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거린다. 이탈리아에 왔다고? 그것도 베네치아에 와서?
노우. 어제 산 김치 때문이다.ㅋ
결국 밥솥을 꺼내서 생수로 쌀을 씻어서 방 안에서 밥을 했다. 그동안 씻고 나갈 준비도 했다. 조용한 방에서 밥솥이 슉하고 김빠지는 소리를 냈다. 순간 움찔했지만 다행히 다른 애들은 거의 잠을 깬 상태라 덜 미안했다. 이렇게 꼭 밥을 먹어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 너무나 오랫동안 한국인이었다.
상추랑 고추장이랑 한 보따리 챙겨서 0층의 식당으로 갔다. 엘배가 3대나 있어서 편하다. 김치까지 넣어서 비빔밥을 만들었다. 발효식품의 중독성은 대단했다. 보기만 해도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식당 모습이 보였다. 다들 조식을 신청했는지 빵을 먹고 있다.
베네치아 본섬을 가는 방법은 버스도 가고 기차도 간다. 갈 때는 버스로, 올 때는 기차를 타 볼 생각이다. 기계에서 버스 티켓을 샀다. 이젠 거의 도사가 되었다. 내 앞 중국 애들이 두어 번 해 보다가 자신이 없는지 나보고 하라고 해서 한 번에 샀더니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네들도 샀다. 경험이 공부여.
2번 버스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간신히 탔다. 만원 버스에 두 손을 들고는 다음부터는 무조건 기차를 탈 거다.
도착을 하면 짠하고 멋진 운하가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주차장이었다. atvo 티켓 판매소가 보이길래 가 보았다. cortina로 가는 버스 표를 살 수 있냐니까 안된단다. 온라인으로만 표를 판다고 한다. 돌로미티는 아웃인가요? 온라인으로는 일주일 전부터 계속했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목적지가 안 나오는 중이다. 투어도 계속 매진 상태다.
다리를 건너 본섬으로 들어갔다. 너무 기대를 했었나 아님 단편적인 사진을 봐서 그런가 화려한 운하 모습은 아닌 거 같다. 과테말라의 리오둘세에서 리빙스턴으로 가는 란차가 떠올랐다. 그거보다 더 멋있는 곳은 드물거다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약간 실망이 들었는데 명불허전은 괜한 말이 아니다. 금방 베네치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비슷한 걸 보고 또 보고 해도 하나도 싫증이 안 났다. 미로 같은 골목에서 길을 찾아내는 거도 재미있었다. 구글맵도 키지 않고 구석구석 구경하며 돌아다녔다. 대박...
어쩜 이런 곳이 있는지.
이웃님은 레몬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해서 나도 같은 걸 샀다. 내 입에도 딱이다. 당분간 이 맛으로.
수산 시장도 있다.
유명한 리알토 다리에 왔다.
관광객들이 너무 심하게 많았다. 다리가 안 무너지는 게 신기할 정도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보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곳곳에 팔았다. 사람들은 빵이나 조각 피자,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면서 먹었다.
산 마르크 광장에 왔다. 그동안 광장을 많이 봤기에 이무 생각도 없이 왔는데 저 성당을 보고 넋이 빠졌다. 여기가 이탈리아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생겼다.
3유로를 주고 성당에 들어왔다. 낡디낡은 채색이 가슴을 뛰게 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잘려버린 광장의 모습이다. 저 모습을 보면서 다리도 쉴 겸 앉아서 멍하게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말도 없이 멍하니 넋을 빼고 앉아 있다가 경찰인지 뭔지 일어나라는 바람에 다들 엉덩이를 뗐다. 강제가 없었으면 정말 언제까지 있었을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어쩜 그 시대에 저렇게 화려하고 이쁘게 지었을까.
아침부터 가서 저녁까지 싸돌아다녔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까지 왔지만 이탈리아에 와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