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1종 특수면허를 취급하는 운전학원을 찾아보았다.
서울에는 없었고, 김포와 의정부에 각각 1군데가 있었는데, 가격과 조건을 비교해보니 김포의
동양자동차 학원이 괜찮을 듯 싶었다.
바로 등록을 하고 싶었으나 집에 돌아온 후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내일 찾아가기로 하고
학원에 전화를 걸어 대략적인 위치를 물어보고 종이에 옮겨 적고, 혹시나 해서 의정부에 있는
한미자동차학원에도 전화해서 위치를 알아두었다.
9월 23일.
점심을 먹고 김포로 출발했다.
전화로 위치를 들었고, 간단히 메모를 해 두기까지 했지만 아무래도 초행길이다 보니 헤맬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 매립지 방면으로 빠졌어야 했는데 계속 부천방면으로 직진하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학원으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에 차를 다시 돌리는등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겨우 찾아갔다.
김포에서도 정말 외딴 곳에 위치한 학원으로, 가는 길엔 비포장도로도 나오고 공사 중인 곳도 많고
분위기가 산만했으며 어수선했고, 어제 비가 와서인지 학원진입로엔 진흙탕 천지였다.
‘환경이 이렇게 열악하기 때문에 다른 학원보다 조건이 괜찮은 건가보다’라는 생각이 들며 찜찜한
기분으로 학원에 들어섰다.
정면으로 본관사무실이 있었고 그 앞에 레커교육장, 왼편으로 2종 소형과 트레일러 교육장이 있고,
사무실 뒤편으로 보이진 않지만 1종 대형과 1‧2종 보통 교육장이 있는 모양이다.
각 건물들이나 교육장등의 시설이 낡아서 그런지 초라해 보였고, 학원에 대한 첫인상이 역시나
산만하고 황량했으며, 체계적인 학원다운 모습은 별로 보이질 않았다.
너무나 실망을 한 나머지 그냥 돌아가고 싶었지만, 열 통화이상의 전화를 해 가며 힘들게 찾아왔는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은 본관사무실로 들어가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학원에 대한 첫인상이 안좋았기에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나름대로 좀 더 알아보고 다시 연락하겠노라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차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다.
아무리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목적이라고는 하나, 자그마치 거금 100만원 가량을 투자해서 배우는
것인 만큼 적어도 그런 환경에서 배우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내부순환로를 타고 북부간선도로를 거쳐 동부간선도로로 진입해 의정부까지 가서 김포로 갈 때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학원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하루에 그것도 시간차이도 얼마나지 않는 상태에서
두 번씩이나 그렇게 찾아가려니 힘도 들고 짜증도 나고.. , 학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맥이 풀릴대로
풀려있었다.
한미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의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양주에 위치한 학원이었다.
찾아가면서 이 학원도 시설이 그런 식이면 어쩌나하고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도착해서 본 학원의
첫인상은 김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접수를 하면서 트레일러와 레커 두 종류의 응시원서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에, 가뜩이나 원서 작성하는
것을 지겨워하는데다가 학원 찾아오는데 진이 빠질대로 빠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요.. 이번 달에만 이런 원서를 벌써 세 번씩이나 작성했었거든요? 지겨워서 그런데 대신 좀
써 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부탁을 하니깐 담당직원도 내 모습을 보고 너무 피곤해 보였던지 자기가
대신 작성해주겠다며 원서를 받아갔다.
수강료는 트레일러와 레커 모두 각각 500,000원이었는데, 두 과목을 한 번에 접수를 하니 싸게
해 달라고 졸라서 10% D/C를 해 주고, 만약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 5시간의 보충교육료 250,000원을
두 과목 모두 1회에 한하여 면제해주기로 네고를 했다.
시험수수료도 과목당 50,000원이지만 내가 직접 면허시험장에서 갱신한다고 해서 45,000원씩 하기로
했다.
1종 특수 트레일러 : 460,000원(보험료 10,000원 포함)
학과의무교육 5시간, 장내기능연습 10시간
1종 특수 레 커 : 460,000원(보험료 10,000원 포함)
학과의무교육 5시간, 장내기능연습 10시간
교육일정을 잡을 때 다른 종별과는 다르게, 학원에 트레일러와 레커 모두 단 1대 밖에 없기 때문에,
트레일러의 경우, 다음 주에 남아있는 자리가 아침 첫 타임(06시 ~ 08시)과 저녁 마지막 타임
(18시 ~ 20시) 밖엔 없다고 해서, 저녁에 깜깜할 때 교육받는 것 보다는 차라리 새벽에 배우는 것이
나을 듯 싶어 아침 첫 타임으로 예약하고, 레커는 다행이도 자리가 좀 여유가 있어서 당장 내일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다음 주에도 트레일러 교육 후에 바로 연결해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일정을
예약했다.
두 과목 모두 시험은 매주 토요일에 본다고 했다.
사무실의 박일심 과장님이 학원을 찾아올 때 너무 고생한 것 같으니 자기가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면서,
동부간선로를 타지 말고 구파발 → 북한산성 → 송추 → 의정부 → 양주로 오는 노선을 알려주셨다.
등록을 마친 후에 트레일러, 레커 교육장으로 구경을 갔다.
조그만 조립식 건물 1층에는 강사 및 수강생 대기실이 있고, 2층에는 통제실이 있었다.
이 건물 전방으로 트레일러 교육장이, 바로 오른편엔 레커 교육장이 있었다.
몸집이 엄청나게 큰 8.5t 레커차량과 예상은 했었지만 엄청나게 기다란 트레일러가 눈에 들어왔다.
내일부터 이것들을 직접 타고 배운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흥분감에 몸이 떨려오면서 너무나
신이 났다.
담당 선생님은 전용철(?) 선생님이셨는데, 두 과목 모두 가르치시는 분이었다.(성함을 헷갈리는 이유가
실제로 가르치는 분은 한 분인데 교육일정표 상에는 매 시간마다 다른 분이 가르치는 것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구경하러갔을 때 마침 트레일러를 연습하는 분이 있었는데, 너무너무 잘 하시는 것이다.
‘과연 나도 일주일 뒤에 저만큼 할 수 있을까?’
감탄을 하며 지켜보고 있노라니 선생님께서 “저 분 잘 하시죠? 내일 시험보실 분이거든요...”라고
하셨다.
레커차량은 연습하는 사람이 없는지 굴절코스 입구부분에 세워져 있었는데, 차의 크기와 코스의 크기를
비교해보면서, ‘어떻게 저길 통과할 수 있지? 게다가 피견인차량까지 매 단 상태에서... 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1종 대형의 굴절코스보다도 작아보였기 때문이다.
대충 구경을 마치고 선생님께 인사를 한 후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박 과장님이 알려준 길로 오니 퇴근시간이라서 길은 많이 막혔지만, 거리상으론 확실히 가까웠다.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해보니 9월 내내 강행군을 하고 있었지만, 하나씩 성취해간다는 기쁨 때문인지
힘들긴 했지만 너무나 뿌듯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어!! 1주일만 더 고생하자!!! 파이팅!!!!’
첫댓글 큰거는 따로 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