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살짝 차가운 기운이 상큼하네. 햇볕의 밝음과 나뭇가지에 올라오는 새순들, 질퍽한 산길은 완연한 봄을 알리지만 차가운 기운들은 벋어내고 싶은 두터운 겨울옷의 깃을 자꾸 올리게 하네...
간밤의 숙취를 걷어낸다고 슬금슬금 걷던 발걸음이 아파트 뒷산 넘어서고 인천대공원을 가로질러 소래산정상까지 내몸의 아무런 저항없이 내닫는다. 춥다... 대충 주섬주섬 얄팍하게 챙겨입은 내 모양새가 산 정상에서 마주한 이들의 옷차림에 비하니 나만 봄이네. 달달 떨다 찬바람 실컷 맞고 보니 돌아갈 길이 까마득... 신천리로 방향틀어 버스타고 돌아왓네... 먼 궁상이래.
따뜻한 커피 한잔 가슴에 품고 노트북 편다. 50에 처음 맞이하는 봄이 왜 이리 가슴시리게 저며 오는지 모르겟네. 나만 그런가? 갱년의 시간들이 나를 철학자로 만드누나...
돌아보니 잔뜩 바람만 맞고 살아온거 같네... 첫사랑의 애닯디 애닯은 가슴앓이바람, 평생흘릴 눈물콧물 다 빼앗아간 최류탄바람, 버라이어티한 직업경력을 만들어준 IMF바람, 집바람,돈바람,차바람...... 그 중에 젤 맘에 드는 바람은 무엇이엇을까...
봄날은 오고 또가고 지나간 내청춘 아쉬워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말없이 뚜벅뚜벅 한치의 오차가 없네...
40을 넘어 50이란 새 세대의 처음은 바람타고 흘러가는 저구름은..이란 노랫말처럼 이 봄에 나도 너도 정처없이 흘려가는 시간타고 촘촘하고 흔들림없는 인생이란 여행길 즐겨보세나...
우리 동네는 바람분다. 좋다~~~
♬ 바람아 불어라 / 박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