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이야기 - 냉이, 소화기능과 간경화에 효과
#,일본의 한 산골 마을은 쑥 하나를 가지고 국수와 라면, 빵, 떡, 비누, 샴푸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소득증대는 물론 마을을 쑥의 명소로 키웠고 쑥의 약효와 효용성을 널리 선전하고 있다.이스라엘도 모로헤이야라는 풀을 가지고 카스테라까지 만들어 우수한 건강식품으로 선전하고 있다.킬리만자로산 기슭에서 자생하는 악마의 발톱이라는 식물은 세계적인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우리 쑥은 함유성분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우리 은행잎에 들어있는 징코풀라본리코보사이드라는 성분은 독일 은행잎의 10배 이상으로 그나라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것 중 하나다.그런데도 우리는 우리것을 너무 천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봄소식과 함께 훌륭한 성분을 지닌 우리 산야초들을 찾아보려 한다.
#,냉이(나랭이)에 대해 알아보자.요즘 대체의학이라는 제3의학이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다.“병이 나서 약을 찾는 것은 전쟁이 일어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이다”는 말처럼 인체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몸을 튼튼하게 하거나 병이 발생했어도 생체 방어력인 자연 치유력을 향상시켜 스스로 병마를 이겨 건강한 몸을 만들자는 의학을 일컫는다.대체의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요즘처럼 정제(精製)된 영양소나 칼로리 중심의 영양학이 득세해 자연적인 치유력이 있는 데다 봄철의 귀중한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던 냉이 같은 들풀이 점점 그 명성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냉이는 배추과에 속하고 온몸에 잔털이 있는 두해살이풀.식탁에 제일 먼저 오르는 봄나물이다. 지금은 인공재배로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지만 들에서 자란 냉이는 이른 봄에 캐어 콩가루를 묻혀 국을 끓이거나 무쳐, 또는 죽을 쑤어 먹으면 동맥경화, 만성간염, 위궤양, 빈혈, 변비, 당뇨, 고혈압, 각종 출혈성 질환, 눈충혈, 이뇨, 감기 해열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과 뿌리를 날것으로 말려 가루를 내 오랫동안 복용하면 간기능과 소화기능이 좋아지고 간경화에도 효능이 있다.추위가 가시면 움츠렸던 몸도 풀 겸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가까운 교외로 나가 들판에 깔린 냉이를 캐보자.살짝 데쳐 봉지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 놓고 수시로 꺼내 콩가루와 섞어 국 나물 죽을 끓여 먹으면 너무 좋다.
- 국민일보 -
[52]한방이야기 - 매실, 숙취해소와 살균정장 효과 뛰어나
#,사군자의 하나로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온 매화나무가 이제는 그 열매(매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매실은 신맛이 너무 강해 날로 먹지 못하는 열매이기에 술 담그고 한약재로 쓰는 것 외에 특별한 쓰임새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매실농축액 음료수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방에서는 남쪽 지방에서 6월 중순부터 7월초에 수확된 매실을 모아 껍질을 벗긴 뒤 연기에 훈증해 검게 말린‘오매(烏梅)’란 한약재를 만들어 일년 내내 사용해왔다.
#,동의보감에 오매는 담을 삭히고 구토 갈증 이질 설사를 그치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고 검은 사마귀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한방의 약리학격인‘기미(氣味)론’에 따르면 강한 신맛은 근육의 피로를 풀고 혈중 독소를 해독하는 등 오장 가운데 간을 이롭게 한다. 또 살균 정장(淨腸)효과가 있어 배탈 이질 설사에 좋다. 실제 설사하는 어린이에게 처방할 때 오미자와 오매를 넣어 장내 병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TV 드라마‘허준’에서 돌림병의 고열과 설사에 매실을 사용한 것은 이런 효능을 활용한 것이지 전염병인 역병 그 자체를 치료한 것은 아니다.
#,한약의 특성을 밝힌 본초서에는 땀으로 발산시켜야 할 병에 오매를 잘못 쓰면 크게 해를 입는다고 경고했다. 사상체질 의학에서도 오매를 태음인의 간(肝) 기운을 도와주는 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태음인의 대표적인 간장보약인‘흑원공진단’이라는 약은 매실의 과육(果肉)을 고아서 약을 빚도록 처방되어 있다.
#,천연 구연산이 풍부한 알카리 식품인 매실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건강식품으로 활용되었으며 특히 토종 매실은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매실이 한약장 한 구석을 벗어나 세계의 우수식품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 동아일보 -
[53][약용식물] 산수유 - 피로회복·정력강장 효능
#,「지리산의 봄은 산수유 꽃으로 시작된다.」 산천이 깨어나기도 전인 3월 산수유는 제일 먼저 노란 꽃방울을 터뜨리며 사람들을 봄으로 초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리산 기슭에는 산수유나무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함양군 마천면과 하동군 화개면을 비롯하여 전남의 구례 군 산동면의 상위, 하위 월계 당동 수락마을은 산수유마을로 통한다.
#,특히 게르마늄이 함유된 것으로 유명한 「지리산온천」이 위치한 구산마을에서 만복대 방향으로 3㎞ 거리에 있는 상위마을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 의 30%를 차지하고 가구당 평균 2천여근의 산수유를 수확할 정도로 산수유 나무가 지천이다.
#,그래서 이 마을은 지리산권역에서도 가장 먼저 봄이 찾아오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겨울의 깊은 잠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마을을 뒤덮고 있는 산 수유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온 마을이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때맞춰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오고 사진작가들의 사냥터가 되면서 비롯됐다.
#,상위마을이 속한 산동면(山東面)의 지명도 산수유와 관련이 있는데 중국 산동성의 한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을 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산동」 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중국 진나라 때 각 지방의 풍속문화를 기록한 풍토기(風土記)에는 「사람 의 몸에 들어온 모든 잡귀를 내쫓기 위해 중양절(重陽節·9월9일)에 높은 산에 올라 산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풍습은 지리산 기슭 산수유마을에도 그대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산수 유 꽃과 열매로 꽃꽂이를 하여 방안에 두거나 머리에 꽂고 다니는 것이다. 이는 산수유 꽃의 향기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쾌감을 주지만 귀신에게는 아주 불쾌한 냄새이기 때문에 잡신이 접근도 못하고 붉은 열매도 잡귀신을 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옛부터 무속신앙의 무인들이 많았던 지리산에 산수유 마을이 생긴것도 「붉은 산수유 열매는 잡귀신을 쫓는다」는 미신으로 집집마다 산수유나무 를 심은데서 비롯됐을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삼국유사 제2권 기이(紀異)에 실려있는 신라 48 대 경문왕에 대한 설화를 보면 당나귀를 가진 임금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 서 산수유나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로 잘 알려진 이 설화는 경문왕이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나는 도림사의 대나무 숲을 베어 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더니 그 뒤에는 다만 「임금님 귀는 길다」는 소 리만이 났다」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설화는 산수유 열매가 줄줄이 땅을 향하여 매달려 있는 모양이 별나 게 귓밥이 긴 사람을 생각나게 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때부 터 산수유나무를 약재로 쓰기 위해 심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 다.
3,아무튼 대설(7일)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상위마을에서는 산 수유 열매의 붉은 자취가 곳곳에 가득했다. 앙상한 가지에 치렁치렁 매달 린 산수유 열매는 간간히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햇볕을 받아 계곡을 타고 흘 러내리는 지리산의 물줄기의 반짝거림과 함께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수유 씨앗을 입으로 발라내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10 년전만해도 과육속의 씨앗을 모두 입으로 발라냈다. 이런 탓에 이 마을의 아가씨들은 이빨만 보고도 쉽게 알았냈다고 한다. 이제는 집집마다 설치한 건조장에서 열매를 말린후 기계에다 넣어 씨를 빼고 과육껍질을 벗기고 있 었다.
#,상위마을의 산수유나무는 최소 10년에서 100년 정도의 나이를 먹은 것들 이다. 그중 가장 열매를 튼실하게 맺는 것은 수령이 50여년이 된 것들이다. 산수유나무는 중국과 한국이 원산지로 이들 나라와 일본등지에 주로 분포 돼있으며 층층나무과에 속한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손톱크기 남짓한 작 은 꽃들이 20-30개씩 모여 조그만 우산모양을 만들면서 나뭇가지가 잘 보이 지 않을 정도로 뒤집어쓴다. 꽃이 지고 주위의 짙푸름에 숨어버린 산수유 를 잠시 잊어버릴 즈음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갸름한 오이씨처럼 생긴 예 쁜 열매가 매달리기 시작한다. 초록색으로 출발하여 만지면 금세 터져 버 릴 것 같은 해맑은 선홍색으로 익는다. 이것을 따서 씨를 빼고 말린 것이 생약제인 산수유다.
#,산수유는 콜린, 벨베나린사포닌, 탄닌, 모로니시드, 로가닌, 이리도이드 등을 주로 함유하고 있으며 몰식자산, 사과산, 주석산 등의 유기산과 당 분, 수지 등도 함유하고 있다.
#,「석조」, 「욱조」, 「양주」, 「계족」, 「초산조」 「산채황」 등으로 도 불리는 산수유는 생김새가 건포도와 비슷하며 맛이 달고 약간 시고 정력 강장제 피로회복제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공업용으로는 염색용으로 이용된다.
#,옛부터 해수병과 해열 그리고 오줌소태라고 오줌을 잘 가리지 못하는 사 람에게 약재로 사용돼왔고 노인들의 허리 무릎 등에 찬바람이 나고 통증이 있는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여자들이 월경과다를 일으켰을 때 산수유를 달여서 하루에 세번씩 복용하면 월경의 양이 줄어 월경조절용으로 이용됐다. 한방에서 산수유로 되어 있는 처방약으로는 갱년기의 정수부족, 정력감 퇴, 위 부위의 냉감상태, 구토, 소화불량, 사지의 무력감 및 통증이 있을 때 치료제 또는 보양제로서 처방된 우귀환(右歸丸)을 들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산수유 열매는 정력을 보강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뼈를 보 호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덮어준다. 또 오줌이 잦은 것을 낫게 한다」는 내 용을 비롯해 산수유가 빠져서는 안될 탕약재의 종류만도 십여 가지가 넘는 다.
#,산동면 상위 마을에서는 『옛날에는 산수유를 찾는 한약도매상이 많아 산수유나무 몇 그루만 가져도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 경남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