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장태산휴양림>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골에 청려완보(靑驢緩步) 들어가니
천봉(千峰)에 백운이요 만학(萬壑)에 유수로다
이땅이 경계좋으니 놀고갈까 하노라 .... 이명한
일요일 오전에 늦잠이 가장 큰 휴식인 아내와의 생활리듬의 차이로 차박풍류라는 것을 나가게 되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늘 있었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6월인지라 주중 공휴일인 현충일에 혹시나 해서 차박 함께 하겠냐고 했더니 바로 그러겠다고 답이 온다.
아마도 그동안 남편이 혼자서 이런저런 궁리해가며 주말마다 나가서 잘 지내는지도 궁금했을 것이고...
한번쯤은 동행해주는 것이 남편 사기진작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고...
하여튼 아내와 함께 하기로 일정이 잡히니 마음이 좀 급해졌는데... 중간고사 보는 기분도 들고...
우선, 비좁은 공간에서 혼자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데 둘이 움직일 것을 생각하니 어휴...
그래서 최대한 준비물을 간편화하고 편안하게 개선하는 작업을 지난 중간 보고글에서 정리했던 것처럼 거의 LTE급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ㅎ
그리고 드디어 아내와의 첫 차박으로 대전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인 장태산휴양림으로 다녀왔다.
장태산휴양림은
대전 서구 장안동과 금산군 복수면 신대리의 경계인 안평산 옆에 있는 높이 186m의 나지막한 산인 장태산 주변으로 조성된 휴양림이다. 1973년부터 임창봉이란 분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조성한 것을 2002년 대전시에서 인수 후 2006년 4월 재개장해서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하게 형성된 것으로 유명하며, 대전관광명소 12선중의 하나로써 대전시민들에게 큰 휴식을 선사하고 있는 곳이다.
내가 아내와 첫 차박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대전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이고 6월의 신록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침에 가볍게 산책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다.
23:00 집에서 출발
퇴근 후에 저녁 챙겨서 먹고 샤워 간단히 하고 아내 좋아하는 드라마 좀 보다가
야자 끝내고 오는 작은 딸에게 문단속 당부하고 바로 출발했다.
차박세팅은 지난 일요일 아침에 연습한 그대로인 상태여서 따로 할 것은 없었고
잠옷과 산책할 때에 필요한 것들 몇가지 준비해서...
이곳 장태산휴양림은 가끔 낮 시간대로 다녀왔었는데 밤길로 가려니 또 새로운 맛이...
시내를 벗어나니 공기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모내기를 막 끝낸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거린다.
23:20 휴양림 도착
차박지로 생각해둔 곳은 초입에 있는 주차장이었는데...
주차장 한쪽 옆에 있는 건물에서 양수기모터(다음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그 건물은 휴양림 오수 처리장이었다) 돌아가는 소리가 ... ㅠㅠ
이래서 항상 차박할 예정지를 몇 곳을 더 생각해 두어야 한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좌우 수평이 맞는 위치로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옆에 개울물 소리도 들리고...
이곳이 예정지 1순위가 아닌 것은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고 도로와 가까운 이유 때문이었는데 아내가 처음 갔던 곳 보다 좋다니 다행이고...
아내가 차에서 내려 주변 살피는 사이에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서 번개와 같은 속도로 ...ㅋ
잠자리 준비 대충하고 취침 모드로 전환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4월, 5월 차박에서 느낀 냉냉함과는 달리 아주 기분 좋은 선선함으로 다가온다.
05:30 기상
아내는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었는데 나는 밤새 잠을 못 잤다.
산속이라 나름 조용한 편이었고 잠자리도 지금까지 중에 가장 편한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남자의 본능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 개방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뭐 이런 원초적 본능이랄까...
하여튼 남편이 그런 상황이었던 줄도 모르고 아내는 밤새 아주 잘 잤단다는...ㅋ
주변 사진 몇장 찍고 나서 아내가 취침모드로 누워있는 상태(도로교통법 위반??)로 조심조심 차를 움직여서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주차 완료.
07:30 다시(?) 기상과 휴양림 산책
이동주차 후에 잠깐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텐트며 침낭 등 대충 정리하고 휴양림을 산책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의 모습과 신록의 푸르름이 참 좋다.
그런 아름다운 길을 아내와 두 손 꼭 잡고 산책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더 좋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나이가 좀 들어간다는 묘한 생각도 ...ㅎ
산책을 마치고 차를 이동해서 휴양림 조금 아래 저수지 중앙에 우뚝 솟은 봉우리에 위치한 <팔마정>이란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 주말에 풍류인연들과 월 1회 진행하는 야외풍류가 이곳에서 예정되어 있어서 답사 겸해서... 이곳은 휴양림에서 산길로 이동해서 이런 다리를 건너면 도착할 수도 있다.
오늘 풍류자리이다.
정자에 오르니 저수지 쪽으로 펼쳐진 조망이며...
선선한 바람이며... 단소 한가락 불었다.
오늘이 현충일이니 희생하고 가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헌천수 한곡 ...
그러고 보니 결혼하고 아내와 어디 여행가서 악기를 연주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여행가면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한가락 연주할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고...
차박풍류는 이런 매력이 있어서 또한 좋다.
준비해간 과일 등으로 아침 요기하고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졸음이 밀려온다.
10:30 집에 도착
<차박풍류 Tip>
*차박을 위한 소소한 준비물들
사진 위에서부터
스프레이 모기약 (공공 화장실에서 매년 첫 헌혈을 한다는...ㅋ)
해충기피제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
소음차단하는 귀마개
헤드램프
작은 먼지털개와 면장갑 (차량표면에 닿는 경우가 많아서...)
*차박 장소로 나무 아래는 좀 피하는 것이 ...
이번 차박한 곳이 큰 나무 아래였는데...
폼은 좀 나지만 다음날 아침에 차 지붕위로... 구체적 설명 생략. 각자 상상에...ㅋ
햇볕이 뜨거울 때 캠핑하는 경우라면 타프 등으로 보완해서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는 것이 좋겠지만...
차박의 경우는 밤에 주로 주차해 놓으니까...
다음부터는 나무아래는 피한다고 입력...ㅎ
*테일게이트 텐트 사용시 주의 할 점
예전에 캠핑할 때에도 보면 텐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크 열고 닫을 때에 모기장이 물려서 였던 것 같다.
출입은 뒤 테일게이트쪽 보다는 차 출입문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듯 ...
그리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놓을 경우에는 그물망으로 매트 등이 밀리는 것을 잡아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