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키(Sheki)
쉐키에 들어서니 황무지를 지나 오아시스에 온 것처럼 청량한 느낌이 났다. 벌써 멀리 코카서스 산맥 자락인 볼쇼이 코카서스 산맥의 설봉들이 눈에 띄었고, 깊은 계곡으로 눈 녹은 물줄기가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푸르른 숲이고, 숲 사이로 지붕들이 보였다.
*캅카스 알바니아 : 알바니아와는 다른 나라. 오래전 쉐키는 지금은 사라진 캅카스 알바니아에 속했다고
<칸 사라이 :왕의 궁전>
성벽을 따라 경사진 길을 올라가니 수백 살은 되어 보이는 플라타너스가 먼저 눈에 들어섰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보초병 같은 나무 안쪽으로 궁전이 보였다.
지붕 아래는 단청, 문살이 있는 창문 장식, 페르시아풍 타일이 묘하게 어울렸다. 2층으로 지어진 왕궁은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정원에 핀 장미꽃들이 왕궁을 더 단아하게 꾸며주었다. 단 한 개의 못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목재로만 지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내부는 큰 방, 작은 방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방마다 기하학 문양으로 벽과 천정이 장식되어 있고, 바닥에는 화려한 카펫, 스테인드글라스가 무척 아름다웠다.
쉐키 칸국(Khanate:칸의 땅)의 왕 하지 샬랍(Haji Chalab:1743~1755)이 짓기 시작했고, 1762년에야 완공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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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사라이>
칸 사라이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오니 카라반 사라이 거대한 대문이 보였다. 카라반 사라이는 실크로드 대상들이 머무는 객관이다. 오래전 터키에 있는 카라반 사라이에 들린 적이 있다. 그곳은 대상들의 고단함이 묻어 있어 보였다. 담장은 높고 내부는 거칠고 회색빛이었는데 이곳은 달라 보였다. 건물도 밝고, 정원도 잘 꾸며져 있었을 뿐 아니라 주변엔 온통 숲이었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대상들은 이곳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도적들로부터 몸의 안전과 물건의 안전을 보장받는 곳이었을테니 더더욱 편안하고 필요한 곳이었으리라.
카라반 사라이는 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진 중정을 둔 U 자형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단정한 정원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고, 양쪽으로 길게 방들이 이어져 있었다. 1층은 낙타와 말이 쉬고, 2층은 대상들의 숙소였다. 이곳은 쉼터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구하거나 창고에 물건을 보관하는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이렇게 고요하지만 대상 무역이 한창인 시절에는 낙타 울음소리, 지인들과 대화하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로 가득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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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사라이 부근
상점이 길게 이어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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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붉은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