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어교육에 관한 제언 (6): 단어를 모르는 한국학생들
필자는 지난 9년 여 동안 미국의 2개 대학과 3개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많은 한인 학생들을 미국의 교실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한국유학생들의 어떤 영어단어의 제대로 된 뜻과 다양한 의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한국학생들은 어떤 모르는 영어단어가 처음 나오면 그 단어를 대체로 영한사전을 통해서
의미를 파악하거나,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친절하게 제공하는 그 단어의 뜻을 기계적으로 암기를 한 후 그
단어를 안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그 단어가 실제적인 영어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 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dispense’ 라는 동사가 있으면 한국학생들은 이 단어를 사전에 나오는 첫 번째 의미인 ‘분배하다, 나누어 주다, 베풀다’ (Essence 영한사전, 민중서림 간행)만을 문자적으로 기억할 뿐 그 단어의 두 번째 의미인 ‘-없이 지내다, -없이 버티다’ 라는 의미를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
의미로 쓰이는 단어의 실제적인 사용례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학생들이 미국에 유학을 오던지 미국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SAT나 TOEFL시험을 치르면서 흔히 이 dispense라는 동사가 등장하면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SAT나 TOEFL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이 단어를 그 첫 번 째 의미만 기계적으로 암기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의 얄팍하고 기계적인 영어단어 공부는 미국의 교육현장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교육의 현장에서는 어떤 영어 단어의 실제적인 사용례가 더 중요하며 아울러 그 단어가 가진 2차, 3차적인 의미까지도 구체적인 예문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앞서 dispense 동사의 경우 다음과 같이 실제예문을 통해 먼저 읽어 보고, 그
의미를 영어로 파악하고 나서 그 다음에 한글로 의미를 짐작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1. There is a
vending machine in the hallway which dispenses snacks. (복도에 가벼운 간식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다.)(dispense:
to give out things, especially products, services, or amounts of money; 주다, 제공하다)
2. She had to
dispense with a lot of luxuries after she lost her job. (그녀는 직업을 잃고 나서 많은 사치품 없이 지내야 했다.)(dispense with: to live without something because it is not needed
or cannot be available; -없이 지내다)
둘째, 대개의 한국학생들이 일단 한번 배운 영어단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한 다양한 예문을 통해
다시 학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확실하게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 원천은 바로 많은 예문들을 통해 축적한, 곧바로 영어회화나 영작문을 통해 사용 가능한
영어단어의 양이다. 물론, 이 같은 경우 문법적으로나 수사법적으로
미국인들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문장으로 그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사항은 바로 그 영어단어를 다양한 예문을 통해 제대로 그 미묘한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경우 그 통로는 미국 원어민과의 일상대화, 미국신문, 잡지, 인터넷, 그리고 TV방송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일단 앞서 언급한 방식의 (1) 영어예문, (2) 영어로
된 단어정의, 그리고 (3) 한글의미 이해 방식으로 익힌
영어단어를 원어민과의 일상대화에서 사용하고, 미국신문, 잡지, 인터넷을 통해 읽고, 또 미국
TV방송을 통해 다시 듣는다면 그 단어는 학생에게 즉시 사용 가능한 어휘가 될 것이다. 일단, 이런 상태에 이르면 그 학생은 그 단어를 영어회화나 영작문을 통해 즉시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사용하게 되는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한국
유학생들이 이 정도의 영어 공부량을 보인다면 그 학생은 반드시 유학생활에서 성공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미국에서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전혀 손색없이
원어민들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영어단어에 대한 접근방식은 비단 한국학생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선생님들도 채택할 만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한국학생들이 영어단어를 제대로 모르는 데에는 그 근본적인 공부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한국학생들은 영어단어를 공부할
때 먼저 영영사전 등을 통해 그 전형적이고 자연스러운 예문을 읽고, 그 영어단어의 영어로 된 뜻을 읽고나서, 비로소 한글로 그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단어를 다양한 매체와 원어민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한번 접해야 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그 단어는 학생이 필요한 때에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선생님들이 이렇게 학생들에게
적극 권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