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정보사 휘하 HID·UDU'한국의 델타포스'라는특수임무대대
공수여단·UDT/SEAL…다양한 특수전 부대 포진
"기습, 테러, 사보타주, 암살로 적을 교란하라. 이것이 미래의 전쟁이다." 세계를 전쟁의 광풍에 몰아넣었던 나치의 수괴 아돌프 히틀러가 한 말이다. 암살은 영향력있는 인물을 몰래 살해하는 행위다.암살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와 같다. 도덕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암살부대'를 양성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전쟁과정에서 적국의 국가원수나 정치·군사지도자를 목표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라크전, 아프간전을 두고 '비(非)대칭전쟁' 혹은 '제4세대 전쟁'이라는 말을 한다. 제4세대 전쟁은 특정국가의 특정 지역을 점령하는 기존의 전쟁 양상과 달리 인종·종교·문화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한다.
때문에 군사적 승리가 곧 전쟁의 승리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부를 전복시키고도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을 놓침으로써 대 테러전쟁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 ▲ 국가를 위해 불법적인 암살, 납치활동을 자행하는 기관은 대한민국에 없다. 다만 전시 상황에서라면 우리 군 특수부대원들이 그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육군의 공수여단이나 해군의 UDT/SEAL 등과 같은 부대들도 마찬가지다. / 조선일보
최근에 이슈가 된 하마스 간부 암살사건을 주도한 것도 역시 '키돈'이다. 모사드 소속의 '키돈'외에도 '사이렛 매트칼'같은 군 소속의 최정예 특수부대들이 첩보작전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런 비밀작전부대를 보고 있노라면 암호명 007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첩보의 세계에 007과 같이 댄디하고 스타일리시한 인물은 없다. 오히려 보통 아저씨와 같은 느낌이 들어야 정상이다.
또 그들의 주요 임무도 영화에서처럼 권총을 차고 돌아다니면서 적을 암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무장으로 일반인 속에 섞여서 정상적인 채널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첩보원들은 외교관의 신분으로 파견되거나 종종 특파원이나 국제사업가를 사칭하는 경우도 많다. '총잡이'는 이상적인 인간첩보(Human Intelligence·HUMINT)활동의 자산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암살 임무를 위해 '총잡이'들을 별도로 쓰기도 한다. 미국 정보기관 CIA에서는 첩보원, 즉 공작담당관(Case Officer)과는 달리 준(準)군사조직의 인원들을 별도로 고용해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직 군 특수부대 출신자로 전쟁의 기술에 능한 사람들이다. 특히 9·11 테러를 계기로 CIA 내부의 준군사조직인 SAD(Special Action Division)는 그 조직과 활동이 방대해졌다.
부시가 "빈 라덴의 목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후 테러 발생 1개월 만에 아프간에 투입된 SAD는 아프간 군벌을 지휘하며 국가를 전복했다. SAD는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무인기를 운용하면서 알카에다 간부를 암살해왔다.
그러나 SAD의 임무수행에는 한계가 많다. 인력도 현저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CIA는 당연히 아웃소싱을 통하여 인력을 충원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블랙워터(현 Xe 서비스)'와 같은 용병회사들을 고용해 '암살'과 '납치'임무를 수행했다는 스캔들로 CIA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제4세대 전쟁에선 특정인물의 체포와 사살이 중시돼 첩보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미군 가운데서는 JSOC(합동 특수전 사령부)라는 존재가 암살과 납치 임무에 전문화되어 있다. JSOC은 1980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구출작전의 실패로 탄생한 대 테러전문기관이다.
이 기관은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군 조직이다. JSOC에는 미군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강이라는 '델타포스'와 '데브그루'가 직할부대로 소속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전문부대가 있을까? 최근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서 국가를 위해 암살임무를 수행하다 버림받는 첩보원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여기서는 'NSS'라는 기관이 등장해 대통령도 모르게 암살임무를 수행한다.
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국가를 위해서 항시 불법적인 암살, 납치활동을 자행하는 기관은 대한민국에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된다. 다만 전시의 상황에서라면 어떠할까?
우리 군에서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부대들은 아주 다양하다. 대부분의 특수전 부대라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임무의 전문성으로 따지자면 부대는 한정된다.
우선은 군에서 정보활동을 실시하는 국군정보사령부 휘하에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들이 있다. HID나 UDU 같은 이름으로 유명한데, 육상과 해상으로 나누어 모집하는 정보사 특수정보부사관이 바로 이들이다.
적진 후방에서 정보수집을 주임무로 활동하지만 가장 현장정보에 빠르다 보니 사보타주나 암살활동도 수행하게 된다. 한편 특수전 사령부의 직할부대인 특수임무대대라는 존재도 있다.
'한국의 델타포스'로 알려진 이들은 평시에 대 테러임무를 주로 하지만 전시엔 적 요인암살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외에도 육군의 공수여단이나 해군의 UDT/SEAL 등과 같은 부대들이 이런 임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비밀작전부대는 언제나 작전의 합법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나 총리와 같은 최고정책결정자의 정치적 의사를 군사적인 수단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제4세대 전쟁에서 '암살'이 중요한 전쟁의 수단으로 떠오른 이상 이런 부대들에 대한 필요성과 활용도는 앞으로도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움직이는 '별동대'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안보강국이 가슴속에 꼭꼭 숨기고 있는 강한 비수가 된다. 다만 이런 부대를 국가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성숙성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