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곡초등학교 제15차 동문체육대회를 끝내고...***
무슨 놈의 비는 왜? 그리 추적 추적 내리는지.....
내일의 한바탕 축재를 위하여,
모교에 모여 비를 맞으며 천막을 설치하는 벗들의
빠른 움직임은 차라리 처절함 그 자체입니다.
함머질을 하는 친구, 줄을 묶는 친구,
경기라인을 회가루로 그리는 친구.
동문들의 수 시간의 노력 끝에 비를 맞으며 작업한 결과,
질서정연하게 20여개의 천막이 자리잡고,
경기장 라인이 하얗게 떠오른다.
저녁 무렵, 비를 쪼르륵 맞고 단상에 옹기종기 모여
시장함을 달래며 먹는 한그릇의 짜장면과
항상 넉넉~해 보이는 벗이 준비해온
족발과 보쌈은 환상 그 자체였다.
잠시 동문 체육대회를 위한,
짧게는 한달여..... 아니! 약 2년여의 조용한 움직임이
파노라마 같이 스쳐 지나 갑니다.
수많은 만남과 전화통화,
그리고 구구절절, 사연도 많은 동창들 간의 에피소드.....
그 모든 것이 우리 18회의 책임이자 의무를 충실히 치루기 위함이건만,
TV의 일기 예보는 절망적이기만 합니다.
“내일 날씨가 영 시원찮은데 예정데로 하는거니?”
“盡人事待天命! 물론이지!
비가 온다고 맥놓고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지 않니?”
친구들을 다독거리며 부족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하나 최종적으로 Check해 나갔습니다.
단지 내일 새벽에 모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이벤트 친구와의 이벤트 일만 남겨 놓은 채로....
청천동 친구 여나무명과의 늦은 술좌석은
즐거움과 반가움의 회포풀기는 저멀리.....
내일의 행사 때문에 저에게는 중압감 만이 엄습해 옵니다.
새벽에도 역시 비는 가을비답게
차거움을 온대지 위에 흩뿌립니다.
놈은 우리를 배신때리는(?)듯 했습니다.
새벽 다섯시의 어둑어둑한 주차장을 뒤로하고 학교로 출발하는,
자동차의 라이트에 비치는 놈은 짇굳게도
승용차의 앞 유리창을 마구 때립니다.
“저희 지금 출발합니다. 거기는 비가 많이 오는지요?”
멀리서 이벤트를 위해 직원들과 함께 오는 친구와의 전화통화는,
송구스러운 마음 뿐 이었습니다.
그래요. 우리 모두의 바램은 오직 한가지!
갑자기 초능력의 소유자인 “유리겔러의 쇼”가 생각납니다.
우리 모두가 오직 한마음을 이룬다면 그 또한 이루워 지리.....
잠시 기도하는 마음 이었습니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이무슨 또한 날벼락인가?
어제 비를 맞으며 벗들이 설치한 천막들이
처참하게도 여기저기 쓸어져 있었습니다.
바람과 비의 하중에 못이겨.......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흉물스럽게 쓸어져 있는 천막으로
저의 가슴은 꽉막히는 듯 했습니다.
허나.....허나..... 먼저 도착한,
한 친구가 승용차 뒷좌석에서 끓여주는 컵라면은
저의 가슴을 따듯하게 덥혀 주었고,
걱정이 되어 깜깜한 새벽인데도 일찌감치 나와
천막을 다시설치하고
운동장의 고인 물을 빼기위에 삽질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속에서,
찬란한 태양의 꿈틀거림을 보았습니다.
지금 이시간에 어두움과 빗속을 뚫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벤트를 위해 달려오는 벗 또한
따스한 햇살을 예견케 합니다.
멀리서 도착한 친구와의 정감어린 만남도 잠시.....
단상과 교문을 치장하기 위해 풍선을 불며 직원들과 작업에 몰두하는 친구.
베너를 설치하기 위해 어설픈 솜씨로,
간밤을 홀딱 술과 씨름을 했다나?
입에서 술냄새 풍풍 풍기며 철사를 꽤는 친구.
비를 맞으며 만국기를 다는 친구.
경기를 진행하든 않하든 각종 트로피와
한트럭이나 되는 상품을 운반해와 진열하는 친구.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하는 동문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문옆에서 커피를 끓이는 친구.
간밤의 비로 비록 지금도 비는 내리지만
다지워진 경기장 Line을 다시 그리는 친구.
복잡해질 교문앞의 주차정리를 위해
신호봉과 호각으로 중무장(?)하고 교문으로 달려가는 친구.
여기저기 진창이된 운동장에 모래를 뿌리기 위해 샆질을 하는 친구.
리어카에 모래를 나르는 친구.
돗자리를 천막마다 깔아주는 친구.
잠시 잠시 짬을 내어 학교앞 분식집에서
간밤의 술과의 전쟁으로 인한 속쓰림을 달래기 위해 라면을 먹는친구.
커다란 칠판에 대진표를 붙이는 친구.
친구들을 참석케 하기위해 친구에게 전화하는 친구.......
一絲不亂한 우리 동창들의 모습은 오직 한마음 이었습니다.
너무나 멋있었고 너무나 훌륭했습니다.
어찌 하늘도 감복하지 않으리요?
잠시후 하얀 모자를 쓴
우리 18회의 황색 Uniform은 온 운동장을 수놓았고
가을비로 차거워진 운동장을
뜨겁고 강한 혈류인양 요동치게 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우리 18회의 꿈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시커먼 구름으로 가득차 있지만
비란 놈은 잠시 주춤.
모든 준비상태는 O.K!
정문 접수대의 여학생들은 역시 멋쟁이,
벌써 사십중반의 고고함이 풍기는 우리 맞며느리들(?).
정밀한 톱니바퀴 모양 유기적으로 잘 움직이고.....
아홉시가 되어, 경기는 시작되어야 하나
운동장은 온통 우리 18회뿐!
각급기수의 동문들은 충원이 않되 선수 구성 조차도 못하고....
그래도 경기의 진행은 결과가 있어야만 하기에,
충원이 않된 기수는 실격,
그나마 간신히 팀을 구성한 기수는 부전승.
족구, 배구의 각각 예선 여덟 경기중에
오직 두경기만 진행되는 헤프닝이......
호각을 불며 심판을 보는 친구,
칠판에 점수를 기록하는 친구,
각급 기수별로 쫓아 다니면서 선수 입장을 종용하는 친구,
깃발을 들고 Line Over를 외치는 친구,
삼십년 만에 만난 친구와 감회에 젖은 친구,
선배님 천막에 잠시 둘러 소주잔을 기울이며 인사를 하는 친구,
단상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목이 터져라 진행을 종용하는 친구.......
이렇게.... 이렇게..... 시간은 열시가 되었지요.
우리 18회의 홍복입니다.
우리 18회가 덕이 많은 모양입니다.
하늘도 우리 18회에 감복하신 모양입니다.
드디어 그 두터웠던 하늘의 검은 장벽은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그사이로 우리의 꿈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운동장에는 삼삼오오 동문들의 모습이 늘어나고,
여기저기 반가움의 회포를 푸는 모습들이......
더군다나 정정하신 삼십여년 전의 그모습 그대로,
우리의 은사님이 오시니 황송스러움 만이.....,
날씨가 궂은데도 오신 선생님께 ......,
잘 대접해 드려야 할텐데.....
초청 인사분들도 한분 두분 오시어
우리의 잔치를 축하해 주시고,
그분들과 덕담을 나누는 총동문회장........
우리의 잔치는 시나브르 무르익어 가는 것 같습니다.
먹장구름도 어디로 갔는지 없고,
운동장은 제법 동문들로 떡들석하고 ......
흘러 흘러 열한시가 되더이다.
경기장은 족구와 배구의 8강전과 준결승이 열려 제법 열기를 더해가고,
각급 동문들의 응원소리는 이미 그옛날의 코흘리개,
노란병아리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까칠까칠했던 까까머리는 어느덧 반백이 되었고,
동문의 아이는 벌써 시집을 갔다고 하더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친구아이가?
손주가 후배라고 합디다.
여기저기 천막에서는 각기수별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고.....
역시 삼겹살 굽는 냄새가 최고 이더이다.
뷔페를 준비한 기수도 있고,
도시락을 준비한 기수도 있고,
앞치마 둘르고 빈대떡을 지지는 기수도 있고.....
장터도 이렇게 먹거리가 푸짐한 장터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열두시가 되었지요.
점심시간이지만 우천관계로 지연된 개막식을 강행했습니다.
우리 18회가 질서정연하게 피켙을 들고 입장준비를 하건만.......
이미 각 기수별 천막마다 흥이 익을데로 익은 동문들을 불러내어,
개막식을 진행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사회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가고,
할 수 없어 이몸이 직접 각기수별 천막마다 돌며,
선배님들에게는 정중하게 호소하고,
후배들에게는 호통을.....
그렇게, 그렇게 개막식은 거행되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회자의 하얗게 질린 얼굴은....
저만이 그이유를 알지요. 하하하
개회선언과 함께 우리의 비장의 무기인 Air Shoot도 친구가 꽝!
팡파르와 함께 우리의 꿈은 익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초보 아마추어이기에 모든 어설픔도 감추어지리......
오전의 강행군으로 친구들은 녹초가....
준비한 도시락과 주거니 받거니 한,
한잔술은 우리 모두에게 꿀맛이었으리....
작은놈과 함께 어머님도 오시어
이제는 모두 불혹이 넘은 당신의 삼형제 자식을 운운하시며,
“어이쿠, 이젠 이렇게 다들 늙었네.
옛날에는 애미손을 잡고 학교에 오던 노란 삐약이 였는데....”
본부석까지 당신을 모시고 온 친구의 노고를 치하하시며,
처음으로 당신의 자식이 준비한 도시락을.....
“어머니! 그옛날의 삶은 계란과 실에 꿴 밤,
그리고 굵직하게 말으신 당신의 김밥이 그립습니다.”
속으로 외쳐 봅니다.
여린자식의 목이 메일라, 마호병의 물을 연신 건네 주셨던 분!
칠순의 어머니는 삼십여년 전을 회상하시는 듯,
당신의 손주와 학교를 둘러 보십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점심시간은 지나가고,
경기장에서는 족구와 배구의 결승경기가 열려 제법 치열함마져....
그래도 젊음이 무기라고 선배들을 제치고 아우님들이 승승장구.......
줄다리기로 한합을 겨룬 선배님들도 진 것이 무척이나 억울하신지,
닭싸움과 제기차기 시합으로 재도전,
자웅을 겨루어 승리를 쟁취!
그 좋아하는 모습이란 어린애도 그런 어린애는 없을 것이외다.
내일 모래면 회갑이신데.....하하하
그렇게 세시가 넘어,
400M 계주와 마라톤이라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남게 되었다.
하늘은 벌써 우리편!
이미 자태를 드러낸 태양은 따스한 햇살을 모든 동문들에게 선사하고,
여기 저기 물이 고여 질퍽했던 운동장도 뽀송뽀송!
우리의 꿈을 농익어 가게 한다.
계주 선수들은 출발선에 도열하여 있고,
움켜진 바통은 커다란 바위도 부술 듯 한 기세이다.
탕! 총성과 함께 튀어나가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약동하는 동문의 모습과 단합된 우리의 모습이 각인되어 진다.
꼴인 라인을 통과하는 동문들에게 쏱아지는 박수갈채!
바로, 바로....우리 18회에게 쏟아지는 듯 하다.
환호성도 잠시.....
마라톤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비장함을 느끼게 하고,
잔잔히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음향효과는 분위기를 더욱더 돋군다.
운동장 열바퀴의 무시못할 거리는,
모든이에게 중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래도 젊은 후배 기수에서 우승하리....
힘차게 내딛는 건각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그 쟁쟁한 후배들을 물리치고,
15회 선배께서 우승을.....
경하해 마지 않습니다.
우리 18회에도 마라톤맨이 있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이미 시간은 네시가 넘어 폐막식으로 치닫고,
운동장은 왁자지껄 화기애애한 잔치집!
20회 후배님의 종합우승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장기자랑은 차라리 전국적으로 T.V에 중계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서로 마이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사회자를 당혹케 하고....
그래도 그래도 선배님들에게 우선권을......
“여보게 동서! 한번 부탁함세.”
6회 선배님이신 형님의 간곡한(?) 부탁에 순서가 뒤바뀌는 비리아닌 비리가...하하하!
한잔 걸쳐 얼간하신 기분에, 날이 날이니 만큼 분위기 또한 최고 아닌가?
틀에 잡힌 춤사위보다는 역시 막춤이 분위기 메이커로는 당대 최고!
누님들이 가수로 데뷔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
어느덧 운동장은 조용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우리 18회의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일사불란한 천막철거와 청소작업,
기자재 정리와 반납은
차라리 오늘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모두가 솔선수범하여 트랜치까지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하여 서슴치 않고 음식물을 손으로 걷어내고,
무거운 천막을 서로 협심하여 들어주고.....
화단 구석구석 담배꽁초까지.....
모교에 천막을 반납하니
소사 아저씨曰
“자기일처럼 주최기수가 일을 처리하니 날씨까지 도와줍니다.”
“참으로 참으로 덕있고 복있는 기수입니다”
모든 뒷정리가 끝나니 우드득 우드득 빗방울이....
起承轉結이 멋들어진 하루였습니다.
총동문회장님 모시고 18회 단체사진을.......
사진을 찍어주시는 선배님의 구수한 입심에 한바탕 웃음꽃이....
“찰칵”
혹시 모르니 한판 더! 어느 친구의 주문에 모두가 까르르,
“찰칵”
드디어 우리의 꿈은 이루어 졌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극복하고 일구워 냈습니다.
우린 천하의 왕초보 아마추어 아닙니까?
그러나 우리의 단합된 힘이 날씨도 극복케하고
우리의 힘을 산곡 동문들에게 떨치게 했습니다.
총동문회장님의 격려는 우리 18회의 자긍심을 높혀 주었고
우리 120여명의 함성은 영원히 모교의 운동장에 울려 퍼질 것 입니다.
그간의 모든 고생스러움도(?) 봄눈 녹듯이 사르르......
우리 18회 친구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합니다.
오늘의 이시간도 또 지난 시간이란 추억속에 묻히어,
내일이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혹? 그간 불편했던 일이 있으면 잊으시고,
부디 부디 즐거웠던 오늘을
오래 오래 간직하시어,
먼훗날 먼훗날
오늘을 오늘을 생각하시고 ,
잠시 잠시
살포시 입가에 웃음짓게 합시다.
(2002.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