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강화나들길과 함께 했다. 강화도에서 우리들은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혹한기 훈련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한파경보로 꽁꽁 얼었던 한 주가 주말에 쬐끔 나아진다해도 이번 주중이 지나서야 예전 기온을 회복하리라던 뉴스..
점심시간에 밝혀진.. 전날 저녁부터 집을 나서기까지 “제정신 아닌” 소리를 들으면서 강화로 집결한 무리들.
그리고 점심 장소는 무명의 묘지 바로 옆...
분명히 심상치 않은 무리들이다.ㅋ ㅋ ㅋ
백석에서 7시 20분 차를 놓치고 망연자실...96번을 기다리던 나는. 왜 그 버스를 놓쳤을까 30분동안 분석. 예전에 6시 45분 차를 놓치고 놀라서 수명산님, 수리산님께 전화를 했던 때와는 또 달랐다. 그리고 그분들이 어찌 해줄수도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긴 고양시고, 난 독립투사처럼 움직여야 한다. 길동무카페에 -머르메가는길-에서 화수분님이 단 댓글에 꼬리를 달았다. -차 놓쳤고 다음차를 타고 가겠다고!-
추우니 모두 2개씩 옷을 껴입었다. 양말도. 다 갖췄는데 어젯밤 분명 찾아서 잘 놨던 발가락양말이 궁금했다. 양말쪽도 두 번 보고 넣어놨었던 배낭도 두 번째는 다 빼면서 봤다. 나오기 직전에야 양말을 찾았다. 모자와 장갑 쪽에 있었다. 거실 불을 안켜고 있었더니 눈이 못미쳤다. 잠깐 고민하다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안 좋은게 걸려 굳이 두 개의 양말을 벗고 발가락양말 다시 신고. 나서자니 10분 이상이 보통 때보다 지체된 거다. 차를 놓친 원흉. 단절된 기억력.. 더 간들 대화쪽에 있는 97이나 33도 이미 회차하는 시간이다. 망부석처럼 96을 기다림, 숫자 비슷한 95는 많이도 오고. 56번은 차 떠날때서야 개화검문소란 글자를 보았다. 3000번이 송정역 - 개화검문소- 고촌. 인데. 으앙으앙, 저런 차도 있었구나.
96타고 고촌에서 내려 뛰어가 김밥부터 샀다. 터미널에선 시간 없을테니. 아줌마가 따라나온다. “1000원 더 주셨어요.”
3000번. 그쪽에선 내 상황을 알고 있겠지? 나중에 수명산님께 여쭈니 그땐 모르셨단다.
3000번 차안에서 가장 많이 한 말.
“날아라. 날아라. 날아가라. 날아가자. 날자.”
머피의 법칙. 신호등은 참으로 많이도 걸리지, 김포대까지 참으로 느리게도 가지. 앓아 눕게 생겼다.
8:45 소그미님의 전화가 왔다.
8:50 수명산님께 전화드린다.
“제가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그냥 가세요. 전 차편 어찌든 알아보고 따라갈게요. 수정산에서라도 만날 수 있게 갈게요.”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돌아갈 맘도 없다. 그러나 갈 길도 정말 막막하다.
어찌든 난 길동무들 뒤를 어떻게든 따라 갈테고 어디서 만나든 걷기가 끝나기 전에 만날 것이다. 비장해지기까지.
수명산님 전화
“어디쯤인가?”
“강화병원요.”
“그럼 가능할게야.”
터미널로 3000번 들어서고 가장 먼저 내렸다. 눈으로 입으로 몇 번이고 되뇌였던 5번 승차장-70번을 향해 뛰었다. 휴~~올라서니 몹시도 그리웠던 얼굴들, 얼굴들..길동무들..
“죄송합니다.”
박수소리.... 후~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론....'
자리에 앉아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8:58 후아후아~ 심장이 뛰고 있다.
잠시 후 9시. 문이 닫히고 다시 열리고 감꽃님이 탔다. 나도 박수. 모두 박수. 완전체가 되어 버스 출~~발~~!
머르메로 가는 버스 안에서 행복했다. 개시미벌 직선 도로를 걸을때도, 난정저수지 위에서도, 수정산을 오를 때도, 무덤 옆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식사 때도, 죽산포를 걸을 때도, 행복한 꿈 속 같았다. 나홀로 소나무처럼 혼자서 허겁지겁 이 길을 쫓아오지 않고, 이들과 시종일관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날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허리가 아프셔서 이 길을 그리워하며 기다렸을 느티나무님도 감사할 따름이다. 돗자리를 큰 걸로 펴서 우리 여성 동지를 위해 깔아 주시고 본인은 쪽방처럼 작은 깔개에 의지해서 처음엔 위태하기까지 했던 자리에서 식사를 하셨던 느티나무님.
아직도 이해되지는 않지만 수명산님이 좋아하신다는 걸그룹 공연. ‘눈꽃송이’를 갑자기 불렀다. 구절이 군데군데, 엉뚱하게 부르기도 해서 [쟁반노래방] 이였다면 엄청 쟁반을 맞았을 공연인데도 좋아해 주셨다. 남성팀도 ‘요걸 몰랐지’를 수리산님 주도하에 하셨는데, 짧지만 듣고보자니 재미졌다.
죽산포- 바다, 바다는 늘 좋다. 썰물보다는 밀물이 더 좋다. 마침 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갯벌은 추운 날씨로 단단해져, 처음 느끼는 좋은 촉감을 느끼며 걸었다.
갑자기 둑방으로 올라설때, 민첩한 소그미님이 먼저 올라가서 올라오는 이들을 손 내밀어 주셨다. 내민 손을 잡고 믿고 올라서면서도 찰나의 순간 ‘혹시 내 몸무게에 내가 잡아 당긴 꼴이 되어 떨어지게 하면 어쩌나?’ㅋ ㅋ
모두 무사히 둑방위로 올라섰다.
“오빠, 오빠” 를 외치는 수명산님 때매 크게 웃고. 껄껄껄.
대룡시장안을 지난주에 이어 다시 들어가 이번엔 자세히 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수명산님 쫄쫄 따라 다니다 버스정류장에 오니 유리창 안으로 길동무들이 옹기종기 앉아 간식을 먹는다. 뒤어어 꽈배기와 뻥튀기가 감꽃 산들. 등등 공급해 준다. 히야~ 이건 비좁은 사랑방이 아닐 수 없다.
70번은 3시50분 정확히 도착했다. 우리들은 강화터미널에서 3000번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그랬듯이 나는 혼자 고촌에서 내렸다. 여기서 이야긴 끝나야 한다.
그런데 내려서 보니 버스안내 전광판에 96번이 26분후에 온다고 불빛이 얄밉게 빛난다. 저놈의 버스가? 내리기 전에 앱을 볼걸. 그랬다면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다른 선택을 했을텐데. 5시 반을 넘어서니 날씨는 다시 추워져... 노선표를 살폈다. 아침에 보았던 56을 타자. 개화검문소에서 그 차가 나를 백석으로 데려다 줄테고. 여기서 20분 넘게 추위에 기다리느니 개척하자! 아자! 22번 버스는 개화검문소에서 내리기까지 개화역을 돌기까지 했다. 건너 정류장은 보이나 횡단보도를 3개나 건너야하는 디귿자형..
앗, 눈에 익은 버스도 보인다. 85번. 거의 우리집 앞에 서는 버슨데. 건너기전 건넌 후 85번 버스는 갔으니 다음에 타보기로 하고... 오늘은 56번. 56번 한 정거장은 길었다. 백석 전에 대곡에 선다는 방송을 듣고는 거기서 내리기로 했다. 한 정거장이라도 일찍 내리기. 백석은 물론 대부분 정거장은 바로 앞을 건너기만 하면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대곡을 많이 지나다니긴 했지만 한 번도 버스로는 내려 본적이 없어서.. 내렸는데 눈앞에 다른쪽 횡단보도만 있어 당황했다. 함께 내린 분에게 갈 길을 물으니, 일단 이 횡단보도를 건너 저만치 보이는 지하보도를 내려가 일산방향 출구로 나간 후 위로 올라가면 횡단보도가 있단다. 이건 뭔가요? 지하보도는 으스스하다. 밖으로 나오니 고가도로 위에서는 이미 어둠이 교차하고 있다. 능곡쪽, 불빛들, 멀리 서울외곽순환도로도 보인다. 잘 아는 것 같았던 지나치기만 했던 이곳이 참 낯설다. 길 잃을일 없는 곳인데도... 횡단보도를 건너니 반가운 차 번호들. 그러나 입석만 서느라 좌석들은 씽씽 지나간다. 나의 버스를 탄다. 5개의 버스를 타고서야 난 집에 도착한다.
시간도 꽤 걸렸다.
난 왜 아직도 강화 가고 오는 길을 각개전투하고 있는 걸까?
개척도 하고 본의 아닌 특공대도 하면서...
첫댓글 숙제내는 순간 어느새 숙제를 하셨네 역시 최고의 길동무 모임입니다. 우선 글을 읽어야 되겠군요. 감사합니다^^*
감사요^^
이번 1코스 보충 다녀와서는 자발적으로 숙제 하겠습니다!♥!
자율학습도 숙제?...ㅎㅎ 에그 저도 해야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약간 찔리는데;;;;
소그미님이 1코스 함께 가주신다고 했을때 공약했으니까요 ㅋ
걸그룹 공연은 2기 길동무 4코스 건평나루 금강산 노래비 앞에서 성가대 활동중인 산과들 님의 시작으로 6코스 옹달샘에서 누군가가 부르기 시작한 동요로부터 시작되엤는데 영상을 편집해 보니 인터뷰도 없는 걷기만 반복되는 영상을 보다 훨씬 보기좋아 가끔씩 집어넣고 있습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괜찮은 듯합니다^^*
강화나들길 10코스 토란 합류 특공대 작전!
조마조마한 긴장감이 지금도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화수분님 준비와 작전도 만만치 않던데요**
강화나들길 끝나기전에 이 길들을 우리들은 분명 마스터 하리라 믿어요!!!
오고 가시는 길이 참 만만치 않네요. ㅎㅎ 저도 96번을 고려 했었기 때문에 조금 이해가 갑니다만...고촌에서 막을 내렸어야 하는데, 그 이후로 거의 후반전이 있었네요. 암튼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루 온종일 밖을 쏘다니시느라..(아마 가족분들 표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먼곳에서들 일찍부터 오시는데--전 좀 더 강화와 가깝다고 늑장;;;+2학년 익사이팅;;;;
이번주부턴 3학년 하려고요!^^
그런데 85번 도전도 해보고요**
저는 한번 언젠가 - 당장은 아니지만 - 96번 타고 일찍 가보는 방향으로 할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점차로 동지 이후로 달포가 지나는 시점이라 아침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공대 작전을 방불케하는 강화 나들길!!!
특히 교동도 길은 기억에 길이길이 남겠네요
그러나 최선을 다했는데도~~~
합류 못해도 걱정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9코스 때 40분 정도 먼저 월선포선착장 도착해보니
낙오자가 있어도 픽업을 못 하겠더라고요
2기 때 승용차로 남편 출근 시키고 후발대로 오던 **님이 눈발을 헤치고 오다가 길을 잘못 들어 40분 기다렸답니다
수명산 선생님 그리 빡세지 못한답니다
안타까운 맘으로 기다리지 조금 늦게 가면 어떻습니까
너무 겁먹지 마세요 숨넘어 가겠네요 제가 있잖아요^^!
[제가 있잖아요]----감꽃님~~이 말 멋져요^^쌩유 베리 감사~~~이토록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니요*♥*
강화길 나섬에 모두들 새벽전쟁을 치르고 오시는군요..
특히 지난주는 최강 한파인데도 불구하고~~함께 걸으며 대단한 분들이시다 라고 느꼈네요..^^
후반부 지점에서의 걸그룹 공연은 정말! 서프라이즈~~^^
다음 길위에서 또 뵙길 바라며 그때 제가 못알아 보더라두 이해바랍니다.
모두들 완전무장을 하고 오셔서 누군지 기억이 전혀 안나서요..^-^;;
제가 알아봅니다
다소곳하고 뭔가 내공이 보이고 살점이 떨어질 것 같은 손 시림에 패딩 장갑에 손을 묻고 있는데 샘께선 연신 사진을 남기셨습니다 구경 좀 하게 올려주세요 트리밍 없이 ~~~**
수명산 선생님 후기글 부담 갖지 말고요 그냥 해본 소리랍니다 (내 맘대로 해석)
완전무장이라 ㅋㅋ 사진보면서도 가깝지 않은건 나도 내가 누군지 헷갈리더라구요.
만나면 또 인사할게요 -토란입니다!-
차 타는 것이 전쟁이네요. 힘들게 강화에 도착해서 17.2 Km 걷고 녹초가 되어 또 귀가 교통전쟁을 치루네요. 강화나들길 이놈! 연약한 소녀시대를 위해 네가 대신 움직이면 안되겠니? ㅋㅋ
고대부터 검암역으로 이어진 루트로 --강화가는길을 완전 터득하신 절문님★ 저도 3가지 정도의 루트로 마저 길 뚫어보려고요** 송정이나 검암은 제겐 돌아가는 길이라...어찌든 강화가는 길을 이번 기회에 많이 알게 되네요^^
그래서 강화가 짧게 다녀오는 것은 약간 찝찝한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화 누리길은 1,2,3 코스 퉁쳐서 50킬로로 한번에 달릴까도 생각 중입니다..
약간 찝찝은 이제 조금 공감은 하나~아무리 퉁친다해도 50킬로 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