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6차 훈화(23.08.29.화)
레지오 단원은 사랑의 본성에 충실합니다
아치에스 행사에서 성모님께 “저의 모후, 저의 어머니시여, 저는 오직 당신의 것이오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옵니다”라는 봉헌문을 읽습니다.(교본, 30장 1항)
이 봉헌문을 봉독할 때마다 제 서품식이 떠오르는데요. 제 삶을 예수님께, 그리고 성모님께 봉헌했던 그날의 감격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그럼에도 사제생활 30년을 돌아보면, 나약하고 못난 모습을 벗지 못한 듯하여,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만 그날의 다짐을 저버리지 않으려 다시 힘을 내는 이 마음마저도 성모님의 도우심임을 알기에 꺾인 마음을 추슬러 힘을 냅니다. 많은 레지오 단원들의 마음도 아마 비슷하리라 싶은데요. 유혹의 파고가 몰아치는 세상에서 단원의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참되고 진실되이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테니까요.
더러, 많이 사랑하는, 더 많이 봉사하는, 그리고 자신을 비운 사랑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에게 큰 시련이 주어지는 것을 봅니다. 그럴 때, 사제는 유구무언…. 남몰래 항변의 기도를 올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갖가지 시련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십시오”(야고 1,2)라는 사도의 권고를 기억합니다.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워서, 힘들어서, 마음을 닫아걸고 스스로에 몰입하는 이기심이야말로 레지오 정신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느낍니다. 레지오 정신은 모두가 함께하며 더불어 봉사하는 것에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작은 선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심성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마음 역시, 잘라낼 수 없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삶을 사랑으로 단속하는 것은 레지오 단원의 기본자세인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레지오 단원들이 이 심성을 잘 간직하여 살기 원하십니다. 이제 우리 사랑의 모습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 밖의 인간에 대한 사랑에 머문다면 곧 자기 사랑의 연장일 위험이 매우 크다”라는 드 뤼박 신부의 경고를 새겨야겠습니다.
장재봉 스테파노.신부
부산가톨릭신학원 원장 (월간.레지오마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