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근 후 생활 코디네이터
"하고 싶은건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네."
많은 직장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책도 읽고 싶고, 공연도 보고 싶고, 동호회 활동도 하고 싶은데, 매일 업무에 치이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도통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퇴근 후에는 피곤해고 집에 일찍 들어가고, 주말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쩌다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집에서 쇼파 위를 뒹굴면서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돌리다가 잠든다. 그리고 다음날 더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게을러서가 절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방버을 모르기 때문이다. 퇴근 후 생활코디네이터는 업무에 지친 육체와 정신을 재충전하고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직장인들의 퇴근 후 생활을 디자인해주는 전문가다. 그 사람의 욕구와 성격과 조건에 따라 맞춤형으로 방법을 개발하고 설계해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뭔가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관심 분야에 맞는 교육을 프로그램과 학습방법을 코치해준다. 삶에 활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취미활동을 컨설팅한다.
똑같이 뒹굴뒹굴하더라도 자신의 방이 아니라 조용한 절이나 시골 민간에서 여유를 즐긴다면 어떨까? 책을 읽더라도 혼자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읽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즐겁지 않을까? 같은 놀이라도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주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가족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퇴근 후 생활 코디네이터의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사업모델은 여러가지가 가능하다. 혼자라면 온라인 상담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이 함께한다면 기업과 계약을 맺어서 해당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퇴근 후 생활 코디네이터를 전문적으로 양석하는 기관을 설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ㅏ거에는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얼마나 창의적으로 일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그리고 창의성은 휴식과 여유에서 나온다. 많은 기업들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여가생활을 장려하는 복지제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앞으로 퇴근 후 생활코디네이터 활동무대는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2. 아트타운 기획자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카멜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동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아기자기한 건물, 각종 특이한 예술상품을 파는 가게, 이국적인 카페와 식당 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꽤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예쁘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기 떄문이다. 마을 하나가 예술로 먹고 사는 셈이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다. 잘 만들어진 상품이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대가된 것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예술 골목이 생겨나야 한다. 어딜 가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동네에 가야 살 수 있는 예술상품이 많아져야 한다. 예술골목과 상품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아트타운 기획자가 필요하다.
3. 시니어 살롱 운영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시니어 세대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따. 대중문화가 급격히 발전한 60~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내 문화적 감수성이 발달했고, 학력 수준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기계발과 교류를 통한 자아실현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들 세대를 '뉴 시니어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시니어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따. 기껏해야 등산이나 낚시를 즐기거나 노인정에 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매일 산에 오를 수도 없는 일이고, 자신보다 더 나이 많은 분들이 모여 있는 노인정에 가는 것도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업 임원을 지냈거나 교수 등 지식인 집단에 속했던 사람들은 더더욱 갈 곳이 없다. 시니어 살롱은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여유롭게 차를 즐기면서 수다도 떨고, 분야별로 세미나와 강좌가 열려 지적 즐거움을 누리기도 하며, 재취업이나 새로운 창업을 모색하는 복덕방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뉴 시니어 세대를 위한 온갖 정보와 지식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에는 시니어 살롱과 같은 공간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뉴 시니어 세대를 위한 새로운 공간과 문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4. 직장 놀이터 개발자
사람에게는 누구나 여가를 즐기고픈 열망이 있다. 놀이는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놀이 문화는 늘 엇비슷하다. 기껏해야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에 가는 게 전부다. 그래서 나는 직장 놀이터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을 위한 창조적 놀이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한참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2~3시에 전 직원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놀이를 개발하면 어떤가. 어린이 놀이터처럼 직장 내에 간단한 놀이기구 시설이 있다면 일하는 틈틈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업종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놀이와 놀이터를 설계해주는 것이다. 기업 주변의 다양한 놀이 공간을 발굴해 연결해주거나, 빌딩이 밀접한 지역이라면 직장인을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놀이 문화는 개인은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업무 역량과 생산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건강한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직장 놀이터 개발자에 도전해보자.
5. 개성시대의 여행 플래너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적지 않다. 여행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짜주는 대도시 위주의 평범한 일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자유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자기 입맛대로 여행지와 숙박업소를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일이 알아보려면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올 걸린다. 더러는 여행사보다 더 비싼 돈을 내는 경우도 생긴다. 개성시대를 열어가는 여행 플래너는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준다. 기존의 평범한 관광상품에서 벗어나 맞춤형으로 개성 있는 여행을 설계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터키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코스를, 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의 아름다운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을 짜주는 것ㄷ이다. 어디 이뿐인가. 아직 발굴되지 않은 전 세계 미답의 여행 코스를 개발하고 안내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6. 세계 시민사회 애널리스트
나는 해외의 시민사회를 접할 때마다 큰 충격을 받고 많은 영감을 얻는다. 우리는 상상도 못하는 온갖 종류의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기관의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을 보며 왜 우리는 이런 실험과 도전을 하지 못하는 걸까 안타깝고, 약간만 변형하면 얼마든지 우리나라에도 해볼 만한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에 설레곤 한다.
혁신은 늘 필요하다. 혁신이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혁신에 한발 늦고 게으른 개인과 사회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을 바꿀 혁신의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회가 되려면 세계의 좋은 아이디어를 배우고 연결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세계 시민사회 애널리스트가 바로 그런 전문가다. 경제 분야에만 애널리스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민사회에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급해주는 애널리스트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기관을 조사하고, 그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방법을 배우며, 우리나라 시민사회에 맞춤형으로 이 아이디어를 공급해줄 중개자가 필요한 것이다.
7. 평생학습 컨설턴트
각 대학에도 평생교육원이 있고, 지자체에서도 운영하는 시설도 있다. 온라인에도 평생교육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평생교육에 어울릴 법한 교육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수지침, 초급일본어, 노래, 건강강좌 등 어떤 프로그램을 들여봐도 크게 이 범위를 넘지 않는다.
평생학습 컨설턴트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보다 실용적이고 재미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전문가다. 기존의 획일적인 단순한 학습 프로그램을 넘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인문학과 전문적인 학습, 기술과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학습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문가인 셈이다.
독일 뮌헨의 경우 과연 '뮌헨 시민은 공부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어느 평생교육기관은 한 학기 강좌가 무려 1만 3천개에 달했다. 우리도 이제는 평생교육의 소프트웨어를 고민할 때다. 모든 사람드르이 평생 자기의 전문 분야를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을 개발하고 수준을 높이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7-1. 현장학습 디자이너
음악수업은 음악회에서, 미술수업은 미술관에서,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수업 모습이다. 수업을 반드시 교실에서 교과서로만 해야 하는 법은 없다. 현장만큼 좋은 학습 공간은 없다. 예컨대 동학혁명을 배운다고 해보자. 선생님이 아무리 잘 설명해도 학생들은 재미가 없다. 그럴 때, 전북 정읍 황토현으로 찾아가 동학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생가로 진격로를 돌아본다면 생생한 현장수업이 가능하다.
현장학습 디자이너는 현장수업을 위한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전문가다. 교과 과정에 맞춰 현장학습 장소와 강사를 섭외하고, 맞춤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주는 것이다. 온라인 현장학습 컨설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전국지로 발행되는 일간지인 <유에스에이 투데이>에는 지난해 특별한 관공가 실렸다. '교실에서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프로미시언, 칼립소 시스템, 시스토, 아벤타 러닝 등 미국의 유명 교육교재 회사들의 상품이 소개된 것이다. 중국 현지의 학교와 연결해 동영상으로 대화하는 온라인 중국 현장학습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