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면서 좋은 영화를 한편 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 “노트북”을 적극 추천합니다. (다만, 영화의 등급이 15세 이상인데, 중간에 약간의 베드신이 나옵니다. 너무 어린 자녀와 함께 보는 것은 좀 그렇겠네요...)
영화는 눈이 시리도록 붉은 노을 속에서 조용히 노를 젓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강가의 집에서 어느 할머니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는 동안, 유리에 비친 철새들은 그녀의 얼굴에 오버랩되며 부드럽게 날아가죠... 노 젓는 남자의 정체는 금방 밝혀집니다. 본인의 독백과 함께.
그는 별 특징없는 평범한 노인입니다. 평범한 생각을 갖고 평범하게 살아왔고, 현재 2번의 심장마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죠.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평생을 바쳐서 사랑한 한 여자 때문에.
I've loved another with my heart and soul
and for me that has always been enough.
"온 마음과 영혼을 바쳐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는 매일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러 갑니다. 바로 창가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할머니죠. 그녀는 모든 기억을 잊는 퇴행성 치매를 앓고 있어 주위의 무엇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날이 되면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두 잊어버리는 할머니에게 매일매일 책을 읽어주는 노인. 그가 읽어주는 이야기는 1940년 6월 6일,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카니발의 밤에 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빛나는 미소를 가진 소녀 앨리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노아. 노아는 그녀에게 춤을 신청하지만 앙큼한 도시 소녀는 단칼에 거절해 버립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 노아. 노아의 적극적인 프러포즈에 알리도 마음을 열고,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의 만남이 흔히 그렇듯이 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큰 부자였던 앨리의 부모님은 가난하고 볼품없는 노아를 못 미더워했고, 결국 두 사람의 사이가 더 깊어지는 것을 경계해 서둘러 떠나 버립니다.
작별의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두 사람.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써 보낸 노아의 편지는 매번 앨리 어머니의 손에 들어가고, 노아의 소식을 기다리던 앨리는 점점 지쳐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노아는 전쟁에 나가게 되고, 앨리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옵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영영 멀어지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노아는 한 순간도 앨리를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노아는 앨리와 함게 꿈꾸었던 집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언젠가 앨 리가 돌아오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푸른 커튼을 달고 흰 페인트를 칠한, 언제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 강가가 잘 보이는 방이 있는 두 사람만의 집을... 그렇게 노아는 오래 전 앨리와의 약속을 지켜 냅니다. 다 쓰러져가던 흉가는 노아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고, 노아의 이야기는 신문에도 실리게 되지요.
한편, 행복한 신부로 새 출발을 준비하던 앨리는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자리에서 운명의 장난처럼 노아의 기사를 읽게 됩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서인지, 이별의 말조차 못하고 헤어져야 했던 옛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그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앨리는 노아를 만나러 갑니다.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만난 두 사람... 앨리는 노아와 좋은 친구로 남기로 하고 약혼자에게 돌아가려하지만, 운명적인 사랑은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묵은 서운함을 터뜨려버린 앨리, 노아는 기다렸다는 듯 단숨에 그녀에게 다가섭니다.
It wasn't over. It still isn't over.
"끝난 적 없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노아에게 돌아왔지만, 약혼자에 대한 죄책감과 애정에 갈팡질팡하는 앨리. 노아는 그녀에게 오랜 기다림과 고통과, 더 이상 깊어질 수 없을 만큼 깊어져버린 마음을 고백합니다. 앨리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겠다며 노아의 곁을 떠나고...
I want all of you, forever, you and me, every day...
Will you do something for me? Please?
Will you just picture your life for me?
30years from now, 40 years from now, what's it look like?
"난 네 전부를 원해, 영원히, 너랑 둘이서, 매일... 그래줄 수 있겠니?
날 위해 네 인생을 그려 줄 수 있겠니? 30년이 지나고 40년이 지나도...“
찢어지는 마음으로 앨리를 보낸 노아. 돈 많고 잘생긴 약혼자에게 돌아가리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커다란 짐 가방을 안고 돌아옵니다. 노아의 고백처럼 그에게로, 영원히, 매일, 함께 하기 위해...17살의 풋사랑이 시간을 초월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지요...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른 순간, 가만히 듣고 있던 할머니의 입에서 한 마디 말이 흘러나옵니다.
I remember now. It was us.
"...기억났어요. 그건 우리였어요.”
지금까지 노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젊은 시절, 두 사람의 이야기였던 것이지요. 노아가 담당 의사에게 했던 말처럼, 그가 앨리에게 읽어준 것은 그들의 ‘기억’이었습니다. 추억이 돌아온 잠깐 동안 안타까운 손길로 서로를 보듬는 두 사람. 하지만 쇠약해진 앨리에게 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은 너무 버거운 일이었나 봅니다. 앨리는 발작을 일으키고, 상심한 노아는 그날 밤 3번째 심장마비를 일으킵니다.
영원한 이별을 예감했던 것일까요? 노아는 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앨리를 만나러 갑니다. 노아가 아무것도 읽어주지 않았는데도 노아를 알아보는 앨리. 빛나는 젊음과 미모, 건강,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사랑은 남았습니다. 횃불처럼 타오르는 열정대신 부드러운 온기를 전해주는 난로 같은 애정으로...
앨리는 노아에게 “우리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 거라고 믿느냐?”고 묻고, 노아는 “우리의 사랑은 매번 당신을 내게 데려다 주었고, 또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 줄 것을 믿는다?”고 대답합니다.
절대적인 신뢰. 앨리가 웃으며 눈을 감자 노아는 그녀의 옆에 조용히 눕습니다. 잠들듯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는 두 사람...마지막 장면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눈을 감은 앨리와 노아의 위로 평화롭게 날아가는 새들이 오버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