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가 남긴 것
그것은 정말 불편한 진실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광주 인화학교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이라는 것부터 이슈가 되더니 인면수심의 반인륜 작태와 정의가 버려진 가해자 처벌 과정의 제도적 부조리가 온 국민을 분노로 끓게 하였다. 소수이자 약자이며 보호받아야할 그들이 비상식적으로 유린되는 사건은 그것에 대한 진상위원회를 구성하게 하였고, 정부의 <장애인 대상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대책> 을 발표하게 하였으며,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폐지와 장애인성폭력 친고죄 폐지 여론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2009년 동명의 소설로 발표되었을 때 보다 더 많은 사회적 파장과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영상매체인‘영화’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문자에 의한 상상력보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면의 생생함이 충격과 자극을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을 그 파급력을 통해 알려 주고 있다.
이렇듯 은폐된 진실을 알려 주는 고발성 짙은 영화는 그 파장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마저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인의 추억(2003)’, ‘그 놈 목소리(2007)’, ‘이태원 살인사건(2009)’, ‘아이들(2011)’은 공소시효기간 연장과 폐지를 야기했으며 ‘실미도(2003)’는 북파공작원 문제를 재조명하게 하였고‘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은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를 일으켰다.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우리의 의식을 깨우며 사회 변화의 물꼬를 트고 제도 확립에 까지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영화를 통한 현실의 진정성이 치밀한 구성력으로 몰입하게 하여 행동력까지 주도하기 때문이라 본다.
보통 우리가 영화를 보며 느끼는 것은 감동이다. 그것에서 치금 처한 상황과 다른 여러 가지 사건, 사람들을 만나 자신을 동화시키고 감성과 지성을 자극받는다. 재미나 환상을 맛보기도 하고 사랑, 희망, 정의, 신념 등 관계를 아름답게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를 얻고,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직면으로 진실이 무엇이고 가치로 세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살아가야 되는 지표를 물음으로써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 영화이며, 그것이 공감의 목소리를 모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인화학교 사건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 사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뒤돌아보게 하였다. 현재 영화로 촉발된 ‘도가니 법’ 일명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10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3세 미만 미성년 여자 장애아 강간 및 준 강간 공소시효 폐지와 장애인 여성과 13세 미만 아동을 성폭행 했을 경우, 7년•10년 이상의 유기징역 외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장애인 보호 교육기관의 장과 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법정형의 최고 2분의 1까지 형이 가중된다. 또, 10월 31일 인화학교•인화원에 대한 특수교육 위탁지정 취소와 시설폐쇄 단행이 이루어졌고, 인화학교 학생 21명이 11월 1일부터 광주지역 특정 장소에 마련된 학습 공간에서 수업을 받으며 내년 3월 한 학교로 옮겨 1년 동안 수업하고 2013년 개교하는 공립특수학교 ‘선우학교’ 에 배정받게 된다. 앞으로도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 취소 통보 등 계속적으로 그에 따른 조치가 취해질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실태를 점검하게 하고 법률안을 개정하게 만든 영화 <도가니> -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이 있지만 시민의식과 사회제도를 변화시키는데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함으로써 영화의 힘을 일깨운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