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떤 소리가 그리도 고드름처럼 남아 저희들끼리 주절거리는가
살아가다 보면 서글퍼질 때가 있다
왠지 그럴 때가 있다
활시위를 당기듯 겨울 숲을 당기는 팽팽한 바람에
능선하나 걸려 있다
허허로움이 너무 가득해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볼 때가 있다
비틀거리며 걷다 문뜩 멈추어 내 그림자를 주시하는 날이 있다
왜인지 모르겠다
호주머니 속에 감추어 두었던 고백을 만지작거린다
온종일 길어 올린 잎들이 쉬는 시간이면
그런 마음이 앞선다
허무가 나를 지배하는 날이면
새어나오는 한숨
몸이 무너지더니 연이어 마음도 무너지고 만다
헛웃음을 웃어 본다
이것이 삶이겠지
느리게 흐르는 초겨울처럼 너에게 간다
나를 맞으며 뒤척인다
저 멀리 등대는 더 크게 운다
그들을 응시한다
통증이 가신다
낙엽 가득 내린 길을 혼자 걸어도 쓸쓸하지 않다
미래는 쉼 없이 다가오고 현재는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백지상태로 보내는 듯한 이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전화 한 통이면 빠져나올 수 있는 꿈이면 좋겠다
그대여!
밤하늘 별로 곱게 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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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선운사에서
남들 꽃 피울 때 파랗게 참아내었다
그리도 사람이 그리워도
봄꽃이 범나비 유혹해도
묵묵히 견뎌낸 설움
슬픔이 깊어지면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안아주지 않더라도 가슴은 열어둔다
며칠째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니
선운사 대웅보전 앞 배롱나무
기어이 꽃망울 동그랗게 터뜨리고
뭉게구름 담더니 그리움 가득하다
연리지도 극락교 건너 손을 내밀고
고귀한 사랑 나눈다
꽃 무릇도 단풍도 물드는 계절
생을 다하면 어디로 가는 것인가
비 오면 떠날 갈 듯한 사람이 그립다
생의 한 꺼풀을 벗는 순간은 이렇게 홀가분한 것인가
새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짙은 울음 바라본다
오늘도 진심을 숨기며 살아가는가
도솔산 마애불이 멀리서 내려다보며 천년의 미소 짓는다
미소 짓는 아이 입술에선 꿈 냄새가 난다
뭘 그리도 애태웠는가 싶게
세상은 태연하게 제 갈 길 가는데
김경만 시인
2003년 문학저널 등단, 소설가, 수필가, 거제도 생
2017년 부산문학상 수상, 2022년 장애인 문학상 수상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거제문인협회, 테마수필 필진
저서 장편소설-소설 거제도 외 다수
첫댓글 누군가 말했습니다.
탄생은 자신을 성숙하게 하기 위해서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정말 그럴까 싶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과, 그 일로 인하여 변화하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견뎌내는 힘을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의 깊이가 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