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序 >
오늘 마블의 새 영화 ‘이터널스’를 보고 왔습니다.
저의 주된 소감은 마블의 수많은 영화 중에서 흔치 않은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네요.
제가 영화를 보는 두 가지 요소는 주관적인 요소로 ‘재미있느냐?’와 객관적인 요소로 ‘좋았느냐?’ 인데요, 저는 '좋은 영화'를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면서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좋은 주제와 좋은 서사를 가지고 있는 영화인데요, 이 ‘이터널스’라는 영화는 제 개인적으로는 '좋은 영화'의 조건을 두루 충족하면서도, 영화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은, 두 가지 조건 모두를 만족시킨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마블 영화 중에 제가 좋아한 영화는 마블 영화의 맨 처음 작품인 ‘아이언 맨’ 1 편 이었습니다.
일단 가볍고요, 독창적입니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바쁘지요. 그러나 아이언 맨은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억만장자에 엄청난 재능이 있는 주인공이 자신을 감추기만 하려 했다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겠죠. 그러나 아이언 맨은 마치 과시하듯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런 과시적 주인공이 테러를 경험하고 각성하게 됩니다. 자신을 변화시킨 것이죠. 그렇게 영화는 현실적이고, 새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슈퍼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게 밸런스가 잘 어우러집니다. 영화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죠.
그 이후에 제가 좋아했던 마블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였어요. 이 영화는 쉴드(SHIELD)라는 지구를 지키는 단체가 사실은 지구를 위협하려는 악당이라는 설정이었어요. 주인공은 그런 내부의 적을 통해 진정한 자신에 대해 각성하게 되고, 내부의 적을 물리치면서, 조직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만들지요. 이를 통해 영웅이란 국수주의적이거나 단편적인 정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그 후에는 대체적으로 모든 마블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거의 모든 마블의 영화는 ‘영웅의 각성’과 ‘영웅의 성숙’이라는 주제를 담습니다. 그 주제를 통해, 인류와 우주의 평화를 만들지요. 각성하고 성숙한 자들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생각은 ‘이터널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다만 이터널스에서는 영웅의 성숙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들의 각성과 신들의 성숙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품이기도 하죠. 물론 영화 토르도 신의 각성을 주제로 삼았지만, 토르의 각성은 인간들과 어울림 끝에 나타나는 각성이라면, 혹은 가족애에서 나타나는 각성이라면, 이터널스는 지구의 수호신들끼리의 다툼을 통한 각성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었죠. 이러한 각성에는 지구의 오랜 역사와 철학이 녹여져 있었습니다. 기존 캐릭터들의 단순한 각성이 아니었던 것이죠. 오랫동안 지구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들끼리의 사랑이 각성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그 깊이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릅니다. SF영화에서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깊이였죠.
그래서인지 저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이후에 가장 좋아하게 될 영화가 이 ‘이터널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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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영화 속 이터널스의 세계관을 심는다는 것 >
이 영화는 풀어나가야 하는 어려운 부분들이 꽤 많은 영화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듄’이라는 영화가 있지요. 이 영화는 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평생의 역작인 SF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SF 속의 세계관이 지구가 아닌 머나먼 우주 어느 곳에서 펼쳐지는 것이라 그 세계관을 설명해야 하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죠.
영화에서 이 세계관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터널스’라는 영화도 같은 난점이 있죠. 마블 세계관 내에서 처음 등장하는 이터널스라는 세계관을 풀어나가야 하구요, 세계관에서 파생된 그 세계관의 인물들을 조명해야 합니다.
이터널스는 그 중심 세계관의 인물이 10 명이나 됩니다. 엄청나죠.
클로이 자오 감독은 성심성의껏 그 10 명을 모두 설명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로써는 지루해지기 딱 좋은 일이죠. 그런데 클로이 자오는 마치 이태리 장인이 명품을 만들 듯 한땀한땀 10 명의 서사를 만들어갑니다. 에이잭, 세르시, 이카리스, 테나, 길가메시, 킨고, 드루이그, 마카리, 스프라이트, 파스토스의 이야기를 말이죠.
이들은 신으로써 고민을 합니다. 그들은 수호신으로써 고민하죠. 조물주의 의견을 따르느냐, 사랑하는 피조물을 보호하느냐는 두 가지 고민에 방황합니다. 그리고 이 고민 끝에 서로를 죽고 죽이기까지에 이르게 되지요.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적 규모의 이야기입니다. 예전의 우주적 규모의 스페이스 오페라물인 ‘스타워즈’는 우주적 규모의 이야기를 ‘가족이야기’로 풀어버립니다. 수억 명이 죽어나가는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서 문제가 많았지요. 이터널스 이야기는 거대한 우주적 규모의 이야기를 우주적 고민으로 풀어갑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가운데에서 추구해야 할 정의가 무엇인지 깊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 전개되는 과정은 다소 장황하지만 서사가 빈약하다거나 엉성하다거나 과한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고민의 과정으로 보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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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터널스가 지금 이 시점에 마블 영화에 등장해야 하는 이유 >
영화는 이터널스가 왜 phase 4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지에 대해 꽤 심도 있게 설명해줍니다.
이것은 phase 3에서의 타노스의 출현과 죽음에 관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그들은 그들의 창조주 ‘셀레스티얼’에 의해 오직 지구의 지적생명체인 인간을 잡아먹는 ‘데비안츠’를 없애는 것만을 임무로 부여받았기 때문에 지구인이 타노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지구인을 도와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타노스가 없애버린 지구의 생명체들이 어벤져스의 활약 덕분에 지구로 다시 돌아오자 지구는 셀레스티얼이 추구하는 목적에 합당한 별이 되었고, 이것은 이터널스로 하여금 향후에 벌어질 문제의 시발점이 되게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자신이 반드시 마블 영화의 지금의 위치에서 존재해야 할 당위를 잘 설명하고 있지요.
이러한 이터널스의 멤버들은 지구의 중요한 사건들마다 함께 해 왔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켰고, 바빌론의 공중궁전에 함께 했고, 인도의 굽타왕조와 함께 했습니다. 또한, 16세기 경 아즈텍 문명의 멸망을 지켜보며 절규했고, 20세기의 비극인 원자폭탄이 사용된 곳에서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이터널스라는 신들은 각성하고, 변화하고, 성숙해 갔습니다. 그러한 과정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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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으로 아쉬운 점들 >
다소 타격감이나 자극이 없는 액션 장면들이 이 영화를 기대했던 많은 팬들을 아쉽게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이전 마블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에 비해, 다소 빈약한 액션에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것은 신들의 전쟁인데도 말이죠.
또한, 인물들의 서사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개성을 화면에 잘 담아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길가메시는 주먹질만 잘하고, 킨고는 주먹에서 화염같은 것이 나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고, 제일 강하다는 이카리스 마저 날아다니며 눈에서 광선을 쏘는 것 외에는 밋밋한 캐릭터인데다, 물리 공격 캐릭이 아닌 정신능력 캐릭이 또 절반이라 그들이 싸움을 통해서 보여주는 쾌감은 확실히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캐릭터들은 각자 독특한 특성이 있었지만, 그것을 화면에서 강렬하게 구분 지어주는 캐릭터라이징에는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진정한 수호신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수많은 이유 때문에 마블의 새로운 phase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로써는 손색이 없었다고 봅니다. 다만 영화를 보러 가셨을 때, 다소 긴 호흡으로 영화를 즐기셔야지, 강력한 액션 시퀀스만을 기대하셨다면 실망이 클 작품일 것입니다.
윤동주의 시 '별을 헤는 밤'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One republic의 'Counting Stars'로 마무리 할게요.^^
첫댓글 마블영화라는 말을 몇년 전에 알바애에게서 첨 들어봄,,,ㅋㅋ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정도의 영화는 본 기억..진짜 그냥 단순오락영화로만..생각했는데..
마블시리즈를 쭉 나열하면서 나에게 열라 설명해주던 알바애가 생각나네유,,,ㅋㅋ
그냥 그런 오락영화가 보다,,,하면서 설명 들었던 ...어린애들이나 보는 그런 공상 과학영화???ㅋㅋㅋ
천상의빛님 글보니...마블이 그냥 오락영화만은 아닌 듯,,,
케이블에서 가끔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언맨 이나...앤트맨???잠깐 씩 보던 기억이 나네요,,,
그 영화안에 이런 서사와 세계관 들이 잇엇다니....다시 봐야겟네요..ㅎㅎ
요즘은 모든게 모호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얘들이나 보는 만화, 남자나 좋아하는 게임, 여자나 좋아하는 쇼핑, 이라는 개념들이 사라지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렇게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불안도 커지는 것 같아요. 예를들어 저 또한, 게이를 받아들일건지에 대해 주츰해져요.
이 영화에서는 그냥 키스해버립니다. 아직 내 마음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는데...ㅎㅎ
이 영화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천상의빛 뭔가 구분하고 차이를 말하면 차별이라고 하는 세상????ㅋㅋㅋ
시쳇말로 지 꼴리는대로 사는 세상인 듯,,,삶은 정답이 없으니...
@물음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생 앞에 항상 겸손해라? ㅋ
영화의 주제도 은근히 그런 냄새를 풍겨요. ㅎㅎ
@천상의빛 그냥 키스해버린다는 천상의 빛님 말씀에 이 영화의 매력도가 더 커졌어요!ㅋㅋ 봐야겠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