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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월 19일 (일요일) * [금남호남정맥] ♣ 장수 장안산(1,237m)
* [산행 코스] 무룡령(산행들머리, 전북 장수)→ [금남·호남정맥]→ 능선→ 제1전망대→ 제2전망대→ 정상(1237m)<점심>→ 중봉- 하봉→ 어치재갈림길→ 덕천고개→ 범연동(하산 덕산리)
* [장안산 정상] — ‘금남호남정맥의 기점, 장안산은 호남의 지방의 종산(宗山)’
☆… 낮 12시 40분,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파란 하늘, 햇살이 눈부시고 따뜻하다. 정말 겉옷을 벗어도 춥지 않았다. 해발 1237m 장안산(長安山) 정상에는 커다란 반석으로 세워 놓은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앞은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을 정도의 너른 공간이었다. 여기서 북쪽으로 난 길을 잡으면 밀목재(9.30km:이정표)로 통하는 길, 금남호남정맥을 종주하는 길이다. 장안산은 금남호남정맥의 기봉으로 우리나라의 8대 종산(宗山)의 하나로 꼽힌다. 백두산을 주종(主宗)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종산(宗山)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치악산, 장안산 등이다. 장안산은 바로 금강 남쪽의 자리하고 있는 모든 산군을 거느리는 호남지방의 종산이다. 사실 산 정상에서 서북쪽을 바라보면 장안산에서 나아간 금남호남정맥의 거대한 산줄기가 용틀임을 치듯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장안산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뻗어가는 금남호남정맥을 조망하는 지평 대장과 승조 대장
* [정상에서의 점심식사] — ‘반찬에 맑은 햇살을 담아서 먹는 맛’
☆… 정상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붐볐다. "아따, 성님! 워찌 그런다요잉!"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귓전에 날아든다. 걸직하고 정겨운 입담이 시끌벅적한다. 앞서 온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아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이 저자거리의 좌판이다. 우리도 정상석 옆에 자리를 잡아 점심식사를 했다. 한 자리에 모여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을 늘 즐겁다. 배낭 속에서 짊어지고 올 때는 내 것이지만, 일단 꺼내 내놓으면 임자가 없는 모두의 음식, 이것이 바로 우리네 인심이다. 새벽 6시에 아침밥을 먹었으니 시장이 반찬이기도 하지만, 하늘가까운 산정에 올라 조촐하지만 갖가지 반찬에 맑은 햇살을 담아서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 [정상에서의 포즈] — 그리고 눈 덮인 하산길
☆… 오후 1시 25분, 식사를 마치고 정상 등정을 기념하는 단체사진을 찍고 개인별 인증샷을 누르고 난 후, 하산에 돌입했다. 우리의 산행은 북쪽의 밀목재로 통하는 정맥 길이 아닌 서남쪽 능선을 따라 범연동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정상에서 중봉으로 내려가는 산길은 가파른 능선 길이다. 길목은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계속해서 좁은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산길이 이어진다. 햇살이 잘 드는 산기슭에는 눈이 녹아 질퍽거리기도 했다.
* [중봉을 지나며] — ‘급전직하의 가파른 내림길’
☆… 정상에서 내려온 1km 지점에 중봉(中峰)이다. 앙상한 나목에 묶어놓은 이정표가 이색적이다.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인 산록에는 앙상한 나목들만이 조용히 겨울 산을 지키고 있다. 중봉에서 하봉에 내려오는 길은 급전직하의 가파른 내림길이다. 경사가 급한 산길은 눈이 얼어붙어 매우 미끄럽고 발을 옮겨놓기가 아주 힘들었다. 곳곳에 가느다란 보조 자일이 설치되어 있지만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대원들은 조심스럽게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완만한 경사, 다시 급경사가 반복되었다. 전혀 오름길 없는 아래로만 쏟아지는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고도를 낮추어 가면서 하봉을 지났다. 하봉은 아무 표지가 없었다.
* [어치재 갈림길] — ‘따뜻한 겨울 햇살’
☆… 오후 2시 13분, 어치재 갈림길에 도착했다. 범연동 하산지점까지는 3.5km이 남았다. 승조 대장이 이끄는 선두그룹은 보이지 않았다. 박성길, 최화신 대원이 제일 뒤에서 걷고 임만춘 대원과 함께 온 일행이 후미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지평 대장이 수습하여 내려가고 있었다. 완·급의 경사가 교차하는 내리막길이 계속되었다. 가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올려다보면, 나목 사이로 우리가 내려온 장안산 정상에서 뻗어 내려간 중봉-하봉의 거대한 산 능선이 시야를 압도해 온다. 후미에 떨어져 가던 호산아가 빠른 걸음으로 가속(加速)을 붙이기 시작했다. 전체 대원들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두에서 후미에 이르는 우리의 동선(動線)을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 하산 길 중간 중간에서 앞서 가던 대원을 만났다. 이종렬, 김동순 대원이 묵묵히 산비탈을 내려오고 있는데, 함께 가던 통통공주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나서 고개를 젖히고 깔깔깔 웃는다. 파랗게 긴장된 하늘에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가 여운을 남기며 울려 퍼졌다. 열통이 옆에 있으면 열 나는 게 아니라 늘 깨가 쏟아진다. 다시 한참을 달려 내려오니 김의락 총무가 수정과 향이 감사, 그리고 꼬공 부회장 등과 함께 쉬고 있었다.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썰어온 무쪽을 나누고, 사과도 잘라서 한 쪽씩 나누고 있었다. 고즈넉한 겨울 산, 서쪽으로 기운 햇살이 따뜻한 산록(山麓)이다. 햇살을 받은 대원의 얼굴이 고와서 몇 장의 사진에 담았다. 얼마 있지 않아 지평대장 등 후미 그룹도 합류했다.
* [덕천재를 지나며] — ‘호산아의 질주(疾走)
☆… 오후 2시 45분, 앞서 간 호산아가 안부 덕천재에 도착했다. 이정표가 가리킨다. 여기서 범연동 하산 지점까지 2.2km, 정상에서 3.3km를 내려온 지점이다. 오른쪽으로 3.2km 내려가면 덕천암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래서 ‘덕천재’라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겨우살이’를 채취하는 사람 셋이서 컵라면 등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그 옆에 그들이 채취한 겨우살이를 담은 두 개의 자루가 놓여 있었다. 자루를 들여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 팔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이 쓰기 위해서란다. 민 대장에게서 겨우살이 채취는 불법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 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기생목이다. 당뇨병이나 각종 성인병에 아주 특효가 있다고 하여 겨울철이면 한약재로 마구 채취한다고 한다. 지평 대장의 말에 의하면 겨우살이는 산뽕나무의 것을 최고로 치고 그리고 소나무에 자라는 것, 그 다음이 남해안의 동백나무에 자라는 겨우살이를 친다고 한다. 오대산 등 강원도 겨울 심산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이 참나무 겨우살이다.
* [능선길] — ‘건강하게 걷고 있는 대원들’
☆… 호산아, 안부 덕천재에서 그렇게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가파른 산봉을 치고 올랐다. 계속해서 능선 길을 타고 질주를 해 나가는 길이다. 얼마가지 않아 김용남 대원 일행 세 분을 만났다. 여자 한 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두 걸음걸이가 경쾌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비교적 완만하지만 긴 능선 길이 이어진다. 얼마 가지 않아 나목 사이의 산길에 장병국 회장이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이 좀 무거워보였다. 서서히 고도가 낮아져서 잔설마저도 없는 팍팍한 산길이 시작되었다.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마른 먼지가 풀석인다. 선두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산의 능선 길은 C자형이다.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니 나목 사이로 우리가 내려온, 높은 산 능선이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골짜기에 원색의 지붕을 한 덕산리 마을집이 눈에 들어왔다. 능선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저 아래 산굽이를 휘감아 돌아가는 2차선 지방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 하산의 막바지, 나무를 가로질러 만든 계단을 내려왔다. 바로 그 아래에 우리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먼저 내려온 김화영 대장과 김준섭 부회장을 비롯한 산조미 일행, 그리고 전진국 사장과 그 친구분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이젠을 풀고 숨을 고른다. 내가 내려온 속도와 거리를 생각하면 후미가 완전히 내려오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민창우 대장이 후미의 모든 대원을 이끌고 버스에 당도했다. 덕천재에서 능선을 타지 않고 골짜기로 바로 내려온 것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대원을 생각하여 중간지점에서 계곡의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승조 대장이 ‘중간에서 길을 짤랐다’고 표현했다. 어쨌든 민 대장의 유연한 가이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 [하산 완료] — ‘장쾌한 장안산 종주의 산행 보람’
☆… 오후 3시 30분, 모든 대원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빠른 하산이었다. 민 대장이 스마트폰의 등산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늘의 산행기록을 확인했다. 계곡길로 내려온 대원들이 오늘 산행한 총 거리는 정확히 8.3km였다. 그렇다면 능선 길을 타고 대원이 산행 거리는 10여 킬로미터가 넘을 것이다. 1237고지의 거대한 장안산을 넘어온 대원들의 얼굴에는 화색(和色)이 만연(漫然)했다.
* [귀경길-밀목재] — ‘천혜의 청정 자연, 장수는 은인 고을이다’
☆… 오후 3시 45분, 인원을 파악한 후, 범연동을 출발한 우리의 선진항공은, 742번 지방도로를 타고 금남호남정맥이 통과하는 밀목재(장안산 정상에서 9.3km 지점)를 넘어 장수읍(長水邑)에 이르렀다. 깨끗하고 정돈된 장수 읍내의 거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 장수(長水)의 서쪽은 진안(鎭安)이고, 동북쪽에 무주(茂朱)가 있다. 그래서 전북의 내륙 산간지방인 이 세 군을 합쳐 ‘무진장’이라고 한다. 금강, 섬진강, 낙동강(경호강)이 모두 백두대간이 지나는 무진장 산줄기에서 발원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알만 하지 않은가. 천혜의 청정(淸淨) 고을이다. 여기 장수군청 앞을 지나는 개울물은 바로 금강의 상류이다. 정맥의 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밀목재에서 이어지는 수분령(水分嶺)의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발원하고, 북쪽을 금강의 원류가 된다. 장수는 오미자(五味子)와 사과, 그리고 한우가 유명한 곳이다. 모두 청정지역에서 나오는 특산품으로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 특히 ‘장수 오미자’는 수년 전, 기후 조건이 맞는 문경에 옮겨 기획재배를 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은 경상북도 ‘문경 오미자’가 전국 오미자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문경시 오미자 재배농가 한 집이 거두는 연간 소득액이 1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장병국 회장의 본가인 문경 동로의 가형(家兄) 장병운(張炳雲) 님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장수(長水)는 문경(聞慶)의 은인(恩人) 고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우리의 버스는, 우리가 오전에 지나갔던 계남을 통과하여 장수IC에 진입하고 있었다. 기분이 고조된 통통공주가 막걸리 타령을 했지만, 이미 차는 고속도로에 들어선 뒤였다.
☆…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선 우리의 버스는 전용차로를 이용하여 거침없이 질주했다. 버스전용차로는 전혀 막히지 않았다. 신탄진휴게소에서 한참을 쉬고도 출발지인 군자역에 도착하니 오후 7시도 채 되지 않았다. 오늘의 2014년-신년 산행은 모든 것이 깔끔했다.
* [장안산-에필로그] — 2014년, 축복 받은 우리의 신년산행
☆… 오늘은 금남호남정맥의 기점인, 장수군 한 가운데를 동서로 가로 지르는 ‘장안산’ 산행을 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한 마디로 최상이었다. 천지가 조화된 축복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풍성하게 펼쳐진 하얀 눈밭,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산길, 봄볕처럼 따뜻한 겨울햇살이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하늘이 우리의 신년 산행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오늘 우리가 누린 축복 중의 축복은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첩첩 산군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었던 안복이 아닌가 한다. 장안산을 오르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 첩첩산군의 진경 위에 눈부신 태양이 떠 있었으므로 DSLR카메라의 역광 촬영을 해서 담아왔지만 그것이 어디 실제로 본 풍경만 하겠는가. 정직하게 땀을 흘리고 산에 올라간 사람의 가슴 속에 각인된 그 모습이 진품의 경관이리라. 그렇다. 발품을 팔지 않으면 누릴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산행을 마치고 상경하는 우리의 가슴은 모두 은은한 성취감으로충만해 있었다. 그래서 새해는 희망이다. 올 한 해, 모든 대원의 건승을 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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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든 산은 다 같아도 고문님의 산행기로 포장하니 더 감동의 여운이 오래갑니다
너무 잘읽고갑니다.
산행기 게재가 좀 늦었습니다.
이미 화요일 저녁에
산행기 원고를 탈고 하고 나서
수요일에 산행기 (1), (2)편을 올리고 난 이후
공사다망(公私多忙) ---
어쩔 수 없이
마지막 (3)회분을 이렇게게 늦게 탑재했습니다.
한꺼번에 쫘악 읽어나가는 맛도 있지만
나누어서 차분히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사실 (1)회분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위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2)회분은
백두대간 지리산 연봉을 바라보는
감회가 깊습니다.
(3)회분은 겨울햇살을 받은
앙상한 나목들의 모습이 고즈넉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산은 늘 그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고문님의 산행 후기는 우리 새재의 역사요 자산입니다, 해해년년 세월은 바뀌지만 도도히 흐르는 새재의 역사는 변함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존경심이 막 생기는군요 기다려지는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하지만 또 보고 또 보고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