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왜곡의 시작 - 허구의 인물 ‘류의태’
1. 허준의 스승으로 둔갑한 ‘류의태’
산청의 명의 유이태보다 115년 전,
조선에는 또 한사람의 명의가 있었다.
바로 양평군 허준이었다.
<동의보감> 편찬자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소설과 드라마를 통해서
수많은 현대인들을 열광시켰던
허준은 임진왜란 때는 선조를 따라 의주까지 몽진하며
임금의 건강을 돌 본 어의이기도 했다.
그런데 허준과 함께 함께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의태’라는 인물이다.
허준의 살신성인 스승으로 알려진 유의태,
제자 허준을 위해 자신의 시신을 해부하도록 했다는 인물,
그러나 유의태는 허구의 인물이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서 등장한 유의태가
드라마 <허준>에서도 허준의 스승으로 그려지면서
그가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19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부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경남 산청군청에서 ‘유의태’를
산청의 인물로 선정한 것이다.
소설과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
허구의 인물을 산청군에서 살았던
역사의 인물로 둔갑시킨 다음
산청군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가묘를 조성하여 묘비 건립 등의 호들갑을 떨었다.
더 나아가 유의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홍보 책자와 산청관광지도 표기,
관광안내판 설치,
유의태약수터를 만들었으며,
도로에는 유의태약수터를 찾아가는 이정표를 세웠고,
한의학박물관에 유의태 초상화와 ‘유이태탕’을 ‘초객탕’으로 바꾸어 전시하기도 했다.
또한 산청박물관에도 유의태 초상화를 걸기도 했다.
희대의 코미디이자 사기극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황당한 일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산청군청 홈페이지 ‘한의학 명의 및 한의서’에는
조선의 명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 산청출신의 실존인물을 배제하고,
허구의 인물 류의태를 소개하고 있다.
왜 이런 허구의 인물을
실존인물로 만들기 위하여
국민의 혈세를 들여 소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류의태
“류의태 선생은 조선시대(중종~선조)의 명의로 당대 제일의 하늘이 내린 신의로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에서 출생하여 금서면 화계지구에서 의술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ㆍ류의태가 중종~선조대의 명의인지?
ㆍ류의태가 당대 제일의 하늘이 내린 신의인지?
ㆍ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에서 출생했는지?
ㆍ금서면 화계지구에서 의술활동한 근거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