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이 호랑이
金堤有一老僧. 得一虎子養之, 旣長如一歲犢. 老僧愛玩呼班童, 常與人狎而戱之. 一日老僧薪于山, 童子泣而奔告曰 : 「班童咆哮拏攫而前, 有若咬我者然!」
김제유일노승. 득일호자양지, 기장여일세독. 노승애완호반동, 상여인압이희지. 일일노승신우산, 동자읍이분고왈 : 「반동포효나확이전, 유약교아자연!」
[解釋] 金堤에 한 늙은 중이 있었다. 호랑이 새끼 한 마리를 얻어 길렀는데, 자라자 한 살 된 송아지 만하였다. 중이 사랑하고 귀여워하여 얼룩이라고 불렀고, 늘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놀았다. 하루는 늙은 중이 산으로 나무하러 갔는데, 동자가 물면서 달려와 알렸다. 「얼룩이가 으르렁거리며 붙잡으려고 다가오는데, 나를 물려는 것처럼 그래요!」
老僧深惡之, 持劒逐之, 虎子怖而走. 追磔之不及, 斷其跟後. 虎子驚而逸, 自恣其行止, 不復爲人擾.
노승심오지, 지검축지, 호자포이주. 추책지불급, 단기근후. 호자경이일, 자자기행지, 불부위인요.
[解釋] 늙은 중은 몹시 괘씸하게 여기고, 칼을 들고 쫓아가니, 호랑이가 두려워하며 달아났다. 뒤쫓아가 찢어 죽이고자 하였지만, 잡지 못하고 발뒤축만 잘랐을 뿐이었다. 호랑이 새끼가 그처럼 놀라 달아난 뒤로는, 행동거지를 마음대로 하여, 다시는 사람에게 길들여 지지 않았다.
其後, 閭里多虎患, 逢人輒噉, 審其踪缺其後也. 乃知爲班童. 盖自始與人相狎閃舌磨牙者, 有素且備審易制故也.
기후, 여리다호환, 봉인첩담, 심기종결기후야. 내지위반동. 개자시여인상압섬설마아자, 유소차비심이제고야.
[解釋] 그 후로, 마을에서는 호랑이 우환이 많았는데,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잡아먹었고, 그 자취를 살펴보면 발뒤축이 발라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룩이가 한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사람과 더불어 친하게 지내면서도 혀를 번득이고 이빨을 갈았던 것은, 본디 바탕이 그러한데다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때를 미리 살폈던 때문이었다.
入南原屯德里, 聞勸農①之呼, 尋其家, 俟於門外, 能作人語曰 : 「屯德里勸農! 勸農!」 勸農開戶視之, 爲其所攫. 自此, 村間, 夜聞屯德里勸農之聲, 自知虎至.
입남원둔덕리, 문권농①지호, 심기가, 사어문외, 능작인어왈 : 「둔덕리권농! 권농!」 권농개호시지, 위기소확. 자차, 촌간, 야문둔덕리권농지성, 자지호지.
[解釋] 南原 屯德里에 들어가, 勸農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권농의 집을 찾아가, 문밖에서 기다리다가, 사람 말을 흉내 내어 말하였다. 「둔덕리 권농! 권농!」 권농이 문을 열고 보다가, 그에게 잡혀 갔다. 이로부터, 마을에서는, 밤중에 둔덕리 권농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호랑이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註解] ①勸農 : 조선 때 각 방이나 면에 딸려서 농사를 장려하는 有司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