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인 초청 오찬'에 참석했던 무등일보 편집
국장이 청와대 홈피에 올린 글을 참고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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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청와대 브리핑9/26] 9월 17일 ‘광주·전남 언론인 오찬’ 참석자가 본 대통령 ‘호남 발언’의 진상
조회 457 날짜 2003-09-26 오후 05:13
9월 17일 ‘광주·전남 언론인 오찬’ 참석자가 본 대통령 ‘호남 발언’의 진상
‘거두절미 뒤늦게 쟁점화’ 특정목적 엿보여
“호남에 서운한 것 없나” 필자 질문에 “어떻게 호남 배신하나” 답변
발언 왜곡해 민심에 악용될 소지…사실에 기초한 비판 아쉬움 남아
말이란 한 자리를 건너뛰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설사 표현 그대로 가감없이 전달하더라도 때로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달리 해석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수가 종종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호남사람들이 내가 예뻐서라기보다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나를 지지했다”는 발언이 바로 그런 경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 대통령의 그러한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발언에 담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광주·전남 언론인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발언은 필자의 질문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오찬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필자는 이런 질문을 했다.
“대통령께 서운한 심정을 갖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호남의 민심이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도 호남에 대해 서운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서운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 끝에 나온 답변이 일명 “호남이 내가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 후보가 보기 싫어서 찍었지”하는 문제의 발언이다.
10여 일이 지났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답변을 녹음기를 틀듯 옮길 수는 없으나 기억을 되살려 정리하면 이렇다.
“민심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 (잠깐 생각한 뒤) 호남 사람들은 노무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었다(이때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다). 대선 경선 당시 한때 호남의 민심이 나와 정몽준 후보를 놓고 방황했지 않느냐. 결국 내가 이회창후보를 이겨 호남의 소원을 풀어줬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는데 어떻게 호남을 배신할 수가 있겠는가.”
이어 대통령은 “내가 호남을 홀대하고 배신한다는데 기회가 된다면 광주시내 한복판에서 시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호남출신이 아닌 정치인 가운데 나보다 더 호남을 이해하고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대보라고 배포 있게 말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어 대통령을 바꿔달라면 바꿔주겠다.”
다시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고 ‘호남에 대해 서운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쯤으로 끝났다.
대통령의 발언이 좀더 신중하고 정제됐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언의 핵심은 ‘노무현을 찍기 싫어도 하는 수 없이 대항마 차원에서 찍었다’가 아니라 ‘노무현보다 호남을 더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니 믿어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발언을 18일자 무등일보 사회면에 “호남이 외면하면 기댈 곳 없어”라는 제목의 상자기사에 소개했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거두절미된 채 특정 부문만 강조돼 한참 뒤에야 쟁점이 되는 이유를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이 분당되면서 호남의 민심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듯한 형국을 빚고 있다.
어느 경우 드러내놓고 노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것은 용기마저 필요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을 본거지로 하는 신문사의 편집국 책임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대통령의 발언을 미화해서도 안되겠지만 왜곡해서도 안 된다는 믿음에서이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이 왜곡되고 이에 따라 호남의 민심이 더욱 악화되면서 어떤 목적하에 호남의 민심이 악용될 소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지지도 비판도 모두 사실에 기초할 때 정당성을 갖는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맹목적인 지지나 비판은 사이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비판이나 지지는 사이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