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루어낚시를 보다
배 대리는 자신이 낚시를 알게 되기 전까진 사람들이 왜 낚시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룻밤을 새워서 붕어 몇 마리를 잡았다는 둥, 돔인지 도미인지를 잡으러 바다에 간다는 둥,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뭔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세월 놀음이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우연히 접한 낚시에서 첫 번째 물고기 잡아냈을 때, 배 대리에게 전해진 것은 물고기의 몸부림이 아니라 가슴속 휴화산이 기지개를 펴는 진동이었다.
바닷가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것은 낚시의 영향이 컸다. 낚시에 대해 새롭게 알아간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점점 갯지렁이가 무섭지 않게 되었고, 이제 어느 정도 원하는 장소에 바늘을 던져 넣을 수도 있었다. 때대로 잡혀오는 물고기의 크기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늘어갔고, 옆에서 낚시하는 동네 아저씨의 칼솜씨를 이용해 잡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회로 먹기도 했다.
“바다 고기는 말여 잡자마자 바로 먹어야 제 맛이지. 살아있어도 옮기면 맛이 달라지거든.”
배 대리는 아저씨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잡은 자리에서 먹는 맛과 횟집에서 먹는 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면 이 바닥을 떠나리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으로 변신할 자신의 미래를 예측이라도 했는지 배 대리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이 배시시 흐르고 있었다.
포근한 햇살이 시원하게 뿌려지는 주말 오후가 되자 배 대리는 서둘러 낚시 도구를 챙기기 시작했다. 챙길 거라고 해봐야 낚싯대와 낚싯대에 붙어있는 릴이 전부였다. 지렁이와 바늘은 언제나 그랬듯이 인근 낚시점을 이용하면 되었다. 한껏 물오른 낚시 재미에 오늘은 몇 마리를 잡을지, 크기는 어느 정도가 될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먼저 나온 아저씨에게 인사를 나누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묶음 추에 갯지렁이를 끼우고 힘껏 첫 번째 채비를 던졌을 때, 지나던 사내 한 명이 배 대리 옆에 있는 아저씨의 살림망을 살짝 들여다 보며 묻는다.
“조황은 좀 어때요?”
“늘 그렇죠.”
이곳 사람들의 특성인지 아니면 아저씨만의 성격인지 모호한 답변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배 대리 역시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난감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말이 ‘왜서요’라는 말이었다.
‘왜 서다니? 일어서는 이유를 말해야 하는 건가?’
대화 도중 상대방의 입에서 느닷없이 새어나온 그 말을 듣는 순간 배 대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움직여야만 했었다. 결국 나중에 알게 된 ‘왜서요’라는 말은 ‘왜요?’라는 말의 이곳 사투리였다.
“루어 하시게?”
아저씨는 말을 걸어온 사내의 한 손에 들려 있는 조그마한 낚싯대를 바라보며 묻는다.
“예. 이곳은 처음인데 어디 좋은 포인트 좀 알려주세요.”
“여기야 아무데나 던져도 좋지만, 저 방파제 끝에 등대 아래에 가면 내항 쪽으로 손 맛 좀 보실 수 있을 거요. 거기서들 많이 하더라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아저씨가 알려 준 포인트로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배 대리가 내내 참고 있었는지 막힌 수도관 터지듯 물음을 토해낸다.
“저 사람 낚싯대는 왜 저렇게 길이가 짧죠? 저런 걸로도 낚시를 할 수 있나요? 낚싯대는 길면 길수록 고기를 낚아내는데 좋은 줄 알았는데”
“루어 낚시용이지.”
“루어요? 루어면 유혹하다, 덫, 함정 이런 뜻인데. 유혹해서 고기를 잡나요? 물고기는 지렁이나 새우 같은 미끼를 사용해야 잡을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도 해 보진 않아서. 전에 루어 낚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한참 봤는데 가짜 미끼를 사용해서 고기를 잡더라고. 고무 같은 건데 꼭 지렁이 같이 생긴 것도 있고 벌레같이 생긴 것도 있고 작은 물고기 모양도 있더라고. 그걸로 우럭도 잡아내고 광어도 잡아내는데 거 참 신기하드만.”
“에이, 물고기도 자존심이 있지 비슷하게 생긴 걸 먹겠어요. 이렇게 진짜 살아있는 미끼를 써도 고기가 잘 안 잡히는데.”
그때 돌 틈에 끼워놓았던 배 대리의 낚싯대 끝이 토도독 움직이는 모습을 아저씨가 발견했다.
“자네 입질이야!”
아저씨는 배 대리와는 달리 대화를 나누면서도 낚싯대를 주시하고 있었나 보다. 배 대리는 힘껏 낚싯대를 들어 올리며 릴을 감기 시작했다.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움직임이 줄을 따라 대를 통해 손에 전해지는 느낌이 선명했다. 올라온 것은 한 뼘이 조금 넘는 노래미였다.
“자네 실력이 좋아졌구만.”
물고기 입에서 바늘을 빼내는 배 대리를 보며 아저씨가 빙그레 웃는다. 배 대리는 노래미를 언제나 그랬듯이 아저씨의 살림망에 넣었다.
“제가 실력이 좋아진 게 아니고 물고기들이 지렁이만 봐도 초보인지 아닌지 금방 알텐데, 이 녀석은 눈이 멀었나 봐요.”
말은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배 대리의 얼굴이 환한 웃음이 그려진다. 그 웃음을 닮은 바다의 수면 위로 잔잔하게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하지만 일렁임은 바다뿐이 아니었다. 배 대리의 가슴은 아까부터 두근거리고 있었다. 아직 낚시가 무엇인지 채 알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가늘고 매끄럽게 빠진 루어 낚싯대를 처음 보는 순간 그만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다. 도저히 원투낚시에 전념할 수 없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움에 이토록 가슴 설렌 적이 없었다.
“아저씨. 저 루어낚시 하는 사람 좀 구경하러 가야겠어요.”
내렸던 낚싯대를 주섬주섬 다시 챙기는 배 대리의 시선은 벌써 걸어간 사내의 그림자를 쫓고 있었다. 그런 배 대리의 모습을 보며 아저씨는 대답 대신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가며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는 몇 퍼센트나 될까. 스치듯 만난 사람이 인연이 되기도 하고, 우연한 걸음에 닿은 곳이 정착지가 되기도 한다. 인생이란 바로 앞의 순간을 예측할 수 없어서 더욱 신비로운 게 아닐런지. 하지만 분명한 건 인생이나 낚시나 결코 요행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물을 만나는 데 있어 우연은 있을 수 있지만, 꼼수로 얻어지는 건 채비 뜯김 또는 미끼만 떼인 빈 바늘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배 대리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루어 낚시를 하는 사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방파제 내항의 이곳저곳에 고무 같은 하얀 색 가짜 미끼를 매단 바늘을 던졌다 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정말 궁금했다. 가짜 미끼를 먹으려고 달려드는 물고기가 있을지, 과연 저 사내는 보이지 않는 물속의 물고기를 낚아낼 수 있을지. 그러나 그런 궁금함도 잠시. 순간 사내의 짧은 낚싯대가 휘청하더니 부러질 듯 곡선을 그려냈다. 배 대리는 조금 더 가까이 사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릴을 감았다 멈췄다, 대를 세웠다 눕혔다를 한참이나 반복하던 사내의 앞으로 지친 듯 끌려나온 물고기는 이곳 바다에 와서 처음 만났던 광어였다. 도무지 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첫댓글 참 재미있습니다.. ^^
늘 재밌습니다.^^
뚜둥~~~!! 드뎌.....
배대리는 이제 낚인겨...
5빠다,,,ㅋㅋㅋ,,,,선리플 후감상..ㅎㅎ...이거 꼭 해보고 싶었다,,ㅎㅎ
으흐흐 걍..낚인겨~~ ㅋㅋ
저도 처음 광어 잡았을때의 그 손맛을 잊을수가 없는데,,,,
한참을 기다린것 같습니다.. 기다린 만큼 좋습니다~ ^^ 계속 수고해 주세요~
배대리도 낚이고 나도 낚이고~~ㅋㅋ
10빠당 저도 요거 해보고 싶었읍니다 넘 잼있어요~
다음편은 과연..ㅋ 으악!!ㅠ 잠에서일어나컴터하는데 앞집마당에서 삼겹살 꿔먹는냄시가 ㅠㅠ
쿨럭~~ 광어인데... 어쩌시려나??? 릴리즈?? 헙..
광어라~~~ 언제쯤이면 나도 손맛 볼수 있을려나....잡고 싶은건 많고 하고싶은것도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