'은 수련방법 또는 경전을 말하는 것이고, '화'는 화후를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성인들은 경전과 수련방법은 가르쳐 주지만 비법 중의 비법인 화후의 방법은
숨겼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옛이야기일 뿐이다. 이제는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서 비법의 베
일이 벗겨지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바른 마음으로 바른 수련을 배운다면 누구든지 화후의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
는다.
천목
수련이 진척을 이루면 이른바 '천목'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천목이란 영안을 뜻하는 것
인데, 흔히 제3의 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육신의 두 눈 이외에 뇌 속에 또 하나
의 눈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천목의 실재 여부는 현대과학의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뇌 속에 있는
송과체의 앞부분이 눈의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여기에 어떤 자극을 주면 물체
를 투시할 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다는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송과체에 어떤 자극을 주는 방법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로 모색되어 왔다. 가령 티베트 불
교에서는 천목을 개안하는 방법으로 이마의 천목혈에 특수금속으로 제조된 아주 가늘고 날
카로운 장침을 꽃아 송과체를 자극했다.
달라이 라마의 영안도 이렇게 해서 개안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큰 스승이 아니고는 할 수 없다.
우리 나라의 전통선도에선 티베트 불교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법을 모색해 왔다. 천목
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열리는 것이 아니라 선천 기, 즉 하늘 기운에 의해 열리는 것이라
고 보았다.
선천의 기와 대칭되는 개념은 후천의 기인데, 호흡함으로써 얻어지는 기운을 뜻하는 것이
다. 이것은 천목이란 후천의 기만으로는 결코 열릴 수 없으며, 선천의 기를 운용할 줄 알 때
비로소 열리게 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비록 선천의 기를 운용할 줄 알더라도 정작 천목을 스스로 힘으로 연다는 것은 여간 어려
운 일이 아니다. 우선 천목혈의 위치뿐만 아니라 송과체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명확한 개념
파악이 선결 과제다. 여기에 더하여 심성과 덕성을 갖추는 것이 절대적인 조건이다.
물론 천목의 개혈은 이른바 명사의 지도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명사란 달마
조사와 그 후계자를 포괄하는 고승을 지칭한다.
달마조사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고 해서 직접 손으로 사람의 천심, 즉 천목을 열어 깨
달음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비법을 전한 바 있다.
천목은 어떤 경우든 간에 수련자의 욕심대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 욕심이 클수록 앞이 캄
캄할 뿐이다. 무욕으로 이타와 홍익할 때 비로소 길이 열린다.
황정
뇌 속에 있는 이른바 송과체를 전통선도에선 '황정'이라고 불렀다. '황정'에서 '황'은 가
운데 자리의 노른자위 색, 즉 황색을 뜻하고, '정'은 사방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머릿골 한가운
데의 가장 귀한 존재라는 의미이다.
옛 선인들은 선도수련에서 반드시 공부해야 할 책으로 (황정경)을 손꼽았다. '황정경'을
모르고는 이른바 상승의 경지에 오를 수 없다고 했다. '황정경'은 '비문' 또는 '금서'라고 여
길 정도였다.
(황정외경경) 첫머리에 보면, "상유황정 하관원"이란 말이 나온다. 글자대로 풀이하면 "위
에 황정이 있고 아래에 관원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황정'은 머릿골 속의 중심을 말하는
것이고, '관원'은 하단전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황정과 하단전이 선도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는 '황정'이 곧 '상단전'이고 진단전이라고 쓰여 있는 선도의 비서도 있다.
여기서 '진단전'은 바로 가짜 단전의 존재를 일컫는다. 진짜 단전을 모르고는 천목, 즉 '
제3의 눈'이나 '개오', 즉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선도에선 머릿골 수련을 포괄적으로 '구궁수련'이라고도 부른다. '구궁'이란 구중궁
궐처럼 깊숙하고 오묘한 곳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서는 머리의 내부구조가 9개의 궁으로 이
루어졌다는 선인들의 인식을 드러낸다.
구궁의 구체적 풀이를 보자.
'현관'이라고 일컬어지는 입구는 '현묘'에 이르는 관규의 준말이다. 현관의 위치는 두 눈
썹 사이이다. 이곳에서 한치 들어간 곳을 명당궁이라고 부르며, 두치 들어간 곳을 동방궁, 세치
들어간 곳을 단전궁이라고 부른다. 네치 들어간 곳은 유주궁, 다섯치 들어간 곳은 옥제궁이
다.
명당궁 위의 한치 자리를 천정궁, 동방궁 위 한치를 극진궁, 단전궁 위의 한치 위치를 현
단궁, 유주궁 위의 한치는 태황궁이다. 여기서 단전궁의 위치는 바로 머리 정수리의 백회와
현관을 잇는 한가운데로 이곳을 중심으로 해 '구궁'을 명확하게 아는 것만이 수련의 지름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