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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 |
수록 작품수 | ||||
책이름 |
발간년도 |
출판사 |
신작 |
재수록 |
계 |
구슬비 |
1983 |
교육개발공사 |
95 |
․ |
95 |
새벽숲 멧새소리 |
1984 |
아동문예사 |
56 |
23 |
79 |
무지개 꿈밭 |
1987 |
아동문예사 |
85 |
11 |
96 |
꽃숲속 오두막집 |
1987 |
카톨릭출판사 |
․ |
23 |
23 |
조각달처럼 |
1990 |
아동문예사 |
․ |
25 |
25 |
가을호숫길 |
1990 |
아동문예사 |
70 |
6 |
76 |
계 |
306 |
|
394 |
권오순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한 짧은 논고들이 있다. 더 재론할 것 없이 이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면서 권오순 시인의 작품 세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Ⅱ. 권오순의 동시 세계
1. 운율을 살린 아름다운 시어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이 시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음악 교과서에 실려서 음악시간에는 즐겨 부르는 노래로 국어 시간에는 즐겨 암송하는 시로 활용되고 있어 초등학교 아이들부터 전 국민들이 즐겨 부르는 국민 동요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카톨릭소년 1937년 5월호에 실리게 된 이 시로 한참 뒤인 1976년에 권오순 시인은 제4회 새싹문학상을 받으셨다.
시인은 백운 천주교회 옆에서 살 때 앞뜰에 싸리나무를 심어 놓고 고향 그리움과 구슬비를 쓰던 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녀같은 모습으로 고향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또 글모음집에서는 ‘구슬비는 내 생명의 구슬’이라고 하며 고향집 마당에 날아든 씨앗이 싹터 자라고 보슬비 오는 날 구슬을 잔뜩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시를 썼다고 하였다. 만주 용정에서 발행되던 『카톨릭소년』지에 실려 찾아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다고 하면서 암울하던 시대에 우리말 우리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다 해방이 되었지만 자유도 없는 생지옥에서 살았다. <구슬비>가 서울에서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소식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남으로 넘어 올 수 있었다고 하면서 생명을 유지해 준 <구슬비>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러한 이 <구슬비>는 모국어의 특색을 풍부한 형용사에 두고 의태(擬態), 의성(擬聲)의 흉내말에 두고 있으며 모국어의 가장 두드러진 자랑인 흉내말을 써서 가장 성공한 시로 평을 받고 있다. ‘송알송알’, ‘조롱조롱’, ‘대롱대롱’ 등 빗방울이 맺혀 있는 모습을 표현해내는 시어들이 리듬감을 가지며 싸리잎, 거미줄, 풀잎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맺혀 있음을 보는 듯하다. 우리말을 마음놓고 배우지 못하고 자라던 그 시절의 설움이 크기 때문에 더욱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려 쓰려고 애를 썼는지도 모른다.
보리 냄새
청솔 향내
찔레꽃 내음
싱그러운
아침이
기지개 켜면
또롱또롱
눈 뜨는
맑은 이슬들
<산속 오두막 (3)> 일부
새날의
꿈을 부르는
딩동 댕 소리
은빛 나래
파닥이며
숲에서 숲으로
포로롬한 싸아한
빛씨알
물어 나르는 소리
<새벽숲 멧새소리> 일부
이러한 시의 시어들을 살펴볼 때 권오순 시인의 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살려 쓰려고 했던 시인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는 시인의 시어 조율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보다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음을 보아야 한다.
그의 동요시집 『무지개 꿈밭』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의 시는 대체로 7․5조의 운율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일정한 형태를 갖춘 동요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동시인 듯하면서도 동시가 아니고, 동요인 듯하면서도 동요가 아닌 그러한 형태를 지닌 시도 많이 있다.’는 강현호의 말처럼 동요적인 기본 운율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꼭 동요라고 집어 말할 수 있는 시가 그리 많지 않음을 볼 수 있으나 운율을 살려 써서 어린이들이 쉽게 익히는 시를 쓰고자 하던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2. 망향, 그리고 통일 염원
아름다운 시어와 운율을 살려 쓴 시들도 결국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고향 산천을 그리고 형제들을 그리는 마음으로 맺는다.
이산의 아픔과 고향 그리움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시어를 사용하여 순진 무구한 동심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는 권오순 시인의 시는 작품의 창작 배경이 일제 치하, 해방, 6․25 등 민족적 혼란기를 겪고, 재속 수녀회에 적을 두는 신앙 생활과 백운에서의 생활로 마음의 안정기를 맞으며 발표된 작품 속에서 뚜렷한 경향을 보이기보다는 평생을 고향과 가족을 그리며 통일이 되길 염원하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소르르 단잠 들 때
이불깃 토닥토닥
슬픈 꿈 수렁에선
살포시 이끄시는
그 손길
보듬어 깨면
꽃내처럼 포르르…
<하늘 엄마 사랑> 일부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엄마! 꿈속에서도 나를 다독여 주던 손길이 깨어나면 항상 맡고 싶었던 꽃내처럼 아쉽게 포르르 달아나버리는 허망함과 아쉬움이 있다.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많은 시 속에서 아쉬움과 그리움을 절절하게 담아 나타내고 있다.
하얀 송이송이
어디로 가니?
내 고향 돌배꽃
닮은 구름아
고향집 돌담 곁에
피던 꽃구름
하얀 꽃잎 하나
실어다 주렴
고향내음 꽃내음
실린 꽃잎엔
어머니 숨결도
묻어 올텐데…
<돌배꽃 구름> 전부
봄이면 온 산을 수놓던 진달래와 철쭉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밭머리 돌담 곁에 서너 그루 서 있던 아름드리 돌배꽃이 무더기로 피어 하늘을 뒤덮던 고향 을 그리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눈물겨워 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고향의 들과 나무와 풀 한 포기라도 그 아름다움을 떠올려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혼자 고향을 떠나와 전쟁의 흔적들을 닦아내려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눈물도 마르고, 견디어 살아야 한다는 의지만 남아 냉철하고 이지적인 시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움은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그래도 숨통이 트여 가는 것 같은 기미라도 보이지만 절망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향은 절망과통하는 것이다. 망향 자체가 절망이다. 더구나 품을 떠나온 어머니를 만날 수 없는데 세월은 자꾸 흘러가버려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절절해진다.
봄마다 생각나는
어머니와 풀각시
하얀 수수깡에
빨간 댕기 곱게 늘인
달래풀각시
노랑저고리
연분홍치마
엄마의 솜씨는 곱기도 하지
온 세상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던
그 기쁨 그 고마움
아직 못잊어
뜨거워진 눈시울
하늘을 보면
구름은 북녘으로
흘러갑니다.
이 봄도 각시풀은
푸르러지고
연분홍 철쭉꽃 다름없는데
고향도 어머니도
아득한 구름 밖
봄마다 눈물 젖는
그리움의 풀각시
<풀각시> 전부
‘구름은 북녘으로 흘러갑니다’ 자유롭게 북녘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자신과의 거리가 점점 아득해짐을 느끼는 시인의 절망은 시인 자신의 상처만이 아니다.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모든 이들과 조국의 분단을 아파하는 국민들의 상처가 되었다. 해마다 오는 봄이면 풀각시를 만들며 어머니를 그리고 고향을 그리고 조국의 통일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쓰게 되었다.
시인의 어머니는 때로는 들국화를 말려 넣어 만든 꽃베개 속에 향내 서린 자장가를 넣어 잠들도록 해주셨다. 이런 어머니의 사랑은 동요, 동시를 짓는 시인이 되고 싶은 꿈으로 자랐다.
그 꿈은 시대적인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절망같은 망향의 한을 품고 살아오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해주 고향 마을의 바다와 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언어로 통일을 염원하는 시를 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칡덤불 우거진 숲
휴전선 팻말 위에
오두마니 혼자 앉은
하얀 비둘기
-어머니 안녕히만 계셔요-
순이와 꼬옥 걸은 손가락…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도
이룰 수 없는 약속!
순이와 돌이와
어머니와 아버지
목메인 울음이
철조망 구멍마다 맺힌
노을 비낀 이슬이
하얀 깃 적시는데
누구를 기다리니?
누구를 그리워 하니?
비둘기야 비둘기야.
<휴전선 비둘기> 전부
칡덤불 우거진 숲, 휴전선 팻말 위에 앉아 있는 비둘기의 모습은 시인 자신의 모습이다. 누구를 기다리느냐고 묻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내게 물어주면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통일 전망대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고 싶은 시인은 빨리 통일이 되어 민족의 아픔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을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민족의 고통을 시로 나타내면서도 강하게 부르짖거나 열띤 어조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아름다움을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써서 감동을 주고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3.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움을 달랜 세월
한 점 티 없는 가을 하늘
아!
하늘만 우러러 살아 가도
가슴 뿌듯 차 오르는
삶의 기쁨
<하늘이여>의 일부
권오순 시인의 글모음집 『조각달처럼』에는 기도시와 망향시가 나뉘어서 실려 있다. 신앙심으로 고통의 나날을 달래며 살아가던 시인의 기도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시들이다. 글이 좋아 남으로 내려 왔지만 일제의 해방과 전쟁기를 거치면서 민족의 역사는 참으로 참담한 시절의 한 부분이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들게 살았지만 불편한 몸으로 남으로 내려와 의지할 곳 없이 혼자의 힘으로 살아야 했던 시절에는 문학에의 꿈은 그대로 간직한 채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마음으로 의지하는 곳이 있었다. 하늘만 우러러 살아도 가슴 뿌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
해와 달, 자구와 바다
이 온 우주를 만드신 분이
가지가지 예쁜 빛깔과 고운 향기로
요, 작은 꽃들까지 어떻게 만드셨을까요?
우주보다 더 크신 손으로
고, 작은 풀꽃씨를 어떻게 만드셨을까요?
그 뜨거운 불꽃숲 해를 빚으신 손이
새하얀 눈송이도 빚으시구요
은가루처럼 고운 모래알도
구슬같은 조약돌도 빚으시다니요.
<우주보다 더 크신> 일부
시인이 의지했던 분은 우주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었다. 아파트는 늘어가도 그림의 떡이었고, 집세는 점점 올라 갈 곳이 없었던 실향민의 서러움을 안고 서울을 떠나 깊은 산골로 내려 가 살았다. 산골까지 찾아든 물가고와 냉혹한 도시화의 바람에 시달리며 제발 그만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며 매달리기도 했고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그 분의 말씀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시인은 온 우주를 만드신 분이 여러 가지 빛깔과 향기를 만들고 작은 꽃까지 만들었고 뜨겁고 밝은 해를 만들고 차갑고 하얀 눈을 만드는 섬세함을 지닌 분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믿고 의지할 분임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은혜로움에 감사하기 위해 그는 삼백 예순 다섯 날 붉게 타오르는 촛불이 되어 찬미와 감사와 온 세상을 밝히고 싶음을 노래하고 있다.
아 이 은혜로움!
이 큰 고마움
어떻게, 무엇으로
갚아 드릴 수 있을까요
삼백 예순 다섯 날
샛붉게 타오르는 촛불 되고 싶어요.
찬미와 감사로
불사르고 싶어요.
온 세상을 꽃초롱으로
밝히고 싶어요.
<샐비어의 기도> 일부
오랜 신앙 생활에서 빚어진 감성으로 창조주의 신비한 손길을 찾아내고 시로 노래하고 있다. 자연 속에 묻혀 살면서 그와 어우러지는 믿음과 사랑과 평화의 시를 썼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오묘함을 하느님의 신비한 능력으로 알고 감탄하며 기도하는 시를 썼다.
아침 이슬
따다
묵주 만들어
이슬 같은
기도
바치고 싶네
이슬처럼
살다
이슬처럼 져
천국 잔디길에
이슬
한 알 되고 싶네
<이슬처럼> 전부
하느님의 능력에 감탄하며 믿고 의지하려는 마음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은혜를 영광스럽게 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여 바치는 시를 썼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처음 만나는 맑고 깨끗한 이슬처럼 살아가다가 천국의 잔디길에서도 잠시 반짝이는 이슬이 되고 싶은 겸손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돈독한 신앙심은 헌신과 겸손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데 있다. 자신에게 내려진 아름다운 축복도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고 찬미하는 기도를 바치며 살았던 시인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Ⅲ. 닫는 글
권오순 시인의 시에 나타나는 시어와 이미지가 한정적이라는 흠을 잡아내기도 하였지만 나이가 들어서 고향을 그리는 소녀가 아닌 할머니임을 알던 때에도 자연을 보고 노래하는 어린이다운 천진하고 순결한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시로 써 내려갔다.
시인은 언제 뵈어도 꼿꼿한 자존심을 지닌 도도한 할머니이면서도 감성은 <구슬비>를 쓰시던 해주의 어린 시절을 그 아이 그대로였다. 곁에 있으면 누구나 동화가 되어 어린이같은 해맑은 웃음과 투명한 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던 시인이었다.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시인은 늘 고향 그리움에 젖어 통일의 그날만을 기다리다 1995년 7월 사랑하던 구슬비가 내리던 날, 우리 곁을 떠나 하늘 나라 꿈에 그리던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가셨다. 믿고 의지했던 하느님 계신 곳으로 떠나셨다.
떠나실 때까지 숲에서 새벽 멧새소리를 듣고 ‘첫 봄비’, ‘초록빛 여름’, ‘색동 가을’, ‘하얀 겨울’ 등 사계절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름다운 시어로 빚은 시를 쓰셨다.
권오순 시인이 빚은 시어들은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특유의 언어였다. 다시 누가 그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려 자연을 노래할 수 있을까? ‘햇살 빛깔 꿈망울’, ‘하얀꿈 뜨락’, ‘햇살의 꿈열매’, ‘하얀 꿈꽃씨알’ 등 이런 시어들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나같이 맑고 티 없는 동심을 드러낸 권오순 시인의 시들을 살펴보면서 시인의 시세계를 짧은 지식과 소견으로 지면에 올리게 되어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권오순 시인을 사랑하는 분들의 말씀을 빌려 어줍은 자료를 올리게 되어 제대로 밝히지 못함이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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