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의사 배출 역사 100여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전문직 역사에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갖춘다는 것은 얼핏 무리한 기대이고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방면에서 선진국 진입이 근접한 것처럼 보여주는 여러 현상은 이제 전문직이 더 이상 후식민문화(post-colonial culture)에 머무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추락하는 전문직 위상의 회복은 전문직의 형성부터 현대의 전문직으로 정착하게 되기까지 전문직이 밟아온 역사와 아시아문화에 결여된 전문직업성을 연구하고 학습하여 그 동안 알지 못하였던 전문직의 사회, 문화, 역사적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의 전문직에 대한 요구사정을 하여야 한다. 이 작업은 우리사회의 전문직 종사자가 새로이 형성된 전문직 문화 속에서 저절로 전문직업성을 체득하게 하여 스스로 보다 더 발달된 전문직업성과 진정한 전문인의 품격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며 이미 사회로부터 격리된 전문직 단체의 이미지와 바라던 진정한 의권(medical autonomy)을 실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1)
Ⅰ. 서언
일제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의 고등교육과 전문직 생산은 전문직교육에 필요한 새로운 서양의 학문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이 실제로 전문직에 의하여 사회적 실천으로 전환될 때 정작 필요한 서양의 사회적 배경은 알지 못하였다. 의, 법학의 도입에는 의, 법이 전문직으로 자생적으로 자리잡게 된 서양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요소가 생략된 채 일제의 식민문화가 사회적 배경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전문직이 갖추어야 할 사회적 소명과 전문직정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당시 식민통치기구 이외에는 통제를 받아 본 일 없는 전문직은 우리사회의 지배계급의 피지배분파의 특권층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환경에서 전문직은 스스로 보호적이고 자체적인 성찰이 결여된 내적 시선과 상당한 경제적 자율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전문직 단체가 갖추어야 할 직무윤리(service ethics), 자율규제(self regulation), 그리고 반드시 발달시켰어야 할 전문직 단체의 정치적 윤리(politic ethics)가 발달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던 역설적인 사회적 행운을 얻었다. 이런 전통의 결과는 의료전문직이 사회적 행운의 강제적 쇠락과 함께 전문직 단체의 도덕적 발달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제 의학의 기술적, 과학적, 경영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문직은 점차 추락하고 있으며 추락의 원인을 단순히 빼앗긴 경제적 자율권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면허의사 배출 역사 100여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전문직 역사에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갖춘다는 것은 얼핏 무리한 기대이고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방면에서 선진국 진입이 근접한 것처럼 보여주는 여러 현상은 이제 전문직이 더 이상 후식민문화(post-colonial culture)에 머무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추락하는 전문직 위상의 회복은 전문직의 형성부터 현대의 전문직으로 정착하게 되기까지 전문직이 밟아온 역사와 아시아문화에 결여된 전문직업성을 연구하고 학습하여 그 동안 알지 못하였던 전문직의 사회, 문화, 역사적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의 전문직에 대한 요구사정을 하여야 한다. 이 작업은 우리사회의 전문직 종사자가 새로이 형성된 전문직 문화 속에서 저절로 전문직업성을 체득하게 하여 스스로 보다 더 발달된 전문직업성과 진정한 전문인의 품격을 갖출 수 있게 할 것이며 이미 사회로부터 격리된 전문직 단체의 이미지와 바라던 진정한 의권(medical autonomy)을 실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Ⅱ. 전문직업성의 기원 및 특성 1.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의 뜻 프로페셔널리즘의 단어의 기원은 프로페션(Profession)에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고 프로페션이라는 단어의 뿌리는 profess 이고, 그 어원은 라틴어인 profiteor 이다. 여기서 pro라는 것은 무엇 무엇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다'라는 뜻이고, fess는 '경의와 찬양'을 표하는 의미이다. profess라는 것은 가톨릭에서 견진 성사를 베풀고 엄숙히 서약하고 스스로에게 의무를 지우고 사죄에게 죄를 고하고 참회하는 등 다양한 의미로서 쓰이고 있다. 프로페션은 일반적 occupation과는 다른 의미로서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가 얘기하는 직업 즉 occupation에 어떤 특별한 속성을 갖추어야 프로페션으로 간주된다.
프로페션의 의미는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료들과 스스로 모여 약속을 하고 자신들의 직무에 대한 수월성과 완벽성, 그리고 특정한 행동을 서약하고 따르겠다는 언약의 의미도 포함되고 있다. 보통 우리도 전문직이라 하면 전통적으로 의사, 변호사, 교수를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근대적 전문직이란 경우에 따라 법률로서 전문직을 규정한 나라들도 있다. 이러한 전문직을 생산하는 곳은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고등교육기관은 순수 학문을 수행하는 기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전문직들은 고도의 훈련과 학문을 연마한 후에 가능함으로 자연히 고등교육기관이 전문직의 생산기관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직 중에 성직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다른 현대의 전문직들이 전문직을 자신의 생계수단으로 삼고 전문직활동에 대한 대가를 봉사료의 형태로 취득하고 있는 반면에 성직자는 이러한 속성을 갖고 있지 않고 오히려 성직자가 하고 있는 일을 서비스로 간주하고 서비스에 대한 봉사료를 취득한다는 것이 성직자의 본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고등교육의 기원이 의학과 법학 그리고 신학에서 출발하여 통상 법, 의, 신학을 다루는 분야의 직업을 전문직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문직이 갖고 있는 속성을 프로페셔널리즘이라 하고 이는 우리말로 점차 전문직업성, 혹은 전문직 정신이라고 명명되어 가고 있다.
전문 직업성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한 예로써 전문 직업성이란 사고, 감각, 행동, 습관의 지속적인 자기반성의 과정이라고 웨어와 카텔라니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전문직업성은 개인의 전문성을 갖고 우려와 관련된 의사와 모든 바람직한 자질을 실제로 행하는 것이라고 미틀렌과 훌레겐은 주장하고 있다. 한편 유럽과 미국 내과의사의 회의에서 공동으로 만든 의료 전문 직업성 정의에 의한다면 직업전문성이란 사회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환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쟁력과 정직함을 유지하면서 사회에게 보건과 관련된 전문적인 도움과 조언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1)
이러한 전문 직업성의 개념은 전문 직업에 종사하는 한 개개인에 관한 것과 또는 전문 직업성을 특정전문직 단체가 갖는 집단적 개념으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직무 위주의 특성의 표현으로서는 전문 직업성의 속성을 지식과 윤리와 기준과 그리고 봉사의 동기와 그리고 스스로 조절하는 자유 단체로 스리나산과 말라티는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내과전문의학회에서는 의학 전문 직업성을 이타주의, 책임성, 탁월함, 본분 혹은 의무, 봉사, 명예, 정직, 인간존중의 여덟가지 구성요소로서 표현하고 있다. 2002년 미국의 의사면허시험전문기관인 NBME 2)와 AAMC3) 미국의과대학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02년도의 학술대회에서 전문 직업성을 나타내는 행동요소를 추출하였고 이것을 이타심 그리고 명예와 성실 그리고 돌봄과 열정, 존중, 책임감과 책무성, 월등성과 학자도, 그리도 리더십의 7가지로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협회에서는 전문 직업성을 집단적 자율성, 자주성, 리더십, 그리고 능력(적격), 헌신, 올바름에 대한 인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캐나다에 유명 의과대학인 토론토 대학에서는 역시 이타심과 의무, 존경, 탁월성, 명예와 성실을 묶어서 다섯가지 요소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의학에서의 전문 직업성이라는 것은 전문직업적인 전문직에서의 책임감과 책임성, 전문직이 갖추어야 될 능력과 적격에 대한 수행, 그리고 환자에 대한 정직성과 환자의 비밀보장, 환자와의 적절한 관계, 돌봄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 의료의 접근성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 정의로운 분대, 과학적 진보에 대한 노력과 이해갈등관계에 관한 철의, 전문인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전문직에 대한 논리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회적 갈등에 의해서 창조된다는 것과 사회와의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설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위한 안녕과 환자의 자주성과 사회정의를 준수하여야 한다는 근본원칙이 전문 직업성의 바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사회는 의료와 묵시적인 계약을 맺었고 이러한 계약의 바탕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와 사회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전통적인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설명의 근간이 되고 있다. 즉 의료는 사회에 대한 책무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2. 전문직업성과 조합주의 중세 유럽에서는 11-13세기 괄목할 만한 도시의 성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인구 2만 명이 넘는 도시가 도처에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제 중세의 도시는 종교와 군사의 도시역할에서 점차 경제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사회는 전통적인 종교지도자(worshippers), 군인(warriors), 근로자(workers)로 대별되는 삼분화 현상에 새로이 도시의 제조업자, 상인세력의 등장과 함께 또 다른 세력인 서비스산업종사자가 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서기, 재판관, 목회자, 의료업자, 재산관리인, 공증인, 공무원 등이었으며 공공의 법(law of public)은 이들 서비스 그룹에게 단체의 특권과(corporative privileges) 법인의 자격, 그리고 자치와 자주의 개념이 강한 자율 (self-regulation)의 권리를 부여하였다.
1268년 파리에만 100개 이상의 조합(guild)을 형성하고 있던 프랑스는 점차 협회(society of orders)의 사회로 성장하였고 사회조직이 다수의 자체적 권리와 특권을 부여받은 법인체(corporation body)로 성장하였으며 도시들도 자체의 지방 자치권을 쟁취하였다.
의사들의 집단적 전문 직업성의 발달 역시 중세 조합의 형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조합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한 사회 내에서 중요한 행위자로서 자리를 매김 하였다는 것과 이러한 단체들의 발전을 위한 정치적 윤리(politic ethics)가 더불어 성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조합의 발달은 10세기부터 15세기 유럽에서 만개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럽을 제외한 타 지역 특히 아시아에서는 의사직업이 의사집단을 형성하지 못하고 근대적 개념의 전문 직업으로 발달하지 못하였다. 길드라는 조합은 그 이름 자체가 종교적인 색채를 강하게 품고 있고, 가난한 자와 교회를 후원하고 지원하여야 한다는 종교적인 임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 형성은 이발사와 외과 의사를 겸하였던 사람들이 길드를 먼저 형성하였고, 그 역사는 13세기 베니스와 플로렌스의 외과 의사들의 모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반하여 대학 출신 졸업자인 의사들이 별도의 협회(Collegia)를 형성하고 이것은 길드의 형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271년 파리 대학에서는 이러한 의료업에 대한 직능을 확실히 구분하여 의사, 외과의사, 약사의 3가지 형태로 엄격하게 나누었다, 즉 의료에 관한 노동의 분화와 전문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간혹 이발사외과 집단과 의사집단 사이의 배타적인 면허에 관한 분쟁이 있기도 하였다. 이러한 조합 또는 전문직 단체의 형성이라는 것은 전문직 자체의 정치윤리(politic ethics)를 위하는 집단적 윤리(organizational ethics)의 발전을 극대화하였다. 물론 어느 단체나 단체의 존립과 이익이 단체의 형성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으나 의사나 이발사외과 단체에서는 선행의 제공이 단체의 설립에 관한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간주되었다.
중세 유럽에서 의사나 이발사외과의는 자신들의 좋은 삶을 영위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없는 자들을 위한 신성한 의무의 실천과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조합이나 집단의 정치적 윤리의 발달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특권과 의료 활동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주어지는 대신 사회나 시민들에게 공익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료윤리를 탄생시켰다. 이런 점은 의료가 갖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속성인 자신의 삶을 위한 이득과 이타주의를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즉 의업이 이제는 자신의 삶을 위한 전문직으로 자리 잡는 확실한 과정을 거치는 전환기가 되었다. 3. 전문직의 특성 전문인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의 교육과 각종 자격시험 규제를 통한 신임에 대한 문제 즉, 전문인으로서의 자격의 인정과 이러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를 바탕으로 사회는 이들이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면허와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의 학문과 수련이 전제되는 직업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렵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식의 독점을 하고 있었으나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지식 독점 현상이 무너져가고 있다. 여러 가지 전문인의 특성 중 특이한 것은 이들의 직업속성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비윤리적인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전문인의 윤리강령을 갖고 있고 이런 강령은 전문인의 집단적인 합의와 노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문 직업성의 표현에 있어서 최근 사회적 책무성과 스스로의 자율규제나 자율성 그리고 팀 정신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추세이다.
전문인 집단의 특징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고 있으나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전문인이 되기 위해서 일정 수준 갖고 있어야 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태도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준을 갖고 있다. 2) 전문인 집단에 편입하기 위한 까다로운 절차와 제도를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한 장기간의 고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3) 모범적이고 표준적인 활동과 윤리성 강화를 위한 자체적인 행동 강령을 갖고 있다. 4) 자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고 정화할 수 있는 자율권과 장치를 갖고 있다. 5) 사회에서 꼭 필요한 공익성의 직무에 종사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될만한 위치가 있다. 6)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단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러한 전문직업인들은 모여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별도의 조직을 형성하고 있고, 이러한 조직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시대에서 이들의 조직의 특징은 자체적으로 동일 직종에 진입 할 대상자를 상대로 교육을 제공하였고 이런 연유로 근대학문이 기원이 바로 이러한 길드 즉, 조합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유럽사회에서는 가톨릭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 문화적 환경에서 자신들이 이익뿐만 아니라, 교회를 지원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게 하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성을 갖고 출발하였으며, 기독교적인 윤리가 전문직 형성의 밑에 깔려 있었다. 4. 전문직의 사회적 지위 고등교육의 역사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하였다. 면밀히 살펴보면 중세에서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지배계급은 아니었다. 지배자와 귀족은 어려서 대게 특별한 개인 가정교습을 받았고, 정규 학교에 보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업무를 위하여 즉, 정치적인 목적과 또는 종교기관의 관리 및 유지를 위하여 다른 소수의 일반인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실상 고등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은 순수 학문의 전당이기 보다는 오늘날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였었다. 물론 대학이 본래의 목적이 진리탐구이기는 하나 역사적으로 대학의 유지는 지배계층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도록 지배계층이나 또는 지배계층과 같은 높은 권력을 갖은 교회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귀족이 아니었다. 다른 말로 전문직 종사자는 출생배경 또는 사회적 출신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고, 이들이 글을 잘 알고 일반인들이 받지 못하는 고등교육을 받으러 다녔다는 사실에 근거하였다.4) 더욱이 이들이 교육받은 소수의 엘리트였다는 사실은 각별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이러한 어려운 훈련과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신들이 가졌던 출신배경보다 높은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지위를 담보로 사회는 이들에게 귀족이나 성직자와 같은 높은 사회적 지위에 맞는 규범과 행동을 할 것을 묵시적으로 의무화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초기 서양의학이 도입되었을 때 양반자제 의학도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의사의 일이 피와 고름을 짜는 일이라는 것은 양반이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대신 초기 의학교에 입교한 사람들은 그 후 의사가 되어 우리사회에 신분계층의 이동을 가져왔다. 즉 양반, 상인, 천민의 구분이나 사농공상의 개념에 우선하여 신식 고등교육을 받은 법관, 의사 등은 식민사회의 상위계층으로 부상한 것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식민사회의 전통은 유럽의 상류사회가 갖추어야 할 품위와 전문직업성의 형성에는 실패하였다. 이것은 식민지교육의 한계에 기인하고 있고 아직도 전문직 양성교육에 후식민(post-colonial)문화의 잔존으로 전문직업성의 형성은 매우 초보적인 양상을 보인다. 최근의 정치인의 폭력성향에 대한 부끄러운 보도는 전문직도 결코 다르지 않은 양상임을 시사한다. 그 외에 세계적으로 사회적 지도층이라고 여겨지는 전문직에 의한 전문직업성의 결여 현상은 전문직에 대한 통제와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당위성을 의미한다. 물론 전문직업성을 위한 국민적 그리고 법사회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5. 장인교육과 전문직
사회적 통념은 일반노동자와 장인 그리고 전문직에 관한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대게 장인이란 특정한 영역의 직종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일을 할 때도 장인정신을 강조할 수 있다. 이것은 보편적 업무에 대한 완전성과 수월성을 부여하여 보편적인 일이 기예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이러한 수준의 극치는 예술로 승화되어 설명하기도 한다. 훌륭한 목수가 가구를 만들고 예술성이 가미되면 인간문화재로 등록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의술이 뛰어나도 이런 사람을 인간문화재로 보지 않는다. 사회는 이들은 전문인 혹은 전문가로 칭한다. 장인들은 통상 풍부하고 오랜 경험을 쌓으나 잘 조직되고 계획된 정규교육보다는 비정규적인 교육과 도제 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능력을 쌓아가고 향상시켜간다. 이런 이유로 장인들을 위한 교육이 전문직 교육보다 열등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의업도 과거 중세이전 자신의 구성원들에 대한 훈련이 오늘날과 같이 정교하고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였다. 서양의학이 정규교육에 의하여 의사를 만들 때 동의학이나 한의학은 여전히 교육의 형태가 분명하지 못하였다. 5)현대사회에서 의사나 법조인의 양성을 위하여 가장 엄격하고도 힘든 교육의 과정을 지키는 것은 전통적인 전문직 교육의 특성이기도 하다. 장인들이나 기술자들이 거의 노동시장 현장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반하여 의료인에 대한 교육은 학교기관에서 즉 고등교육이 담당한다. 기술자나 장인과는 달리 전문직인 의사의 교육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전문가와 복합적인 고학력 구성원에 의존하는 고도의 교육들이 연계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등교육을 마침으로써 완벽한 전문인으로써의 능력이 보유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의라는 보편적인 전문인이 되는 것이다. 일단 고등교육을 떠나고 나서 수련을 위하여 다시 보편적 전문성의 강화로 인턴과정을 거치고 나면 곧 이어서 고등교육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동일 전문 직업 구성원에 의하고 다시 한 번 통제되는 속에서 수행된다. 그러므로 고등 교육 내에서 학자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도 전문직 수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학설과 또는 연구에 관한 것을 연마하고, 고등교육 후 의료실무를 위한 특정분야에서 또 다른 고도의 수련과 장기간의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6. 전문직 교육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자를 위주로 하는 대중일반주의를 주장한다. 그리고 면허에 대한 사회적 권위와 특권 그들이 갖고 있는 배타적 경제적 자율권에 대하며 반발한다. 이들은 보통 사람이야말로 자신들의 선택에 필요한 경제적, 정치적 모든 것을 이해하고 스스로 깨닫는 능력이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80년대 회자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이라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존하는 것이고, 소비자에게 어떠한 구속과 속박도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의료시장에도 반영이 되어 민간의료를 장려하고 의료의 효율성과 경쟁유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면허에 의한 전문직의 조건을 지지하는 전문화 옹호집단은 순수한 일반 노동과는 달리 전문직이 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심오한 교양 교육이 필요하고 장기간의 교육수련이 필요하고 전문직이 갖고 있는 사회적 위상을 감안하여 이에 필요한 고급문화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문직이라는 것은 단지 특정한 기술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좋고 깊은 지식과 넓고 얇은 일반적인 교양이 결합되는 그러한 지식과 태도와 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는 선진국의 전문의 양성을 위한 전공의 교육에도 잘 나타나 있다. 전통적인 전공의 교육이 해당 전공과목의 생의학적 지식과 기술의 습득에 대한 내용이었고 전문인으로 갖추어야 할 공통기본 역량의 취약성을 보여주었다는 자체적인 분석과 비판으로 전공의 교육에서 기본 공통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변화를 보였다. 특히 전공의 교육에 전문직업성, 의료윤리, 의료대화, 자기관리, 교육자 역할에 대한 것들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전공의교육 인증기관인 ACGME6)에서는 다음과 같은 6개의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1) 환자 진료 (Patient Care) 2) 의학 지식 (Medical Knowledge) 3) 실무에 근거한 배움과 향상(Practice-based Learning & Improvement) 4)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능력 (Practice-based Learning & Improvement) 5) 프로페셔널리즘 (Professionalism) 6) 의료체계에 기반한 실무 (System-Based practice)
캐나다에서는 전문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7)를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전공의 교육목표에 대한 개발을 하고 있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1) 의학 전문가 (Medical Expert) 2) 대화자 (Communicator) 3) 협력자 (Collaborator) 4) 관리자 (Manager) 5) 건강 수호자 (Health Advocate) 6) 학자 (Scholar) 7) 전문가 (Professional)
영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국의 내과계, 외과계 전문의학회는 다음과 같은 교육내용을 개발하여 전공의 교육에 반영하고 있다.8) 1) 모범적인 전문가적 실천 (Good professional practice) 2) 양질 의료의 유지 (Maintaining good medical practice) 3) 환자와의 관계 (Relationships with patients) 4) 동료와의 협력 (Working with colleagues) 5) 교육과 훈련 (Teaching and training) 6) 청렴과 성실 (Probity) 7) 건강 유지 (Health)
이런 광범위하고 다양한 고급 교육을 전문직 양성을 위하여 실시하는 것은 전문직이 갖고 있는 전문기술이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공공성에 근거한다는 것을 보이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하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 단체의 목적이 자체의 이득이 우선이 아니라 소비자나 사회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전문직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들 소비자들이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고 봉사하는 것에 부가하여 헌신적인 수준의 일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전문직이 세속적인 가치를 초월하여 선행적 가치의 구현으로 공공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곧 이들 전문직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윤리성과 도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자연인에게 전문직을 개방하여 전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것은 직업선택권의 자유를 추구하기는 하나 위와 같은 고도의 교육과 수련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서비스와 노동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장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특히 공공성이 강한 노동의 경우 전통적인 봉사료 개념이 아닌 이익금의 추구가 주된 목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Ⅲ. 면허와 전문인의 자율규제
1. 면허의 기원 인도에서는 이미 기원전 500년 전 의사란 의학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모든 생명체에 대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대하여야 한다고 고대인도의 의술서적인 아유르베다(Ayurveda)경전에 기록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에게 특별한 면허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이것은 당시 돌팔이들이 엉뚱한 생각을 갖고 의료를 단순한 생계수단으로 삼는데서 비롯되었다. 자연인의 전문직 진입을 제한하는 효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가짜 의사일수록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을 부풀려 과도하게 선전하였고 의료를 영리의 목적과 대상으로 보았다.
의사의 독점적인 의료 활동을 인정하는 배타적 자격에 대한 매우 진보적인 예는 중세 이슬람 세계에도 찾아볼 수 있다. 의사들의 활동이라는 것은 곧 위대한 신 알라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의료 활동에 필요한 지식의 전공과 그들의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알루아히(Al-Ruwahi)는 기술하였다. 이러한 의사의 자격시험은 알라의 계승자인 이슬람 최고 지도자 칼리프의 주재 하에 진행되었다. 즉 사회나 국가의 권력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역사를 의미한다. 이런 필수적인 사회발달의 역사적인 사실은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로마시대에서도 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의 통제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이런 것은 종교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 있다. 중세의 이태리와 프랑스,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 그리고 유태교와 이슬람교에서 보여주는 의사양성 교육제도이다. 의사양성을 위하여 의술과 윤리에 관한 것을 집대성 하고 의사양성의 장소가 도제적인 성격에서 점차 대학의 강당으로 이동 된 후로부터 점차 의학은 대학에서 유명한 학부의 하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의학부 졸업을 위한 시험도 마련되었다. 이 시기부터 ‘醫’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글자로 기록된 의학인 문의(文醫, literate medicine)에서 점차 학문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즉, literate medicine에서 scholarly medicine(學醫)으로 변모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중세에서 의사 시험에 관한 기록은 1231년 의사들의 경험 부족과 실력부족이 시민들의 건강에 미칠 악영향과 고통을 감안하여 프레데릭 대왕이 제정한 멜피헌법(melfi constitutions)에 잘 나타나 있다. Melfi 헌법은 대왕의 특별한 칙령으로써 의사들의 교육과 자격에 관한 내용이다. 즉,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우선 인문학을 수련 한 후 5년간의 의학교육과정을 마쳐야 하고 의학교육과정은 주로 히포크라데스와 갈렌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여야 했다. 5년간의 의학교육 과정 후 1년의 수련 기간을 거친 후에야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칙령(decree)에는 의사들과 약사들 간의 상업적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가난한 자가 아플 경우 무료로 왕진을 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형평성의 원칙도 담고 있다. 프레레릭 2세는 전통적 그리스 종교의 신앙을 갖고 있기는 하나 이슬람의 전통을 매우 강하게 영향 받았으며, Melfi 법안 역시 이슬람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은 것이다. 이 칙령은 의사들의 전문 집단화 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고 의료의 공공성에 관한 인식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형평성을 위한 사회적, 국가적인 근대적 대책은 겨우 1세기 전에 출현하였고 당시는 형평성을 위하여 의사의 헌신적인 무료 진료로 대신 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9)
근대 면허시험의 형태는 영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영국은 헨리 8세의 칙령에 의하여 면허 시험제도가 정착되었다. 그 이유는 헨리 8세 자신이 1511년 영국 내 많은 사람들이 무식한 돌팔이들에, 의하여 상처받거나 소멸을 받거나 파괴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헨리 8세는 처음에 자격시험과 면허를 교회의 권위 내에 두도록 하였으나 7년 뒤 월시 추기경(Cardianl Wolsey)의 주치의 Thomas Linacre는 그를 따르는 소수의 동료와 함께 왕에게 청원하여 의사협회(college)를 결성하게 하고 시험을 시행하는 것과, 협회 회원에 대한 행정 처분 즉, 징계권을 상정하였다.10) 결국 1518년 College of London(런던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의사협회는 자격을 갖춘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자격을 갖추지 못하거나 또는 의료과실, 과오에 대한 처벌을 하는 행정처분 권한을 원하였다. 그러나 이 시대는 면허에 대한 독점권은 사실 존재하지 않았던 , 시절이었다. 1523년 의회는 런던의학협회의 권한을 영국 전체로 확대시켜주었다. College of London이 이제 College of Physician(내과의사협회)이 되었고 이 단체로 부터 면허를 취득하기 위하여서는 매우 어려운 구두시험을 통과하여야 했다. 한편 영국의 외과협회(College of Surgeon)는 외과의사회와 이발사협회가 헨리 8세에 의해서 1540년 하나의 기구로 탄생되었다. 이들은 불편한 동반자 관계를 16,17세기동안 유지하였으나 18세기에 들며 과학의 발달로 외과적 처치에 관한 학문적 바탕과 출판물, 교육이 발달함에 따라 외과의 수요와 중대함이 크게 신장되었고 따라서 독립적인 전문직으로 인정되기를 원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1745년 외과의사집단은 그들의 동료였던 이발사와 결별을 선언하고 1800년 드디어 왕실이 인정하는 협회협로 등록되어 Royal College of Surgeon으로 출발하였다.
2. 현대적 면허기관의 등장
19세기 영국은 자칭 의료인이라 주장하는 여러 가지 부류의 직종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하였다. 이들 모두 사회적 지위와 환자 그리고 적법성에 대한 상호 투쟁을 격렬하게 전개하였다. 그중 오늘날의 의학의 원조가 되는 대증요법치료사(allopathic practitioner)가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과 값비싼 교육을 받고난 후 소속대학이나 협회(의사, 외과의, 약사)에서 자격을 부여 받았다. 다른 잡다한 의료직이 보잘 것 없는 교육과 훈련을 한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억울함과 우월성의 문제는 결국 대증요법치료사(현대의사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1858년 의료법에 의한 근대적 면허기관인 General Council of Medical Education and Registration(1951년 General Medical Council로 축약)을 설립하였다. 설립목적은 유자격자와 무자격자의 구별에 있었다. 면허등록(medical register)이 혼란스런 사회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무기였다. 이제 의사들은 법령에 의하여 독점적인 권리가 부여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 유럽에서도 독점적인 권리에 대한 개념은 분명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1886년 의료법에 의하여 면허등록을 하고자하는 사람은 내과, 외과 그리고 조산과에 대한 시험을 통과하여야 했고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이라는 것은 간통이나 범죄 또는 직업적 예의손상 정도였다. 다시 말해서 당시만 해도 면허기구의 방침에 공중을 보호한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3. 전문직 노동의 분화와 면허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노동시장에서는 소비자는 노동자의 일정한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하여 노동자에 의하여 제공된 서비스에 대한 값을 산정하고 지불한다. 같은 노동을 제공하는 많은 노동자 가운데서 소비자는 노동자가 주장하는 자신의 능력과 서비스와 가격에 대한 정보를 갖고 소비자의 판단에 의하여 특정 노동제공자를 선택한다. 일반인들이 자유노동시장에서 모든 노동을 노동자 자신의 결정에 의하여 참여하게 될 경우 우선 소비자는 값이 싸며 양질의 서비스와 노동을 원할 것이다. 이런 원리를 전문직의 영역까지 확대하여 보자. 우선 소비자나 노동자 모두가 다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일반인이 전문직의 일까지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노동시장을 상정하여 보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유노동시장의 관점에서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요하는 전문직시장의 개방을 의미한다. 한 예로서 의료를 든다면 환자나 의료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책임이 소비자 자신에 있으며 건강을 위한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의료에 관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찾는 것도 자기 자신의 일이고 책임이다. 역사적으로 의료가 전문화되지 못하고 일반 자연인에 의존하였던 시절, 부적절한 의료나 과대적인 자기선전에 현혹된 환자나 의료소비자의 피해나 불만이 결국 사회나 권력에 의하여 전문직을 통제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반면에 시장경제에 의한 자유노동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정부나 공공기구의 개입에 의하여 혹은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제3자가 노동시장을 조절할 수 있는 통제적이며 관주도에 의한 노동시장에서는 소비자나 환자를 대신하여 사회의 공공 조직체들이 의료소비자나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책임이 있다.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사회의 역동성을 위해서 사회 내에는 많은 행위 주체가 존재하는데,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이러한 모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위하여 모든 노동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유노동시장의 개념에 의하여 시장의 기능에 맡긴다면 환자나 의료소비자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자신이 적절한 노동제공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하여 명쾌히 판단할 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선택의 불안정성과 불완전성에 대한 보완은 또 다른 형태의 노동시장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직업적 통제의 노동시장이다. 쉽게 설명하여 의료에서 의료소비자나 환자가 자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선택이 어려워 특정기능을 보유한 전문직 즉 의료직에게 그들이 보유한 면허와 자격증을 보고 제한된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11) 그리고 이러한 노동 즉 의료에 대한 통제와 직업적 수요, 그리고 소비자들의 요구를 조절하는 기능은 직업적으로 통제하는 집단이 담당한다. 직업적 통제의 집단이란 다름 아닌 다양한 의료인 집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의료소비자는 우선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러한 서비스나 이러한 일을 독점적으로 공급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믿을만한 집단의 구성원이나 이들로 구성된 기관을 선택한다. 즉 의료소비자나 환자가 택할 수 있는 범위는 법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된 유자격 의료인과 병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의료인 집단은 특정한 임무의 수행에 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갖고 있고 의료소비자나 환자에게 의료에 관한 정보와 진단과 치료 등에 관한 정통하고 능력 있고 신뢰할 만한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정보제공의 의무가 있다. 즉 최선을 다하여 올바른 의료정보와 의료에 관한 임무를 누가 잘 수행하는가의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모든 직업군은 고사하고 특정영역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각각의 좋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의료에 관하여 가장 전통적이고 가용한 방법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에게 수여되는 공인된 자격증명서나 면허 혹은 개설허가 등의 일종의 보증서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 보증서는 집단 내 자체적으로 임의로 제작될 경우 공신력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사회는 국가를 대신해서 정부가 담당하여 혹은 직업적으로 의료계에서 자체적으로 조정되고 통제되는 장치를 마련하여 전문 직업 집단에 위임, 위탁, 혹은 수탁을 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모든 나라에서는 면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I.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에서 의료에 관한 어떤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시험 삼아 고용해 보고, 시험 삼아서 치료를 맡기는 것은 일반 다른 업무와 달라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도 사회나 나라는 사회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책임에 대한 고부담 업종에 대한 무자격자들의 진입을 조정하여 면허에 의한 의료 노동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12)
그러나 한편 전문직업성에 의한 이상적인 전문직 통제형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전문자격에 관한 증명서는 의료에서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증 혹은 병원개설허가증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명서는 사실상 이들의 능력을 보장한다는 의미보다는 증명서를 소지한 집단만이 의료에 종사할 수 있다는 배타적이고 강제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즉, 오직 이런 증명서를 소유한 의료인만이 의료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나 의료소비자가 증명서를 필요로 하는 어떤 노동의 수행을 원하고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면 즉 의료를 원한다면 이런 증명서는 일면으로는 의료소비자나 환자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고 노동안정성을 담보로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의 공식적인 장치이다. 4. 전문주의와 일반대중주의13) 자연인의 전문노동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학자는 결국 현재의 면허제도가 일반인 혹은 자연인의 직업선택권을 제약하고 노동시장에서 면허에 의한 노동과 서비스의 독점을 부정한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전문직의 활동 역시 근본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논리의 배경에는 모든 자연인의 능력은 비슷하거나 같다고 보고 있는 자연인의 능력에 대한 보편성이 깔려 있다. 여기에는 모든 사람의 능력은 적지 않은 지식과 창의력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자연인이 제공하는 비전문가적인 아마추어나 면허나 제공하는 서비스는 질적 차이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면허는 자연인의 상태에서 출발하여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보유를 위하여 상당기간의 교육과 수련의 경험적인 사실을 통하여 향후 선험(a priori)적인 직무수행에 대한 진입 인정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선험적인 사실이라는 것은 자연인으로 출발하였으나 교육과 수련을 통하여 직무 수행에 관한 능력을 보유하여 교육과 수련을 받지 않은 자연인보다 양과 질의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서비스나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고도의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일반 자연인이나 일반 노동이 해결할 수 있는 업무의 특징이 매우 틀리다는 사실에 있다. 면허가 수행하는 업무는 교육과 수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렵거나 통상업무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경우의 새로운 업무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통상업무의 단순 반복의 업무가 아닌 교육과 수련으로 대처하여야 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능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훈련받은 면허는 일반 자연인보다 또는 아마추어 노동자보다 업무의 복합성과 복잡성에서 훨씬 우수한 대처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면허의 배타적 권리를 자유직업 선택권에 반하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해석하는 것은 일반 자연인들의 노동 잠재능력을 최대화 하여 자연인들도 단순 업무를 벗어나 복잡하고 복합적인 고차원적인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전문자격자로 특정 노동시장의 진입을 통제하면 자연인은 다양한 업무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이미 1976년 올만14)이 주장하였다. 이러한 전문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전문직이 갖고 있는 폐쇄된 사고와 폐쇄된 삶을 전문직의 폐해로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엘륄15)은 노동시장의 전문화는 사회 내에서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이해를 막고 있으며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문직 업무의 수행 자체가 그들의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져 전문직 종사자들이 폐쇄적인 삶을 갖도록 유도되거나 강요받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반하여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에 대한 직무수행이 일반 자연인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고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문직의 상응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아마추어라는 뜻은 어느 특정한 업무에 관해서 능란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나 또는 혼신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전문화한다는 것은 어느 특정분야를 집중하여 평생의 노력과 수련, 그리고 누적된 경험을 통하여 특정분야에 대한 직무의 완성을 추구한다는 것으로써, 이것은 자기 업무에 대한 자기계발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예술적인 가치가 부여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 혹은 바람직한 삶(good life)의 목적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완벽성의 추구나 완성으로 포현하였다. 대표적으로 전문직에 대한 입장을 지지 하였던 프랑스의 사회학자이며 교육학자인 뒤르껭은 보통의 평범하게 사는 인생이 전문화를 위해 열심히 사는 인생보다 어떻게 더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물론 노동의 전문화를 지지하는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5. 면허와 자율규제(self-regulation)의 원칙
자율규제라는 것은 의료직과 국가가 공공을 대표하여 맺는 암묵적 계약이나 일종의 협상이다. 이러한 계약에는 국가는 전문직에 면허를 부여하고 전문직은 공공에 대하여 질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신에 전문직은 자신들 스스로의 적절한 자주성(autonomy)을 부여받는 것이다. 일부의사들은 자율규제라는 것을 자신들 스스로 맘대로 할 수 있는 권리로 착각하고 있다. 자주의 특권이라는 것은 반드시 의무이행, 약속이행이 동반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공공의 관여가 더욱 강화되긴 하였으나 이와 같은 자율규제의 근본정신은 미국과 그리고 영국 영연방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자율규제를 부여하는 데는 두 가지 논의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전문직은 전문직 자신이 전문직의 복합성과 복잡성 때문에 그들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외부에 의해서 부여된 기준보다는 자기들 스스로 만든 기준을 훨씬 더 잘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에 있어서의 자율규제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대별되는데 첫 번째는 의사 개개인의 자기스스로의 자기 원칙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이 개개인의 자기원칙이 집단적으로 되었을 때 집단적인 시각에서 공공의 기대치와 부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사집단이 가장 현대의 수준에 부합하는 의료 활동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각자 개인은 동료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858년 당시 의료법에서는 의학교육과 등록에 관한 종합협회로 등록이 되었다가 이것을 간단히 1951년 GMC(General Medical Council)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0년 동안 이 의업은 번성하고 성공을 하였으며 의과학은 의사들의 능력을 진단과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게끔 변화시켰고 100년에 그 정점을 맞이하였다. 이러한 첫 100년간이라는 것은 결국은 의사가 지배하는 구조로 GMC가 운용되었다는 것이고 이러한 의사중심적인 문화라는 것은 의사, 환자관계에 있어서 가부장적인 면이라든가 내부적인 시선 그리고 비밀스럽고 자기보호적인 구락부문화(club culture)의 사회적 태도를 취하여왔다는 사실이고 공공은 이러한 점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것은 공공이 의료직종에 대하여 신뢰를 부여 하였고 새로운 의과학에 대하여 혜택을 입었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GMC가 출발하여 기능을 하는데 있어서 왕립협회(royal colleges)나 의과대학 그리고 의사협회는 역설적으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GMC의 힘을 깨는 단체들이었다. GMC가 출발 첫날부터 매우 수동적이고도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하였고 이것은 곳 이러한 다양한 의사단체들의 압력과 요구에 의한 것이기도 하였다. GMC출발 당시 24명의 의원 중에서 1886년 의료법개정을 통해서야 5명이 선거로 선임되었고 그나마 외부인사는 1926년에 들어서야 단 한사람이 포함되었다. 1886년 의료법에 의하여 면허등록을 하고자하는 사람은 내과, 외과 그리고 조산과에 대한 시험을 통과하여야 했고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이라는 것은 간통이나 범죄 또는 직업적 예의손상 정도였다. 다시 말해서 당시 만해도 GMC의 방침에 군중을 보호한다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GMC에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전의 GMC는 자기규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는데 그것은 환자의 안전이라든가 환자의 이익보다는 의사들의 이득을 우선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의 시대는 소비자 중심주의 사고와 질적으로 낮은 의료에 대한 참을성이 없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아팠을 때에 믿을만하고 신뢰할 만한 좋은 의사에 의해서 진료를 보장받기를 원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에 대한 다양한 고소, 고발 프로그램들은 점차 사회와 전문 직종, 의료계 간에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게 하는 또는 문화적인 배타성을 조금씩 열게 하는 동기가 되게 하고 있다. 6. 선진국 면허관리 선진국에서의 면허는 다양한 형태로 부여되며 그 중 가장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면허는 일반 면허이고 우리말로 번역을 한다면 개업면허를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개업면허 이외에 교육기관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교육면허, 군대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군면허, 또는 일시적으로 외국의 저명한 사람이 교육을 목적으로 방문 하였을 때 대학 내에서 인정된 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학술면허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한 면허를 갖고 있다. 16)그러나 우리나라의 면허와 선진국의 면허의 결정적인 차이는 선진국은 전문인의 면허가 한시적이어서 일정기간 후에는 반드시 전문인들이 갖고 있는 윤리성과 보수교육을 바탕으로 면허의 주기적(캐나다 매년, 미국 2년)인 등록과 갱신(renewal)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시험을 다시 보아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는 아니다. 매년 면허의 유지를 위한 회비납부, 보수교육 이수와 직무상 과오(professional misconduct)나 범죄 사실만 없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유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아 한번 면허를 받으면 사망 시점까지 면허로서 사용되고 있고, 이러한 면허를 관리한 면허관리기구가 없어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활동에 대한 파악이 전무한 상태이다. 우리나라의 의사에 대한 사회적 통제기능이 얼핏 국가에서 관리하는 엄격한 제도처럼 보이기는 하나 실상 면허를 관리하여야 하는 정부 주무부서는 인력도 전문성도 갖추기 힘든 제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2만 명의 의사를 위한 의사면허기관에 200여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다. 운영을 위한 비용은 전문 직업 단체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부는 대표단만을 파견한다. 전문직에 자체의 자율규제를 허락하고 전문직의 통제기능을 전문직에 부여한 경우이다. 얼핏 전문직단체에 위임한 면허관리가 허술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온타리오 주에 활동하는 모든 의사는 엄격한 관리와 연수교육을 통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격한 통제를 스스로 만들고 받고 있다.17) 우리나라의 활동의사가 얼마인지 정확히 계산이 되지 않는 것도 이런 면허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고도의 면허기구에 필요한 인원을 산정한다면 의사면허의 통제를 위하여 약 700여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 단체가 필요하다. 쾌백 주의 법은 모든 전문직은 법률로 정하고 이런 자체적인 통제기능을 전문직 단체에 위임하였다. 약 60여종의 전문직이 쾌백주에 존재하고 이를 위한 자체적인 통제능력을 갖는 각종 단체를 생각한다면 전문직업성의 유지를 위하여 상당한 인력이 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연유로 선진국에서는 면허부여의 권리는 사회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 혹은 공공(public)18)에 있음을 표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시절 전문직 교육이 시작되어 아직도 면허부여의 주체가 국가라는 전체주의나 통제주의적인 의미에 익숙하고 공공(public)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7. 새로운 전문직업성의 등장
전 GMC 회장있던 Donald Irving19)에 의하면 1992년 이래 영국에서는 소비자주의(consumerism)가 도달하였고 더 이상 의사를 존경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기술하고 있다. 공중은 질적으로 낮은 서비스에 대해서 점차 더 참지 못하게 되었고 의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료현장에서 문제가 있는 의사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관리할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요구 즉, 임상에서의 또는 진료현장에서의 지배구조(clinical governance)가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GMC에서는 1995년 바람직한 의료(good medical practice)를 출간하였고 1993년 교육위원회에서는 내일의 의사상(Tomorrow's doctor)을 출간하였다. 영국 내 의사들의 규범과 의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요구를 명문화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종 내인 의료계 자체에서 GMC의 미온적인 자율규제 입장에 대하여 계속적인 개선의 요구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이런 직종 내 비판은 정부로 하여금 GMC의 역할에 대한 검토와 면허제도(면허유지 또는 재등록)의 사안에 대한 개입을 초래하였다. GMC의 실수는 원칙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하였다는 것과 아직도 영국의료계 자체가 내부시선적(inward looking)이며 개인주의적이고 집단적인 책임감에 대하여 매우 취약하였고 자기 보호적이기 때문이었다. 의료계와 손을 맞추는 국민의료보험역시 다 공모자들이었으며 의사나 공공을 위한 자율통제 또는 자율규제를 담당하여야할 의료계의 리더들의 집단적 책임감의식이 놀랄 만큼 취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C가 희망을 하는 것은 의사집단이라는 것과 의사직 자체가 대게 매우 유능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며 집단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람직한 자율규제가 성공을 하려면 첫 번째, 의료계가 공중이 요구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즉, 공중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가 직시하고 이것에 대해 성실하게 반응해야 하고 마지못해서 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공중은 더 이상 의사들을 관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질 낮은 서비스에 대해서 참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의료계는 현대적인 감각의 환자중심의 전문직정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의사들은 전문직업정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전문직의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며 교육과 그리고 자율규제와 연구 등의 새로운 문화에 빨리 적응토록 하여야 한다. 세 번째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은 좋은 의사를 만날 권리가 있으면 이와 같은 것이 의료법에 명시되어야 하며 이러한 것들을 직접적으로 의사의 면허부여와 자율규제의 그리고 의사양성을 위한 교육과 연결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GMC는 면허받은 모든 의사들이 이러한 원칙에 의하여 행동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Ⅳ. 맺음말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전문직 단체의 조직은 우선 전문직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설립되었고, 전문직 집단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며, 독점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러한 단점을 방지하고 공익성의 제고를 위해 19세기 말부터는 전문 집단이 이원화되는20) 현상을 보여주었다. 즉, 전문직 단체의 이원화라는 것은 전문직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뿐만 아니라 신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스스로의 조절과 정화를 위하여 사회 공익을 위한 별도의 공공 전문직 집단을 설립하여 집단적 특성과 행동이 지나치게 집단이익을 위하지 않도록 항상 계도하고 성찰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그러나 유럽과 같이 전문직이 사회에서 한 분야의 명확한 직업과 계층 그리고 집단을 형성한데 반하여 아시아적 가치에서는 특히 유교적 영향을 많이 받은 유교 문화권에서는 의, 법, 신학이 전문직으로 발전 이행하지 못하였다. 이 현상은 복잡하고 난해한 한문을 이해하고 지식을 숭상하는 양반이나 선비계급에서 이러한 분야의 일을 다 맡아 처리하고 있어 지배계급이며 글을 하는 계층으로 대변되는 상류 귀족학자(socra-aristocrat)이 직업적인 일이 아닌 겸직의 성격을 띠고 있어 전문직으로 발달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사회, 문화적, 종교적 환경이 달라서 사회적 책무나 종교적 책무에 의한 자선이나 공공성에 관한 개념이 유렵사회만큼 발달하지 못하였다. 전문직 집단이 자생적으로 자발적으로 단체를 형성하고(self organization, self creation) 자치적인 권한의 부여를 받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규제를 하여본 역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제 우리나라의 전문직은 우리의 전문직 역사를 냉철히 고찰하여 보고 우리의 전문직에 강압적으로 정착되었던 식민시대의 근대성을 극복하여야 한다. 현대 우리사회의 전문직이 보여주는 미성숙한 자생적 전문직업성(autopoietic professionalism)이 발현되도록 전력투구하여야 한다. 의료계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각성은 추락하는 전문직 위상의 회복과 의료단체의 민주적인 발전의 바탕이 될 것이며 전문직 본연의 기능인 사회 중심가치 창조의 초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