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의 변
전국 중앙배치기관 공중보건의 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질병관리청 호남권질병대응센터 국립제주검역소에서 근무 중인 강승현이라고 합니다. 말씀드리기에 앞서 지난 한 해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개개인 선생님들의 노력이 모여 공중보건의로서 큰 사건, 사고 없이 무탈한 2023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분명 크고 작은 고충들을 지니고 계실 것입니다. 업무적으로 각 중앙기관의 공중보건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현실이 무색하게도 공중보건의의 처우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제주도로 발령받자마자 관사/관사 지원비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근무 기관에 맞서야만 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통해 결국 어렵사리 관사를 얻어냈으나 그 과정에서 2주 간 지원 일절 없이 사비로 숙박을 해결해야 했고, 최종적으로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근거로 해당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으나 공중보건의가 안정적으로 관사를 확보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후에도 공중보건의로서 불합리하다고 느끼거나 과도한 간섭으로 여겨지는 경우, 수동적으로 감내하기보다는 근무 기관 혹은 상위 기관에 적극 문의하여 답변을 얻어내곤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하던 바를 항상 이뤄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주변에 산재해 있는 불편 사항의 접수 및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신속한 시정이 공중보건의 대표의 중요한 역할임을 고려할 때, 저의 이러한 경험들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덧붙여 1인 공중보건의 배치기관에서 단독으로 행동하다 보니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혀 의견을 충분히 피력하기 어려웠던 아쉬운 경험이 더러 있었습니다. 이에 선생님들께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신다면, 대표성을 띤 자리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여 중앙배치기관 공중보건의의 삶의 질 상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공약 사항
1. 중앙배치기관 공중보건의 근무 가이드라인 제작
누구든지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주하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고민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다음과 같은 상황들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 근무시간 외 제주도로 들어오는 항공기/선박의 유증상자를 대비하여 공중보건의에게 온콜 대기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가? 또한 이에 대해 아무런 추가 수당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정당한가?
- 공중보건의의 출퇴근 확인을 위해 메신저 로그인과 공중보건의실 출입문 개방을 강제하는 것은 정당한가?
- 공중보건의가 원치 않는 외부 출장 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정당한가?
선생님들께서는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하셨습니까? 중앙배치기관 공중보건의는 근무지의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시, 도 공중보건의와는 상이한 근무환경을 가지며,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소 제한적이고 폐쇄적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는 아마도 정보 획득을 위해 인계장 확인, 전임자 문의, 단톡방 혹은 주위 동료 문의 등의 방법을 이용할 것입니다. 먼저 인계장의 경우 규격화된 양식에 따라 한정된 지면 내에 작성하다 보니 내용의 다양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고, 근무지 배치 이후 발생한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 제공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임자에게 문의하는 방법은 다소 사적인 내용까지 포함하여 해당 근무지에 대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전임자 선생님이 전역하신 경우 연락드리는 것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며, 중앙기관 특성상 공무원 인사 배치에 따라 근무 여건과 분위기가 크게 좌우되므로 인적 구성이 달라졌다면 전임자 선생님의 답변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톡방 문의는 이미 해당 문제를 경험하신 선생님들의 고견을 즉각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입니다. 올해에도 공중보건의 근무 전반 관련하여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단톡방 인원은 매년 갱신되며, 이 과정에서 새로 들어온 신규 공중보건의 선생님은 기존의 정보를 후향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닙니다.
이러한 방법들로도 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불가피하게 본인이 직접 공부하여 해결하게 되고, 저 역시 여러 번 직접 문의를 통해 문제 상황에 대처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을 후임 공중보건의 선생님에게 구두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비슷한 환경에 놓인 다른 선생님들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서면화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것이 공익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기 내용을 종합할 때 제가 판단한 가이드라인 제작의 필요성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신규 공중보건의 및 새로운 근무지에 배치된 기존 공중보건의가 필요 시 검색을 통해 충분한 최신 정보를 습득하여 문제 상황에 대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
2) 주요 문의 사항과 공유되는 내용들을 누적 기록하여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게시 최소화 및 질의응답 과정의 효율성 제고
’가이드라인‘이라고 다소 거창하게 명명하였으나 실제 제작은 간소화된 FAQ 형태의 문서 혹은 스프레드시트 정도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톡방이나 공문 혹은 범공중보건의적으로 다뤄지는 주요 이슈들을 선별하여 기록하고, 만일 개별 기관에 대해 자발적으로 공유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실 경우 해당 내용까지 추가하여 데이터를 누적한다면 유용한 자료가 생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세미나의 내실화
술기가 중요한 치과 진료 특성상 일선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세미나를 이용하곤 합니다. 교정시설 및 하나원에서의 전체적인 치과 진료 수요는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보건소, 보건지소와 비교해 진료 범위도 더 넓으므로 보다 실전적인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간단한 검진만 시행하거나 비의료기관에 근무하여 치과 진료를 전혀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세미나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임상적 경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역에 가까워진 2, 3년차 선생님의 경우 역시 사회에서의 본격적인 도약을 앞두고 내공을 쌓기 위해 수강을 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세미나에 대한 공중보건의들의 요구사항을 협회에 전달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일입니다.
올 한 해 많은 세미나가 제공되었으나 여기에 내부적인 소통이 더해진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사전 조사를 통한 실제적인 세미나 수요와 선호 연자, 선호 컨텐츠 파악 및 사후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시기적으로 근무를 개시하는 4월경부터 집중적으로 세미나를 제공하여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공중보건의의 여건상 평일 세미나의 참여가 어려우므로 비핸즈온 세미나의 온라인 송출 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대표로서 협회와 구성 공중보건의 간의 양방향 소통을 매개하여 세미나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3. 근무지 배치 TO 개선
제가 근무중인 제주검역소는 이번에 처음으로 치과의사가 배치되었습니다. 의과 공중보건의의 수가 부족해지면서 보건복지부가 배치기관 의견을 무시한 채 치과의사로 대체한 결과입니다. 비의료기관이기에 진료 및 처방 없이 감염병 유증상자의 면담과 필요 시 검체 채취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8개월 넘게 근무하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과의 구분을 차치하고 이곳에 의료면허를 가진 인력이 굳이 필요없다는 것 입니다. 대다수 업무의 수행은 면허 유무와 무관하여 관련 공무원에 의해 대체될 수 있고 그나마 의학적인 판단이 필요한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공중보건의 개입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이는 물론 치과 영역 밖의 일입니다.
공중보건의의 필요성에 대해 이전 소장님도 회의적으로 말씀하신 바 있으나 모종의 이유로 TO는 유지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성적인 행태는 한정적인 의료 인력의 비효율적 활용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더해 치과의사 개인이 3년동안 자신의 직능과 관련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가의 측면에서도 매우 부정적입니다. 치과 공중보건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에 배치하여 자원을 낭비할 바에 평균 환자수가 많은 근무지에 추가 배치하여 더블 TO화 하는 것이 차라리 더 합리적일 것입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이상적인 근무지 배치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공중보건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의 근무지 배치는 지양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안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그 첫 단추를 끼우겠습니다.
중앙배치기관 치과 대표 후보
국립제주검역소 강승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