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然禪師
客有問天然禪師曰 : 「師遍遊東方名山見異僧否?」 天然曰 : 「嘗遊伽倻山海印寺時, 觀察使將來賞, 寺之僧採蔬菜具槽以候之, 有客僧入蔬畦, 折新蒿苣擇嫩葉取去, 上僧呵之. 不止, 遂驅而逐之, 客僧怒罵歸客室. 俄而階下三四槽櫪, 一時人立而上階, 入蔬畦, 進退相撞, 移時而鬪, 蒿苣之畦, 如滌場矣. 寺僧皆整衣巾, 往謝于客室曰, "不意世尊下臨于陋刹, 愚僧失禮敢來請罪." 客僧笑謝曰, "非我所爲." 浚巡①而逝不知所之.」
객유문천연선사왈 : 「사편유동방명산견이승부?」 천연왈 : 「상유가야산해인사시, 관찰사장래상, 사지승채소채구조이후지, 유객승입소휴, 절신호거택눈엽취거, 상승가지. 부지, 수구이축지, 객승노매귀객실. 아이계하삼사조력, 일시인립이상계, 입소휴, 진퇴상당, 이시이투, 호거지휴, 여척장의. 사승개정의건, 왕사우객실왈, "불의세존하림우루찰, 우승실례감래청죄." 객승소사왈, "비아소위." 준순①이서부지소지.」
[解釋] 어떤 객이 天然禪師에게 물었다. 「선사께서는 동방의 명산을 두루 유람하시다 혹 異僧을 만나신 적 있습니까?」 천연선사가 말하였다. 「일찍이 가야산 해인사에서 노닐 때, 관찰사가 와 구경하기로 되어 있어, 절의 중들이 남새를 따고 말구유를 갖추어 기다리는데, 어떤 客僧이 채소밭에 들어가 새 상추를 따더니, 연한 잎만을 골라 가버리는 것이었소. 주지승이 꾸짖었지요. 그런데도 그치지 않는지라 마침내는 몰아서 내쫓고, 그 객승은 화를 내 꾸짖으며 객실로 돌아갔답니다.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뜰에 있던 서너 개의 말구유가 일시에 사람처럼 서서 계단을 올라 남새밭에 들어가더니, 나아갔다 물러났다 서로 부딪치며 잠시 싸우자 상추밭이 씻어져 버린 듯하였죠. 그러자 절의 중들이 모두 의건을 정제하고 객실에 가서 사과하며 말하였다오. "뜻하지 않게 세존께서 이 누추한 절에 왕림하시니, 이 어리석은 중들이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감히 찾아와 죄를 청하옵니다." 그러자 객승이 웃으며 사양하며 말하였다오. "내가 한 것이 아니오." 멈칫멈칫 거리다 갔는데 간 곳을 알 수 없었소.」
[註解] ①浚巡 : 뒷걸음질 치는 모습.
天然多意氣, 遨遊縉紳間, 常偃蹇不下氣. 問智異山天王峰有石塑稱城隍神, 遠近巫覡, 尊奉之謂窟穴, 南方尙鬼神多傾産而歸之, 天然獨手撞碎其塑. 自此諸誣屛氣, 不敢更作妖誣民. 梁應鼎題天然詩卷曰 : 「張拳一碎峰頭石, 魍魎無憑白晝啼.」
천연다의기, 오유진신간, 상언건불하기. 문지이산천왕봉유석소칭성황신, 원근무격, 존봉지위굴혈, 남방상귀신다경산이귀지, 천연독수당쇄기소. 자차제무병기, 불감갱작요무민. 양응정제천연시권왈 : 「장권일쇄봉두석, 망량무빙백주제.」
[解釋] 천연은 득의한 마음이 많아 벼슬아치들 사이에서 거만하게 놀며, 기운을 가라 앉히지 않았다. 지리산 천왕봉에 城隍神이라 불리는 석조물이 있는데, 원근에 사는 무격들이 그것을 높이 받들어 굴을 만들어 놓았으며, 남방의 백성들이 귀신을 숭상하여 가산을 기울여 그곳에 쏟아 넣는다는 말을 듣고, 천연이 홀로 손수 그 상을 쳐부수었다. 이로부터 모든 무격들이 숨을 죽이고, 감히 요술로 백성 속이려는 일을 다시는 하지 못하였다. 天然이라고 제목 한 梁應鼎의 시에서 말하였다. 「먹으로 일격에 산머리 바위를 부수니, 도깨비들 의지할 곳 없어 대낮에도 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