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차기원(진정지기) 선생님을 추억하며
-2019년 상반기 봉사활동 후기를 갈음하겠습니다.
대강연 초짜인 제가 겁도 없이 봉사모임을 조직한것은 3월 하순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뜻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참여해 주신덕에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차기원 선생님은 다른 모임을 통해 몇번 뵈었고 제가 안지 오래된 선배님의 친구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봉사모임에서 뵙게 되었을땐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사실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조금은 근엄하시고 진지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첫인상은 첫 봉사를 하는 날 여지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4월 셋째주에 우리는 처음으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행복의 집에서 반찬만들기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다들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하나같이 열정으로 뭉친 선생님들인지라 서툴러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일은 야채전을 부치는 일이었는데, 주방일이 서툰 남자 선생님들은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전이 부서지기도 하고 까맣게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진정지기 선생님은 단연코 탁월했습니다. 익숙한 솜씨로 프라이팬을 길들이고 알맞은 모양으로 전을 부쳐내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한 포즈로 전을 부쳐내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명절이면 항상 전 담당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하시며 전 부치는 노하우에 대해 알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저의 편협한 첫인상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이었던가요! 가정적인 진정지기 선생님의 모습에 처음으로 감탄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후로 4개월에 걸쳐 우리는 한달에 두번씩 봉사 활동을 해왔습니다.
또 다른 봉사처인 자혜원이라는 보육원에 갔을 때는 겨울동안 쓰지않던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 보드 등을 깨끗이 닦고 보관장소를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진정지기 선생님은 앞장서서 신발이 젖는것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구석구석을 청소해 나가셨습니다. 마치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 타는 기구 하나하나를 손보았습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일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피붙이들보다도 더 친밀감있는 일체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때 얻은 땀은 그 어떤 땀보다도 행복한 땀이었습니다.
진정지기 선생님과는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등산모임과 스터디에서 뵙다보니 어떨 때는 일주일에 3번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임에서 뵈었을때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봉사 모임에서 였던 것 같습니다. 봉사 모임에서의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친근감을 느끼다보니 다른 모임에서 뵙는 선생님의 모습도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은 항상 무엇이든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같은 운동을 아주 좋아하셔서 항상 모임에 열성적이셨고 땀 흘리는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진지한가 싶으면 유머러스한 면도 있어서 조용하고 깊은 목소리로 우스개 소리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조용하지만 열정적이고 어느순간 깊게 스며드는 선생님의 삶은 항상 열심히, 항상 노력하면서, 당신의 일상을 보람으로 꽉 채우는 삶을 사신 것 같습니다. 6월 경부터 컨디션이 좋지않아 모임에서 뵐 수 없는 날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나아지시면 어김없이 모임에서 뵐 수 있었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항상 당신의 삶을 위해 조금도 쉬지 않고 노력하시는구나!!!
그런데 이제 서야 조금씩 진정지기 선생님에 대해 알아가는 와중에 더 이상은 선생님의 그 보람된 땀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커다란 충격이었고 안타까움은 슬픔이 되어 밀려왔습니다.
우리 곁에 좀 더 계시지 못했다는 것, 갑작스럽게 선생님과 이별하게 되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저의 슬픔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슬픔과 절망을 느끼고 힘들어 하셨습니다. 네 당연히 슬픕니다. 너무도 슬프고 통탄할 일입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제가 바라 본 선생님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이라면 남아 있는 다른 분들이 아파하며 힘들어 하기보다 씩씩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기를 바랄 거라는 짐작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그만큼 진정지기 선생님의 삶의 모습은 저에게 감동이었습니다.!!
-2019년 상반기 봉사 모임에 대한 보고는 이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진정지기 선생님의 이런 삶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남기고자 부족한 솜씨지만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부디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상반기 동안 같이 고생해주신,
재규어샘, 돌땡e샘, 왕돌이샘, dear샘, 맑은 하늘샘, 더칸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봉사모임은 8월 휴식기를 가지고 9월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첫댓글 사진에서만 뵐수 있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묵묵히 활동하신 모든분께 응원 보냅니다.
포텐샘~ 좋은글 감사드려요~
추도사 [memorial] 잘 읽었습니다 ..
마음이 전달되어 9월에도
봉사모임 잘 꾸려 가시기를 바랍니다 ~ ^)^
기억하겠습니다..
포텐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잊지않겠습니다...
다시 가슴이...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