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숙소를 옮겨야 한다. 무거운 가방이 원수같이 느껴진다. 11시가 체크아웃이라서 칩을 사려고 나가는데 할매가 붙든다. 번역기를 들고는 언제 나갈 거냐고 묻는다. 부킹을 열어서 11시 체크아웃이라는 걸 보여주고는 나갔다가 그때 돌아오겠다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플리트비체를 안 갔어도 되었나. 똑같은 물빛의 강물이 여기도 흐르고 있다. 이렇게 고운 물빛의 강만 보다가는 눈이 높아질 거 같다.
키오스크에서 판다는 말만 듣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키오스크' 를 외치면서 알아낸 곳이다. ㅋㅋ 그냥 거리의 가판대이다. 그런데 모든 곳이 다 파는 건 아닌 모양이다. 혹시나 싶어 옆집의 모바일 파는 곳에 가서 물었더니 손으로 옆집을 가리킨다.
심카드?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폰을 보여 주면서 넣어주냐는 시늉을 했더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주인이 내 나이 또래의 여성이다. 어쩔까 망설이고 있었더니 처음엔 1기가에 5마르카 짜리를 주려더니 3기가 5마르카로 바꿔줬다.
일단 샀다. 외국 심 카드가 어떤 때는 쉽게 작동이 되고 어떤 곳은 텔레콤 회사에 가서 해야 되고, 어떤 땐 30분쯤 낑낑거려야 겨우 작동이 되었다. 보스니아 거는 어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옆의 텔레콤에 갔다. 총각한테 폰이랑 칩을 줬더니 한번 쓱 보고는 폰에 넣어 주었다. 쓰던 건 폰 뒷면에 일단 보관했다. 보스니아 거는 칩을 삽입하자마자 금방 인터넷이 되었다. 한참 걸렸으면 수고비라도 줄 텐데 ㅋ.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그냥 나왔다.
하나는 해결했으니 또 하나는 환전이다. 일단 현금이 필요했다. 바꾼 20유로는 금방 다 쓸 거 같다. 환전소에 가려다가 맞은편 은행이 보이길래 가 보았다. 경비병에게 '유로 -마르카' 했더니 들어오란다. 100유로를 194. **얼마로 바뀠다. 나중에 환전소를 가 보니 195. **였다. 환전소 환율이 더 좋다.
트레블 카드로 편하게 쓰다가 좀 번거롭게 환전하는 건 귀찮지만 대신 뭔가 여행하는 맛이 났다. 이제는 쌓인 동전을 제때 처리하면서 다녀야 한다.
칩과 돈이 확보되니 든든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다른 숙소로 왔다.
지도를 보고 큰 슈퍼로 왔다. hiper 마트다.
소고기는 저렇게 있으면 사기 어렵다.
우리 제리가 좋아하는 치즈가 있다.
알배추 하나를 집었는데 장바구니 가격이 33.**마르카가 나왔다. 겨우 27000원가량 될 거니 저 배춧값이 어마하게 비싼 거다. 그래도 사야 했다. 배추를 절여서 젓갈도 없는 김치를 담그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린다.
점심은 어제 먹다 남은 치킨 랩을 데워서 먹고 오후에는 김치를 만들고 저녁까지 쉬었다.
기대되는 저녁시간!
장기 여행은 먹는 게 반이다. 슈퍼에서 사 온 멸치구이는 간이 안 되어 있고 비린내가 심했다. 다시 구웠는데도 말이다. 조금만 사 와서 다행이다.
여기 숙소는 자전거 여행자가 오는 곳인가 보다.
자전거가 거실에 보관이 되어 있고 얼굴이 빨갛게 탄 여행자들이 묵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자 숙소로 최적화되어 있다. 방과 부엌 건물이 다르고 정원에서 빨래를 말리라고 건조대가 3개나 있다. 된장국을 끓여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심지어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말해 주더라.
행복한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비하체에 와서 인제 구경하는거다. 여긴 공산국가라 치안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한다.
자그마한 마을을 구경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 여기는 공원에 앉아서 물멍만 해도 괜찮은 곳 같다. 일단 삼 박을 예약했는데 일박이 더 늘 거 같다.
사인 도미토리를 혼자 쓴다. 여기까지 오는 여행자는 드물어서겠지. 다 좋은데 히터가 없다. 전기 장판을 6으로 올려도 춥다.
치약이 안보인다.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