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에서 아시아 문화의 가장 오래된 전통 중 하나인 음력 설을 축제가 되도록 고안한 설 축제(Lunar Fest)는 아시아 공동체들과 협력하고 전체 캐나다인들에게 아시아 문화를 친숙하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9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문화 행사로서 시작한 아시안 캐나다인 행사기구(ASIAN-CANADIAN SPECIAL EVENTS ASSOCIATION)는 문화와 예술을 결합하여 캐나다 최고의 현대적 표현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단체다. 캐나다의 다양성을 공유하기 위해, 또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창조하기 위해 캐나다와 타문화 예술인들의 협력을 장려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침체했던 분야인 공연예술계에서 2022년 2월 1일 설맞이 행사를 밴쿠버 유서 깊은 오르페움(The Orpheum) 극장에서 진행했다. 'TOGETHER, FORTE!'라는 제목 아래 하모니아 현악 앙상블(HARMONIA STRING ENSEMBLE)과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단장 정문현, 지휘자 정성자 VANCOUVER ZION MISSION CHOIR)이 초청받았다.
▶ 설 축제 포스터: 출처 - https:lunarfestvancouver.ca/together-forte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은 1982년 한인사회 내부에서 발족하여 40여 년간 활발한 예술사역을 통해서 국내외 다양한 구호 활동과 자선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매년 정기공연을 통해 전 세계 빈곤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자선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세계 기아 구호 기금, 파라과이 보육원 선교단, 캐나다 두유와 북한 라디오 단체, 글로벌 에이드 네트워크의 탄자니아 워터 이니셔티브를 포함한 다양한 이니셔티브에 기여했으며, 가장 최근 1월에는 정조셉 장학금을 통해 한인 목회자 대학생 110여 명에게 총 25만 달러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과 성인들을 위한 치과 프로그램, 이스라엘의 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훈련 아파트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써리시의 최대 종합병원인 써리 메모리얼 병원에 무선 주파수 절제 시스템을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 아시안 캐나다인 행사기구 주관 설 축제 'TOGETHER, FORTE!',
마지막 사진은 하모니아 현악 앙상블 지휘자, 토니 리와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 정성자 지휘자, 사진: 통신원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은 150여 명의 여성 합창단, 남성 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와대(2010년), 뉴욕 카네기홀(2011년)에서도 연주했고, 한국과 캐나다 수교 50주년(2013년) 기념행사에서도 공연하는 등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 가교로서의 역할을 활발하게 해오고 있다.
1995년 캐나다 이민 이후 시온 선교 합창단의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는 정성자(Stephanie Chung) 씨를 만나 캐나다 삶과 합창단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소개하고자 한다.
Q: 정성자 지휘자님께서는 특유의 리더십과 폭발하는 에너지로 유명하신데요. 이민하게 된 계기와 캐나다 이민 생활은 어떠셨는지 어떻게 시온 합창단의 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1978년 미국에 이민했고, 1995년 캐나다에 방문했다가 캐나다 풍광에 매료되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대학 시절에도 성악 반주를 많이 했었어요. 교회에서 반주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캐나다 이주 후에 봉사 활동을 하고자 했는데, 한 교회 지하실에서 시온 합창단이 연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주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찾아갔었어요. 당시 임시로 지휘를 해보라는 권유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지휘를 너무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온 합창단은 단원 대부분이 시니어분이셔서 전쟁을 겪은 분들이시고, 캐나다로의 이민과 문화적인 변화, 자녀를 키우면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겪은 한 분 한 분이 인생 극복의 이야기를 갖고 계십니다. 모든 분이 보물 같은 분들입니다. 단원들을 대할 때 예사로 대할 수가 없고, 보물처럼 보입니다. 공연이 끝나면 많은 관객이 다가와 큰 감동을 하였다고 하시는데, 그 이유는 보물과 같은 단원 한 분 한 분이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단원과 지휘자와 한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기 때문에 힘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실력이 있고 뛰어난 솔리스트가 있어서가 아니고 단원들이 열심과 마음을 다해서 활동하는 것이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은혜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특별한 리더쉽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합니다.
▶ 써리에 위치한 아메니다 시니어 홈에 방문하여 작은 정성을 전달하는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 사진: 크리스챤 뉴스
Q: 시온 합창단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시온 선교 합창단은 1982년 한인사회에서 발족하여, 올해로 40여 년간 활발한 사역을 해오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매년 열리는 공연을 통해 전 세계 빈곤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며 섬기고 있어요.
매년 개최하는 자선 콘서트를 통해 모금된 후원금은 세계 기아 구호기금, 파라과이 보육원 선교단, '캐나다 퍼스트 스텝스'에 두유와 북한 선교를 위한 라디오 후원, 탄자니아 물 프로젝트를 포함한 다양한 기부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코비드로 인해서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지만, 버추얼로 계속해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디션을 통해서 단원을 모집합니다. 2년에 한 번 해외 공연이 있어서 나이 제한을 하게 되었습니다. 80세로. 예전에는 90세 넘으신 분들도 계셨어요.
Q: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어려운 시간인데 어떻게 공연이 성사되었고, 어떻게 기획된 공연인가요? 그 참여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번 공연 곡은 어떤 곡들인가요?
팬데믹으로 많은 공연을 포기했어요. 그런 가운데 작년 12월 아시안 캐나다인 행사기구(ASIAN-CANADIANSPECIAL EVENTS ASSOCIATION) 단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라틴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 하나, 북미를 대표하는 단체 하나,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하는 단체가 연합으로 공연을 하는 자리에 우리 합창단이 선정된 것이었어요. 아시안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우리가 꼽힌 것이 명예스럽고, 감사했어요. 많은 합창단이 팬데믹 속에서 활동을 중단했는데 우리는 버추얼 합창을 계속 이어왔어요. 그렇게 쉬지 않고 연습을 계속했기 때문에 이번 공연도 가능했습니다. 마지막에 대면으로 전체 연습을 한 것은 단 2~3차례 밖에 없습니다. 대륙을 대표하는 다른 두 단체는 공연을 포기했어요. 우리가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찬양에 참여하겠다.'라는 간절한 마음이 단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를 이긴 합창단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솔로 공연은 가능할지 몰라도 합창 공연은 정말 불가능한 것이었거든요.
▶ 시온 선교합창단 총 리허설, 사진: 통신원
이번 공연에 참여한 인원은 기존 참여 인원의 반 정도가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는 90여 명이 시작했는데, 무대에 서신 분은 83명의 단원이 참가했습니다. 보통은 여성 합창에 100명, 남성 합창에 40명 정도가 공연합니다. 이번 설날 행사에 동참한 하모니아 현악 앙상블 또한 자선 공연 활동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단체예요. 코비드로 인해서 최소 관람객으로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예약한 사람만 관람이 가능했고, 공연 몇 주 전에 이미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공연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해서 팬데믹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시온 선교 합창단은 총 공연된 12곡 중에서 3곡을 연주했습니다.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Swahili)로 가사가 붙은 주의 기도라는 뜻을 가진 Baba Yetu("The Lord’s Prayer", 작곡: Chris Kiagiri, 음악: Christopher Tin)라는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을 우리 합창단과 함께 연주했습니다. 우리 단원 브라이언 리와 김영주 씨가 솔리스트로 열창했고, 특별히 학생이자 음악가인 Ransford Buah씨가 함께 했습니다.
엘리야의 나날들(Days of Elijah, 작곡: Robin Mark)은 신민정, 하시은, 조미나 씨가 편곡에 수고해주었고, 한국 무용가 민유선 씨, 장구 연주로 캔남사당 조경자 단장, 꽹과리 연주에 송곤민 씨가 수고해 주었으며 Martin Fisk가 팀파니를 연주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한 곡으로 합친 "Arirang with Amazing Grace(편곡: 이선택)"는 하모니아 현악 앙상블의 토니 리 지휘 아래 연주했습니다.
Q: 시온 합창단은 팬데믹 가운데에도 다양한 합창 영상을 제작하는 등 팬데믹에 굴하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이 많은 분께 용기를 주었습니다. 어떻게 온라인 영상 제작이 가능했습니까?
버추얼 합창 영상을 제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우리 단원들은 연세가 많으셔서 핸드폰도 겨우 보시는 분들인데 공부하고 연구해서, 각각 노래 영상을 찍어 온라인상에 업로드해서 만든 것입니다. 이번 설날 공연도 팬데믹으로 인해 현장 관람객이 극소수로 관람했는데, 공연 실황을 라이브 스트리밍해서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법의 공연 실황 중계는 보고, 듣고 싶으면 또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버추얼 합창 "Great is Thy Faithfulness", 출처: www.youtube.com/watch?v=o4vNde-6NRM
Q: 2022년 시온 합창단의 특별한 계획이 있으면 소개 바랍니다.
올해 우리 합창단이 4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40주년 공연을 계획 중입니다. 캐나다 정부 방침이 어떻게 될지 확실치 않지만, 가을 공연을 Chan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국 극동방송에서 초청을 받았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입니다. 만일 한국 공연이 가능하다면 40주년 공연 일정도 조금은 앞당겨질 것입니다. 여성, 남성, 어린이 합창단이 모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합창단의 역사 속 지휘자님이 기억하는 특별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창기 시온 합창단 단원들은 자식들을 위해 고국을 떠나 이민 와서 열심히 키우고 그 자식들은 장성해서 독립해 나가는 것을 큰 보람으로 느끼셨어요. 우리 합창단은 연습과 공연뿐만 아니라 자선 모금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성취도 함께 힘을 모아 할 수 있어서 더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한 해는 국내, 한 해는 국외를 위해 자선 공연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겁니다. 예컨대 써리 메모리얼 병원 내 큰 기계를 들이기 위해 모금을 했는데, 어린이 합창단 단원 한 명이 친구들에게 "우리 합창단에서 기금을 만들었어."라고 나누니까 친구들이 우러러보았다면서 합창단 활동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우리 어린 자녀들에게도 남을 도울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2018년 이스라엘 독립 70주년 이스라엘 정부 초청 공연에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우리는 청와대와 카네기홀에서도 공연했었지만, 가장 기억나는 것은 관중이 없는 연주를 했을 때예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광야에 내렸습니다. 버스 3대에 120여 명이 있었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이 금식 기도했던 그 광야였어요. 무관중으로. 오로지 나와 하나님을 위해 찬양했을 때, 모든 사람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광야에서 아무도 보는 이 없이 연주했던 그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화상 인터뷰 중 정성자 지휘자와 통신원
통신원은 코로나의 기운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시온 선교 합창단이 공연한다고 하여 반신반의하였다. 왜냐하면 시온 선교 합창단의 규모는 100여 명에서 150여 명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캐나다 서부 지역의 최대 한인 예술공연 단체로 유명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큰 규모의 단체 공연이 가능한가? 의구심은 공연 최종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한 교회의 예배당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대규모의 합창 단원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노래하는 입은 보이지 않은 채 노랫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2시간가량 쉴 새 없이 노래와 안무를 연습하는 가운데 정성자 지휘자의 손끝에 집중한 얼굴들은 하나같이 환희와 감사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연습이 끝난 후 피곤한 모습의 지휘자에게 차마 인터뷰 요청을 하기 미안해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 공연을 관람했다.
고풍스러운 장식의 계단과 천장 벽화,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꾸며진 아름다운 오르페움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다니, 팬데믹을 거치면서 2년여 만에 현장 공연을 관람하는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하모니아 현악 앙상블의 공연 곡은 Loving the Year Round(작곡: Yu-Shian Deng), Last Spring(작곡: Edvard Grieg) 등의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동양풍의 현악 앙상블 곡들로 구성되었다. 음력 설을 보내는 아시아 문화를 기념하는 설 축제의 장이기도 하겠고, 모든 팬데믹이 끝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염원을 담아 부르는 봄 향연의 무대였다.
시온 선교 합창단의 연주는 큰 숫자의 목소리로 인한 웅장함과 함께 오랜 시간을 연습을 거듭하며 단련된 섬세한 소리였다. 연주자들의 표정에서는 힘든 팬데믹을 견뎌내고 우리는 지금 무대 위에 서 있다는 긍지를 느끼는 표정이 역력했다.
12년간 소프라노로 합창단 활동을 했다는 신영림 씨에게 합창단 활동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 합창단은 한마디로 신앙 좋고, 화목한 친정 같은 곳입니다. 힘들고 지쳐서 위로가 필요할 때의 찬양은 곡조 달린 기도요, 응답이요, 위로입니다. 이민자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방랑자들이라 생각됩니다. 가본 길보다 훨씬 두렵고 힘든 새길을 가야만 하죠. 하지만 그 끝은 아름답고 창대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찬양 가운데 한목소리로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힘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해주었다. "합창단 활동은 발성이나, 음악 이론을 모른다 해도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합창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도, 회복할 수도 있어요. 우울증, 불면증, 소화 불량, 심지어 암까지도 합창단 활동을 통해 극복하기도 합니다." 신영림 단원은 합창 활동이 주는 유익함과 영향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대원들 간의 교제를 통해 긍정적인 사고와 활기찬 생활을 하게 되고, 노래 가사에 위로받고 감동하여 신앙심이 깊어 지며 나아가 이웃을 사랑하게 됩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의 특별한 이웃사랑 여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 밴쿠버 시온 선교 합창단
2022년 1월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