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서초구와 더불어 강남권 빅3로 통하는 송파구. 그 위상만큼이나 잠실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는 건물들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과 5km 남짓 떨어진 장지동, 거여동, 마천동은 다른 관점에서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같은 구에 위치했지만 기본적인 기반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이러한 다른 느낌의 ‘아찔함’은 희석될 전망이다. 미니신도시, 뉴타운, 법조타운 등의 큼직큼직한 개발 계획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초구를 제치고 '제2 강남' 독주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송파구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았다. ■ 거여-마천뉴타운 = 지난 8월 29일 강남권 최초로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거여-마천뉴타운은 거여동 202번지 일대 27만 3,800여 평에 들어설 예정이다. 위치상으로는 강남권에 위치했으나 지난 60년대 청계천 복개 작업으로 종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정착하고 살아 개발수준 및 주거환경은 강북보다도 떨어지는 실정이다. 현재 이곳의 노후불량주택 비율은 60%에 이르고 있다. 그 중 공동주택은 10% 수준에 머물러 단독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단독주택이 많은데다 대부분 지분은 외지인에게 넘어가 있어 사업 진행이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천동 S공인 김 실장은 “거여동은 뉴타운 지정 이전부터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었고, 개발 계획을 미리 접한 일부 외지인들이 이미 인근 단독주택까지 사들인 상태”라며 “공동주택이 많지 않아 조합원 수익이 나쁘지 않은데다 사업을 확신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개발 속도를 늦추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이라는 지리적 강점과 사업 진행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분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초만 해도 2구역의 지분 가격은 평당 2,000만~2,300만 원 선에 머물렀으나 뉴타운 발표 후 2,500만~3,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뉴타운 인근 아파트 역시 ‘8.31 대책’으로 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 홀로 상승 중이다. 김 실장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에 하나였지만 입지만큼은 어느 지역보다 좋아 개발만 된다면 최고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민들에게 팽배해 있다”며 한동안 가격 급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송파 미니신도시 = ‘8.31 부동산대책’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나온 송파 미니신도시는 거여동 특전사부대(58만 평)와 장지동 남성대골프장(24만 평) 일대 약 200만 평 규모에 5만 가구가 지어질 예정이다. 이 중 40%에 이르는 2만 가구는 중대형으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을 미니 신도시로 개발을 하겠다는 계획은 발표됐으나 지침이나 정확한 개발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공영개발 방식에 판교와 같이 25.7평 이상 중대형 평형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 신도시기획과 관계자는 “아직 추진하겠다는 발표만을 했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추후 논의를 거치며 차차 윤곽을 잡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직 정확한 개발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5만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데다 마천-거여뉴타운과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신도시 예정지 부지는 국 · 공유지로 거래를 할 수 없으나 인근 토지 및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여동 대륙공인 육종호 대표는 “뉴타운으로 지정된 가운데 신도시 발표까지 나자 토지를 비롯해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며 “단지별, 평형별로 다르지만 수 천만 원 이상 오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200만 평에 5만 가구를 짓겠다는 정부안에 대해 주거 밀도가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인근 판교와 분당과 비교해 주거용지 비율을 30%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용적률이 무려 250%나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아직 주거용지 비율까지 운운할 단계는 아니지만 주거 비율을 높일 경우 용적률은 낮아지게 된다”고 말해 주거 쾌적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발할 것임을 시사했다. 공영개발을 하는 것이 입지와 관계없이 일반인들의 선호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육종호 대표는 “올림픽훼미리, 아시아선수촌, 올림픽기자촌 아파트는 모두 공영개발 후 채권입찰 방식으로 분양했던 아파트”라며 “이 아파트들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것으로 입지가 좋고 단지 자체의 메리트만 충분하다면 개발 방식은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 문정지구 = 문정동 289번지 일대 총 37만 8,000평 규모의 문정지구는 미래형업무 및 공공지원단지, 도시형 산업단지, 동남권 유통단지 등 3개의 단지로 나뉘어 오는 2010년까지 개발될 계획이다. 그 중 1단계로는 도심형 산업단지와 동남권 유통단지가 들어선다. 도심형 산업단지는 15만 6,000여 평 규모로 청계천 복원사업에 따라 상권이 줄어든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가 예정돼 있다. 지난 6월 공사를 시작해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07년 완공된다. 동남권 유통단지에는 화물터미널, 저장시설 등이 들어선다. 2단계로는 미래형 업무단지와 공공지원단지로 개발된다. 미래형 업무단지에는 IT관련 업종과 의약품, 의료기기 제조업 등의 바이오산업 관련 업종이 들어가며 공공지원단지는 상반기 문정동 아파트 가격을 들썩이게 했던 법조타운이 들어선다.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10년 완공 예정이다. 문정지구의 최대 수혜 아파트로 꼽혔던 올림픽훼미리 아파트 68평형은 4월, 5월 두 달 간 3억 2,500만 원으로 무서운 기세로 값이 뛰었다. 때문에 현재는 진정 국면을 맞으며 인근 개발 호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8.31 대책에도 올림픽훼미리 아파트 및 문정동 래미안 아파트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래미안공인 박성진 대표는 “지난 상반기 가격이 많이 올라 지금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문정지구라는 문정동 자체 호재와 더불어 인근 장지지구, 송파미니신도시, 마천-거여뉴타운, 마천지구까지 다양한 호재가 가득해 실거주자들의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 장지지구 = 2002년 12월 택지개발계획 승인을 받은 장지지구는 장지동 일대 18만 2,751평에 약 5,500여 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그 중 2,600여 가구는 국민임대로 지어지며 나머지 2,900여 가구만이 공공분양 된다. 2007년 상반기에 분양을 시작해 같은 해 하반기부터 2008년 하반기까지 공사가 마무리 되는 단지별로 입주를 시작한다. 현재 착공에 들어간 일부 단지는 가장 빠른 2007년 하반기에 입주할 예정이다. 당초 일반에 돌아갈 물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사실상 일반분양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포구 상암동 서면허시험장 부지에 조성하려다 무산된 상암택지지구 8단지의 특별공급 신청자 중 상당수가 장지지구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SH공사 측은 “정확한 일반분양 물량은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사실상 물량이 없는 상태”라며 “하지만 세곡 ? 우면택지지구가 나와 장지지구에 신청한 사람들이 옮기게 된다면 비는 수만큼 일반 분양을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장지지구는 주변이 온통 개발 예정지역으로 둘러 싸였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한 상태다. 이미 개발이 상당히 진행돼 분양만을 남겨둔데다 입주권 거래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장지공인 유금식 대표는 “일부 단지가 착공까지 들어갈 정도로 한창 개발이 진행된 상태기 때문에 투기세력이 들어올 틈이 없다”며 “하지만 개발이 끝날 경우 주변 지역과 시너지효과를 내며 최고 지역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는 많다”고 전했다. 2003년 6월 6일 이전 구청에 특별분양 입주권을 신청한 가구에 한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2007년 상반기 분양 후 입주권이 아닌 분양권 상태로 전환됐을 때 뒤늦은 투기 열풍을 우려하기도 한다. 장지지구 인근 공인 관계자는 “일부 가구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등기 후에는 매매가 바로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투기 자금 유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마천지구 = 지난 5월 7일 국민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로 지정된 마천지구는 6만 6천 평 규모로 2007년 상반기 총 가구수 1,633가구 중 545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마천-거여뉴타운과는 북동쪽으로 닿아 있는데다 5호선 마천역과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단지가 들어설 경우 무주택 서민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천지구는 남서쪽에 위치, 이미 개발 진행중인 장지지구 및 문정지구와 함께 서울 양재~과천~인덕원~판교~성남~서울 가락동 청계산 주변 약 1,500만 평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남서울 프로젝트’를 잇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들어설 예정인 송파신도시와도 1km가 채 떨어져 있지 않다. 아직 경기도의 구상안으로만 나와 있는 남서울 프로젝트가 실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뉴타운 및 미니신도시와 인접해 있어 강남 고급 주택 수요를 대체 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임대단지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현실에서 마천지구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 강남구에 위치하지만 임대단지가 많은 수서동은 평균 평당매매가가 1,474만 원으로 바로 옆에 있는 일원동의 2,165만 원의 6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천동 M공인 관계자는 “마천지구는 임대단지가 들어온다는 개념보다 개발이 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워낙 낙후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임대단지가 들어옴으로써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주거 환경이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도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 그 외 개발 사항 = 3호선 수서역에서 8호선 가락시장역, 경찰병원앞역(신설), 5호선 오금역을 연결하는 3호선 연장노선도가 2009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에 있다. 그동안 강남으로 진입하기 불편했던 5호선과 8호선이지만, 3호선과 바로 연결이 되면 강남 진입이 한결 쉬워진다. 롯데월드 맞은편 부지에는 지상 112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 부지는 지난 98년 36층 규모의 건물로 건축허가를 이미 받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롯데건설 측에서 112층 초고층 건물로 설계변경을 해, 송파구에서 지구단위계획변경 재심의 중이다. 군 당국의 반대로 풀어나가야 할 사항들이 있지만 지자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다 롯데건설 측에서는 112층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