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탄피 목걸이.
One of your friends goes up to her and pointing at you says,
당신의 친구중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당신을 가리키며,
남자는 용서한다.
여인 앞에서 자신을 용서한다. 눈물이 흐른다. 자기를 버리는 순간 그는 여인을 얻는다. 여인은 그의 전부 이다 왜냐고? 그녀는 “a gorgeous girl”
끝내주는 여자이기 때문에..
“일어나! 개 새끼야! ”
트렁크 문을 열고 묶인 사내를 들어내며 심 진호(沈振浩)는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 공연히 화가 났다. 왜? 그녀는 이런 부랑자를 품은 것일까? 그녀가 이런 행각을 벌리는 것은 상상도 못한 그는 참을 수없는 미칠 것 같은 모욕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니 이 사내를 죽여야 한다.
“왜? 일까? ”
그녀를 한번 안아 보겠다고 한다는 정치인. 최고의 재벌. 학자들. 한다하는 한량들이 줄을 섰지만 그녀의 절개는 소문난 것이어서 그 누구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었고 그래서 그녀의 인기는 대한민국 사교계에서 송도삼절 황진이를 비교할 정도 이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남루한 옷을 입고 아무 조건 없이 이렇게 부랑아를 품은 것이다. 그는 그녀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였다. 그녀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동행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밤 서부역을 지나다가 한 부랑자를 보더니 차를 멈추고 황급히 내려 부랑자를 따라갔다. 그냥 돌아가라는 그의 명령에도 호기심이 생겨 차를 그늘에다 숨기고 그녀를 쫓아갔다. 조심스럽게 들키지 않으려고..
그녀도 조심스럽게 그 사내를 숨어서 따라갔다. 그 부랑자가 어느 인쇄소 쓰레기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장밋빛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열광적인 장미 광이었다. 그녀의 향수는 늘 로즈마리 향이었다. 그녀는 몸 어딘가에 반듯이 장미꽃이 그려진 옷이나 손수건 스카프 등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 후로 간혹 이곳 서울 서부역 쪽에서 차를 내리고 그를 돌려보냈다. 그런 일이 있는 밤이면 그녀는 가게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며칠이고 두문 분출하고 가야금을 뜯으면서 지냈다.
그런 그녀가 오늘도 이 서부역에서 내렸을 때 그는 그녀를 미행하였고 그녀와 이 부랑자의 정사를 목격하고 말았다. 그녀가 만족한 웃음을 띠고 택시를 타고 사라진 뒤에 그는 분노와 모멸감에 찬 심정을 풀 수가 없어 부랑아에게 뛰어 들어 사정없이 후려치고 이제 그를 죽이려 한다. (죽여야 그녀의 비밀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 그녀는 자기의 천사요! 여신이다. 그런 여신을 더럽힌 자를 도저히 용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인천 부둣가 후미진 곳 그는 분노의 발길질을 하며 남자를 다 시 한번 밧줄로 꽁꽁 묶었다. 죄의식은 필요 없다. 녀석은 원도 한도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하나뿐인 끝내주는 여자를 안아 보았으니 남자로서 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 것이냐! 어차피 그들은 부랑자들이다. 부랑자들은 대개 호적이 없다. 사라져도 누구하나 울어줄 사람이 없다. 어쩌면 사회 정화 차원에서도 좋은 일인지 모른다.
그는 그렇게 자기를 합리화 했다. 자기가 저지르는 일이 살인이 아니라 한 영혼을 구제해주는 일인 것이다. 밧줄에 커다란 쇠 덩어리를 매달은 그는 사내를 들어 바다에 처넣었다.
“풍 덩“
사내가 그렇게 바 닷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뒤 트렁크 문을 닫으려다 말고 무언인가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탄피 모양의 금 목걸이 이었다.
“이것은 ... ”
그는 경악하며 자기 목에서 잡아채듯 목걸이를 빼냈다. 그리고는 손에 잡은 목걸이와 맞추어 보았다. 그것은 총알 모양의 자기 목걸이와 딱 맞아서 하나의 탄환이 되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젠장! 수연아!”
그가 목걸이를 손에 쥐고 그대로 바다로 뛰어 들어갔다. 바닷물은 차가웠다. 그리고 뿌옇고 혼탁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어림짐작으로 들어가 더듬거리며 그를 찾았다. 이윽고 더듬거리는 그의 손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그는 그것을 잡고 정신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쇳덩어리를 칼로 잘라 버리고 사내를 안고 올라왔다. 사내는 이미 의식을 잃었다. 진호는 우수 연을 눕혀놓고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심장 압박 술 및 인공호흡을 한참 한 뒤에야 수연은 물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때 서야 진호는 안심을 하고 덜 썩 주저앉았다. 이제 녀석은 살아난 것이다. 잘못 했으면 둘도 없는 친구 녀석을 제 손으로 죽일 뻔하였다. 도대체 녀석은 어찌된 것이란 말인가? 천재과학자 우수연이가 S 대 대강당에서 강의 도중 혼절해서 병원으로 실려 간 뒤에 그는 행방불명되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진호는 우수연이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연구소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6년 만에 나타난 우수연이는 이렇게 거리의 부랑자가 되어있었다니..말이 되어 나오지 안했다. 이것이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한참만에야
“휴 우~”
하고 긴 한숨을 쉬고 깨어난 우 수연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심 진호를 보고 부르르 떨면서 비 질 비질 도망가려 했다.
“야! 우 수연! 나! 심 진호다! 뻘 딱지 심 진호!”
심 진호가 탄피 모양과 총알 모양의 목걸이를 흔들어 보이며 그렇게 이야기 하자 우 수연은 얼른 자기 목을 훑어보았다. 없다. 분명 목에 걸어 있어야할 목걸이가 없었다. 그가 다시 심 진호와 탄피 목걸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한 걸음 한걸음 심 진호에게 다가왔다.
“정말! 네가 진호란 말이냐! 심 진호!”
그가 심 진호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안아 들었다. 그런 그를 심 진호가 얼싸 안았다. 두 사내의 뜨거운 포옹이 이어졌다.
“야! 임 마! 미국 연구소에 있어야 할 놈이 이게 무슨 꼴이냐! 네놈이 우 수연 제갈공명 우수연이 가 맞긴 맞는 거냐!”
심 진호가 도저히 지금의 우수연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나도 처음에는 나를 인정하지 못했다. 내가 이 제갈공명 우수연이가 이렇게 부랑자가 되리라고는 나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지금이 박사일 때 보다 더 편하다. 그런데 너는 어쩐 일이냐! 그리고 그 여인은 누구냐! 너하고는 무슨 관계야!”
우수연이는 그것이 제일 궁금하였다. 밤중에 부랑자의 잠자리로 숨어든 여인 그리고 진한 정사를 치루고 사라진 여인 그리고 심 진호가 와서 자기를 납치해서 죽이려고 까지 하였다.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묻지를 마라! 차차 이야기 해주마! 우선 어디 가서 요기나 좀 하자! 자 타라! ”
냉정을 먼저 되찾은 심 진호가 차문을 열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보니 벌써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이런 몰골로 이곳에 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도 몰랐다. 우 수연이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름대로 서로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우 수연은 심 진호가 돌려준 탄피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탄피 목걸이 그것은 그들 우정의 상징이었다. 심 진호와 우 수연은 고아원출신이었다. 우수연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그 일이 있기 전 까지 우수연이가 네 살인가로 기억 되는 그 가을 우수연이는 엄마와 같이 있었다. 엄마는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조그만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 우 수연은 엄마와 단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기억에 아버지는 없었다. 아빠에 대해서는 물어도 가르쳐 주지를 안했고 아빠에 대해 물어보면 엄마가 화를 내기 때문에 수 연이는 그저 엄마하고 단둘이 사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수연 이를 무척 아끼고 사랑해 주었다. 수 연이는 행복했다.
엄마의 찻집에 드나드는 사람 중에 원숭이처럼 털이 부 숭숭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엄마를 줄기차게 짝사랑 했다. 엄마는 장미 빛 스카프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늘 목에다 커다란 장미꽃을 그린 스카프를 하고 있었다. 그날 털보 아저씨가 엽총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엄마를 향해 총을 쏘았다. 엄마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흘러 장미 빛 스카프를 적셨다.
피를 흘리며 응급차에 실려 가면서 엄마가 수연 이에게 꼭 쥐어 주고 간 목걸이 그것은 총알과 탄피모양의 금목걸이 이었다. 그렇게 병원으로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안했고 우 수연은 “ 희망 고아원”에 맡겨졌다. 엄마의 잃으며 그 충격으로 우 수연은 말을 잃었다.
그 말을 되찾아 준 것이 심 진호 이었다. 우수연이 “ 희망 고아원”에 들어올 무렵 술집 작부였던 심 진호의 어머니는 재가를 하기위해 심 진호를 고아원에 맡기고 친권을 포기 하였다. 심 진호는 매일같이 엄마가 술 만 먹으면 자기를 두들겨 패면서
“에 이구 원수! 지 애비 닮아서 눈깔을 째려보기는 왜? 째려보니?”
그렇게 야단치는 것보다 차라리 이 고아원이 좋았다. 심 진호는 자기 또래보다 한 뼘이나 키가 더 컸고 힘도 좋아 아이들 사이에 짱이 되었다. 그런데 우 수 연은 키도 작고 벙어리처럼 말도 없으니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고 때리고 놀렸다. 그래서 우 수연은 늘 울보대장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다.
심 진호는 말도 잘하지 않고 한쪽에서 혼자 노는 우수연이를 주목했다. 이상하게 그에게 끌렸고 잘해주고 싶었다. 자기가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그에게 잘해 주었다. 우 수연은 맨 처음 심 진호를 무서워했으나 조건 없이 잘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어 말도 잘하고 같은 또래인 둘은 금세 단짝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늘 형제처럼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던 그들이 떨어진 것은 우수연이가 7살 때 재벌 집 양자로 입양이 결정되어 떠나가면서 이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수 연이를 억지로 태운 차가 멍하니 서서 주먹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울고 있는 심 진호를 지나쳐 갈 때 우수연이가 자기를 배신하였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그에게 복수해 주기 위해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개자식! 나를 배신하고 부자 집 양자로 가! 도저히 용서 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