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주가 외로울 때 의지가 되어 주었는데 갑자기 헤어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는 헤어져야 했다. 그녀가 작별을 통보하는 것보다 그가 작별을 선언하는 것이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즐거웠어. 아니 행복했어.”
서광표가 손을 내밀었다. 조민주는 서광표의 손을 잡고 입술을 깨물었다.
“직원들과 송별식이라도 해야 하잖아?”
“아니야. 조용히 떠날게. 내일 아침에나 직원들에게 이야기해. 저녁에 따로 인사하지 않을 거야. 갈게.”
“알았어.”
서광표가 그녀의 손을 놓고 돌아섰다. 조민주는 서광표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저렸다.
출판사는 아침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조민주는 서광표가 떠났기 때문에 우울했다. 그러나 오전이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서광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윤태섭은 약속장소에 미리 나와 있었다.
“꽃이 예뻐서 가지고 왔어.”
윤태섭은 하얀 국화꽃 화분을 조민주에게 선물했다.
“화분 선물은 처음 받아보네.”
조민주는 웃으면서 국화꽃 향기를 맡았다. 서광표는 떠나고 윤태섭은 그녀에게 왔다.
조민주는 윤태섭이 떠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윤태섭이 그녀의 차에 화분을 실어주었다.
“여기 청국장하고 두부찌개가 괜찮아.”
사직동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두부찌개는 근사했다. 조민주는 윤태섭과 함께 맛있게 두부찌개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그의 얼굴을 살피자 은근히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윤태섭과 헤어졌다.
“웬 국화꽃입니까?”
출판사로 돌아오자 편집주간 안시찬이 화분을 받으면서 물었다.
“누가 선물했어. 화분 선물은 처음이야.”
“그러게요. 어디다가 놓을까요?”
“회의실에 놓지.”
국화 화분을 사장실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화분에 물을 주면서 기분이 좋았다. 출판사는 오후에도 바빴다.
오후에는 인쇄소 이경호 전무를 만나고 종이회사 사장도 만났다. 저녁 5시에는 저자가 찾아왔으나 편집주간 안시찬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게 했다. 저자는 화식열전이라는 원고를 보내왔는데 교정이 끝나 인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가 직접 책 표지와 헤드카피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출판사에 오라고 하여 보여준 것이다.
“책이 얼마나 팔릴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화식열전의 저자인 윤태익이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
조민주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어서 편집 주간인 안시찬을 응시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안시찬이 난처한 듯이 안경을 밀어 올렸다. 책이 나오면 얼마나 팔릴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희는 최소 1만 부 이상 팔려고 합니다.”
안시찬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10만 부 이상 팔릴 거요.”
조민주는 윤태익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접대를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꼭 술 한잔합시다.”
윤태익이 손을 내밀었다. 조민주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윤태익은 40대 후반의 경제학 교수였다.
조민주는 윤태익과 헤어져 서교호텔로 갔다.
“우리가 호텔에서 식사도 하고 달라졌네.”
로비에 들어가자 조민주가 장유리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민주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울 때가 있었다.
“궁상떨지 말자. 우리도 이제 기업가야.”
장유리가 조민주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때렸다. 장유리는 아직도 본격적인 오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맛에 대한 연구를 하느라고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레스토랑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이요환과 안소연이 왔다.
“드라마 너무 좋았어.”
장유리가 안소연에게 말했다.
“내가 찍었나? 난 원작자일 뿐이야.”
안소연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소연은 약간 들떠 있었다.
“아무튼 모두 수고했어. 우리가 열심히 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생기는 거야.”
이요환이 말했다.
“술은 와인으로 하자.”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을 때 장유리가 말했다. 모두들 옷차림이 화려했다.
“좋지.”
이요환이 찬성했다. 장유리가 웨이터와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고 와인을 골랐다. 이내 식사와 와인이 나왔다.
조민주는 4인조와 유쾌하게 웃고 떠들면서 저녁식사를 했다.
스테이크는 맛이 있고 대화는 즐거웠다. 모두들 자기가 책임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여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와인을 두 병이나 마시고 드라마를 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드라마는 어제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드라마 때문에 책이 더 잘 팔리게 되겠구나.’
조민주는 드라마를 보고 흡족했다. 조민주의 예상대로였다.
이튿날 아침 사무실로 출근하자 팩스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오전 내내 전화가 빗발쳤다.
‘오늘 1만3000권이 팔렸어요.’
오전 11시가 되자 이영희가 일일 매출 상황을 보고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즐감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재미난 글과,
情感이 가득한 댓글 들을 올려주심을 感謝합니다.
우리 고향설 운영자 님!
늘 建康하시기를 祈願합니다
즐감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