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렸다. 미리 답사를 해서 생소하지 않아서 기분이 괜찮다. 쉬코드라로 가는 버스는 다행히 큰 버스다. 시간표도 안 보고 왔는데 제법 사람들이 타고 있다. 짐을 싣고 차 안에 들어가 보니 좌석 간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lot 항공이 생각나는구먼.
버스비가 얼마인지 궁금해서 옆자리에 물었더니 앞자리에서 손가락 5개를 펴 보여주었다. 500레크인 모양이다. 열시 출발이었는지 십여 분 뒤에 버스가 출발했다. 밴은 사람이 다 차야 출발하는데 큰 버스라 그냥 가는갑다. 뒤를 보니 70% 정도는 탄 거 같다.
왼쪽이 그늘이다. 오른쪽에 사람이 많길래 앉았더니..ㅠㅠ 버스를 타도 좀처럼 안 조는데 이번 여행은 잘도 잔다. 몇 번 끄덕거리며 졸았는데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혹시나 싶어 옆 사람에게 쉬코드라 했더니 내리란다. 버스는 이미 서 있었다. 허둥지둥 내렸더니 외국인 두 명만 더 내렸다. 그들한테 여기 쉬코드라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주위를 둘러보니 잘못 내린 거 같은 느낌이다. 분명 번화가 원형 교차로에 내려야 하는데 작은 원형 교차로다. 쉬코드라는 터미널이 없고 길에다 내려 준다더니 진짜다.
유심칩을 안 넣고 구글맵을 오프라인용으로 다운로드해 왔기에 켜 보았다. 목적지까지 이십여 분은 걸어야 하는 곳에 내려 줬다.
버스의 다음 정류장이 큰 원형 교차로인지 아님 다른 동네로 가 버리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리벙벙한 채로 가방을 끌고 걸었다. 다행히 화살표는 없지만 위치는 표시되는 오프라인 지도가 잘 작동했다. 이러면 앞으로도 칩을 안 넣어도 될듯하다만.
티라나는 수도라서 그런지 뭔가 이쁜 가게 투성이고, 커피가게도 음식점도 많았다. 여긴 시골인 갑다. 일단 길에 시내버스가 안 다닌다. 인도로 자전거가 많이 다녀서 한 방향으로 직진해야 하고 비스듬히 갈 때는 뒤에 자전거가 오는지 살펴야 한다.
완전 무법지대 같은 골목길을 걸어서 숙소에 왔다. 두시부터 체크인이라더니 숙소비부터 받고는 가방을 내 침대 옆에 두게 해 주었다.
점심을 먹어야 해서 일단 나왔다. 버스를 탄다고 커피를 안 마셨기에 일단 카푸치노부터 마셨다.
점심을 먹으러 눈에 보이는 넓은 식당에 갔더니 직원이 내 근처에 안 왔다. 이러다간 언제 주문이 될지 식사는 또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 배가 고파서 도로 나와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케밥을 먹었다. 티라나는 요구르트를 뿌려 줬는데 여긴 마요네즈가 듬뿍이다. 느끼했다.
마트에서 오렌지랑 먹을 걸 사서 일단 숙소로 돌아왔다. 쉬코드라 인상이 별로다. 티라나가 좋았네. 더 있을 걸 괜히 빨리 왔다.
숙소에서 쉬면서 프랑스 그녀한테 문자를 했다. 그녀도 어제 여기로 왔다. 밖에 있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내왔다. 오란다. 십분 거리다. 등이 침대에 붙어서 움직이기 싫었지만 오케이 했다.
삐삐 말라도 씩씩한 그녀다. 숙소의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티라나의 로라가 보고프단다. 11시에 음악이 꺼졌다고 내일은 숙소를 옮긴단다. 영어도 못하는 둘이가 이럭저럭 소통이 되고 있다. 자긴 여기를 이미 다 보았다길래 둘이서 벤치 그늘에 앉아서 놀았다.
다른 호스텔인데 mi casa es tu casa라고 적혀있다. 그녀가 번역을 해 주려고 해서 나 저거 안다고 했다. my house is your house. 스펜인어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알비니아인이란다. 그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이 나라는 공산 정권이었다. 수녀님이 귀국하려고 하니까 정부가 들어오면 못 나가고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했단다. 그래서 결국 임종을 못 보았다고 한다.
알바니아의 60%가 이슬람교란다. 시내는 모스크가 많았다. 이제는 하나도 신기하지 않고 우리나라 교회를 보는 느낌이다.
여기가 이쁜 커피가게와 식당이 있는 거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