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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6일, 일요일, Hyderabad, Hotel Suhail
(오늘의 경비 US $10: 숙박료 160, 점심 52, 식료품 6, 30, 80, 13, 릭샤 50, 10, 20, 환율 US $1 = 44 rupee)
어제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침대기차에서 잤다. 작은 배낭을 베개 삼아서 베고 잤는데 머리가 불편했다 (침구는 안 준다). 큰 배낭은 발밑에 놓았는데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다리를 쭉 뻗을 수가 없어서 역시 불편했다. 그렇지만 그런 대로 잘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차 안에 커피와 차를 파는 사람들이 수없이 지나간다. 아침에 기차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작을 가방을 침대에 놓고 갔다 왔다. 생각보다는 기차 안에서 도난 위험은 적은 것 같다.
아침 Hyderabad에 도착해서 기차에서 내릴 때 실수를 했다. 사람들이 모두 다 내리기에 한 인도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내려야 하는 Kacheguda 기차역이다. Hyderabad에는 Kacheguda, Hyderabad, Secunderabad 세 기차역이 있다. 기차역을 나와서 릭샤꾼에게 Abids Circle로 가자하니 100 rupee를 내란다. 2km밖에 안 되는데 100 rupee를 내라니, $10에 해당하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금액이다. 2km 거리이니 20 rupee에 가자고 했더니 2km가 아니고 8km란다. 알고 보니 Kacheguda 기차역에 내린 것이 아니고 Secunderabad 기차역에 내린 것이다. 물어본 인도 사람이 틀림없이 Kacheguda 기차역이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적어도 두어 사람에게 물어봐서 확실히 해야겠다.
(후기. 그동안 인력거라 불렀는데 지금부터는 릭샤로 고쳐서 부른다. 인력거는 사람이 끄는 차인데 인도에서 rickshaw라 부르는 차는 대부분 자전거로 끄는 차이다.)
Secunderabad 기차역에서 내가 가려하는 Abids Circle까지는 4km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릭샤꾼은 8km란다. 100 rupee에는 안 가겠다고 했더니 50 rupee로 내린다. 30 rupee에 하자니 40 rupee로 하자해서 40 rupee에 갔다. 잠깐 사이에 100 rupee를 40 rupee로 깎은 것이다. 100 rupee의 반 보다는 낮은 금액이지만 반의반보다는 높은 금액이다.
Abids Circle에 도착해서 Hotel Suhail을 찾아 달랬더니 두어 번 물어가며 찾아서 호텔 앞에 내려준다. 더 이상 다른 수작 안 부리고 열심히 찾아 준 것이 고마워서 팁으로 10 rupee를 주었더니 좋아한다. 4km 정도 타고 천 원 정도니 참 싸긴 하다.
호텔은 그럴 듯 했다. 1인용 방은 160 rupee와 260 rupee 두 가지가 있다고 해서 160 rupee 짜리에 들었다. 260 rupee 짜리는 TV가 있단다. 방은 수수하나 널찍했다. 욕실도 딸려있고 더운물도 잘 나온다. 인도에는 외국 여행객이 많이 오는 Mumbai 같은 도시에는 호스텔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남미에 많은 민박은 없고 싼 호텔들이 많다. 그래서 부엌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는 없으나 음식 값이 싸니 사먹으면 된다. 조그만 베란다도 있는데 베란다 앞이 옆 건물 벽이라 전망은 없다. 그래도 환기와 프라이버시는 좋다. 숙소를 선정할 때 위치나 편의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환기, 밝기, 조용한 것, 프라이버시다.
짐을 풀고 좀 쉬다가 오정 때쯤 나가서 Hyderabad의 주요 볼거리인 Charminar와 Laad Bazaar 시장을 구경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인 것 같아서 거리 구경도 할 겸해서 걸어서 갔다. 그러나 길이 너무나 복잡하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소음이 커서 걷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30분을 걸었는데도 Charminar가 안 나온다. 길을 잘못 든 것인지도 몰라서 릭샤를 타고 갔더니 순식간에 Charminar에 도착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복잡한 길을 릭샤꾼은 잘도 빠져서 간다. 앞으로 대도시에서 걷는 것은 길을 잘 알아보고 해야겠다. 걷는 것이 힘든 곳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사람 피하고 차 피하고 자전거와 릭샤 피하고 거지 피하고, 등등, 보통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 걷고 있으면 릭샤가 계속 다가와서 타라고 조른다. 릭샤를 타면 이런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짧은 거리를 갈 때는 미터기로 요금을 계산하니 돈 내는 것도 편하다. 먼 곳은 흥정을 해서 가야한다.
“Four Towers"라는 뜻의 Charminar는 거대한 규모의 건물인데 입장료가 인도 사람은 5 rupee인데 외국인은 100 rupee이다. 그래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만 구경했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시내 경치가 볼만하다는데 별 것 아닐 것 같다. Charminar 바로 근처에 있는 Laad Bazaar 시장 구경을 잠깐 했다. 보석상이 많은 시장이다. 인도 사람들은 보석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Hyderabad는 어떤 도시인가. 인도 남부 중앙에 위치하고 7백만 인구로 인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Qutb Shahi와 Nizams of Hyderabad 두 회교도 왕조의 수도였고 영국의 인도 지배 하에서도 직접 통치를 받지 않는 여러 “Princely States" 중의 하나였다. Hyderabad가 수도인 Andhra Pradesh 주는 인구의 95%가 회교도인데 Hyderabad의 회교도 인구는 50% 정도란다.
이렇게 회교세력은 인도의 북부 지역에서 시작해서 남부 지역까지 퍼졌는데 영국이 인도에 들어오기 전 수백 년의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인도 전체가 회교 나라가 될 뻔했다. 또 영국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통일된 인도는 없었을 것이다. 영국은 인도를 250여 년 동안 통치하면서 동남아처럼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던 인도를 한 나라로 만들었다. 영국이 1947년에 인도를 떠난 후 대영제국의 인도는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졌지만 영국이 들어오기 전에는 인도는 수십의 실질적인 독립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인도가 다시 동남아처럼 여러 나라로 갈라질 위험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인도의 수천 년 역사 중에 통일된 한 나라로 있었던 때는 얼마 안 된다.
Charminar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너무나 복잡해서 Lonely Planet에 소개된 음식점을 찾을 도리가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릭샤를 타고 Hyderabad 기차역으로 갔다. 역시 미터기로 승강이 없이 쉽게 갔다. 역 안에 있는 Enquiry (문의) 창구에 가서 다음 갈 도시인 Hampi 가는 기차를 문의하니 기차 번호, 출발시간, 도착시간을 자세히 가르쳐준다.
일요일이라 기차표는 못 사고 호텔로 가려고 릭샤를 잡아서 지도를 보여주면서 Abids Circle로 가자고 했더니 Abids Circle과 비슷한 호텔 이름을 대면서 그 호텔로 가느냐고 묻는다. 말이 잘 안 통하는 것인지, 이 친구 무언가 수작을 하려는 것인지 이상하다. 그렇다고 했다가는 전혀 모르는 곳으로 갈 것 같다. 나는 다시 Abids Circle이라고 했더니 내 생각에는 2km 거리인데 200 rupee를 요구한다. 2km밖에 안 되는데 200 rupee를 달라고 하느냐고 했더니 12km란다. 도대체 어디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바가지를 흠뻑 씌우려던지. 걸어가겠다고 하고 걷기 시작했더니 150 rupee에 가잔다. 대꾸도 안 하고 계속 걸었더니 처음에는 릭샤를 타고 따라오다가 나중에는 릭샤에서 내려서 걸어서 따라온다. 그러면서 미터기로 하자고 한다. 위험한 친구 같아서 떼어버렸다. 그러나 떼어내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기차역 부근은 정말 힘든 곳이다. 기차역에 진을 치고 있는 릭샤꾼들은 모두 다 외국인은 바가지를 흠뻑 씌우려고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 기차역에 당도했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들을 따돌리고 길가로 나가서 좀 걷다가 길을 달리는 릭샤를 세워서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Hyderabad에서 여러 날 묵으려고 했는데 너무나 힘들고 마음에도 안 드는 도시라 내일 Golconda Fort 요새나 보고 모래 오후 7시 기차로 Hampi로 떠나야겠다.
Hyderabad의 최고 볼거리 Charminar는 “네 개의 탑”이란 뜻이다
Laad Bazaar는 다이아몬드와 진주 시장으로 유명했던 시장이다
여러 가지 콩을 파는 행상
2005년 2월 7일, 월요일, Hyderabad, Hotel Suhail
(오늘의 경비 US $16: 숙박료 160, 점심 60, 릭샤 8, 기차표 175, 200, 입장료 $2, 환율 US $1 = 44 rupee)
아침에 Golconda Fort에 가는 차편을 호텔에 물어보니 릭샤로 가면 왕복 300 rupee 정도이고 Public Gardens 버스 정류장에 가면 버스로 더 싸게 갈 수 있을 것이란다. Golconda Fort까지의 거리를 물어보니 12km란다. 내가 가진 지도에 의하면 5km 이상 안 될 것 같다고 하니 적어도 8km는 될 것이라고 금방 말을 바꾼다.
우선 기차표를 사려고 기차역으로 가려고 호텔 앞에서 릭샤에 오르니 릭샤꾼이 미터를 끄고는 타란다. 미터를 키라고 했더니 기차역까지 20 rupee를 내라고 흥정을 한다. 바가지를 씌우려는 것이다. 내려서 다른 릭샤에 올라서 미터를 키게 했다. 외국 여행자를 보면 미터를 꺼버리고 요금을 흥정하려 한다. 기차역에 당도하니 미터에 불과 8 rupee가 나온다.
Hampi로 가는 기차표를 샀는데 “Waiting List” 기차표다. Waiting List 기차표는 기차표가 다 팔렸을 때 파는 기차표인데 기차표를 산 사람이 취소해서 자리가 생기면 탈 수 있는 기차표다. 기차표에는 RAC/11 - RAC/7이라고 쓰여 있는데 내가 Waiting List에 몇 번째인가를 나타내는 숫자다. 이 정도 숫자면 탈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단다.
기차표를 산 다음에 기차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Public Gardens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이곳에서 Golconda Fort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버스가 서는 곳이 10여 군데는 되는데 어느 곳이 Golconda Fort에 가는 버스가 서는 곳인지 알 도리가 없다. 버스 번호를 알면 서는 곳을 알 수 있을 텐데 버스 번호를 모른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여러 명에게 물어봤는데 사람마다 버스 번호가 다르다. 잘 모르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릭샤 흥정을 시작했는데 릭샤꾼들이 영어를 못해서 흥정이 잘 안 된다. 결국 영어를 좀 하는 사람이 도와주어서 200 rupee에 Golconda Fort 왕복을 하고 Fort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려 주기로 흥정을 했다. 혹시 엉뚱한 곳으로 일부러 데려갈까 해서 인상이 좋아 보이는 나이 듬직한 릭샤꾼을 골랐다. 그래도 혹시 엉뚱한 곳으로 갈까봐 Fort로 가는 동안 Lonely Planet 지도에 나와 있는 길로 가는지 방향을 계속 체크했다.
Fort로 가는 길은 엉망이었다. 보행자, 행상, 릭샤, 오토바이, 자전거, 차, 버스, 트럭, 동물로 뒤범벅이다. 차들은 저마다 먼저 가려고 경적을 울려대어서 귀가 멍멍해 진다. 나를 태운 릭샤꾼은 이런 혼잡을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잘도 간다. 어떨 때는 불과 1cm 차이로 비켜간다. 어제 Charminar를 갈 때는 이런 길을 30분 동안 걸었으니 힘들었던 것이 당연했다. 오늘은 릭샤 안에서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귀마개로 귀를 막고 앉아있으니 견딜 만 했다.
요금을 후불하기로 했는데 주유소에 서더니 휘발유를 사야하니 100 rupee를 선불하란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해서 50 rupee만 주었다. 다행히 사고 없이 Fort에 도착했다. 약 40분 걸린 것 같다. 10에 시에 도착했는데 12시까지 돌아오겠다고 하고 Fort 구경을 시작했다. 가이드들이 따라 붙는 것을 떨쳐버렸다. 그 중 한 가이드는 아주 집요했다. 돈을 안 받겠다고 하면서 계속 따라왔으나 결국 떨쳐버렸다.
Fort는 볼만했다. 워낙 견고한 요새라 Mughal 제국의 Aurangzeb 황제가 8개월 동안 공격을 했는데도 요새를 함락시키지 못했는데 요새 내부에 협력자를 얻어서 간신히 함락시켰다. 요새는 120m 높이의 산에 위치해 있는데 세 겹으로 성벽을 싸서 요새를 보호했다. 성안에는 거대한 물 저장소가 세 곳이나 있었는데 며칠 전에 구경한 Daulatabad Fort와 마찬가지로 멀리 있는 산에 빗물을 모으는 저수지를 만들고 비밀 지하 흙 파이프로 물을 끌어왔다고 한다.
성안에서 산정 요새로 향하는 길은 바닥을 특이하게 만들어서 적군이 지나가면 발소리가 전 요새에 요란하게 들리도록 만들었다. 요새에는 비상시에 성 밖으로 대피할 수 있는 굴이 있었는데 성 밖 8km 지점까지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오후 1시쯤 호텔로 돌아와서 호텔에 점심을 시켜서 먹었다.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시켜온다고 하는데 Vegi thali는 25 rupee이고 mutton biryani는 60 rupee이다. 오랜만에 고기를 먹고 싶어서 mutton biryani를 시켰더니 5분 만에 방으로 가져다주었다. Biryani는 한국의 비빔밥 비슷한데 mutton (양) 고기는 소스 안에 갈아서 넣었는지 보이지는 않았다. 음식 양은 2인분이 되고도 남아서 반만 먹고 반은 저녁때 먹으려고 남겼다. 먹을 만 했다. 앞으로 애용해야겠다.
낮잠을 한잠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거뜬하다. 서울을 떠날 때 있던 감기 기운은 다 없어지고 몸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여행할 때는 몸 건강한 것이 최고이다.
인도 사람들은 참 마음에 안 든다. 검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아프리카 흑인과도 다르고 호주 원주민과도 다른 인도 특유의 검은 모습이다. 이마에는 남녀 모두 붉은 점을 그리고 다닌다. 코걸이를 하고 다니는 여자들도 많다. 회교도 여자들은 검은색 복장으로 온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다닌다. 생긴 것보다도 행동하는 것이 더 마음에 안 든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어린 학생들도 못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도 못한다. 젊은 사람들도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 외에는 못한다. 영어를 하는 사람들도 발음이 너무나 달라서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다. 오늘 기차역에서 직원이 "코체스"라 해서 못 알아들었는데 나중에 쓴 것을 보니 "coaches"이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직원이 "브로우스"라 한 것도 아마 "browse"를 발음한 것 같다. 인도 사람들은 얘기할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괴상한 동작을 한다. 우리가 "아니다" 할 때 하는 동작과 비슷한데 그것보다는 "용용 죽겠지" 하고 놀릴 때 하는 그런 동작이다. 기분을 나쁘게 하는 동작이다. 그 동작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예"라는 뜻인 것 같다.
길거리는 혼잡, 소음, 먼지, 매연으로 아비규환이다. 지금까지 본 도시 중에 Hyderabad만큼 지옥 같은 도시는 없다. 앞으로 갈 Kolkata나 Delhi는 Hyderabad보다 더 지옥 같은 도시일지 모른다. 앞으로 고생을 많이 하게 생겼다.
타이프라이터로 관공서 서류를 작성하는 노인, 관공서 근처에 이런 가게가 많은데 옛날 한국의 대서소인 셈이다
Golconda Fort 전경, 멀리 산위에 요새가 보인다
이곳을 걸으면 발자국 소리가 산정 요새에까지 들린단다
요새는 세 겹의 성벽으로 둘러싸여있다
산정 요새로 올라가는 계단
산정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Golconda Fort 전경
멀리 외성이 보인다
2005년 2월 8일, 화요일, Hyderabad, Hotel Suhail
(오늘의 경비 US $27: 숙박료 160, 점심 35, 저녁 35, 식료품 70, 기차표 88, 릭샤 10, 인터넷 50, 소포 523, 포장 서비스 50, 환율 US $1 = 44 rupee)
짐을 줄이기 위해서 앞으로 필요 없을 것 같은 겨울 옷 2벌, 양말 하나, 팬츠 하나, 모기장, 책 2권, 카메라 polarizer 필터 등의 1.2kg 짐을 배편으로 한국에 보냈다. 친구 박희서 병원으로 보냈는데 두 달 정도 걸린단다. 배편인데도 523 rupee나 들었다. 아마 2kg에 해당하는 요금을 물은 것 같다. 포장하는데도 50 rupee나 들었다.
오랜만에 이메일을 했다. 한글 설치가 안 된 컴퓨터여서 고교 동창회 사이트는 읽기만 했다. 기차 출발시간이 저녁 7시 반이라 하루치 방 값을 더 내고 호텔 방에서 푹 쉬다가 저녁 6시쯤에 기차역으로 나갔다. 좌석 번호를 확인하려고 Enquiry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내 기차가 벌써 떠났단다. 출발 시간이 아직 멀었는데 떠났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고 보니 출발 시간을 잘 못 알았다. 기차표에는 시간이 24시간제로 되어 있는데 기차 출발 시간이 17시 반인 것을 잘 못 계산해서 오후 7시 반으로 계산했던 것이다. 7시 반이 아니고 5시 반인데.
할 수 없이 기차표를 취소하고 내일 같은 시간에 떠나는 같은 기차표를 다시 샀다. 어제는 시니어와 여자들이 사는 창구에서 샀는데 오늘은 Foreign Tourist 창구가 보여서 그곳에 가서 사니 어제 같이 Waiting List 표가 아니고 좌석이 확정된 기차표를 받았다. 이제는 왜 Foreign Tourist 창구에서 사는 것이 좋은지 알겠다. Foreign Tourist 창구에서는 좌석이 확정된 기차표만 팔고 항상 그런 기차표를 살 수 있는 것 같다.
어제 산 기차표를 취소해서 요금의 50%를 손해 봤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고 하루 시간과 $5 손해를 보았다. 더 이상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겠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지난 며칠 동안 쓰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내가 묵었던 Hotel Suhail과 호텔 경비원
호텔 근처의 쇼핑 몰
호텔 근처의 냄새가 지독한 공중 화장실, 1960대 한국에도 이런 공중 화장실들이 있었다
2005년 2월 9일, 수요일, Hyderabad, Hotel Suhail
(오늘의 경비 US $5: 숙박료 160, 점심 25, 저녁 30, 릭샤 10, 환율 US $1 = 44 rupee)
오늘 아침에는 스타디움 쪽으로 산보를 갔다. 지난번에 갔던 Charminar 쪽과는 반대쪽이다. 이쪽은 Charminar 쪽과는 풍경이 매우 다르다. 길도 널찍하고 새 건물도 많고 가로수도 많다. 인도 도시에는 소위 old city 구역과 new city 구역이 있다. 주로 old city 구역은 원래의 도시이고 new city 구역은 영국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 세운 구역이다. Charminar 쪽은 old city 구역이었고 오늘 간 쪽은 new city 구역이었다.
출근 시간이라 복잡하기는 했지만 살아있는 힘찬 도시 같이 보였다. 학생들은 걸어서 등교하거나,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하거나. 릭샤를 타고 등교한다. 학생들이 탄 릭샤 안을 들여다보니 7, 8명의 학생들이 타고 있었는데 가방이 매우 무거워 보인다. 길가에 있는 한 상점 앞에 있는 계단에 잠깐 앉아서 쉬려고 하니 경비원이 와서 못 앉게 한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도를 걷는다. 인도는 노숙자들이 차지했거나 상점들이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신문을 사봤다. Hyderabad는 Bangalore 못지않은 하이테크 도시라더니 신문에 구인 광고가 가득하다. 1999년의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불케 한다. 광고도 큼직하고 Microsoft, IBM 같은 미국회사들의 구인 광고들도 보인다. 구인 광고 내용도 미국 못지않다. IBM에서 Mumbai나 Delhi에서 일할 Industry Solutions Manager를 뽑는데 Engineering/MBA 학위와 10-12년의 solutions sales 경험을 요구한다. 미국보다도 자격요건이 까다로운 것 같다. 미국에서도 이 정도 자격요건을 가진 사람은 찾기가 힘든데 월급은 얼마나 주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직장이 모두 인도로 오는 것 같다. 미국의 생산직 직장이 중국으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도 경제는 호황이란다. 올해 성장률이 7%로 한국과 일본보다 훨씬 높단다.
점심을 어제처럼 음식점에서 볶음밥을 사서 호텔 방에 가지고와서 먹었다. 중국식 볶음밥인데 시키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이런 식으로 중국 음식을 파는 인도 음식점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외국 여행객들이 많아서인가?
오늘은 기차를 제대로 잘 탔다. 오후 4시 반경에 릭샤로 기차역에 도착하여 Enquiry 창구에 가서 내가 타려는 기차의 플랫폼 번호를 알아내고 플랫폼 4로 나가서 조금 기다리니 4시 55분경 기차가 들어온다. 기차가 들어오기 전에 플랫폼에도 안내 데스크가 있어서 내가 타려는 S11 차량이 서는 위치를 물어보니 가르쳐준다. 인도 기차는 매우 길어서 내가 타려는 차량이 서는 위치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한참 걷거나 뛰어야 한다. 가르쳐 준 위치에 가깝게 S11 차량이 선다. 차량마다 그 차량에 타는 승객 명단이 붙어있기 때문에 차량에 오르기 전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오른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기차를 많이 타보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본 인도의 기차 시스템은 잘 되어있는 것 같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저녁 식사 주문을 받는다. 큰 배낭은 자리 밑에 넣고 쇠고리에 묵었다. 작은 배낭은 오늘 밤 베고 잘 것이다.
인도의 못사는 사람들은 인생을 체념적으로 사는 것 같다. 못사는 사람들은 전생의 업보 때문으로 안다. 잘사는 사람들 역시 전생의 업보 때문으로 안다. 그러니 못사는 사람들은 잘사는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하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동시에 잘사는 사람들은 못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못사는 사람들은 현세에서 잘 살아보겠다는 욕망보다는 현세에 선업을 많이 쌓아서 내세에 잘 살아보겠다는 욕망이 더 큰 것 같다. 잘사는 사람들 역시 내세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선업을 쌓으려 하는 것 같다. 인도 사람들은 거지에게 돈을 잘 준다. 돈을 받는 거지들은 전혀 비굴해 보이지 않는다. 당당해 보이기까지 한다. 거지들은 주로 불구와 노약자들인데 거지로 사는 것을 운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세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내세이니 조금도 서두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인도는 참 특별난 세상이다.
Hyderabad의 신시가지는 제법 깨끗하다
출근 시간이라 복잡하다
릭샤를 타고 등교하는 학생들
길가 음식점, 가격표가 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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