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수학을 생각하면 마치 잘못 살아온 내 인생의 출발점처럼 씁쓸한 기분이 든다. 중학교 때 수학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결과가 사업을 하는 60대 인생인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이 맺힌 중학수학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중요 시기에서 중학수학 실력의 부재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분명히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나는 지금의 중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수학 고득점자가 되면 좋겠지만, 고득점자가 아니라도 적어도 중간 점수 정도는 보장되는 실력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중간 점수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실력은, 자칫 수학적 마인드를 퇴화시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알게 모르게 애로를 겪게 한다. 수학적 마인드 또는 셈적 마인드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작용을 한다. 중학생 때 이 수학적 마인드는 바로 밑절미로 자리하게 된다. 도형을 모른다고 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지라도, 경제활동을 비롯한 남들과의 셈적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수학적 마인드도 유전일지 모르다. 하지만 그런 유전인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천적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모든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아이큐와 수학 점수와는 연관성이 밀접한 게 아니다. 반에서 꼴찌도 수학은 얼마든지 만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은 기본기와 공부 스킬이나 숙련의 문제일 뿐, 머리가 나쁘다고 하여 공부를 못한다거나 공부를 못하니 머리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적어도 나 자신을 뒤돌아 보면….
학교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은, 본인의 의지와 가정 환경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의 독서하는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다면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정 환경이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의지가 있다면 이 또한 커버가 된다. 현재로서 학교생활은 숙명이다. 공부하는 데 흥미가 전혀 없더라도 좀 더 세상을 우위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학교생활은 충실히 하여야 한다. 훗날 비굴한 삶이 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하였다. 어떻게든 야간 고등학교에라도 다니러 하였지만 그도 여의치 않았다. 대신 중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식당이나 주유소 등지를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물론 내가 받은 봉급은 대부분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데 쓰였다. 하지만 공부를 포기할 수 없어서 직장생활하는 짬을 내 방송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 두고, 검정고시 학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극히 잠이 부족한 당시로써는 직장생활과 검정고시 준비를 해야하는 일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쉬는 날 독서실에 가면 온종일 엎드려 잠자기 일쑤였다. 중학교 때 수학이 엉망이었으니, 검정고시 준비에서도 수학 점수를 올리기가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어느 덧 입대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나는 가까스로 검정고시를 합격하여 대한 입시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입영 통지가 날라왔다. 거의 3년 군 생활을 마치고 나오니, 검정고시로 간신히 채워 둔 고등학교 공부는 완전히 제로 상태가 되었다.
내가 준비한 대학 입시는 처음부터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제대 후 꼬박 1년 6개월 여 동안 입시 학원을 전전하다가 경우 지방대학이라도 입학할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완전한 수포자였다. 수학을 못하니 물리와 같은 과목에서도 단 10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학 때부터 시작된 사법시험 준비는 대학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수포자였던 내게 경제학 같은 과목은 늘 발목을 잡곤하였다. 수포자가 다른 공부를 하며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오랜 사법시험 준비기간 내내 뼈저리게 느낀 셈이다. 결국 사법시험 준비기간은 내 인생의 허송세월이 되고 말았다.
나는 우연히 지금의 해드림출판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책을 통해 지독한 질곡을 겪으며 살아온 내가 출판사를 운영하게 될 줄이야….
사업을 하면서도 수포자의 맹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도무지 셈을 하기 싫은 것이다. 나는 지금껏 회사의 채권은 얼마이고 부채는 얼마인지 파악해 본 적이 없었다. 뭔가를 계산하는 게 몹시 싫었기 때문이다.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을 출판사가, 나의 형편없는 수학적 마인드로 늘 어려움을 겪곤 한다. 중학교 때부터 포기해 버린 수학, 이 수포자가 아이러니 하게도 중학수학 학습서를 만들다니…. 서울대 출신의 이진수 저자가 쓴 [아빠마음 중학수학]은 중1 상하, 중2 상하, 중3 상하로 전체 6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빠마음 중학수학]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만일 내가 지금 수학을 시작한다면 충분히 고득점자가 될 것이라고.
오랜 세월 경험한 바로는, 공부는 결국 두뇌보다는 요령이나 방법 등 기술 문제였다. 지금 다시 사법시험을 시작한다면, 나는 2-3년 안에 합격할 자신이 있다.
중학수학,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고 저득점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중학수학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예컨대 중학수학 1을 시작한다면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 내용을 무조건 이해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풀기보다, 중학수학 1은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각 단원 간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정확하게 전체 구조를 파악하여 머릿속에 중학수학이라는 집을 훤히 그리고 있어야 한다. 방정식에는 어떤 내용이 있고 도형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등 적어도 중학수학 1이라는 뼈대를 마음껏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부 구조에서 제일 쟁점이 되는 문제는 무엇인지도 파악해 두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헌재 나가고 있는 진도에만 집착하면 언정적인 점수자가 되기 어렵다. 항상 먼저 전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들어가서도, 개념이나 원리를 먼저 충분히 정리하고 충분히 이해한 후 세부 내용을 학습해가야 한다. 이는 영어를 비롯한 모든 과목도 마찬가지다.
중학수학은 전체 어떤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단원은 또 어떻게 나뉘어 있지?
그 단원에서 주요 부분은 뭐야?
그 부분에서 쟁점은 뭐지?
수시로 이 자문을 점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