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해변길-몽산포에서 기지포로 가는 솔모랫길(4-5코스)

[靑山]

태안해변길-몽산포에서 기지포로 가는 솔모랫길(4-5코스)

2020년 10월 11일 (일) 날씨 : 흐린 후 비 기온 : 섭씨 14~22도

거리 : 19km  소요 시간 : 5시간  동행 : 귀연산우회 19명

코스 : 몽산포- 청포대-드르니항-백사장항-삼봉해수욕장-기지포 홍보관

몽산포 해수욕장

생명은

생명은

자신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곤충이나 바람이 와서 중매한다.

생명은 그 속에 결핍이 있으며

다른 존재에게서 채움을 받는다.

꽃이 피어 있다.

곤충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휘감고

바로 근처까지 날아와 있다.

나도 한때

누구를 위한 곤충이겠지.

당신도 한때

날 위한 바람이었겠지.

요시노 히로시

몽산포 해변과 마검포항

솔모랫길

함께 걷는 즐거움을 앗아간 코로나 때문에 태안해변길이 두 번이나 펑크가 났다. 15년을 함께 다닌 산 친구들이 삶의 공간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맛과 정이 멀어져 갔다.

동해안 해파랑길 여정이 4년이나 걸렸지만 보람과 행복이 가득했다고 자부했지만 서해안 태안해변길을 걷는 노정은 전혀 예측도 되지 않는 코로나19로 난파선이 된 꼴이 되었다.

산과 들을 따라 둘레 길을 걷는 행복은 건강을 가져다주고 대화와 소통의 따뜻한 긍정 바이러스를 심어준다.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하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속담은 산꾼들에게 전설처럼 회자된다.

그래서 산 친구들은 함께 걸으려 애썼고 백두대간과 정맥 그리고 해외 트레킹에 동료가 되었다.

수많은 세월을 견뎌온 인류의 발자취는 질병과 전쟁의 끊임없는 시련 속에서도 면면이 닫히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단절이라는 극한 상황을 맞은 셈이다.

감염병의 전파는 누구에게도 선처를 주지 않고 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 사람을 몰아붙이므로 피할 수 없는 한계를 준다.

정치적으로 자유와 권리가 축소되고 경제와 문화적 침체는 불을 보듯 당연하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와 시간도 제약되어 인간적 불평등이라는 굴레를 씌우게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상을 넘나들던 인류는 다른 세상을 볼 수 없는 닫힌 환경의 굴레에 빠져 버린 것이다.

감염병의 팬데믹 현상은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으로 인류에게 치명타를 입힌 경험이 있다.

하지만 두 번의 질병은 지역적인 부분 감염이었기에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번지고 있기에 대처할 수 없는 커다란 팬데믹 현상으로 지구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몽산포 해수욕장은 썰물로 바닷물이 멀찌감치 빠져서 넓은 백사장이 형성되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10월 중순이면 사람이 별로 없고 썰렁한데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많은 캠핑 족들로 가득하다.

텐트와 자동차들로 홍수를 이룬 몽산포는 송림과 백사장으로 오랫동안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었다. 오래전에 왔을 때 시속 150km 이상을 달리며 경주하던 자동차들의 굉음을 기억한다.

바닥이 단단한 모래사장을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 경주의 모습에서 질주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바닷가를 따라 백사장을 걸으니 새들이 날고 어린이들이 천진스럽게 모래를 파고 조그만 게를 잡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태안해변길 1~3구간은 푸르른 바다를 보는 신선함이 있었는데 이곳 4구간부터는 본래의 서해안 모습을 보여준다.

모래사장을 조금 비켜 걷는 해변 길은 솔바람길로 불린다. 몽산포를 지나면 이내 청포대인데 근처에 마검포항이 보인다.

경비행장이 있어 마검포항을 가려면 길을 따라 우측으로 가야하지만 다시 돌아 나와야 하기에 길을 건너 솔밭으로 들어간다.

솔밭 길을 걷는 행복한 발걸음은 한적한 벤치에서 칸님이 가져온 장흥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흡족한 여정이 된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만드는 염전을 지난다. 바닥에 타일을 붙인 상당히 위생적인 생산 시설은 햇빛이 약해져서인지 만들어진 소금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금년에는 장마가 길어서 소금 생산이 아주 적었다고 하는데 천연 소금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바다를 막아 만든 방조제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드르니항 다리가 보인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인도교인데 조형물로는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리를 건너며 주변을 둘러보니 백사장 항구의 번성함이 보인다. 커다란 주차장과 횟집 그리고 많은 식당들과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인파로 번잡하다.

요즘은 대하와 전어 철인데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대도시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고 있다.

몇 채의 횟집이 화재가 나서 타서 검은 잔재를 보이며 흉측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친구들과 도미 회를 시켜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불현 듯 딸 결혼을 시키느냐 마느냐로 괜한 걱정을 했지만 누구나 가져볼 수 있는 주제였기에 불만은 없다.

자식들에게 결혼을 강요하느니 자유로운 선택을 주는 것이 옳다는 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늦게라도 자식을 결혼시킨 친구의 보람 섞인 감사한 마음은 느끼는 바가 크다.

기지포를 향해 바닷가를 따라 송림과 백사장을 걷는다. 모래사장이 자갈로 덮인 휑한 모습도 본다. 10월의 백사장에는 아직도 텐트와 오토캠프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긴 장마로 수익을 올리지 못한 상인과 주민들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밤에는 한기를 느끼는 날씨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야영은 지나고 나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발자국이 될 것이다.

바닷물이 저만치 빠진 모래톱에서 두 대의 낚시를 설치하고 고기를 잡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흐려진 태안 바닷길은 살그머니 가랑비를 내리며 어두워진다. 다행히 옷이 젖거나 걷기 불편하지는 않아 목적지 기지포 홍보관에 무사히 도착했다.

국립공원 스탬프를 찍는 수첩과 서해랑길 지도, 스카프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비록 19명의 단출한 걷기였지만 모래사장과 송림을 걸으며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행복했다.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어 국내와 외국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고대해 본다.

건강을 지키며 오늘이라는 충만한 하루를 온전히 살 수 있는 내가 되면 좋겠다.

몽산포 해변

청포대 바닷가 스냅 촬영

마검포 해변으로 이어지는 백사장

억새를 바라보며 가을 속으로 걷는 기수역 지대 교량

청포대 오토 캠프장

태안해변길을 걷는 귀연산꾼들

원청리 노루미 독살

마검포항

신온리 염전

신온리 방조제

청포대 해변

태안해안국립공원 안내판

백사장항

드르니항 꽃게교량

삼봉 해변

[해송]

서파랑길 아주 문 닫는줄 알았는데. . . 산우님들 반가웠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靑山]

모처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트레킹한다는 슬픔도 컸습니다.
인생은 지나가는 거라지만 코로나19의 피해는 너무 엄청나네요. 빨리 이 감염병이 퇴치되어 즐거운 생활이 도래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