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백두대간 종주는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구간으로 나누어 총 37차로 기획했단다. 그동안 설악산 구간을 5회에 걸쳐 마치고 오늘 부터는 오대산 첫 구간으로 구룡령 – 진고개 구간이다. 이 코스는 약수산 직전 1218, 응복산 직전 1281봉, 두로봉 오르는 길 정도가 다소 된비알이고 양탄자 깔아 놓은 듯 한길에 1,100~ 1,300m 고도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인데 하산 지점인 진고개에 국립공단 직원들이 상주하며 단속하는 조심스러운 구간이기도 하다. 내게는 2번 째 종주 때 대관령에서 출발하여 진고개로 하산했는데 휴게소 주인장의 허락으로 옥상에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휴게소 식당에서 산채정식 비빔밥을 맛있게 먹은 소중한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금요일에 환갑 맞이 가족 식사를 했다. 큰 딸 일정관계로 며칠 앞당겼지만 딸내미들이 준비한 자리라 참으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 주 말에 엄마하고 어딜 다녀오라고 하며 이것저것 준비를 제법 했다. 이거저것 중에 지들 짝들도 같이 준비했으면 좋았으련만.. 애들이 대학 다닐 때 밤 10시로 통금 사간을 정했었다. 남자들이 전부 나 같은 사람인줄 알고...딸들에게 많이 미안한 부분 중에 하나다. 빨리 배필을 만나야 될 텐데..
기분이 업 되어 술을 제법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이 맑지 못하다. 겨울 대간 채비한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집에서 운기조식 하다 성당 다녀오는 마누라의 배웅을 받으며 배낭을 들쳐 메고 차고지로 향했다.
정대장을 만나니 주차해 놓은 우리애마를 누가 들이박고 도주를 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못된 식빵 같으니라고.. 2차 집결지인 공설운동장 옆 백두대간 장비점 앞엔 항상 만원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고 좌석을 정리했는데도 정대장이 출발을 하지 않고 산행안내 후 10:12경 출발한다. 평소에는 차량 이동 중에 인사말과 산행 안내를 했었는데.. 출발한 애마가 이곳저곳 주유소를 기웃거리는 게 주유를 해야 되나보다. 외곽 몇 군데를 들려도 주유소 불들은 꺼져 있다. 참으로 갑갑하다. 한참을 헤매다 10호 광장 옆 주유소에서 간신히 주유를 하고 10: 52분 더디어 구룡령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니 출발이 40여분이나 늦어 졌다. TV소리, 동료들과의 잡담소리로 가득했던 차 안이 조용해졌고 이내 소등을 했고 모두는 잠을 청 했다. 오늘 23: 25분부터 우리나라 전북현대와 아랍에미레이트 알아인 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 제2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1차전을 홈에서 2:1로 이겼으니 전북현대의 우승확률은 대단히 높다. 소등 후 전북현대 이기길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으로 한참이나 축구중계를 보는데 뒤에서 TV를 꺼달라는 여자 대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작은 소리인데도 수면에 방해가 되었나 보다. TV는 이내 꺼졌고 아쉬운 마음 한가득 남긴 채 나는 억지 잠을 청해 본다. 쉽사리 잠은 오지 않았고 간간히 코고는 소리, 이빨 가는 소리에 장단 맞추듯 우리의 애마는 오늘도 힘차게 달려 12: 22분 동명 휴게소에 용변을 해결케 하더니 03; 08분 횡성휴게소의 밤바람을 한껏 안긴다. 횡성을 지나니 도로 바닥에 눈의 흔적이 보인다. 첫눈이 내렸나 보다. 혼란스런 이 나라에 瑞雪이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04: 40분 구룡령에 도착하여 채비를 차리고 04: 49분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하니 쌓인 눈이 많이 미끄럽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열심히 오르는 대원들을 따라 오르자니 미끄러워 힘이 많이 든다. 작년에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은 밴드형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고 오르니 훨씬 수월하다. 다음 산행 땐 꼭 스틱을 휴대하리라.. 쌓인 눈은 많지 않았으나 사그락 사그락 눈 밟히는 소리는 수줍은 아낙의 옷고름 풀어헤치는 소리처럼 설레게 들리고 발 아래로 전해오는 촉감은.. 참 좋다. 여명의 雪花와 氷花가 가히 몽환적이다. 대원들 모두가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 댄다. 흙길에 표고차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인지 모두들 잘들 걷는다. 후미의 내 파트너였던 부부는 내 시야에 잡히질 않는다. 2주 사이에 내공이 오기조원이나 삼화취정 경지에 도달 하지는 못했을 텐데.. 선두가 아침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한켠에 후미 부부가 보인다. 출발 후 처음이다. 힘들어하는 표정이 아니고 맑은 표정이다 엄지를 세워 본다. 먼저 도착한 후배가 17살 발렌타인 1병, 유대용 위스키 용기 2개에다 또 다른 위스키를 담아 왔다. 빈속에 들어붓는 위스키가 위를 찌르르 전율 시킨다. 다른 쪽에서 식사를 하는 동료에게 술 한 잔 건네니 남의 술로 인심 쓰는 것 같아 괜히 눈치가 보인다.
오늘은 선두와 후미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동안 근력도 생겼고 적응이 되어 지기도 했거니와 육산에다 그렇게 표고차가 크지 않은 것도 있으리라.. 두로봉에 올라서려는데 잡목이 제법 엉켜 지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잡목은 그대로 변함이 없다. 큰 숨 고르고 두로봉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출입금지에 대한 계도 방송이 계속 나오고 먼저 도착한 김대감 팀은 정상 옆에서 비닐 타프를 쳐 놓고 점심을 먹고 있다. 바람이 제법 분다. 밥자리를 정하지 못한 동료들이 동대산 진행방향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두로봉 표시석에서 우측으로 30여m 진행하다 우측은 한강지맥, 좌측은 백두대간으로 나눠지는 곳인데 순간적으로 헷갈려 능선 올라서자마자 좌측이라 이야기 하는 우를 법했다 정말 미안했다. 신배령을 지나 차돌백이 근처에서 후미 부부를 만났다. 오늘은 점선의 원리가 참 잘 적용되는 산행이다. 점으로 출발했다 산행하며 적당한 선으로 되었다 휴식 땐 또 하나의 점이 되는 원리다. 단체 산행에서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만 양보하면 하나가 되어 장거리 산행이나 종주산행 때 꼭 필요한 등산의 원리 중 하나이다. 동대산을 지나 하산하는 중에 차량회수 때문에 우리랑 같이 산행을 하지 못하고 진고개에 차량 파킹하러 갔던 정대장에게 연락이 왔고, 진고개 직전 갈림길에 기다리고 있다. 공단직원들이 진고개에 지키고 있단다. 두로봉에 사람 감지센스가 작동해서 일까?? 조금 아래쪽으로 하산해서 국도변에 기다리고 있는데 정대장한테 연락이 왔다. 선두로 하산한 대원들이 국공 직원들한테 적발되어 있다고. 선두로 하산한 대원들도 우리랑 같은 코스로 하산했다는데 하산해서 뭣 하러 다시 진고개휴게소로 올라갔는지..아마 국공지킴이 초소 위치를 몰라서 올라갔었나 보다. 국도변에서 기다리는 우리에겐 제법 쌀랑한 날씨라 진부면 쪽으로 걷기로 했다. 1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 국공과 실랑이 하던 종료들에게 연락이 왔다 스티커 3장 선물 받았다고.. 우리는 합류했고 진부로 이동하여 땀내 나는 몸을 씻고 부일식당에서 막걸리에 소주, 맥주 곁들여 산채정식을 먹었다. 부일식당의 숭늉은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 이 곳을 지나는 님들 숭늉한번 잡수 보시길..차안에서 스티커 과태료는 대원 모두가 부담하기로 하는 하나 된 모습을 보였으니 이 어찌 아름다운 팀이 아니겠는가! 귀가 중 안동에서 한 차례 휴식을 가진 애마는 부지런히 달려 23: 38분 신안동 공설운동장에 도착했다. 대원들과 작별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익일 00: 07분 오늘도 무사산행을 감사하며. 나에게 기름 미리 주유해 놓을 것을 이야기 해 달라고 힘주어 부탁하신 대원들 정대장에게 잘 전달했다는 말씀드리며 오늘 산행을 정리한다.
수고들 하셨습니다.
This too shall pass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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