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동 짬짬교리
I. 전례란 무엇인가?
1. 전례의 본질적 특성
1) 전례는 교회 공동체의 행위로서, 그 공적 특성대로 가급적 공동체를 이루어 거행해야 한다. 혹 사제 혼자서 전례를 거행해야 할 경우라도 그 역시 교회 공동체의 행위로서 봉헌하는 것이다.
2) 전례는 봉사이다.
'전례'의 라틴어 liturgia(리뚜르지아)의 어원을 보면 희랍어 λαος(라오스:백성)와 ερϒον(에르곤:일)의 두 단어의 합성어인 λειτυρϒια(레이뚜르기아:백성을 위한 봉사)에서 유래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전례는 ‘봉사’(service)이다. 전례는 하느님 백성에 대한 봉사이다. 백성들로 하여금 하느님께 찬미와 흠숭을 잘 바쳐 올릴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충만히 받아 성화되도록 도와주는 봉사이다.
따라서 전례 봉사자들은 - 누구보다도 주례 사제는 - 자신의 성향이나 신심을 주장하기보다 전례 지침에 따라 통일되게 성실히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전례에 참여하는 모든 회중이 혼돈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열정적으로 임하게 해주어야 한다. 미사 전례의 봉사자 중에 누구보다도 사제는 아름답고 은혜로운 미사 전례를 거행하여 신자들이 더욱 감명 깊고 기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섬세하게 잘 준비하며 겸손하고 성덕 깊은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3) 전례는 ‘축제’이다.
미사 전례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상 희생제사를 통하여 영광스런 부활에로 나아가는 파스카의 성스러운 축제이다. 미사 전례로 기념되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희생제사와 부활로 우리가 얻게 된 죄 사함의 은총, 구원의 은총, 성화의 은총을 생각할 때 미사 전례를 ‘축제’(festa)로 거행해야 마땅한다. 진정 기쁘게, 활기차게 화답하고 성가를 불러야 한다. 우리가 미사 전례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성령의 힘으로 우리는 미사 전례 안에서 주님의 은총을 뜨겁게 체험하게 되며 감사와 찬미, 흠숭과 찬양의 환호성을 터뜨리게 될 것이며, 기쁨과 행복 속에 성화의 은혜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미사 전례의 분위기는 대개가 염불 외듯 너무 가라앉아 활력 없이 거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비해 개신교 예배는 미사 성제가 아님에도 그렇게 힘차고 역동성 있게 거행되고 있다. 우리 미사 전례의 이 처진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4) 전례는 ‘삶의 전례’를 촉구한다.
미사 전례는 십자가를 통해 부활에 이르는 그리스도의 파스카의 신비의 거행이며, 그로써 삶 속에서 부활의 희망을 가지고 십자가의 길을 인내와 용기를 가지고 충실히 걸어가도록 재촉한다. 말하자면 ‘예식 전례’(Rex orandi)는 ‘신앙 내용’(Rex credendi)을 예식으로 거행하고 ‘삶의 전례’(Rex vivendi)를 촉구한다.
전례는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례헌장 서론에서 그 정신이 드러난다. 전례는 신자들의 그리스도교적 생활을 나날이 증진시킵니다. 전례는 신앙을, 그리스도인의 삶을 특정 짓는 행위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전례라는 말마디를 단순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여겨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전례는 삶과 별개가 아닙니다. 전례는 삶으로 구현되어야할 살아있는 신비이지 화석탐사나 연극이 아닙니다. 삶을 재촉하지 못하는 전례는 분명 잘못된 전례이다. 전례는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중요한 의미를 실현한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바른 전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회개와 복음 선포의 삶이 전제되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전례 개혁과 전례의 육성책을 강구하면서 교회 자체와 인류의 쇄신을 지향했듯이 전례는 항상 세상 자체를 성화시켜 하느님께 인도하고 그분을 합당하게 공경하는 것과 관계되는 모든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므로 전례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삶과 관련을 맺으며 세상을 하느님께 인도할 때 비로소 전례의 목적인 하느님에 대한 공경과 인간의 성화가 삶 속에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전례는 공의회의 천명대로 “교회의 모든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으로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행위”이고 “가장 거룩한 행위이며, 그 효과에서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도 이 이름과 같은 높이를 차지할 수 없다.”(7항)
<뒷면>
◆ 판공성사 ◆
한국교회의 특수용어로서, 한국교회는 교우들이 적어도 1년에 두 번, 성탄절과 부활절에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본당 주임신부는 성사를 타당히 받을 수 있게 준비시키기 위하여 공부를 시키고, 성사 받기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성사표(聖事表)를 발부한다. 이 성사표로 고해성사를 받으면 교적에 성사 받은 표를 하여 사목상의 자료로 삼는다. 이를 판공성사(辦功聖事)라 한다. 이것은 구원을 염려하는 교회의 최소한의 요구이다. 좀더 바람직한 것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해성사를 받아 덕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대죄에 떨어졌다면 즉시 고해성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 고해성사(告解聖事) ◆
1. 의의 : 고해 성사란 칠성사 중 하나로, 세례 성사를 받은 신자로 하여금 세례받은 이후의 죄에 대하여 하느님께 용서를 받으며, 교회와 화해하도록 하는 성사이다. 그런데 그리스도만이 세상의 죄를 용서할 권한을 갖고 있기에, 그분을 대신해서 교회의 대표인 사제가 죄를 뉘우치고 고백하는 자를 용서한다.
2. 제정 :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라고 말씀하심으로써, 고해 성사를 제정하셨다. 그 후 이 사죄권(赦罪權)은 사도를 거쳐 그들의 후계자인 주교와 사제들에게 전해졌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의 죄에 대해서 판단하고 용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마태 18,18), 사제는 그 교회의 대표로서 그 권한을 위임받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에 화해의 임무를 주셨고(2고린 5,18; 사도 2,38), 성령도 죄를 사해 주셨으며, 기도와 극기와 선행 등으로 죄 사함을 받을 수도 있지만, 죄를 용서할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신 것이다(마태 10,1).
3. 기원 : 구약 시대에 아담과 하와의 범죄를 벌하기 전에 하느님은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구세주를 약속하셨고, 니느웨 사람들이 속죄하자 벌을 거두시었다. 또한 당시 백성들은 죄를 뉘우치고 재계(齋戒)와 고행을 함으로써 죄 사함을 받았다. 그리고 죄 사함을 받기 위해 공식적으로 통회와 함께 어린양을 속죄의 제물로 바치는 예식을 행하였다. 신약 시대에 세례자 요한은 “회개하라”(마태 3,2)고 외쳤고, 사도 요한은 죄를 용서해 주는 분은 그리스도이심을 증언하였다(요한 1,29-30). 그리고 예수께서는 죄를 용서하셨고(루가 7,48), 죄인의 회개는 하느님 앞에 즐거움(루가 15,3-10)이었다. 또한 그리스도는 사죄권을 강조(마르 2,1-12)하셨고, 그 전제 조건으로 통회와 다시는 범죄하지 않을 결심을 요구하셨다.
4. 발전 : 3세기 이전까지는 그 형식과 시행 방법이 명백하지 않았으나, 그 후부터는 참회의 규율이 나타났다. 6세기 성 아우구스티노는 세 가지로 참회의 형식을 구분하였다. 즉 세례로 새로 나는 형식, 가슴을 치는 형식, 중죄를 공적으로 고백하는 형식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너무 엄격하여 예외가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6세기 이후에는 사적 고백(私的告白), 즉 비밀 고백(秘密告白)의 형식이 등장하였다. 그 후 이 형식은 12세기에 쇄신되었고, 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는 확실한 규정을 세웠다.
5. 고해 성사의 특징 : 양심 안에 있는 죄책감을 고백하고, 온전히 비밀이 지켜져야 하며, 고백과 용서가 윤리적인 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성사를 죽은 이의 성사라고 하는 이유는 영적으로 죄의 상태(은총의 지위를 상실한 상태)에서 이 성사를 받음으로써 다시 은총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고해 성사는 새로운 세례 성사와 같다. 세례와 같이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루며,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의 신비체(神秘體)에 다시 결합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 성사를 1년에 2번 이상 보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판공 성사(辦功聖事)라고 한다(1요한 1,9).
6. 고해 성사의 요소 : 1) 성찰(省察) - 고해 성사를 보기 전에 자신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잠잠히 살펴 알아내는 것. 2) 통회(痛悔) - 성찰로 알아낸 죄를 뉘우치는 것. 3) 정개(定改) -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 4) 고백(告白) - 알아낸 잘못을 겸손되이 고해 사제 앞에서 밝히는 것. 5) 보속(補贖) - 죄를 사해 주는 고해 사제가 죄의 고백을 들은 다음 정해 주는 기도나 선행, 희생 등을 말한다. 이는 잘못에 대한 벌이기에 고해소 밖에 나와 반드시 해야 한다.
7. 고해 성사와 신앙생활 : 이 성사는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보호에 대한 신뢰를 가득 차게 하고, 항상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마음에 평화를 얻도록 한다. 그러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다. 그래서 관습이나 형식으로 교회법을 이행하는 수동적인 면에서 먼저 탈피해야 한다. 이 성사를 잘 볼 때, 하느님과 이웃과 일치하고, 공동체 안에서 화해가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핑계를 삼가고 사제는 생명을 다해 비밀을 지킨다는 점을 신뢰하여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이때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받고 신앙이 날로 깊어 갈 것이다(로마 6,2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