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Class [라이프스타일] 2014년 08월호>
‘책의 숲’에서 황홀감에 빠지다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 개관, 도서관 일부 24시간 개방
임현선
<출판문화도시 파주에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이 6월 19일 문을 열었다. 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개관 이후 맞은 첫 주말에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평일에도 하루 평균 70〜80명이 찾고 있다. 파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이곳을 방문했다.>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에 들어서면 천장 높이까지 가득 들어찬 책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키 높이를 훌쩍 뛰어넘는 도서관의 세로 길이는 시야를 확 트이게 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마치 장신의 나무가 늘어선 숲 안에 서 있는 느낌이다.
출판문화도시재단(이사장 김언호)이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경기 파주시 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정보센터와 지식연수원 지지향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서가의 높이는 6~6.4m, 가로 길이는 총 3100m, 면적은 1246㎡(377평)에 이른다. 장서 규모는 50만 권으로 우선 20만 권을 공개했고, 나머지는 차례로 정리해 꽂을 예정이다. 모두 기증받은 책들이다.
독서 상담해주는 권독사 제도 운영, ‘e-book 읽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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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은 3개 섹터로 구성되어 있다. 1섹터는 교수 또는 연구자들이 기증한 개인 소장 책들로 이루어졌다. 2섹터에는 김영사 등 국내 유수 출판사 30여 곳이 기증한 도서들이 있고, 3섹터에는 문학과지성사 등 국내 출판사가 기증한 책 외에도 영어, 불어로 쓰인 원서들이 있다. 운영시간은 1, 2섹터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3섹터는 24시간 개방한다. 개가식으로 운영하므로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다. 섹터마다 권독사(勸讀司)들이 배치되어 있어 도서관 이용자에게 책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기호에 맞게 책을 추천하거나 찾아주는 임무를 수행한다. 단, 대출은 할 수 없다.
1섹터를 돌아보면 서가 곳곳에서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쓰인 안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안내판에는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전·현직 대학교수 15명의 이름 아래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다. 박사 논문, 전공 분야를 저술한 책부터 예술, 철학, 소설 등 개인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다. 이 밖에 김선수 변호사,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 고문, 이 형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병남 LG인화원 사장 등이 기증한 장서도 눈에 띈다. 곳곳에 6인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큰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2섹터에는 출판사들이 기증한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마음산책, 민음사, 보리, 비룡소, 사계절, 열린책들, 열화당, 웅진, 창비, 한길사 등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들이다. 《태백산맥》 《토지》 등 대하소설 외에 어린이 동화책 전집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낮은 위치에 꽂혀 있다. 2섹터에는 특별 이벤트홀이 있는데, 평소에는 독서공간으로, 음악회나 낭독회 같은 이벤트가 열릴 때는 200여 명이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24시간 개방하는 3섹터로 가는 길목에는 김혜련 미술작가의 <책과 병풍>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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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숲’ 2섹터 특별 이벤트홀. |
24시간 개방되는 3섹터 공간에는 군데군데 편안해 보이는 소파가 놓여 있어 이용자는 책을 보다 잠시 쉴 수 있다. 한쪽 책상 위에는 샘(교보문고), 크레마샤인(Yes24), 갤럭시노트(삼성전자), 뉴아이패드(애플) 등 e-book을 볼 수 있는 태블릿 PC가 놓여 있다. 김언호 이사장, 출판 인맥으로 장서 50만 권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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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작가의 작품 <책과 병풍>. |
‘지혜의 숲’ 개관을 처음 계획한 사람은 김언호 출판문화도시재단 이사장이었다. 그는 “책 읽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며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에 다시 책을 안겨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길사 대표이기도 한 김 이사장도 4000권의 책을 기증했다. 38년간 출판 일을 하며 쌓아온 인맥이 책을 모으는 데 한몫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7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책 기증 의사를 밝히는 학자들과 출판사가 늘고 있어 장서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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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개방하는 ‘지혜의 숲’ 3섹터. |
김 이사장은 ‘지혜의 숲’ 개관을 계기로 연구자·학자·저술가들의 책을 보존·보호하고 자원화하는 문화운동과 독서운동가인 ‘권독사’ 양성을 통해 독서운동 진흥과 인문학 교육 확산 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연구자들과 학자들이 열정을 다해 읽고 연구한 책들이 소홀하게 다뤄지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지혜의 숲이 소중한 문화유산·정신유산을 한데 모아 새로운 정신과 문화를 창출해내는 광장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혜의 숲’이 누구나 와서 책을 읽고 집필도 할 수 있는 ‘공동서재’ ‘공유서재’이길 바란다.
‘지혜의 숲’에는 현재 30명의 권독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고, 직업도 출판사 취업지망생부터 주부, 여행사 대표, 대기업 간부로 은퇴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한 대화를 즐기는 ‘책 마니아’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주 4시간씩 3개월간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권독사는 수시로 모집하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익한 봉사 기회가 될 듯하다.
가는 길 :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2호선 합정역 2번 출구에서 2200번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걸린다. 합정역 1번 출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단, 주말과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자세한 시간표는 홈페이지를 참조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자유로를 타고 문발I.C로 진입하여 오른쪽 진출로로 나와 출판도시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5분 거리에 있다.
홈페이지 : www.bookcity.or.kr 문의 : 031-955-0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