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동성경 상권
[능가왕에게 수기하시다]
이때 세존께서 곧 정수리에서 백천억 나유타(那由他)의 온갖 묘한 색의 광명을 놓으셨다.
이른바 청색과 황색과 붉은색과 흰색과 홍색과 자색(紫色)과 파리색(頗梨色)과 금색 등의 색이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의 모든 불국토를 비추었으며, 두루 비추고 나서는 다시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 대목건련(大目揵連) 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합장하고 게송으로 아뢰었다.
부처님의 높으시고 묘하신 덕은 인(因)이 없지 않으리라.
청정한 광명이 그물을 열어 펴시니
지금 정묘(精妙)한 깨달음을 일으킨 자 누구인가?
백 개의 광명 그물 펴시었으니, 부처님께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내 앞에 합장하고 바로 서 있는 이 비비사나 능가왕이 이렇게 광대한 공양구를 가지고, 나와 성문들과 모든 보살들에게 공양하고, 이러한 공덕으로 인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느냐?”
목건련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건련이여, 이 비비사나 능가왕은 나로부터,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에 이르기까지 공양하여 받들어 모시고자 하였으므로, 이 일을 다한 후에 그의 몸에 공덕력이 다 갖추어질 것이다.
연화성(蓮華城)이라고 부르는 세계가 있다.
그곳에 세존이 계시니 ‘연화공덕상진성위왕(蓮華功德相震聲威王) 여래ㆍ아라하(阿羅呵)ㆍ삼먁삼불타’ 라고도 부른다.
현재 그곳에 머무르면서 설법을 하고 다니시는데, 그 부처님 여래의 수명은 한량없고 그 세계는 청정하다.
이 비비사나 능가왕은 그 국토에 화생(化生)할 것이니, 그 속에 태어나면 곧 보살의 환희지(歡喜地)를 얻을 것이며, 이와 같이 나아가 보살의 10지(地)를 얻고 한량없는 겁수(劫數)를 지나면, 나중에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서 부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 명호(名號)를 선묘진성금위선정광명현공덕보개장엄정상비로자나왕(善妙震聲金威善淨光明現功德寶蓋莊嚴頂相毘盧遮那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최후로 태어나는 그 세계는 전보관(電寶冠)이라고 이름하며,
모든 산과 구덩이와 절벽과 비탈과 흙과 돌과 똥과 더러운 것이 없고,
여인의 몸과 악도(惡道) 등이 없으며,
그 불국토는 청정하여 현재의 아미타여래의 불국토보다 훌륭하며,
모든 보살들이 그 나라에 가득 찰 것이다.
겁명(劫名)은 선관명(善觀明)이며, 저 부처님 여래의 수명은 한량없다.
목건련이여, 그러므로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이 미소 짓는 것이다.”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授記)를 받게 되었을 때, 법을 위한 까닭에 환희하며 뛸 듯이 기뻐하고, 몸 전체를 떨며 허공으로 7다라수(多羅樹)만큼 날아올라 허공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일체 모든 법은 공(空)이어서 꿈과 같으며
청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非有] 허공과 같으며
아(我)와 무아(無我)가 모두 다 없으니
저는 요술 같고 번갯불 같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중생이 유위(有爲) 가운데 스스로 생멸(生滅)하니
살펴서 일법(一法)을 구하나 얻을 수 없는 것,
처음ㆍ중간ㆍ나중이 모두 있는 것이 아니니
축생[畜養]ㆍ중생(衆生)ㆍ명(命) 또한 그러합니다.
중생이 업 따라 과보를 받으며
유위(有爲) 중에 전전(展轉)하되 끊어짐[休息]이 없으니
이와 같은 보리행을 행한다면
모든 법의 체[法體]가 다 공(空)인 줄 알게 되리라.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공중에서 내려와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고 물러나 한곳에 앉았다.
이때 바다의 중생 가운데 천룡이나 아수라 등으로 법을 증득하고 과(果)를 얻은 자가 있었고,
혹은 야차(夜叉)와 나찰(羅刹)로서 보리심을 내는 자가 있었고,
긴나라나 마후라가 중에 모든 불법에 있어 걸림이 없음을 얻은 자가 있었으며,
가루라나 건달바나 주신(呪神) 등으로 다라니를 얻어 법을 증득하고 과(果)를 얻어 모든 법에 물러서지 않게 된 자가 있었다.
바로 이때 대지가 진동하고 자연 광명이 불국토를 두루 다 비추었으며, 나아가서 크고 작은 철위산(鐵圍山) 사이를 두루 다 밝게 비추어 악도(惡道)들의 모든 고통을 다 없애 주었다.
위의 허공 가운데에서 모든 하늘 꽃이 비되어 내리고, 천고(天鼓)를 울리는 소리와 외치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며, 아울러 모든 의복이 공중에서 펴지고 접혀졌으니, 이와 같은 온갖 부사의한 일이 자연히 나타났다.
이때 비비사나 능가왕이 그러한 자기의 무리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는 서로 화합하여 세존께 와서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라.”
이때 저 한량없는 백천의 나찰이 서로 화합하여 부처님께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회들이 모여 서로 화합하여 이제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보(法寶)와 승보(僧寶)께 귀의함으로써 보리심을 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부터 대승(大乘)을 행하고, 여래께서 증득한 지혜를 행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미래세(未來世)에 이 사바(娑婆) 국토 중에서 정각(正覺)을 이룰 것이며, 반드시 악업을 끊어 무상존(無上尊)이 될 것이니, 모든 중생을 위해 이익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네 가지 선법(善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너희가 보리심을 낼 수 있으려면, 너희는 네 가지 선법(善法)을 행하여야 한다. 모든 선행자(善行者)는 이 네 가지 법을 행함으로써 저 보리심을 잃지 않게 된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모든 원행(願行)을 거스르지 않고 잃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모든 중생에게 항상 자비심[慈心]을 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하루에 세 번씩 삼보(三寶)께 공양하되, 밤낮으로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며,
넷째는 성문과(聲聞果)나 벽지불과(辟支佛果)를 얻도록 발원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너희를 위한 것이니, 네 가지 법을 다 갖추면 저 보리심을 잃지 않는다.”
이때 해룡왕(海龍王)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비사나 능가왕이 예전에 어떠한 선근을 지었기에, 이와 같이 광대한 공양구를 가지고 부처님과 한량없는 성문과 보살의 무리 등에게 공양하며, 공양한 후에 보리심을 내며, 보리심을 낸 후에 불퇴전(不退轉)을 증득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授記)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까?”
[능가왕의 전생]
이 말을 하고 나자, 부처님께서 해룡왕에게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옛적에 한량없는 아승기 겁수를 지날 때 그곳에 부처가 있었으니, 명호는 대비소생지상당(大悲所生智相幢)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이었다.
그 여래 역시 이 사바세계의 5탁악세(濁惡世) 중에 태어났으며, 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중생 가운데에서 3승(乘)의 법을 분별하여 연설하였다.
용왕이여, 이때 그 여래 역시 마라야산(摩羅耶山) 정상에 머무르며, 5백 명의 비구와 대성문(大聲聞)의 무리와 한량없는 천룡(天龍)과 비인(非人) 등과 함께 대중 속에서 설법하였다.
용왕이여, 이때 비비사가(毘毘沙歌)라고 이름하는 나찰 동자도 이 능가대성(楞伽大城)에 머물렀는데, 형체가 웅장하고 용맹스러웠으며, 배가 크고 힘이 세었다.
그 성품은 포악하고 얼굴은 천하고 추하였으며, 오직 살과 피만 먹었으며, 입과 이는 두려워할 만하였다.
용왕이여, 이때 저 비비사가 나찰 동자는 불세존께서 마라야산 정상에 머무신다는 소리를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 사문이나 비구의 무리가 마라야산 정상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만약 저 사문이 마라야산 정상에 머문다면 나는 대해(大海)의 여러 가지 종류를 포섭할 수가 없으며, 또한 어떤 중생도 죽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이제 이곳에 산다면 항상 굶주리게 될 것이다.’
용왕이여, 이때 저 비비사가 나찰 동자가 곧 그 무리인 모든 나찰에게 말했다.
‘너희들 중 힘센 자는 튼튼한 갑옷을 입고, 각자 칼이나 몽둥이나 추(槌)나 노(弩)나 도끼나 창이나 활이나 화살이나 모(鉾)나 방패나 금강저(金剛杵)나 투륜(鬪輪)이나 삭(槊) 등을 가지고 속히 오너라.
이와 같은 온갖 무기를 반드시 가지고 와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저 사문과 사문의 무리를 내 경계에서 내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로 하여금 내가 사는 곳을 버리고 떠나게 해야 한다.’
용왕이여, 이때 비비사가 나찰 동자는 좋고 견고한 갑옷을 두르고, 나찰의 무리는 각자 온갖 다른 색깔의 무기[器杖]를 들고 허공을 날아 저 대비소생지상당여래에게로 향하였다.
그곳에 도착하자, 허공에 머물며 그 무리와 함께 세존에게 말하였다.
‘사문아, 가거라, 가거라. 나는 네가 이 산 정상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는 내가 너 사문과 너희 무리를 죽이게 하지 말라.’
용왕이여, 이때 대비소생지상당여래가 곧 신통을 나타내었다.
신통을 나타내자,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 그 무리들은 자신들이 다섯 겹으로 묶인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으며, 또 시방에 철망(鐵網)이 펼쳐 있는 것을 보고 도망가려 하였으나 길이 없어 얼어붙듯 그 자리에 섰다.
용왕이여, 이때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 나찰의 무리들이 놀라고 두려운 마음에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서 누구한테 목숨을 의탁해야 하는가?
누구에게 구해 달라고 해야 하며, 누가 우리들을 재난에서 벗어나도록 구해 줄 것인가?’
용왕이여, 이때 저 부처의 무리 가운데 이름이 정정심만공덕위(正定深滿功德威)라고 하는 주신왕(呪神王)이 있었다.
저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는 예전에 좋은 친구였는데, 그 세존의 무리 중에 모여 앉아 있었다.
용왕이여, 이때 정정심만공덕위지주신왕(正定深滿功德威持呪神王)이 비비사가 나찰 동자에게 말하였다.
‘좋은 친구여,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인천(人天)을 교화하시며, 한량없는 모든 공덕의 법[功德法]을 얻으셨으며, 삼계에서 홀로 존귀하시며, 중생 중의 보배이시며, 대비행(大悲行)을 행하신다.
좋은 친구인 너와 나찰의 무리는 부처님께 귀의해야 하며, 법보와 승보에 귀의해야 한다.
너희들이 삼보에 귀의하여 보리심을 내면, 모든 결박이 곧 풀리게 될 것이다’
용왕이여, 이 말을 하고 나자, 이때에 정정심만공덕위지주신왕의 교화력과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즉시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 나찰 무리가 모두 함께 합장하고 말하기를 ‘끝없는 공덕으로 장엄하신 분께 귀의합니다.
가장 높으시고 대비하시며, 깨달으신 분께 귀의합니다.
저희들은 오늘부터 불ㆍ법ㆍ승에 귀의합니다.
저희들은 항상 삼보에 귀의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용왕이여,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 모든 나찰의 무리가 이 말을 마치자, 결박이 곧 풀어졌으며, 허공에서는 대비소생지상당왕여래께서 내려와 세존께 나아가 세 바퀴를 돌았다.
비비사가 나찰 동자와 나찰의 무리는 모두 일시에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그 여래께 빌며 참회하고 나서 각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용왕이여,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때 저 세계에 있던 비비사가 나찰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비비사나 능가왕이 그 사람이며, 그때 저 세계에 있던 나찰의 무리가 또한 다른 무리가 아니니, 지금의 비비사나 능가왕의 나찰 무리가 바로 그 무리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용왕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그때 저 세계에 있던 정정심만공덕위지주신왕 역시 다른 사람이 아니니, 곧 이 해묘심지자재지통(海妙深持自在智通)보살마하살이 바로 그 왕이다.”
이 말씀을 하고 나자 이 삼천대천세계가 즉시 진동하니, 마치 선박이 큰 바다 가운데에서 파도에 따라 흔들리는 것 같았으나, 중생류(衆生類) 중에서 놀라고 두려워하거나 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자를 볼 수 없었고, 모두 안온하고 쾌락함을 얻었으며, 모든 중생이 10선행(善行)을 지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