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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2권
5. 내려가 태어나는 품[降生品]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여러 천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펴서 말하고 권하여 애써 환히 알리고 그들을 기쁘게 하고는 하늘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나는 어떠한 형상으로써 남섬부주에 내려가야 하겠습니까?’ 하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어린아이 형상으로 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제석ㆍ범천의 형상으로 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신묘천(神妙天)의 형상을 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아수라나 건달바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의 형상으로 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일월천(日月天)의 형상으로 하십시오’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금시조의 형상으로 하십시오’라고 하였으니,
이러한 갖가지 형상으로 말하였느니라.
그때 대중 가운데 승광(勝光)이라는 한 천자는 옛날 남섬부주에 있을 적에 바라문이 되어 위없는 보리에 마음이 물러남이 없었던 이인데 말하였느니라.
‘위타(圍陀:베다)에서 말하되,
〈내려가서 태어나는 보살은 코끼리 형상을 지어서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보살이 내려가 태어나려면
코끼리의 형상을 지을 것이니
단정하고 예쁘고 좋으며
정수리 꼭대기는 붉은빛일세.
희고도 맑고 곱고도 깨끗하여
하얀 파리(玻瓈)와 같나니
여섯 어금니를 두루 갖추고
금의 굴레로 장식하였네.
위타에 먼저 기록된 것은
좋고 상서롭지 않음 없나니
서로 두 가지의 모습으로써
남섬부주에 내려가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도솔천 궁전에서 두루두루 자세히 살피며 수단 왕궁에 내려가 태어나려 하면서 먼저 여덟 가지의 상서로운 조짐을 나타냈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 조짐인가?
첫째, 왕궁이 갑자기 깨끗해지며 쓸거나 물을 뿌리지 않아도 모든 나쁜 찌꺼기와 티끌ㆍ기와와 조약돌ㆍ모기ㆍ등에ㆍ그리마ㆍ노래기들이 없어졌고, 둘레에는 갖가지 묘한 꽃이 흩어지며 향기가 자욱하였다.
둘째, 설산(雪山) 산중으로부터 뭇 새들이 와 모였는데, 기이한 종류의 여러 가지 빛깔과 털과 깃이 빛나며 산뜻한 것들이 왕의 궁전 누각이거나 전당ㆍ기둥과 들보ㆍ처마며 창문에서 울고 지저귀면서 놀며 즐겼다.
셋째, 왕궁(王宮) 안에 풀과 나무와 꽃과 잎이 한꺼번에 폈다.
넷째, 왕궁의 못에는 모두 연꽃이 나서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았고, 백천의 잎사귀가 물 위를 덮고 비췄다.
다섯째, 왕궁에 값진 그릇이 저절로 생기고 소(蘇)와 기름과 사탕의 가지가지 맛 좋은 것들은 먹어도 줄어듦이 없었다.
여섯째, 왕궁의 악기인 소저와 퉁소ㆍ공후ㆍ거문고와 비파 등속이 치거나 타지 않았는데도 다 갖가지의 미묘한 소리를 내었다.
일곱째, 왕궁에 금ㆍ은ㆍ유리ㆍ차거(車磲)ㆍ마노ㆍ마니와 산호의 온갖 보배 광이 죄다 가득히 찼다.
여덟째, 왕궁에 큰 광명이 있어 해와 달을 비춰 가리고 이 광명을 만난 이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져서 전에 없던 일을 얻었다.
이와 같은 것이 여덟 가지 상서로운 조짐이니라.
이때 마야 성후(聖后)는 목욕하고 치장하되, 여러 하늘의 향을 바르고 아름다운 의복을 입고 여러 가지 보배로 몸소 꾸미매 기뻐지면서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지라,
1만 채녀에게 둘러싸여 시중을 받으며 음악전(音樂殿) 안에서 노닐다가 수단왕에게 나아가 왕 오른편의 미묘한 보배 그물로 장엄한 자리에 올라가 앉자마자,
기뻐하는 모습으로 얼굴을 펴며 빙긋이 웃으면서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거룩합니다, 대왕이시여. 가엾이 여겨 허락하소서.
나는 이제 미묘한 소원 펴려 합니다.
이로부터 언제나 인자한 맘 일으켜
8관(關)의 청정 계율을 지녀야 합니다.
중생들 해치지 않음을 제 몸 사랑하듯 하며
세 가지 업으로 열 가지 선을 항상 닦고 익히며
시새움과 간사한 마음을 멀리 떠나고
원컨대 왕은 저에게 욕정을 내지 마소서.
이 계율 들으시고 따라 기뻐 않으면
아마 왕은 오랜 세상에 고통 과보 당하리니
원컨대 저에게 따로 살게 하시고
궁전을 향ㆍ꽃으로 꾸며 주소서.
여러 착한 채녀에게 언제나 둘러싸여
치고 타며 노래하고 법의 소리 연출하며
속되고 나쁜 사람은 나를 떠나게 하여
음탕한 향ㆍ꽃으로 시중 않게 하소서.
모든 죄수들을 죄다 널리 용서하여
그들을 보내 버려 감옥 비우게 하시며
이렛날 이레 밤을 널리 보시 행하여
가난한 이 구제하여 만족하게 하소서.
꼭 바르게 교화하고 부역을 덜어 주어
다 공판정에서 송사 없게 하시면
저마다 인자한 마음 서로 오가서
도리천 환희 동산[歡喜園]에 올라 있음 같으며
세간 가엾이 여김이 외아들인 듯하시고
법과 교(敎)가 이 같으면 매우 안락하리이다.
왕은 이 말 듣고서 크게 기뻐하며
소원하는 것은 모두 허락하시어
신하들께 신칙하여 곧 궁전 깨끗이 하고
번기ㆍ일산ㆍ향ㆍ꽃으로 한껏 꾸미며
또 2만의 용기 있고 씩씩한 군사로써
칼과 창을 가지고서 방비시켰네.
채녀들의 타는 가락 재미있게 즐기고
다시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며
값진 평상 보배 자리 분홍빛 천을 펴놓으니
훌륭한 궁전에 사는 천녀와 같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사천왕과 석제환인(釋提桓因)이며, 야마천(夜摩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낙변화천(樂變化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ㆍ사바세계의 주인 범천왕ㆍ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補天)ㆍ묘광천(妙光天)ㆍ소광천(少光天)ㆍ광엄천(光嚴天)ㆍ정거천(淨居天)ㆍ아가니타천(阿迦尼吒)ㆍ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과 그 밖의 한량없는 백천 하늘들이 죄다 구름처럼 모여서 서로가 말하였느니라.
‘보살께서 장차 내려가서 태어나려 하는데 우리 하늘들이 가서 모시지 않으면 무정한 일이요, 은혜도 모르는 것이니, 누가 모시며 호위를 능히 맡겠습니까?
보살이 남섬부주에 내려가서 처음 태 안에 들었다가 태어나고,
어린이에서 청춘의 시절이 되고, 재미있게 놀며 애욕을 받고,
집을 떠나 고행하고, 보리좌에 나아가고,
악마를 항복 받고, 바른 법의 바퀴를 굴리고,
큰 신통력을 나타내고, 도리천(忉利天)에서 내려와 열반에 들기까지 언제나 받들어 섬기고 끝내 버리거나 떠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때에 천자들은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대들 중에 누가
기뻐하며 보살 따를 책임 맡겠소?
복이 보다 자람을 얻어야 하고
또한 큰 명예도 얻어야 하리.
만약 도리 천궁의
훌륭하고 묘하고 항상 안락하는
채녀들의 둘러쌈을 구하려 하면
마땅히 청정한 달을 따라야 하리.
만약 묘한 동산 숲[妙園林]의
훌륭한 곳에서 언제나 유희하며
보배 땅과 금꽃으로 장식함을 구하려면
때[垢]를 떠나 광명을 따라야 하리.
만약 코끼리며 말의 수레로
환희 동산에 노닐고 살며
채녀들의 둘러쌈을 구하려 하면
마땅히 대장부를 따라야 하리.
만약 야마천과
도솔천의 궁전에
나서 항상 공경 받기를 구하려 하면
큰 이름 지닌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화락천의
여러 궁실들에서 자재로이
유희하고 변화하는 즐거움을 구하려면
공덕 지닌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악마왕이 되어서도
모든 독한 맘을 멀리 여의고
신통 변화 끝없음을 구하려 하면
이로움 주신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욕계를 뛰어넘어서
훌륭하고 묘한 범궁(梵宮)에 살며
4등(等)의 마음 닦고 행함을 구하려면
선정(禪定)하는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인간에 태어나서
전륜왕의 훌륭한 과보를 받아
7보가 마음대로 이름을 구하려면
욕심 떠난 높은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인간으로서
왕위와 장자와 거사가 되어
재물 있고 부귀하며 원수 없음 구하려면
위없는 선비를 따라야 하리.
만약 크게 부자요 귀해지고
단정하고 이름 높은 평판 있으며
명령하고 위덕 있음 구하려 하면
맑은 음성[梵音] 내는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인간과 하늘의 업보로써
세 가지 세계에서 안락을 누리고
번뇌 없고 지혜와 선정을 구하려면
법이 자재한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탐욕을 끊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려 버리며
담박하고 뜻의 고요함을 구하려 하면
마음 조복한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일체지(一切智)로서
연각과 성문이며 시방세계에서
사자처럼 외치기를 구하려 하면
마땅히 공덕 바다를 따라야 하리.
만약 나쁜 길을 닫아 버리고
모든 단 이슬의 문을 열어서
바야흐로 8정도(正道)에 오르기를 구하려면
험한 길 멀리한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매우 깊은 법 듣고 받으며
여러 가지 복과 도움 구하려 하면
공덕의 갈무리를 따라야 하리.
만약 얽매임과 나고 죽음과
병들고 죽는 고통 뛰어넘어서
깨끗하여 허공 같음을 구하려 하면
때[垢]를 여읜 사람을 따라야 하리.
만약 온갖 공경을 받고
모습이 씩씩하고 엄숙한 덕으로
나와 남을 건지기를 구하려 하면
기뻐하고 좋아할 만한 이를 따라야 하리.
만약 계율ㆍ선정ㆍ지혜는
심히 깊어 증득하기 어렵거니와
지혜로운 이로서 빨리 해탈 구하려면
큰 의사 왕을 따라야 하리.
만약 한량없는 덕을
필경에 다 뚜렷이 하고
열반의 즐거움 일어나기 구하려면
지혜 이룩한 이를 따라야 하리.
그때 여러 하늘들이 대중의 모임에서 이 게송 듣기를 마치자, 8만 4천의 사천왕천들과 백천의 도리천ㆍ백천의 야마천ㆍ백천의 도솔천ㆍ백천의 화락천ㆍ백천의 타화자재천ㆍ6만의 악마천과 전 세상에 덕을 쌓은 6만 8천 범중천이며, 아가니타천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백천 하늘들과 이러한 하늘들이 먼저 와서 모임에 있었으며,
또 다른 지방의 동쪽ㆍ남쪽과 북쪽 네 간방과 위와 아래에 있는 한량없는 백천 하늘들이 죄다 와서 모이매, 때에 대회 가운데의 우두머리인 천자가 게송을 읊었느니라.
그대들은 이제 들을지어다.
나는 5욕과 신통을 버리고
선정과 삼매(三昧)의 낙을 버리며
따르려는 결심을 일으켰도다.
가장 훌륭한 이가 인간에 내려가서
태 안에 들려 하니 따라 내려가
모든 악의 침입을 못하게 하고
언제나 부축하고 지키겠노라.
여러 가지 미묘한 음악으로써
공덕의 바다를 찬송하시어
천인들로 하여금 기쁨을 내며
위없는 도의 마음 내게 하리라.
사람과 하늘들은 이것을 듣고 나서
기뻐하며 많은 근심 없애 버리고
만다꽃[曼陀花]과
월화(月花)와 승월(勝月) 등을 흩어 뿌리며
침수(沈水)의 향을 지피어
청정한 복 지닌 이를 공양하누나.
보살은 태 안에 계시면서도
세 가지 때[三垢]에 물들지 않으며
나고 늙음과 죽음을 넘는
도를 얻어 맨 끝까지 궁구하나니
우리들은 깨끗한 마음 지니어
지혜로운 이를 따릅시다.
제석천왕과 범천왕들은
일곱 걸음을 걷는 것 볼 때
손으로 향의 물을 받들어 올려
때 없는 이 성인을 목욕시키리.
세간의 모든 하는 일을 따르되
인간과 하늘의 큰 복 얻으며
5욕에 있되 언제나 물듦이 없다가
성을 넘어서 보배 자리 버리리.
우리들은 원컨대 따라 내려가
풀을 깔고 도량에 앉아 있다가
악마를 항복 받고 정각(正覺) 이루면
미묘한 법 말씀하라 전하겠노라.
부처님 일 삼계에 두루해지고
단 이슬로 중생을 흡족시키며
이에 열반에 드시기까지
언제나 따르며 버리지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욕계의 한량없는 천녀들은 보살의 몸의 형상이 미묘하며 장차 내려가 태어나려 함을 보고 저마다 말하였느니라.
‘어떠한 여인이 보살을 낳을까? 반드시 훌륭한 덕을 지녔어야 높은 이를 밸 수 있으리라.’
그리고는 모두가 다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면서 공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자기의 복의 업보로 얻고 그 신통을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얻어서 그 하늘 궁전으로부터 찰나 동안에 가비라성(迦毘羅城)에 닿았느니라.
그 가비라성의 둘레는 백천이요, 동산과 숲이며 못들은 장엄함이 자못 훌륭하여 마치 제석천의 궁전과 같았느니라.
그 궁전 안에 하나의 큰 전각이 있어 이름은 지국(持國)이라 하는데,
마야 성후께서 그 가운데 살았으므로 갖가지로 장엄하여 펴 놓은 것도 화려하며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빛이 나서 거룩하였느니라.
성후는 몸에 영락을 차고 하늘 옷을 입고 갖가지 묘한 보배로 그 몸을 장엄하였는데,
때에 그 천녀들은 이 궁전에 닿아 허공에 서서 성후를 쳐다보며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욕계의 여러 선녀가
보살의 미묘한 몸 자세히 살피면서
모두가 이러한 생각을 하되
보살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했나이다.
꽃다발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 들을
앞을 다투며 가지고 와서
기뻐하며 임금의 궁전에 닿아
합장하면서 공경합니다.
고운 의복과 화려한 용모를
손을 펴서 모두 함께 가리키면서
좋은 보배 평상에 앉으셨음 보고는
선심으로 자세히 살피옵니다.
인간에서 이러한 묘한 바탕은
하늘의 위에서도 아직 없나니
우리들 스스로 생각하기를
천녀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합니다.
지금에 이런 사람 보고 나서는
자신은 천하다는 마음을 내며
훌륭한 공덕으로 장엄을 하신
얼굴 모습 매우 단정합니다.
만약 이러한 훌륭한 덕 아니면
보살의 어머니가 어찌 되리까.
마치 값을 칠 수 없는 귀중한 보배를
깨끗한 보배 그릇에 놓아둔 것 같나이다.
이와 같은 보살의 어머니라야
훌륭한 덕 지닌 사람 밸 만하나니
보는 이들은 기쁨을 내고
그 마음은 물리거나 싫증냄이 없나이다.
얼굴과 눈은 매우 단정하시고
몸의 형상은 아주 밝게 빛나니
달이 허공에 있는 것처럼
보면 볼수록 뜻이 맑아집니다.
햇빛이 한창 빛남과 같고
백 번 단련한 순금과 같이
저 보살님의 어머님 뵈니
그 광명 또한 그와 같나이다.
머리카락 향기롭고 부드럽고 윤기 나며
감흑색(紺黑色)은 마치 검은 벌과 같으며
하얀 이는 공중의 별들과 같고
눈은 마치 푸른 연꽃잎과 같나이다.
뼈마디는 흠이 없이 맷맷하고
손발은 모두가 편편하고 바르며
하늘 중에도 오히려 짝할 이 없거늘
인간에서 그 누구와 견주오리까.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고는
오른편으로 돌며 향과 꽃 흩고
이름 부르며 불모(佛母)를 찬탄하고서
도로 천상으로 돌아갔었네.
그때에 호세사대천왕(護世四大天王)과
제석과 범천이며 욕계천들과
아울러 그 밖의 8부중(部衆)들이
모두 와서 부처님의 어머니를 호위하네.
보살이 인간으로 내려가려 하시자
여러 하늘들은 모두가 보고
미묘한 향과 꽃을 지니어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갔네.
합장하고 조아리며 부탁하기를
내려가실 때가 닥쳐왔나니
변재(辯才) 있으신 사자왕이여
가엾이 여기시어 세간에 나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인간으로 내려가시려 할 때 동방의 한량없는 백천 보살은 모두가 일생보처이었는데도 도솔천 궁전에 와서 보살에게 공양하였고,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일생보처들도 모두 도솔 천궁에 와서 보살에게 공양하였으며,
시방세계의 사천왕천과 삼십삼천ㆍ야마천ㆍ도솔타천ㆍ낙변화천이며 타화자재천의 이러한 하늘들은 저마다 8만 4천의 천녀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도솔 천궁에 이르러 치며 타고 노래하여 보살에게 공양하였느니라.
그때 보살은 큰 누각의 뭇 덕으로 생기는 훌륭한 갈무리[衆德所生勝藏]의 사자좌에 앉아 그 보살들과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하늘들에게 둘러싸여 공양과 공경과 존중이며 찬탄을 받다가 도솔의 가장 훌륭한 천궁에서 곧 인간으로 내려갔느니라.
내려가려 할 때에 일찍이 없었던 몸매의 광명을 내쏘아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자, 해와 달의 위세 있는 광명도 능히 비추지 못했던 세계 중간의 깊고 어두운 곳이 모두가 크게 밝아졌다.
그러자 그 가운데 중생들은 저마다 서로가 보게 되어 모두 말하기를,
‘어떻게 이 가운데서 느닷없이 중생들이 살고 있을까?’ 하였느니라.
이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열여덟 가지의 조짐이 있었나니,
이른바 흔들흔들[搖動]하고 몹시 와지끈하고 두루 와지끈하며, 들먹들먹[移轉]하고 몹시 들먹들먹하며 두루 들먹들먹하며, 울쑥불쑥[涌覆]하고 몹시 울쑥불쑥하고 두루 울쑥불쑥하며, 와르릉[出聲]하고 몹시 와르릉하며 두루 와르릉하며,
변두리가 솟으면 중간이 움푹하며 중간이 솟으면 변두리가 움푹하며,
동쪽이 솟으면 서쪽이 움푹하고 서쪽이 솟으면 동쪽이 움푹하고
남쪽이 솟으면 북쪽이 움푹하고 북쪽이 솟으면 남쪽이 움푹해지는 것이 그것이니라.
이때 일체 중생들은 기뻐하여 뛰놀며 좋아했고 깨끗해져서 쾌락이 끝이 없는지라 칭찬하기를 마지않았느니라.
그 소리를 들을 때에 두려워하거나 놀라는 중생이란 하나도 없었으며, 범왕과 제석ㆍ사천왕이며 해와 달의 빛나는 위세도 죄다 나타나지 못했고,
지옥ㆍ축생ㆍ아귀며 모든 중생들은 다 편안하여져서 이 동안에는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 등의 온갖 번뇌로 시달림을 받는 중생들은 하나도 없었으며,
서로 서로가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롭게 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형님처럼 아우처럼 여겼느니라.
인간과 하늘의 악기는 울리지 않아도 저절로 났고,
한량없는 하늘들은 이들 묘한 누각을 머리에 이고 손으로 받들었으며,
한량없는 백천 천녀들은 앞뒤에서 둘러싸고 하늘의 풍악을 아뢰었는데,
그 풍악 소리 가운데서는 이런 미묘한 게송으로 보살을 찬탄하였느니라.
존자(尊者)는 오랫동안 쌓고 닦고 익혀서
모든 청정한 업이 다 뚜렷하오며
바르고 뛰어난 진리 안에 머물렀기에
이제 천상 인간의 공양을 받게 되었네.
옛날의 한량없는 구지(拘胝) 겁 동안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들을 보시했고
그런 보시 때문에 좋은 과보 얻었기에
하늘들의 미묘한 꽃과 향을 받느니라.
자신의 살을 베어 저울질하여
인자한 마음으로 죽어 가는 비둘기 구하며
다시 보시 행하여 좋은 과보 얻었기에
아귀들을 능히 배부르게 하셨네.
존자는 과거의 그지없는 겁 동안에
계율을 굳게 지녀 깨뜨리지 않았으며
그 계율로 말미암아 좋은 과보 얻었기에
나쁜 길의 여러 근심 능히 쉬게 하셨네.
존자는 과거의 그지없는 겁 동안에
보리를 구하려고 인욕 행하며
인욕으로 말미암아 좋은 과보 얻었기에
인간 천상을 사랑하며 가엾이 여겼네.
존자는 과거의 그지없는 겁 동안에
정진을 잘 닦되 쉬는 일 없었으며
정진으로 말미암아 좋은 과보 얻었기에
몸매가 단정하고 엄숙하기 수미산 같았네.
존자는 과거의 그지없는 겁 동안에
번뇌를 끊기 위해 모든 선정 닦았으며
선정으로 말미암아 좋은 과보 얻었기에
금세(今世)에 번뇌가 없게 하셨네.
존자는 과거의 그지없는 겁 동안에
지혜를 닦아 익혀 모든 번뇌 끊었으며
그 반야로 말미암아 좋은 과보를 얻어
광명을 아주 깨끗하게 하셨네.
인자한 갑옷ㆍ투구 입어서 번뇌 없애고
세간을 가엾이 여겼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의 미묘한 희사(喜捨)를 증득하여
높이 바라문[梵]들의 귀명함을 얻으시리.
지혜 광명의 횃불로써 비추어
어리석음과 어두움과 모든 허물 없애고
삼천대천의 주인이 되길
모니(牟尼) 큰 도사께 귀명합니다.
뛰어난 지혜와 신족으로 통달함 얻어
진실한 이치 보아 잘 보이고 나타내며
자신 이미 건너고 다른 물건 건네줄
잘 건네실 뱃사공께 귀명합니다.
세상 법을 따르며 범인같이 보였으나
세상 법에 물들지 아니했으며
일체 중생이 만약 듣고 보면
부사의하고 뛰어난 이익 얻거늘
하물며 높고 묘한 법을 들어서
믿고 즐겨 크나큰 선(善)을 냄이오리까.
도솔 천궁은 캄캄해지고
염부제 안에 해 돋으리니
번뇌에 흐려 잠을 자는 여러 중생을
존자는 모두 다 깨게 하리라.
가비라성은 더욱더 흥성해져서
한량없는 하늘들이 둘러싸 있고
하늘의 보녀(寶女)들은 하늘 풍악 울리매
왕성(王城)에 두루 하고 묘한 음이 연출되리.
부처님 어머니가 묘색(妙色)으로 장엄하매
복덕과 위용(威容)과 깨끗한 업 더해지고
성자(聖子)는 단정하고 매우 기특하여서
광명은 삼천세계 두루 비추리.
그 나라에 있는 모든 중생들
다툼과 번뇌들을 모두 떠나서
모두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 공경하고 따르리니
모두가 보살의 거룩한 힘 때문일세.
수단왕의 종족은 더욱더 흥성하여
이 때문에 전륜왕을 이을 것이며
그 성에 있는 보배 광들은
온갖 보배들이 다 가득 차리라.
야차와 나찰과 구반다들과
아수라와 밀적금강(密跡金剛) 여러 하늘들
보살의 계시는 곳 수호를 하며
머지않아 모두 다 해탈을 증득하여
다 보리도에 희향을 하고
원하노니 빨리 부처님같이 바른 깨달음[正覺] 이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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