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김민지의 아버지 김정훈입니다.
I am Eric Kim, the father of the bride, Christina Kim.
이렇게 제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많은 하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I really thank you all for attending my daughter's wedding.
저의 캐네디언 친구들도 참석하여 주신 까닭에 스피치를 한글과 영문으로 준비하였으나, 상당히 감성적인 글을 낭독하는데 한글과 영어로 번갈아 진행하다 보면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저의 감정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 부득이 하게 하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분들을 위하여 한글로만 발표하겠습니다. 이점 제 캐나다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I have prepared my speech in both Korean and English, as my Canadian friends are also attending. However, as I read through my emotional speech in both languages, I realized that I might not be able to convey my true emotions properly to anyone. So, I have no choice but to deliver my speech only in Korean, as the majority of the guests are Korean. I apologize to my Canadian friends for this and hope you do understand.
어떻게 살아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이렇게 딸아이의 결혼식장에 서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주했던 그 많은 세월들이 순간 제 마음에 쏟아져 들어 오며, 삶의 회환과 후회와 아쉬움과 부끄러움들이 마음을 교차합니다. 살아 가는 모든 순간들이 늘 갑자기 찾아 왔으며, 언제나 놀라웠으며, 항상 당황스러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딸아이의 결혼식은 이년을 준비했음에도 제 인생에서 가장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로 제게 다가옵니다.
두 딸 아이의 아빠로만 살아 온 저는 처음 사위가 생긴다고 했을 때, 제게도 아들이 생긴다고 무척 기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은 잠시였고, 이후에는 뭔가 제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은 장인들의 공통된 경험일까요?
끝내는 딸을 잃은 억울함보다는 아들을 얻은 기쁨으로 제 가슴이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민지가 네살 때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피아노 선생이 민지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며 찾아 왔습니다. 정말 타고난 음치인 저는 피아노 선생들이 모든 부모들에게 형식으로하는 말이라 치부하며 무시했습니다. 저는 딸아이를 사이언스 쪽으로 방향을 잡아 주었고, 민지가 UBC 사이언스에 입학한 뒤 무척 뿌듯해 했습니다. 그러다 세월이 지나 교회에서 찬양 사역을 하는 목사님을 통해서 민지가 절대 음감 중에서도 정말 보기 드문 최상위권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딸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제게는 여전히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부족함과 부끄러움 투성이지만 그래도 딸의 기억속에서 사랑스런 아빠, 멋진 아빠로 남아 있기를 바래 봅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의 역동적인 삶을 살았고, 그래서 삶의 어느 한순간도 준비할 수 없을 만큼 힘겹고 당황스러운 세월을 지나왔지만, 그 모든 어려운 순간마다 저를 환란에서 구하시고 제 삶을 이끌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오늘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 아직도 철들지 못한 이 나이든 인생이 아버지께 간구하는 것은 그 동안 제게 넘치도록 부어주신 그 은혜와 사랑을 이제 제 딸 아이와 사위에게 부어 주시어, 그들이 살아 가는 동안에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없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오늘 이 자리, 이 특별한 자리에 딸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사랑하는 딸. 민지.
네가 아빠의 딸이어서 너무 행복하다.
그 딸이 이렇게 결혼을 한다니 믿어 지지가 않는다.
바닷가에서 음악에 몸을 흔들던 3살짜리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에 선하구나.
어느새 네가 이렇게 자라서 아빠의 삶의 큰 부분이 되어 버렸구나.
결혼을 축하하고 정말 행복하게 예쁘게 잘 살았으면 좋겠구나.
그러나 잊지마렴.
넌 엄마 아빠의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넌 언제나 특별했고, 언제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잊지 마렴.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널 사랑하고 있고, 언제나 네 편이라는 것을.
다시 태어나도 네가 엄마 아빠의 딸이기를 기도한다.
사랑한다.