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공부해도 제자리 걸음?
영어 마스터를 위한 5가지 팁
흔히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안에 집중적으로 3,00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 3,000시간은 하루 10시간씩 300일, 약 1년이 걸리는 시간이고 3시간씩이면 1,000일, 약 3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하루 공부 시간이 짧아질수록 마스터에 필요한 시간은 3,000시간에서 4,000시간, 5,000시간으로 늘어난다. 물론 원어민처럼 마스터하기까지가 3,000시간이고 사실상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현재보다 나은 성적 향상을 위한 수준은 수백시간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따라서 새 학기를 맞아 이전과 다른 영어공부를 결심했다면 가능한 한 장시간 집중해서 공부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방법에 따라 그 결과는 더욱 달라진다.
지금부터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강연 멘토링 단체인 ‘스터디콘서트'를 운영하며 발견한 효과적인 영어공부의 5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낯설게 하는 단어 암기법
매일 공부를 하다보면 기존의 패턴에 익숙해져 더 이상 무언가를 외울 때 잘 안 외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뇌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외우면 도움이 된다. 바로 ‘낯설게 하기’ 방법이다. 낯설게 하기 암기법의 장점은 뇌를 활성화시키면서 자신이 부족한 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단어를 외울 때 제대로 단어를 외웠는지, 넘어가도 되는지, 낯선 지문 속에서 이 단어를 발견할 때 과연 뜻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기본 단어의 뜻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단어 한 두 개가 문장 속에 있으면 문장 전체의 해석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 큰 방해가 된다. 따라서 단어를 공부할 때는 뜻이 헷갈리는 등 애매한 단어들을 집중적으로 체크해가며 반복적으로 외워야 한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만 계속 단어를 쳐다보고 있으면 이걸 내가 과연 제대로 외웠는지 못 외웠는지 알 수가 없다. 한 개의 단어라도 완벽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낯설게 외우기가 필요한 것이다.
낯설게 공부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어떤 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해보자. 먼저 단어를 눈으로 본다. 그리고 한 번 더 각인시키기 위해서 손으로 적어본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단어 암기법이다.
중요한 건 이 다음이다.
tip.
낯설게 암기하기 첫 번째 단어를 다른 글씨체로도 적어 보자. 자신이 주로 쓰는 글씨체가 아니라 어른 글씨체, 또박또박체 등 평소와 다른 글씨체로 단어들을 적는 것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써도 좋다. ‘이렇게 보니 또 이게 무슨 의미였더라, 헷갈리네’ 하는 느낌이 든다면 아직 마스터하지 못한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낯설게 암기하기 두 번째 단어를 작은 수첩에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커다란 노트나 A4용지 등에 한 번 더 정리한다. 혹은 책상 앞이나 화장실에 포스트잇만한 사이즈로도 붙여놓자. 종이나 단어장이 위치한 장소, 펜 색깔 등에 따라서도 같은 단어가 다른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낯설게 암기하기 세 번째 손으로만 쓰는 게 지겨워졌다면 컴퓨터를 켜고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자.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글씨로 쓸 때와는 또 다른 암기효과가 있다. 인쇄 후 테스트 용지로 활용할 수 있고, 많이 틀렸다면 반복 인쇄와 재 테스트도 가능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크기와 색깔, 종류로 구성된 단어장을 모두 완성했다면 친구들과 교환해서 공부해보자. 친구의 글씨체와 친구가 모르는 단어, 외우는 중인 단어들을 살펴보면 보다 흥미롭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 또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암기능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2) ‘어버버’ 수첩
영어에서는 한 문장씩 제대로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략적인 의미만 맞으면 그 문장에 대해 더 들여다보지 않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곤 한다. 글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문제는 이처럼 제대로 해석되지 않은 문장 속에 숨어 있는 문법이나 구문 등을 다른 문장에서 또 만날 경우다.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자신이 애매하게 해석하고 넘어간 문장, 도치 구문같이 너무 복잡해서 딱 봐도 어디서부터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는 문장, 다시 보면 해석 못할 것 같은 문장, 약간 변형되어 나오면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문장들은 ‘어버버 수첩’에 적어 놓아야 한다.
★‘어버버’ 수첩이란?
문장의 해석을 ‘어버버’하면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문장들을 모아놓은 수첩을 칭하는 용어이다. 수업 시간에 푼 문제들이나 두꺼운 참고서로 공부를 하다보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다시 이전 페이지로 돌아오기 힘들다. 취약한 부분은 두 번, 세 번씩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실 일일이 다시 찾아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 ‘어버버’ 수첩이 빛을 발한다. 공부할 때마다 모르는 문장이 나오면 수첩에 적어두고 뜻이나 문장 구조도 함께 적어둔 후 등하굣길 버스 안이나 시험 직전에 훑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3) 아나운서 공부법
학창시절 복도 구석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무언가 읊는 학생을 본 적이 있는지. 얼핏 이상해 보이는(?) 이 친구들은 가장 효과적인 영어공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 중에는 말하는 공부법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어 내신 시험문제는 교과서나 수업자료의 지문을 바탕으로 출제되는데, 해당 범위의 지문들을 모두 내 것으로 마스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때 지문을 마치 아나운서처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작은 소리로 옹알이하는 것보다는 적당히 큰 소리로 또박또박 분명히 읽는 편이 훨씬 좋다. 미국 CNN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이 문장들을 의미별로 끊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을 하며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때도 낯설기 방법이 적용된다. 매번 똑같이 읽는 것보다 개그맨 김영철이 미국식, 영국식, 필리핀식 영어 개그를 하듯 한번은 미국식 발음, 한번은 영국식 발음, 한 번은 매우 또박또박, 한 번은 성우처럼 변형해서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그 음성들을 핸드폰이나 작은 녹음기로 녹음하고 다시 들어보는 과정이다. 들으면서 본문의 내용이 바로바로 이해되는지 생각해보고 잘 모르겠다면 반복하여 읽으면서 본문을 익힌다. 이 과정을 2~3번만 반복해도 말과 눈과 귀 전부를 사용한 공부법으로 남기 때문에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4) 듣기와 독해를 동시에?
영어를 문법 위주로만 공부해 모든 문장을 분석적으로만 대해 독해 속도가 느린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바로 독해 지문을 보는 동시에 같은 지문에 대해 영어듣기를 하는 방법인데, EBS 연계교재 등 참고서들 중에는 독해 지문에 대한 영어 음성 파일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해 보자.
일단 MP3 파일을 다운받은 뒤 독해 지문을 들으면서 눈으로 따라가 보자. 원어민이 어느 속도로 읽는지 알아보고, 그 속도에 맞추어 눈으로 읽는 속도를 어림잡을 수 있다. 또한 문장을 읽고 중간에 숨 쉬는 위치 등을 들으면서 원어민이 어떤 단위로 문장을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공부법은 문장을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연습을 할 수 있어 독해력과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미국 드라마를 볼 때 영어자막의 싱크를 약간 빠르게, 또는 약간 느리게 설정한 뒤 시청하는 방법도 있다. 자막을 빨리 띄울 경우 이 영어 문장들을 어떻게 원어민이 읽을지를 귀 기울여 들을 수 있고, 자막을 늦게 띄울 경우 방금 주인공의 대사를 받아쓴다면 어떤 문장이 완성될지 상상하는 등 생각할 시간을 남겨준다. 또 음성만 들어서는 몰랐던 단어가 0.5초 정도 뒤에 자막으로 뜨게 되니 아 이 단어였구나 알 수 있고, 귀로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문법적인 관사, 부사, 동사 등의 요소가 실제로는 빠르게 숨어 지나간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5) 도식화 풀이법
수능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빈칸 추론문제, 문단 순서 맞추기 문제이다. 이 문제들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문장 단위의 해석여부를 떠나 문단과 문단을 연결하는 논리적인 흐름까지 파악해야지만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소 약간의 도식화 훈련을 진행한다면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다. 논리적 흐름이 중요한 문제의 경우 지문을 읽어가며 시험지 옆 빈 공간이나 연습장 등에 동그라미, 네모, 화살표 등으로 흐름을 도식화해보자. 예를 들면 처음 도입 부분의 키워드를 파악해 박스를 그려 채우고, 그 다음 문단에서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확인한 다음 화살표로 연결하는 식이다. 인과관계, 상관관계, 전후관계, 병렬관계 등을 헷갈리지 않도록 구조도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같은 도식화 훈련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tip.
<한 줄로 다시 보는 영어마스터>
□ 단어 하나를 외울 때도 평소와 다른 색깔의 펜이나 공책, 글씨체를 사용해 암기 공부의 지루함을 덜자.
□ 해석이 어렵다고 대충 넘어가는 일은 금물! 반복되는 ‘어버버’를 막기 위해 모르는 문장은 반드시 수첩에 기입하고 반복적으로 문장 구조를 확인할 것.
□ 영어 잘하는 학생들이라면 다 한다는 말하기 공부! 지문을 읽는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들어보면서 핵심 내용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을 반복 학습하자.
□ 음성 파일이 지원되는 영어지문을 들으면서 공부하고,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자막을 앞뒤로 당겨가며 대사를 받아 적거나 다음 대사를 유추해보는 연습으로 독해와 듣기 공부를 동시에 해나간다.
□ 지문을 공부하거나 문제를 풀 때에는 글의 흐름에 유의해가며 동그라미, 네모, 화살표 등을 활용해 도식화 훈련을 해보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자녀교육 매거진 <앤써>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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