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목초지에 부는 바람은 여름의 더위를 시켜줄 뿐 아니라 가릴 것 없이 펼쳐진 풍경으로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줄 터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최고를 꼽자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곳이 횡계에 위치한 대관령 양떼목장과 삼양목장이었다. 어떤 하나를 고를 수 없으니 당연 두 곳 모두를 다녀올 수밖에. 룰루랄라 횡계로 향하는 길엔 벌써부터 상쾌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싶었다.
아침의 양떼목장은 한산했다. 주말에 찾으면, 하다못해 오후에라도 오면 언제나 방문객들로 바글거리던 그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없는 언덕의 산책길을 걷는다는 것은 구름 위를 거닐며 하계를 내려다보는 선인의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주변은 온통 푸른빛이 충만했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그 아래 몽글몽글 떼어놓은 달콤한 솜사탕 마냥 하얀 양들이 풀을 뜯으며 아침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갓 풀어 놓은 것인지 열심히 입을 놀리고, 풀밭을 거니는 것이 양떼목장을 찾을 때마다 게으르게 보일만큼 옹송그리고 앉아 있던 양들 같지가 않았다.
양떼목장의 가장 높은 곳에 놓인 움막집 근처에 이르자 바람이 한결 강해졌다. 겨울에 오면 살이 에일 듯 아프건만 더운 날씨에 맞는 바람은 18도로 맞춰놓고 강하게 켜놓은 에어컨만큼이나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갖게 했다. 움막집 아래로 펼쳐진 굼실거리는 산등성이들을 향해 두 팔 벌리고 한껏 만끽했다. 천상에서부터 하계로 불어오는 바람은 이곳에 있었다.
양떼목장에서 내려와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었다. 횡계하면 떠오르는 것은 황태와 한우였지만 더운 날씨에 뜨듯한 황태는 그다지 먹고 싶지 않았고, 점심부터 고기 냄새를 풍기며 한우를 먹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더울 때 시원한 육수가 있는 막국수가 제일이지 싶었다.
양떼목장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삼양목장으로 향했다. 삼양목장은 양떼목장에서 차로 50분 정도 소요되는 곳이다. 예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두 군데를 둘러보려는데 시내버스로는 불가능해 택시를 탔다가 택시비만 1만 5천원을 지불하게 했던 그 길이었다.
겨울에는 차로 입장이 가능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야 한다. 완만하게 출렁이는 구릉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들은 흰 제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군인들 같아 보이기도 했다.
삼양목장은 그대로인 듯 하면서도 변한 곳이 많았다. 군데군데 나무데크가 생기고, 목책이 둘러져 양떼를 풀어놓은 곳도 만들어졌으며, 셔틀버스 정거장도 모습이 바뀌었다. 변화라는 것은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때로 아쉬움을 낳게 했다.
삼양목장은 양떼목장과 다르고 제법 큰 곳이기 때문에 전망대에서부터 끝까지 걸어내려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주로 이용하는 것은 주요 명소마다 정차하는 정거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가 승하차를 반복하는 것이다.
삼양목장은 촬영지의 명소이기도 했다.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 가을연가에서부터 시작하여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동막골, 연애소설, 바람의 전설, 야인시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작품에 등장하는 곳이었다. 그런 흔적들이 곳곳에 표시 되어 있어 촬영장소를 가늠하며 둘러보는 삼양목장의 풍경은 또 색달랐다.
커다란 삼양목장의 종착지라고도 할 수 있는 청연정 옆에는 개천이 흐른다. 동물체험장에서라면 작은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리와 함께 보이는 곳이다. 예전에는 가을연가에서 준서와 은서의 집으로 유명세를 날렸던 곳이지만, 흐른 세월만큼 잊힌 곳이라 조용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청연정이다. 날이 제법 더워지는 계절이라면 슬그머니 신발과 양말을 벗어놓고 맑은 물에 발을 담가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운동화를 벗어놓고 살짝 눈을 감고 고개를 하늘로 향하여 바람의 냄새와 새의 지저귐과 흐르는 물의 익살스러움과 시원함을 느껴본다. 감겨진 눈꺼풀 사이를 희롱하는 햇살의 기척과 언제 다가왔는지 바스락거리며 바쁜 다람쥐의 움직임을 귀로 쫓을 때쯤이면 그곳은 어느새 천상에서 흐르는 물가이다. 바람, 물, 햇살과 함께 하는 대관령의 목장들 사이로 여름의 뜨겁지만 여유로운 시간이 머문다.
간단정보
1. 대관령양떼목장
- 입장시간 : 09:00~18:00(1시간전 입장가능), 명절 당일 휴무
- 입장료 : 대인 3,500원 / 소인 3,000원
* 입장료는 건초 가격입니다. 인당 한 바구니의 건초를 받아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합니다.
- 홈페이지 :
http://www.yangtte.co.kr/- 찾아가기
+ 대중교통 : 횡계버스터미널에서 양떼목장을 가려면 택시를 이용 강릉에서 주말에 안목발 대관령방면 503-1번 버스 운행.
* 503-1 버스 (강릉 - 양떼목장)
강릉시외버스터미널 : 홍제IC 정류장까지 도보로 약 800m를 이동, 약 15분 소요.
강릉역 : 교보생명 정류까지 도보로 약 850m 이동해야 합니다. 약 15분 소요.
안목발 버스는 하루 1회 운행하며, 안목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시어 그 내외로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양떼목장까지는 약 50~55분 소요.
+ 자가용 : 영동고속도로 횡계IC → 강경로 962m 이동 → 신재생에너지관, 강릉방면 좌회전 →강경로 5.15km 이동 →우회전 →대관령양떼목장
@ 지도출처 : 대관령양떼목장 홈페이지
2. 삼양목장
- 입장시간 : 08:30 마감(11월~1월 16:00, 2월,10월 16:30, 3월4월9월 17:00, 5월~8월 17:30
- 입장료 :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 홈페이지 : http://www.samyangranch.co.kr/
- 오시는 길
+ 대중교통 : 양떼목장과 마찬가지로 횡계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 자가용 이용 : 영동고속도로 횡계IC →강경로 2km 이동 → 횡계로터리 11시 방향 → 대관령로 따라 413m 이동 → 좌회전 → 꽃밭양지길 약 7km 이동 → 삼양목장
@ 지도출처 : 대관령양떼목장 홈페이지
3. 횡계콜택시 : 033)335-6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