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 건너 추억이 보인다 주변엔 선돌 -요선암 등 기암괴석 즐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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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영월 주천강 지류를 가로지르는 70m 길이의 쌍섶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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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흔들 한걸음 뗄 때마다 내 가슴도 출렁~ |
김삿갓의 풍류와 단종의 한이 서린 강원도 영월에는 유난히 강이 많다. 동강, 서강, 남한강, 평창강….
이들 물줄기는 소백산, 태백산, 치악산을 굽이치며 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 거대 선돌, 요선암 등 기암괴석 절경들을 빚어놓았다.
하지만 비경을 조각해낸 강물은 육지속 섬도 만들게 마련으로 이웃간 소통이 그리운 영월 사람들에게는 '다리'가 절실했다.
가을 걷이를 끝내면 십시일반 힘을 보태 마을과 마을을 잇는 '섶다리'를 놓았고, 이듬해 큰물이 질때까지 정겨운 마실길로, 쟁기질 농군의 농로로 요긴하게 이용했다.
아름드리 참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교각을 삼고, 가지를 얼기설기 얹은 후 황토를 개어 다리 상판을 대신했던 섶다리.
개구쟁이 아이들이 달음질칠 때나, 얼룩배기 황소가 육중한 발걸음을 떼어놓을때에도 어김없이 출렁출렁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던 섶다리는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추억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섶다리는 영월에서도 유독 주천(酒川)면에 많았다. 태백산의 한자락인 태봉산과 치악산의 끝자락 망산, 그리고 소백산의 끝줄기인 금산이 한데모인 술샘골 '주천'에는 예로부터 주천강 지류를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 등 개발 열풍으로 섶다리는 콘크리트 다리에 밀려 추억의 가교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는 70m 길이의 쌍섶다리가 복원돼 전국적 명물이 되고 있다. 주천교에 올라 면소재지 반대편 쪽으로 시선을 두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위에 놓인 섶다리와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주천의 쌍섶다리에는 내력이 있다. 섶다리가 이곳에 처음 놓여진 것은 300여년 전(1699년). '영월 장릉(단종의 묘)을 참배하라'는 숙종의 어명을 받고 부임한 강원 관찰사의 사인교가 외섶다리를 건널 수 없게 되자 주천강을 사이에 둔 주천리, 신일리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섶다리를 하나씩 놓았던 것. 이후 쌍섶다리 놓기는 이 고장 민속놀이로 이어졌고, 언젠가부터 명맥이 끊겼던 것을 지난해 12월 면민과 이 고장 출신 최계경씨(41ㆍ계경목장 대표)가 뜻을 모아 재현했다.
주천 사람들은 유형의 쌍섶다리 뿐만아니라 자칫 사라질 뻔했던 무형의 '쌍다리 민요'를 발굴 재현하게 된 것 또한 큰 수확으로 여기고 있다. 섶다리를 놓을때 부르던 민요는 단종의 넋을 위로하고 성(性)을 묘사하는 일종의 노동요이다.
'…/ 장릉 알현 귀한 길의/ 강원감사 그 행차가 / 에헤라 쌍다리요/ 편안히 건너도록/ 감사다리 놓아주세/ 에헤라 쌍다리요/…/감사행차 쌍다리나/ 이불속에 쌍다리나/ 에헤라 쌍다리요/ 쌍다리는 일반이라/…'
섶다리는 눈내리는 날의 풍광이 일품이다. 하지만 굳이 눈덮인 날이 아닐지라도 쏜살같이 흐르는 개울물 위를 흔들흔들 출렁거리며 다리를 건너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추억속 동심으로 빠져들어 입가에 환한 미소를 번지게 한다.
섶다리가 지닌 매력이다. < 영월=글ㆍ사진=김형우 기자 h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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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요선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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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과 물고기, 영월 들꽃 민속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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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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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요선정 미륵불 |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 볼거리 민물고기 튀긴 '도리뱅뱅이' 별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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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선돌 |
▶그밖의 볼거리=한반도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은 영월의 대표적 볼거리이다. 강물이 마을을 감싸고 휘돌아 흐르는 지형이 영락없이 한반도를 닮았다.
소나기재의 선돌 또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은 소나무 숲이 수려하며, 인근 유배지 청령포는 지난번 대한 추위로 주변강물이 얼어 붙어 요즘은 나룻배 대신 얼음위를 건너 찾을 수 있다.
망산의 빙허루나 수주면의 요선정에 오르면 주천면을 한눈에 굽어 볼 수 있으며, 요선정 아래 주천강에는 억겁의 세월동안 강물이 빚어낸 욕조 모양의 구멍이 수십개나 패인 너럭바위가 압권이다.
김삿갓 묘 인근에 있는 '조선민화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군호도' 등 수백년 진품들에 대한 오석환 관장의 상세한 설명이 시간속 여행으로 이끈다.
▶먹을 거리=옛 가재도구로 장식한 '주천묵집(033-372-3800)'은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이 별미. '콩깎지밥상(033-372-9434)'은 직접 만든 두부로 두부전골, 모두부, 비지장 등을 내놓는다. 주천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퉁가리(033-372-0277)'는 주천강에서 잡은 모래무지 등 토종 민물고기를 튀겨 양념장을 얹어 낸 도리뱅뱅이가 별미. 배터거리 인근의 '갈마식당(033-372-8813)'은 흑염소 전골과 수육, '복미집(033-372-8282)'은 다슬기전골이 일품이며, 주천초등학교 앞 '신일식당(033-372-7743)'에서는 메밀 꼴두국수와 강원도 김치 만두를 맛볼 수 있다.
▶묵을 곳=영월 주천에는 주천모텔 등 여관이 여럿 있으며, 선암리 한반도 지형 인근 민박집 '영심이네(033-372-2469)' 등 깔끔한 민박집들이 있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신림 IC~88번 지방도 영월 주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