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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붓꽃(개암사) 현호색(쌍선봉) 미선나무(청림) | |
이른 아침, 산에 오르며 길섶의 꽃봉오리를 보았다. 내려오다 보니 어느새 꽃들이 피었다. 내 마음도 함께 술렁거린다.
연분홍 고운 진달래처럼 그대 가슴에 진홍빛으로 스며들었으면, 샛노랗게 되바라진 노랑붓꽃 같은 도발적인 사랑을 해봤으면, 우유빛깔 미선나무 꽃이파리 같은 나의 순정을 그대는 알까......
촌스런 분가루 같은 바람 날리며, 게으름뱅이 낮잠 자기 좋게 비나 보슬거리며, 기다리는 그대는 오지 않고, 봄날은, 간다.
노랑붓꽃 : 출전 <변산반도 자생식물> 붓꽃과의 세계적 희귀종, 1913년 일본학자 나까이가 정읍시 입암면에서 처음 발견하여 신종으로 발표, 그 후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1998년 목원대 심정기교수가 개암사 뒤 능가산 기슭에서 발견, 변산반도에만 자생하고 있다. | |
노란 산수유, 늦잠에서 깨어나 화들짝 피었건만 2월부터 기다려 온 홍매화는 아직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는다. 어지간히 애간장을 녹인다. 뽀얗게 봉오리 맺은 목련은 홍매화 눈치만 보고 있다. 떼거지로 피어나 꽃잎을 살랑거리는 벚꽃들에 결코 주눅 들지 않는다. 혼자서도 늘 의연하고 위풍당당한 내소사 홍매화는 다음주가 절정이다. 정녕, 아무리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그렇게 겨울을 이기고 돌아온 매화다.http://www.naesosa.org | |
쌍선봉에서 내려다 본 월명암 월명암의 아침(월명무애) | |
변산반도에도 3다(三多)가 있다. 호랑이와 도둑, 절이다. 소 천엽 속처럼 깊은 산 속에는 호랑이가 많이 살았고, 1백여 개의 봉우리마다 호랑이 굴처럼 숨기 좋은 곳에는 도둑들의 소굴이 들어섰다. 무엇보다도 이름난 고승들의 수도처로 유명해 절과 암자가 많았다. 8만 9개의 암자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월명암은 신라 때 부설거사가 창건한 후 천3백년의 역사가 있는 사찰로서 호남의 3대 성지(월명암, 운문암, 태고사)로 알려져 있다. 변산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쌍선봉(498m) 아래에 위치하며 절 자체가 변산8경에 포함됨에도 따로 월명8경과 월명3경을 갖고 있다. 그 중 월명삼경(月明三景)이라 하여 ‘기절처(奇絶處)가 불가승언(不可勝言)’이라는 풍경이 있는데 월명낙조(月明落照), 월명무애(月明霧靄), 월명망월(月明望月)이다. 월명낙조(月明落照)는 월명암 뒤 천연석으로 된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의 일몰이고, 월명무애(月明霧靄)는 새벽예불을 마치고 법당에서 바라보는 구름과 안개에 뒤덮인 내변산의 아침이고, 월명망월(月明望月)은 보름날 쌍선봉에서 맞는 달의 정취다. 이매창이 오죽했을라고? 월명암으로 시를 지었다. “하늘에 기대어 지은 절간.....”이라 했다. | |
월명암에는 처음 이 절을 창건했다는 부설거사의 행적을 소설형식으로 기록한 <부설전(浮雪傳)>이 전해지고 있다. 부설전(浮雪傳)은 작자미상의 불교소설로 월명암에 소장되어 있던 한문필사본 한 권이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책이다. 그 책에는 부설거사와 그의 아내 묘화부인의 결혼이야기, 그들의 자녀 등운과 월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설거사가 월명암에 대해 예언하기로 사성팔현(四聖八賢)이 나온다 했는데 이미 부설거사의 네 가족이 불교에 귀의함으로써 사성(四聖)을 이루었고, 팔현(八賢) 중 성암, 행암, 학명스님의 삼현이 나왔으니 지금 월명암은 나머지 오현을 기다리고 있다. 변산반도에는 여전히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고 있다. / 월명암 063)582-7890 | |
시인이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 부안읍내와 줄포만을 잇는 국도 30호선과 변산해변도로는 변산반도 해안선을 본 따듯이 80km를 이어지는데 안도현 시인이 ‘시인이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길’이라고 표현할 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답다. 그 길을 따라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해수욕장과 포구, 갯벌이 흑백사진 속 서정적 풍경처럼 펼쳐진다. 산,들,바다의 어우러짐은 풍경의 빼어남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곳에서 생산되는 산나물과 곡식, 해산물의 풍부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격포항은 현재도 조업을 하고 있는 ‘살아있는 포구’로 매일 고깃배가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경매가 이루어져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격포 회센터와 부안의 상설시장 내 해산물 상가 등에 매일 공급을 하고 있다. | |
4월에 가볼만한 곳에, 먹을 만한 것 많아! 게다가, 4월이면 주꾸미, 갑오징어, 꽃게 등이 제철을 맞아 봄나들이 상춘객(賞春客)들과 미식가들에게 보는 즐거움에, 먹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지금 부안의 식당들은 외변산으로 불리는 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해산물과 내변산에서 캐온 제철나물에, 들에서 나는 각종 곡식과 채소로 한상 잘 차려 놓고 봄나들이 나선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바쁜 농사철이 오기 전에 봄나들이로 새만금과 격포항, 곰소항을 찾은 타 지역의 관광객들은 부안을 선택한 이유는 “가볼만한 곳에, 먹을만한 것이 풍부한 관광지로는 부안의 변산반도만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 |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詩學)>에서 비극의 정의를 정화(淨化), 즉 카타르시스(katharsis)라고 표현했다. 예술의 정의는 무엇일까? 우리 삶에서 예술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움을 통한 구원은 아닐까......!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었을 때 나의 실존을 확인하고 살아있음이 기쁘다. | |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유산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예술품으로 꼽히는 것은 도자기다. 중국은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를 ‘천하제일’이라 했고, 일본은 우리나라를 ‘도자기의 나라’라고 불렀다. 우후청천색(雨後晴天色)이라는 푸른 비색의 고려청자, ‘대담한 과장, 대담한 생략, 대담한 왜곡’ 의 잘생긴 분청사기, 살결 고운 여인네 같은 항아리 백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 내지 못하는 우리만의 독특한 예술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안에서 만든 도자기는 최고 중의 최고다.
예로부터 부안은 고려의 청자와 조선의 분청사기 생산지로 유명했다. 부안에서 만든 상감청자는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하거나 대외 선물용으로 이용했던 최고급 도자기였다. 왜였을까? 자기를 만드는 재료는 흙이고, 흙으로 빚은 자기를 굽는 것은 나무다. 최고의 흙으로 만든 자기를 지천으로 널린 변산의 소나무로 굽는다. 도자기를 만드는 흙은 끈적끈적하여 잘 붙는 점성(性)과 형태를 유지하려는 가소성(可塑性)이 있어야하는데 부안의 흙은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성질을 갖고 있다. 게다가 변산은 나라의 벌목장 역할을 할 정도로 소나무가 많았는데 거기서 풍부한 양의 땔감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 부안은 명품 도자기가 나올 수 있는 자연적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최상의 고장이었다. | |
부안의 도요지는 지금 1,300년의 오랜 역사로 도자기를 굽고, 새로운 시대의 젊은 문화와 예술을 조각하고 있다. | |
갑오징어가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이라고 자랑을 했다. 그러나 갑오징어는 연체동물이다. 연체동물은 뼈가 없다. 그럼 갑오징어에 들어 있는 뼈대는 무엇일까? 갑오징어의 몸 안에 석회질을 뼈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뼈는 아니다. 갑오징어가 시커먼 먹물을 뿜어대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푸드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블랙푸드란 검은색을 띤 자연식품 또는 이것으로 만든 음식이다. 검은콩, 검은깨, 검은쌀, 오디, 포도, 목이버섯, 다시마 등이 있고, 여기에 오징어 먹물이 포함된다. 특히, 오징어 먹물은 암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고, 간기능 향상에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4월~6월이 산란기로 일반 오징어나 활어회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쫄깃하고 탱탱한 맛이 일품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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