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라고 하지만 도도한 계절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10월말이 되자 쌀쌀해지고 그동안 상층부에서 놀던 붕어도 바닥권으로 내려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용암낚시터는 잔교권의 평균 수심이 5m여서 올 봄 방류를 시작한 지 한 달 후에야 슬로프낚시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물론 11월초 현재도 1m권에서 입질이 활발하지만 바닥권 낚시가 보다 안정적이다. 이 시기 붕어는 바닥에서 약간 뜬 상태로 회유하고 있으며 미끼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쫓아 가 먹는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특히 방류하는 붕어의 사이즈가 35cm 이상으로 커진 간토우(關東) 지역에서는 한 겨울인 1∼2월에도 붕어가 바닥에서 1m 정도 위에서 주로 머물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한 겨울의 유일한 대안'이었던 단차소꼬쓰리, 즉 단차슬로프낚시의 개념도 점차 변하고 있다.
단차슬로프낚시는 십 수 년 전 간토우헤라부나연구회 소속 후지타 도스이(藤田東水돚별세)씨가 그 개념을 발표했다. 붕어의 활성이 극도로 저하된 한 겨울의 낚시이기 때문에 단차바닥낚시는 당연히 '기다리는 조법(釣法)'으로만 여겨져 왔으며 그러나 활발하게 경기낚시를 즐기는 일본의 젊은 낚시인들은 낚시터 환경의 변화를 재빠르게 간파하고 이 기법에 속공기법을 도입했다. 속공 단차바닥낚시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발표한 사람은 4년 전인 2003년 일본의 젊은 경기낚시인 고바야시 야스유키(小林恭之)였다. 그는 '찌톱이 완전히 안정되고(목내림이 완료된 후)서서히 복원한 뒤 들어오는 입질을 낚는' 기존의 단차바닥낚시에 비해 채비가 입수하는 도중에 집어떡밥을 풀어버리는 기법이 호조를 보일 때가 많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고바야시 類'의 속공 단차바닥낚시에 대한 이론을 확립, 발표했다.
고바야시의 이론에 흥미를 갖고 국내 낚시터에서 이를 적용해 봤는데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붕어의 밀집도가 얕은 탓에 입질이 너무 더디게 들어온 것이 절반의 실패였다면 일단 붕어가 포인트에 들어오기만 하면 우동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쿡'하고 입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방류양이 많은 용암낚시터가 생긴 해는 속공 단차슬로프낚시를 적용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닌 가 싶다.
지난 10월27일 용암낚시터에서 속공단차슬로프낚시를 시도해 봤다. 가마가츠 천야상발 18척에 찌는 홍월작 '소꼬무크' 20호(몸통 17cm), 찌맞춤은 톱의 2/3인 7눈금이 수면 위로 나오게 했다. 원줄과 목줄은 시가의 헤라현묘 0.7호와 0.3호. 편납무게가 3g이나 나가는 큰 찌를 고른 것은 아직 중간층에 많은 붕어 무리를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목줄 길이는 10cm와 55cm. 내 경우 단차슬로프낚시에서는 55cm가 최단이다. 이보다 짧은 것이 더 유효하다면 긴 목줄의 소꼬쓰리가 훨씬 유용하다는 생각에서다. 바늘은 가마가츠 코무 4호. 시기상으로 상당히 작은 바늘이지만 일단 붕어가 몰리면 미끼를 작은 콩알크기로 달기 위해서였다. 미끼는 혼글루 단품. 글루텐과 물의 비율이 1:1.2가 표준이지만 물을 10% 줄여 적게 해 약간 단단하게 준비했다. 우동보다 글루텐을 입질용으로 선택한 것은 시기적으로 아직 활성이 좋아 빠른 입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집어떡밥은 당고노소꼬쓰리 夏 50cc+신B 200cc에 물 100cc를 넣고 30여회 저어준 후 3분간 방치. 다시 오니바라 100cc를 추가한 후 20여회 혼합했다. 여기에 먼저 물에 10분간 불려둔 입전(입전 50cc+물 25cc)을 추가했다. 퍼석퍼석한 감촉으로 완성됐고 찌톱의 안정 폭을 보아가며 주무르는 횟수를 조절한다.
찌톱의 안정 폭을 일단 2눈금을 목표로 잡았다. 한 겨울과 같이 아예 안정 폭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중층의 붕어를 떠오르게 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었다. 첫 투척부터 톱에 건드림이 감지된다. 하지만 짧은 위 목줄과 큰 찌 때문에 곧바로 안정되기 시작한다. 찌맞춤 선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아 집어떡밥을 몇 번 더 주물러 달았다. 이번에는 의도대로 2눈금이 안정되고 곧바로 솟아오른다.
이런 점을 고려해 물 밑 상황을 상상해 보면. 짧은 목줄에 달린 집어떡밥이 내려가면서 붕어의 관심을 끈다. 집어떡밥이 자리를 잡으면서 따라 내려 온, 또는 그 수심 층(바닥에서 50cm 정도)에 유영하고 있던 붕어들이 몰려들어 건들기 시작한다. 집어떡밥에 들어 있는 가장 무거운 입전 입자가 먼저 나풀나풀 낙하하고 확산성 최강인 오니바라가 신B를 터뜨리며, 오니바라는 수직으로 신B는 수평과 수직으로 떨어진다. 당고노소꼬쓰리 夏는 5m 수심 층 까지 집어떡밥을 유지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다. 이 사이 긴 목줄에 달린 글루텐이 반원을 그리며 바닥으로 내려온다. 붕어의 활성이 높을 경우 위 바늘에서 집어떡밥이 다 빠지기 전에 미끼인 글루텐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집어떡밥의 패턴은 내 떡밥 가방에 들어있는 것에서 선택했을 뿐. 자기가 좋아하는 떡밥이나 현재 갖고 있는 것으로 같은 촉감을 만들어 쓰면 된다. 신B 대신 세트전용바라케, 당고노소꼬쓰리 夏가 가방에 없다면 스이미 계열도 좋다. 그도 없다면 인스턴트 우동인 감탄Ⅱ를 두 스푼정도 넣어 접착제로 써도 좋겠다. 주무르는 횟수로 원하는 수심 층에서 집어떡밥을 떨어뜨리는 센스만 있으면 입자가 수직 낙하할 수 있는 후 계열 떡밥은 어떤 것이나 가능하다고 본다.
양 당고 미터낚시에서도 한번에 두 마리씩 낚일 정도로 활성이 좋았던 이날, 속공 단차슬로프낚시에서 가장 확률이 높았던 입질은 집어떡밥이 다 풀려 찌톱이 복원한 후 1∼2초 정도 기다렸을 때 들어온 것들이었다. 활성이 높아 안정되는 중간의 입질은 집어떡밥에 입을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우동보다는 약간 무거운 글루텐을 사용했고 아래목줄도 비교적 짧았던 탓에 미끼가 바닥에 닿은 정확한 타이밍(우동을 미끼로 사용하고 아래 목줄이 길면 집어떡밥이 풀려 톱이 복원하는 도중에 우동이 떨어지면서 톱이 다시 한마디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을 읽기 힘들어 차라리 약간 기다리는 편이 헛 입질을 줄일 수 있었다.
이날 보다 붕어의 활성이 약간 떨어진 시기가 속공 단차슬로프낚스의 적기인데 그런 시기를 상정해 입질을 낚는 테크닉을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미끼가 바닥에 안착하는 순간 곧바로 입질이 들어올 때, 둘째 톱이 복귀하는 순간 입질이 들어올 때 마지막으로 극단적으로 활성이 없어 기다려야 입질이 들어오거나 지나친 떡밥의 확산으로 붕어가 떠오르려는 경향을 보일 때로 각기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세 가지 대처방법 모두 떡밥을 다는 방법과 모양, 지압(指壓)의 정도로 집어 떡밥을 떨어뜨리는 타이밍을 조정한다.
미끼가 안착 순간에 빠른 입질이 들어올 경우에는 집어떡밥을 상층부터 터뜨린다. 떡밥은 손가락으로 꾹 집어 러프하게 만들고 위에서 바늘을 찔러 주는 방법이 좋다. 찌톱의 안정 폭은 없다. 즉 7눈금에 맞췄다면 7눈금보다 더 들어가지 않는다. 확산되는 떡밥의 연막 층은 편납 보다 위에서 형성돼 수직방향으로 내려오게 만든다. 아래 목줄이 길 경우 아래바늘의 무게만큼 찌톱이 더 수면 위로 나왔다가 미끼가 안착되면서 그 만큼 더 내려간다. 이것을 입질로 오해하면 안 된다.
두 번째 톱이 복귀하는 순간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면 확산 시점을 첫 번째보다 1m 깊게 해준다. 떡밥의 모양은 러프하게 만들 돼 겉만 몇 번 가다듬어 준다. 찌톱의 안정 폭을 2∼3눈금 되게 한다. 이 경우 확산되는 떡밥의 층은 편납보다 상층에서 절반, 아래쪽에서 절반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 위 바늘에 달린 집어떡밥이 이미 떨어진 상태에서 아래바늘은 하강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존의 단차바닥낚시와 같이 한참 있어야 입질이 들어오든가 반대로 활성이 좋아 붕어의 떠오름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떡밥의 겉을 가다듬어 매끄럽게 하고 바늘귀를 눌러줘 서서히 확산시킨다. 집어떡밥의 연막 층은 90%가 편납보다 아래쪽이다. 당연히 찌톱은 충분히 안정됐다가 복원된다.
단차슬로프낚시는 원래 물 흐름에 취약하다. 더구나 중간층에서 집어떡밥을 풀어버리는 속공기법에서는 흐름이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물 흐름이 있을 때는 집어떡밥의 확산성을 줄여라'하는 것이 정설이지만 물 흐름의 강약에 따라 확산되는 떡밥과 미끼를 동조시킬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속공을 늦출 필요는 없다. 흐름 속에서 집어떡밥과 미끼를 동조시키기 위해서는 미끼와 바늘의 비중을 달리하거나 낚싯대를 넣고 빼는 간격(왼쪽에서 오른쪽에서 흐른다면 11시 방향에서 넣고 1시 방향에서 빼는 식의)의 조정, 아래 목줄에 바늘에서 3∼5cm 위에 극히 작은 편납이나 스토퍼 고무를 끼우는 것과 같은 현장 적응력이 필요하다. |
첫댓글 음...그렇군요 역시 바닦권이 더 어려웡~~
바닥권에서는 단 1cm오차에도 상황이 틀리는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