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녹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이크에 대해서 제가 그 동안 써 보았던 마이크들에 대한 평가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사실 녹음에 있어서 마이크란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또한 녹음하는 환경과 마이크 소리를 받아주는 그 뒷단의 장비들 또한 중요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환경이나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가정에서 가격대가 너무 비싼 초 고가의 마이크들을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비싼 고가의 마이크들은 제외하였습니다.
또한 공연에 사용되는 마이크와 녹음에 사용되는 마이크는 그 목적이 틀리듯이 제품도 다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공연용 핀 마이크나 다이나믹 마이크는 제외하고 오직 녹음용 컨덴서 마이크만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평가는 주관적입니다. 제가 사용을 해 보니 그렇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다른 분들이 사용해 보고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저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1. Behringer B-1
베링거의 저가형 대구경 컨덴서 마이크입니다. 가격은 저가이지만 소리는 충실한 소리를 내어줍니다. 컨덴서 마이크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께 권해 드릴 만한 마이크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중저음에서 음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음압도 좋아서 색소폰의 강한 음색도 무리없이 잘 받아줍니다. 케이스에 마운트 윈드스크린까지 모두 제공해 주므로 실속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점수는 10점 만점에 7.5점입니다.
2. OKTAVA MK012A
소형 펜슬 타입의 러시아제 소구경 컨덴서 마이크입니다. 프로들의 공연에서 드럼 위에 높게 띄워서 심벌즈의 소리를 잡아내는 용도로 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수 김건모의 공연에서도 그렇게 사용되었습니다. 보통 대구경의 마이크는 풍성한 소리를 내어주고 소구경의 마이크는 깔끔한 소리를 내어준다고 하는데 이 마이크는 소구경이면서도 풍성한 소리가 나옵니다. 크기와 달리 저음 부분이 상당히 잘 나옵니다. 알토의 고음이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시는 분들은 한번 고려해 볼만 합니다. 다만, 현재는 구하기가 힘들고 간혹 중고로만 거래되는 제품입니다. 점수는 8점입니다.
3. OKTAVA LOMO M1 Capsule
이 마이크 캡슐은 위의 OKTAVA MK012A에 끼워서 쓸 수 있는 다이어프램 캡슐입니다. OKTAVA는 초고가의 마이크로 전세계의 지존인 노이만의 캡슐을 OEM으로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이 캡슐도 노이만 U87에 공급되는 OEM 제품을 OKTAVA MK012A에 맞게 만든 것입니다. 노이만의 명성에 걸맞게 상당히 고급스러운 소리가 납니다. 걸죽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의 재즈 보컬, 그러니까 엘라 핏제럴드 같은 목소리에 아주 잘 어울리는 마이크입니다. 그러니까 위의 OKTAVA MK012A는 악기용으로 좋고 이 캡슐은 보컬용으로 좋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어설프게 청소 한번 해 보겠다고 열었다가 말아 먹은 놈입니다. 이제는 정말 구하기가 어려운 놈인데...... ㅠ.ㅠ 점수는 8.5점입니다.
4. M-Audio LUNA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유명한 M-Audio의 대구경 컨덴서 마이크입니다. 처음 LUNA의 소리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 가격대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가격대가 무색 할 정도로 밀도있고 풍성한 소리를 내어줍니다. 보컬에 주로 잘 어울리고 악기에도 무난합니다. 특정하게 강조된 주파수 대역이 없이 평탄한 소리를 내어줍니다. 점수는 8.5점입니다.
5. M-Audio LUNA 2
최근에 기존의 LUNA를 개량한 LUNA2가 새로 나왔습니다. 기존의 LUNA에 저음을 잘라버리는 컷 오프 스위치와 음압을 감소시키는 PAD를 장착하고 나왔는데 이 LUNA2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중저음이 비어있는 공허한 소리가 나며 고음쪽이 지나치게 강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저가형 마이크에서는 샤~ 한 소리가 나야 소비자들이 선택한다는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인 결과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소리의 질감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샤~ 한 소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선택을 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만약 LUNA를 사실 거라면 새로 나온 LUNA 2 말고 구형 LUNA를 사는 것이 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점수는 7점입니다.
6. Studio Project C1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Studio Project의 대구경 컨덴서 마이크입니다. 한때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노이만의 U87과 음질 특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제품이지요. 노이만과 비슷하다는 말은 100% 믿을 것은 못 되지만(아무려면 60만원짜리 마이크와 600만원짜리 마이크를 비교 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이 또 100% 뻥은 아닙니다. 평탄한 주파수에 고역 쪽이 약간 올라가 있는 소리가 납니다. 촌스럽지 않게 샤~ 하다는 정도의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악기 보컬 모두 좋은 결과를 내어주는데 보컬 쪽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점수는 8.5점입니다.
7. RODE K2
마이크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호주의 RODE에서 만든 대구경 진공관 컨덴서 마이크입니다. RODE는 이미 걸출한 베스트 셀러인 NT2A를 만들어서 잘 알려져 있듯이 기술적인 신뢰도가 있는 마이크를 전문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내부를 열어보면 6922 진공관이 한알 박혀있습니다. 진공관 마이크라고 하면 뭔가 따스하고 풍성 한 소리가 날것 이라고 기대를 하는데 이 K2 마이크는 오히려 깨끗하고 깔끔한 소리를 내어줍니다. 그러면서도 엣지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소리를 내어줍니다. 이 마이크의 장점은 음압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그래서 왠만큼 큰 소리도 찌그러지지 않고 잘 받아줍니다. 마이크 대고 고함을 질러도 마치 다이나믹 마이크처럼 깨끗하게 받아주므로 공간이 협소한데 색소폰을 강하게 불면 마이크가 받아주지 못 해서 소리가 찌그러지는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게다가 지향성도 가변으로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무지향, 양지향, 단일 지향이 연속적으로 선택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무지향과 단일지향의 중간지향" 이런것도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방 안의 적당한 울림도 함께 녹음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점수는 9점입니다.
8. AKG C414 XL2
AKG의 C414 시리즈는 전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입니다. 독특한 모양이 오랜 시간 동안 계승 발전되고 있습니다. 보컬이면 보컬, 드럼이면 드럼, 현악기, 관악기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사용이 가능한 다목적 전천후 마이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녹음 스튜디오에 가면 한대씩은 꼭 있는 마이크입니다. 역시 지향성을 마음대로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음질은 명성과 전통에 걸 맞게 고급스러운 소리가 납니다. 다만 아주 잘 갈아놓은 칼 같은 소리입니다. 소리가 날카롭다는 뜻은 아니고 정확하다는 뜻입니다. 다소 소리가 차갑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왠지 풍성한 소리를 요구하는 색소폰 녹음에는 그렇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마이크니 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제가 아직 색소폰으로 감정까지 표현 할 경지는 되지 못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요. 섬세한 감정 표현에 능숙하시고 연주의 섬세한 감정을 그대로 담고 싶다면 강추하는 마이크입니다. 점수는 9점입니다.
9. MG M940
아마도 오늘 소개드리는 전체 마이크 중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색소포니스트 김정식씨가 CD를 녹음 할 때 사용했다는 마이크입니다. MG사는 동독의 노이만사가 서독의 젠하이저사에 흡수 합병될 때 그 합병에 반대하는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입니다. 그러니 어찌보면 과거 노이만의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회사라고 볼 수 있겠지요. 처음 소리를 딱 들었을 때는 너무 평범해서 실망스러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마이크의 매력은 들을수록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은 너무 심심해서 밋밋하게 들리지만 계속 듣다보면 저음부터 고음까지 밀도감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니까 소리가 어느 한 곳이 빈 곳이 없이 저음에서 출발하여 그 보다 조금 더 높은 음, 조금 더 높은 음들이 고음에 이르기까지 아주 촘촘한 느낌입니다. 보통 저가의 마이크에서는 특정 대역의 촘촘함이 무너지거나 건너 뜀으로서 특정 대역의 소리가 빈 듯이 느껴지는데 비해서 이 마이크는 저음부터 고음까지가 아주 잘 짜여진 그물 같습니다. 그래서 오래들어도 귀가 피곤하거나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이렇게 소리가 촘촘한 마이크(해상도가 좋은 마이크)로 녹음을 해야 나중에 그 소리에 EQ나 컴프레서를 먹일 경우에도 소리가 무너지거나 공허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EQ가 결국은 주파수를 강제로 변형시키는 것인데 녹음된 소리가 듬성듬성하면 주파수를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소리는 크게 왜곡이 됩니다. 따라서 주파수를 조밀하게 녹음하는 마이크가 강점이 있는 것이지요. 제가 이 마이크를 구입하고서는 "아~ 고가 마이크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꼈더랬습니다. 크기도 주먹만해서 아주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점수는 10점입니다.
10. BLUE Bluebird
이 놈은 아주 "대박"입니다. BLUE사는 현재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습니다만 본래 미국 회사는 아니고 동구권의 회사입니다. BLUE가 푸르다는 뜻입니다만 이 회사에서 쓰는 BLUE의 원래 의미는 Baltic Latvia Univeral Electronics 의 약자입니다. 과거 노이만의 기술이 스며든 회사가 현재 몇 개 있는데, 그러니까 노이만의 기술적 전통이 이어지는 회사들이지요. 이 BLUE와 MG 그리고 OKTAVA 가 노이만의 기술적 계승자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소리의 성향은 바로 위의 MG M940과 거의 흡사합니다. 평탄하면서도 밀도있는 소리를 내어줍니다. 색소폰을 녹음해 본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보통 저가형 마이크에서는 소리를 풍성하게 잡으면 또렸함이 흐트려지고 또렸하게 잡으면 풍성함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놈은 풍성하면서 핵심 연주 소리를 또렸하게 잡아냅니다. 제가 이 마이크를 대박이라고 하는 이유는 음질은 위의 M940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흡사한데 가격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이 마이크 보다 더 비싸고 좋은 마이크는 널리고 널렸습니다만, 가정에서 취미로 녹음을 하시는 경우 마이크에 투입 할 수 있는 비용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 최고 한계 내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어주는 마이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니까 개인이 사서 쓸 수 있는 하이엔드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마우스피스도 여행을 많이 다닙니다만 녹음하시는 분들은 마찬가지로 마이크 여행을 한참 다닙니다. 그렇게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므로 나는 마이크 여행다니지 않고 좋은거 하나 사서 쓰겠다 그러시면 이 놈이 딱입니다. 점수는 10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